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28
“엄마아- 왜 안 내려?”
“글쎄다. 무슨 일이 생겼나 봐. 승무원 언니가 앉아 있으라 하니까, 얌전히 있자.”
“어. 나 지금 도착했는데. 게이트 문이 안 열려.”
“저기요!”
영문도 모른 채로 억류되어 있는 승객들. 바로 앞이 공항 건물이건만, 왜 승무원은 계속 앉아 있기만 하라는 건지. 그들은 좀이 쑤신다는 듯 자리에 앉아 몸을 꼬아 댔다. 한 남자가 바쁘게 지나가는 승무원을 붙잡는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저희 왜 안 내려요?”
“손님. 죄송합니다. 지금 내부적인 문제로 문을 열 수가 없어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버스표 예매했는데 날리게 생겼다고요!”
“그 부분은 회사 측에서 보상을 해 드릴 겁니다. 불편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덥지도 않은데, 승무원은 땀을 뻘뻘 흘려 대고 있었다. 보상을 해 준다는데 거기서 뭐라 더 할 수 있겠는가. 승객은 빨리 좀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마닐라에서 출국할 때부터 아니다 싶었다. 한국항공 부사장이 탄다는 말을 듣고, 직원들 모두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으니. 오너가의 둘째 아들이자 그중 제일가는 미친개, 서승조.
“선배. 여기요.”
승무원은 일등칸 앞에 서 있는 그녀의 선배에게 얼음 잔을 건넸다. 문 앞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 어찌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어. 그래.”
선배는 비장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마치 이게 날뛰는 괴물을 잠재울 유일한 성수라는 듯. 그리고 화이트 샴페인을 냅킨과 함께 쟁반에 세팅한다.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문을 연다.
달칵-
“부사장님.”
텅 비어 있는 일등칸.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맨 뒤쪽에 두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으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젊은 남자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기장과 승무원 두 명.
“말씀하셨던 화이트 샴페인입니다.”
서승조의 얼굴은 흥분으로 벌겋게 올라와 있었다. 네 시간의 비행 시간 동안 끝도 없이 부어라 마셔라 해 댔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술에 취할 대로 취한 놈은 몸을 비틀거리며 웃었다.
“따라.”
그리고선 무릎 꿇고 있는 한 승무원을 내려다보며 잔을 든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여자. 술 좀 따라 보라는 말에 ‘매뉴얼 상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을 해 왔더랬다. 서승조의 짤막한 말에 선배 승무원이 샴페인을 까 공손하게 따라 준다. 적막한 공간에 탄산이 터지는 소리만 몽글몽글 올라온다.
“별거 아닌 일을 갖고, 참 크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따르라고 했을 때 따르면 좀 좋아? 응?”
“죄송합니다.”
“매뉴얼이란 뭐다? 승객을 위한 거다. 그런데 승객이 원하면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알아야지. 이게 무슨 개 병신 같은 서비스야?”
촤악-
서승조는 고함과 동시에 샴페인을 직원의 얼굴에 뿌려 버렸다. 이미 뺨을 수차례 맞은 사람이다. 터진 입가를 타고 음료수가 뚝뚝 흘러진다.
“···죄송합니다.”
기장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주먹을 꾹 쥐며 눈을 감았다. 차마 볼 수가 없다. 가슴 아래에서 울컥울컥 뭔가가 올라왔지만,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해야 했다. 기내에서 매뉴얼을 타협하라니.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다만,
‘제발 그만하자. 제발.’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승객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자신의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그리고 아무리 비행기라지만···.”
서승조는 얼룩이 묻은 자신의 셔츠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시트에는 아직 닦이지 않은 라면 건더기와 국물이 남아있다.
“승객이 밥을 먹는데 기체가 이렇게 흔들리면 어떡하라고. 응?”
“죄송합니다.”
얼음 잔을 가져왔던 승무원이 입술을 꾹 깨문다. 먹을 거 다 먹고, 하강하니 그릇 치우겠다는 말을 무시한 서승조다. 당연히 기체가 기울고, 식어 버린 라면 국물은 엎어질 수밖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억지다. 약 20분간 열을 내며 뛰던 서승조. 이제 슬슬 화가 가라앉는지, 의자에 앉으며 창밖을 쳐다본다.
‘그만합시다. 제발!’
그의 머릿속을 제외한 모든 이의 머리에 떠다니는 문장. 허나, 그는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 몸을 창에 붙인다.
“내가···.”
앙다문 치아 사이로 삐져나오는 서승조의 날 선 말투. 기장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젠장. 도돌이표처럼 끝나질 않다니.
