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29
류세아. 한때 배우를 꿈꿨던 사람답게 얼굴에는 묘한 매력이 깃들어 있는 여자였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좋군. 그녀는 잘 정리된 눈썹을 까딱거리며 무슨 일인지 묻는다.
“나를 알아요?”
“알다마다. 그쪽 만나려고 오래 기다렸네요. 사실 여기 온 것도 당신 때문이거든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경찰이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렸다? 머릿속으로 온갖 회로가 돌아가고 있음이 분명했다.
“일단 나가죠. 여긴 너무 답답해.”
그리고 선글라스를 완전히 벗으며 내 손을 가볍게 치운다. 그녀의 뒤를 바짝 붙어 움직이는 남자. 가죽재킷 아래로 다부진 몸의 골격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
좁은 통로. 스쳐지나가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허나 남자는 대답이 없다. 앞서가던 류세아가 고개를 돌리며 단답형으로 말할 뿐.
“내 아들.”
아들이라고? 나이 차이가 열댓 살밖에 안나 보이는데. 포지션은 경호원 쪽인 것 같고. 어쨌거나 류세아의 일행이니 저놈도 주시해야겠군.
[실장님. 경찰서 쪽으로 와서 대기해줘요.]나는 김 실장에게 문자를 보내고, 그들과 함께 공항 대기실로 향했다.
“자. 이제 말해 봐요.”
류세아는 외투를 벗으며 의자에 앉았다. 마담이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그렸던 분위기와 정 반대의 여자다. 특이한 기품이 느껴진다 해야겠지.
“무엇 때문에, 경찰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을까?”
길고 하얀 손가락 사이에 담배가 쥐어진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것도 고광의 고지훈께서.”
류세아는 내 존재를 알고 있는지, 가늘어지는 미소를 지었다.
“제 이름 들어보셨나 보네.”
“그럼. 여러모로 유명하잖아요. 근데 애먼 사람 붙잡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난 도대체 감이 안서네.”
부드러운 말투는 뼈를 감추고 있었다. 한껏 우아한 혀 굴림 속에 숨겨진 능청.
“성매매 위반 법으로 신고가 들어와서요.”
“어머. 내가?”
“유명 배우들에게 유력인사들을 연결시켜 준다고 들었는데. 업계에서 불리는 이름은 류 마담. 그쪽 손을 타야 진정한 탑급이라면서요?”
“하하. 재밌네. 내 손이 도장도 아니고.”
“발뺌 그만하시고, 쉽게 쉽게 갑시다.”
“형사님. 아니, 고지훈 씨. 발뺌이라니요.”
빨간 매니큐어처럼 담배 끝 불이 역시 붉게 빛난다. 좁은 대기실에는 어느 새 뿌연 연기가 깔리고, 그녀는 담배를 그대로 책상 위에 비벼버렸다.
“증거 있어요?”
“관련자들 휴대폰 포렌식 결과가 있어요.”
이명식 감독의 휴대폰. 그리고 조아영의 휴대폰. 허나 류세아는 고개를 가볍게 젓는다.
“제가 몇몇 친구들끼리 소개해 준적은 있죠. 근데 그게 다에요. 지들끼리 돈이나 몸 굴려가며 그딴 짓 하는지 내가 알게 뭐람.”
류세아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한다. 옆에 서 있던 남자는 가죽장갑 그대로 책상 위의 담배와 재를 털며 책상을 정리한다.
“관련자들 증언도 있습니다만.”
“음. 조아영?”
그녀는 뭔가 생각하는 듯 손으로 머리를 꼬아댄다.
“이상하다. 나 진짜 걔한테 해준 거 없는데.”
사실 류세아의 말이 맞았다. 일차원적으로 보면 그녀는 단순히 소개를 시켜준 것뿐이고, 거기서 더 엮어 들어가려면 류세아가 물주에게서 받은 대가를 입증해야 했으니.
“형사님. 미안한데, 내가 약속이 있거든요.”
그녀는 남자를 향해 눈짓했다.
“나 잡고 싶으면 증거 가져와요. 쓸데없는 만담으로 간보지 말고.”
“해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류세아. 나는 재빨리 그 이름을 꺼냈다. 해수의 이름이 나오자 그녀와 함께 남자가 멈칫거린다.
“해수도 그냥 소개만 시켜준 겁니까?”
“···그 이름 오랜만이네.”
“그쪽은 알죠? 해수가 누굴 만났는지.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그리고 왜 죽었는지.”
나는 올라오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말을 뱉어냈다. 다시 웃는다. 이번에는 류세아 뿐만 아니라 옆에 있던 남자까지.
“해수. 누구더라. 호?”
“···배달부.”
“아아. 맞아. 걔가 죽인 거잖아요.”
밝은 갈색 눈동자. 나는 그것과 마주치는 순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아닌걸 알고 있다고. 배달부였던 박한동이 억울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말인 즉, 전생에서 내가 20년 동안 썩어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는 것과 같았다.
“···해수 소개시켜 준 사람이 누구에요. 군백건설까진 내가 알고 있으니까.”
그녀의 오피스텔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 중 한명. 분명 진범은 그 중에 있을 것이다. 류세아는 좀 놀랐다는 듯 눈을 뜬다.
“그것만 알아요?”
“뭐요?”
“좀 의외라서. 군백건설은 아는데, 자기 형은 모른다는 게. 사이 안 좋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또 몰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사고가 멈춘 것처럼 머리가 굳어버렸다. 형이라. 고지훈의 형이라 하면,
“고대한 씨 말이야. 군백 남세하 씨보다 먼저 해수 만났을 걸? 내 기억으로는 그래. 한 달인가, 두 달 갔지.”
고대한. 갑자기 튀어나온 그 이름에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쪽 말은, 고대한도 그쪽 손님 명단 중 하나였다는 거야?”
“말은 똑바로. 손님이 아니라, 친목단체.”
“지랄도 적당히. 씨발.”
내가 거친 말을 내뱉자 호라는 남자가 몸을 위협적으로 움직여 다가온다. 바로 앞에 선 녀석. 선글라스를 뚫고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했다.
“입 조심 안 하면···.”
“호.”
“죽여 버린다.”
류세아가 가볍게 그를 말렸지만, 마치 짐승처럼 진정하지 않는 녀석이다. 근데 이 새끼가···. 나 역시지지 않고 턱을 치켜세웠다. 잘 하면, 써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씨알도 안 먹힐 새끼가 어디서 입을 털어?”
“······.”
“류세아 옆에 있는 걸 보니 너도 같은 놈인 것 같은데, 접대하면서 돈맛 좀 보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호!”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이 주먹을 휘둘렀다. 새된 비명을 지르는 류세아. 나는 재빨리 녀석의 두 손을 붙잡고 대기실 철문을 걷어찼다.
콰앙!
“무슨 일이십···.”
“헉! 이봐요!”
“밖에, 밖에 지원 요청해!”
경찰 두 명이 신호를 받고 대기실로 들어오다 상황을 보고 기겁한다. 재빨리 호라는 녀석에게 뛰어들어 제압하는 남자들.
“그만해!”
호는 더욱 거세게 날뛰려다, 류세아의 외침을 듣고 몸을 멈춘다. 허나 이미 늦었지. 나는 옷을 탈탈 턴 다음, 녀석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경찰 폭행 및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합니다. 할 얘기가 많으니까 경찰서로 옮겨서 얘기하자고.”
잘 됐다. 이놈아. 안 그래도 둘 중 하나는 붙잡아 둘 명분이 필요했는데. 류세아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문지른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쪽 아들이라며. 보호자 필요한데 같이 갈래요?”
***
“이···게 다 뭐냐.”
깜장이 아이스크림을 퍼 먹다 중얼거린다. 현실부정을 하려는 듯 눈까지 감고. 나는 웃으며 외투를 벗어 던졌다.
“이쪽은 서승조. 한국항공 부사장인데, 오늘 오후에 비행기에서 주폭 난동. 인천 쪽으로 갔다가 인계. 그리고 이쪽은―”
나는 서승조의 등을 떠밀어 사무실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반차 쓰고 나갔던 막내가 주렁주렁 사람을 달고 다시 돌아왔으니. 몽두가 서승조를 위해 의자를 내주며 일어선다.
“이쪽은 경찰 폭행 및 공무집행 방해. 제가 조사할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호라는 이 남자. 사슬에 묶인 야수처럼 수갑을 차더니 얌전해진 상태다. 뒤에는 험한 인상의 류세아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해서 미팅 시간 좀 미뤄줘. 변호사 보내주고···모르겠어. 쟤도 성질머리 고쳐야지 원.”
말하는 투로 보아하니 강치중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영장 없이 구금할 수 있는 시간은 48시간. 그 안에 최대한 뽑아 낼 수 있는 정보를 뽑아내야 했다.
“호야.”
그녀는 꽤나 친밀한 목소리로 남자를 불렀다. 그리고 손을 들어 뒤통수를 가볍게 감싼다.
“미팅 미루긴 했는데, 계속 있지는 못해.”
“······.”