“문 열지 말라 그랬잖아!”
탑승 다리로 승객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이 보인다. 지체되었던 일정 탓에 무거우면서도 밝은 발걸음들. 서승조는 손에 든 잔을 무릎 꿇고 있는 직원들에게 던졌다.
파악!
다행히 뒤쪽으로 날아간 컵. 하지만 그는 단순히 위협을 주기 위해 그쪽으로 날린 것이 아니었다. 너무 흥분해서 조준을 잘못했던 것이지.
“부기장 데려와! 씨발 새끼야!”
“죄송합니다. 기장실을 비울 수는···.”
“문 열린 거 안 보여?”
맨 처음 서승조는 부기장까지 호출하며 길길이 날뛰었으나, 비행기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운행 중인 것으로 간주해야 하므로 기장실을 비울 수 없었다.
“누가! 누가 열라고 한 거야?”
그건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장은 속으로 부기장에게 질펀한 욕을 쏟아부었다. 다 끝나 가는데, 사서 불을 다시 지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뒤쪽의 두 승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열었으니, 저희도 내릴게요.”
“아. 손님. 잠시만요. 혜정아!”
서 있던 승무원이 그들을 안내해 줄 다른 직원을 부른다. 원래대로라면 제일 먼저 내렸어야 하는 퍼스트 클래스. 승무원은 연신 미안하다며 두 사람을 데리고 나선다. 그리고 그때,
“야!”
서승조가 소리쳤다. 그가 찍은 대상은 내리려는 두 승객.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여기 상황 안 보여? 못 내린다고요.”
옆에 서 있던 남자 역시 어이없는 웃음을 픽, 흘린다. 가죽장갑 낀 손으로 턱을 매만지는 남자. 여자는 그에게 뭔가를 조용히 속삭이더니, 서승조를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씨발!”
열에 뻗친 서승조가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 덤빈다. 그의 손에는 샴페인 병이 들려있다. 지켜보던 직원들은 사색이 되어 그의 허리춤과 팔을 붙잡는다.
“부, 부사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놔! 이거 놓으라고! 어쭈?”
“죄송합니다. 이번만은 절대 안 됩니다. 저분들은 손님입니다. 질책을 하시려거든 저희를···.”
빠악-!
“아악!”
엄청난 소리와 함께 깨져 버린 샴페인 병. 작은 크기였지만 병은 병이었다. 머리를 후려 맞은 기장이 바닥에 쓰러지고, 병은 날카로운 단면을 보인 채 깨져 버렸다.
“괜찮으세요?”
“아··· 으··· 손님, 손님 봐.”
기장의 말에도 승무원들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서승조의 손에 들린 병 주둥이. 그건 흉기였고, 이제껏 보였던 모습으로 보아 충분히 사람을 찌를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호.”
여자 승객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동행을 쳐다본다. 호라 불린 남자. 그는 가죽장갑을 제대로 끼며 서승조에게 다가간다. 그때, 일등칸 문을 열고 나타난 남자와 경찰들.
“개판이네.”
***
나는 기내를 쭉 훑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전생에서도 뉴스로만 들었지, 이렇게 실제로 보니 가관이다. 얼큰하게 취한 서승조는 깨진 병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뭐야?”
“예. 경찰이고요. 그쪽은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될 겁니다. 이봐요. 괜찮아요?”
나는 기장을 일으켜 세우며 뒤쪽의 경찰에게 인계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한 줄기 피. 승무원들도 이때다 싶어 그의 뒤를 따라 나간다. 그리고―
“손님. 가시죠.”
“아아. 그쪽은 잠깐만요. 증인으로 꼭 필요해서 진술 부탁해야 하거든요. 어디 보자···.”
내가 웃옷 주머니를 뒤적이자, 서승조가 빈틈을 보고 내게 덤벼든다. 정확히는 내 뒤에 뚫려 있는 출입문으로 통하는 통로 쪽을 노리는 거겠지만.
“어쭈!”
“이거 안 놔?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나는 유리병을 들고 있는 서승조의 팔목과 반대쪽 어깨를 붙잡았다. 어찌, 돈은 있는데 머리가 없는 새끼들은 하는 말이 똑같은지 모르겠다.
“알지. 한국항공 부사장 서승조.”
부사장이란 명함이 민망하게 젊은 녀석이다. 어릴 때부터 슈퍼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겠지. 서승조는 나를 내려치려는 팔을 부들대며 이를 악문다.
“아악!”
“아오. 야!”
그리고 내 고막이 찢어져라 귀에 대고 비명을 질러 대는 놈. 나는 좌석에 녀석을 밀어 넣고 그대로 팔을 비틀어 버렸다.