“조사받고 나올 때까지 못 기다린다는 말이야. 변호사가 곧 올 거거든. 그러니까···.”
“알아요.”
“일 벌리지 말고 잘 하자.”
“네.”
호는 눈을 내리깔며 대답한다. 엄마와 아들이라. 누가 봐도 그런 관계로는 안 보이는데. 굳이 따지자면···연인에 가깝겠군. 특수대 팀원들도 궁금한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을 지켜본다.
“고지훈 씨.”
류세아는 선글라스를 집어 들며 나를 부른다. 나는 그녀를 따라 복도로 나섰다. 화가 난 듯 팔짱을 끼며 내게 읊조리는 여자.
“적당히 하시길 바랄게요.”
“그건 그쪽 아들한테 할 소리죠.”
“무슨 생각으로 자꾸 들쑤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그만하라는 뜻이에요.”
류세아의 매끈한 미간에 주름이 졌다.
“어설픈 정의감 따위로 뒤집을 판이 아니거든요.”
“어설픈 정의감?”
나는 픽 웃으며 그녀의 말을 흘렸다. 그딴 거와 비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자그마치 20년간의 오명인데.
“조용히 사세요. 마지막 충고이자 경고이니까.”
“나야 말로 한 마디 붙이죠. 해수.”
선팅 된 안경으로 인해 그녀의 눈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해수의 말이 나올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죽인 사람 내가 찾습니다.”
“···인생 사서 고생이시네.”
그녀는 창밖으로 흰 색 자동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등을 돌렸다. 또각또각 울리는 구두 소리. 그 소리가 흩어지고,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실장님. 지금 어디세요?”
-어디긴 어디에요! 도련님이 오라고 해서 몇 시간 전부터 주차장이지.
김 실장은 한껏 피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지금 정문으로 들어온 흰 색 차 보이죠?”
-어···. 7820이요?
“번호까지는 여기서 안 보이고. 방금 여자 한명 탔잖아요.”
-아. 네네.
“그거 따라 붙어서 어디로 가는지 좀 봐주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빼도 좋아요.”
-위험···한 일인가요?
김 실장이 한껏 겁먹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안전한 일이라고는 못 하겠다만, 그래도 실거주지와 동선파악은 해 둬야 하니까. 김 실장은 울먹이면서도 시동은 건 모양이다. 주차장 구석에 있던 세단이 류세아를 따라 나선다.
“그럼 연락하세요.”
-흐어어어.
기묘한 울음소리와 함께 끊어지는 전화. 나는 사무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어이. 호.”
그리고 의자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향해 고갯짓했다.
“따라와. 취조실은 위층이야.”
***
“이름 강 호. 나이는 스물다섯.”
나는 녀석을 앞에 두고 인적사항을 읊었다. 아무 말 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녀석. 종이를 넘기다가, 나는 멈칫거렸다.
“강치중이 아버지로 되어있네?”
허나 어머니에 관한 기록은 없다. 강치중 역시 결혼했다는 말이 없었고.
“류세아가 아들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군.”
사업파트너이자 연인 관계인 류세아와 강치중. 강치중의 아들로 입적되어 있다면 당연히 관계가 그렇게 되겠지.
“엄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애틋한 것 같던데.”
강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변호사가 올 때까지 그렇게 나오겠다 이 말이지. 그나저나, 선글라스를 벗은 녀석을 이렇게 마주보니 뭔가 묘하게 익숙하다.
“너, 나 본적 있어?”
“······하아.”
대체 무슨 헛소리냐는 듯 한숨을 내쉰다.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나?”
“글쎄. 난 전혀.”
수갑을 찬 상태로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은 남자. 책상을 툭툭 두드린다. 가죽장갑 때문에 뭉툭하게 울리는 소리.
“그 장갑 벗어봐.”
“뭐?”
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가락 움직이는 것을 멈춘다. 내가 손을 뻗어 녀석의 장갑에 손을 대려 하자,
타앗-
거칠게 뿌리치는 녀석. 묘한 기분에 등골이 뻣뻣해진다. ‘강 호’라는 이름. 그리고 맹수처럼 성질을 부리던 모습. 은연중에 떠오르는 동물이 있다.
‘호랑이’
남자는 자신이 벗겠다는 듯 장갑 끝을 잡아당긴다. 천천히 녀석의 맨손이 보이고···.
“이런 걸 꼭 봐야겠나?”
그의 오른쪽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흉터 자국. 허나 나는 알 수 있었다. 전생에서 나를 집어 삼키던 호랑이 문신. 그것 품고 있던 것이, 저 상처라는 것을.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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