“미친 새끼야!”
“시끄럽다. 시끄러워.”
“너, 너 이 새끼···.”
“사람들이 왜 네 앞에서 그렇게 작아져야 하냐. 네가 뭐라고. 너야말로 하찮기 그지없는데.”
나는 한숨 섞인 중얼거림을 내뱉으며 수갑을 꺼냈다. 그리고 거칠게 몸부림치는 녀석의 두 손목을 깔끔하게 묶어 버렸다.
“수갑? 수가압-?”
“왜? 발에도 채워 줘?”
서승조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술에 제대로 취했구나. 진짜 오락가락하는 사람 같다.
“하하! 너 이 새끼 넌 이제 뒤졌다.”
“다행이네. 발도 묶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옷 벗게 해 줄게. 내가. 남은 인생 쓰레기 같은 골방에 처박혀서 살게 해 줄게. 내가 못 할 것 같아? 못 할 것 같냐고!”
타앗-
엎드려서 악을 질러 대는 모습이란. 휘적거리는 긴 다리에 내 팔이 부딪힌다.
“어. 못 할 것 같아.”
“술은 내가 처먹었는데, 왜 네가 상황파악을 못 하는 거야? 이런 개 버러지, 돌대가리 같은 새끼도 경찰 짓 한다고―”
“나 고지훈.”
“뭐?”
다른 경찰들도 나를 도와 서승조를 제압한다. 나는 놈을 누르고 있던 몸을 일으켜 팔을 털었다.
“나 고지훈이라고. 알아?”
멀뚱멀뚱, 내가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나 싶다가도 묘하게 일그러지는 서승조의 표정. 아는 모양인갑네. 수안 관할인 내가 왜 인천까지 와 있는지 의문인 듯하다.
“알려 주는 김에 하나 더 알려 줄까?”
나는 손목을 가볍게 털어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매끈한 녀석의 이마를,
빠악-! 빡! 빡!
“아악!”
연달아 세 대 쥐어 깠다. 꿀밤을 가장한 핵꿀밤. 시원하게 울리는 비명과 함께 서승조의 눈가에서 눈물이 찔끔 나온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경찰이 은연중에 중얼거렸다.
“워매. 대굴빡 깨진 거 아닌가 몰라.”
나는 웃으며 다시 주먹을 쥐었다.
쉬익-
그리고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러, 녀석의 얼굴을 노렸다. 눈을 질끈 감는 서승조. 나는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멈춘 상태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너를 쥐어팬다고 해도, 쥐어패서 반병신을 만든다고 해도, 너는 아무것도 못 할 거다.”
서승조가 한쪽 눈을 슬그머니 뜬다. 그제야 나는 올렸던 손을 내리며 방긋 웃었다.
“항공 주폭은 테러나 마찬가지라고 알고 있거든. 제압하는 와중 불가피한 일이었다 하지 뭐.”
“너, 너···.”
“언론은 누구 편일 것 같아?”
언론뿐이겠는가.
“회사 사람들은? 네 그 잘난 가족들은? 정 궁금하면 직접 해 보는 것도 좋지.”
서승조가 주위를 둘러본다. 공포에 질린 직원들 하며 무표정의 경찰들. 여기에, 녀석의 편은 없다.
“한번 해 볼래?”
“······속 울렁거려.”
서승조가 눈을 내리깔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래도 자존심이 있으니 대놓고 잘못했다거나, 봐 달라는 말은 안 하는군. 속이 울렁거린다면서 빨리 이 상황을 피하려 한다.
“토해. 어차피 너희 비행기 아니야.”
“진짜 울렁거린다고요. 경찰이 이래도 돼? 요?”
“그러는 너는 부사장 명함 달고 이래도 돼?”
빠악!
“아아악! 씨발 새끼야!”
나는 마지막으로 서승조의 머리를 깐 다음 경찰에게 눈짓했다.
“얘 공항 대기실 말고 바로 차 태워서 유치장으로 보내요. 아마 집안 변호사가 맨발로 튀어올 것 같은데···.”
갑자기 깜장이 생각나네. 주폭들 오바이트 치우느라 회의감이 든다던 깜장. 나는 서승조에게 경고했다.
“엄한 곳에 토하면 네가 알아서 치워.”
“···하아. 진짜. 씨이이발!”
“조사 성실히 받고, 유치장에서 사과문이나 쓰고 있어라. 너 어차피 집 서울일 거 아니야.”
나는 시계를 확인하며 녀석의 볼을 가볍게 두드렸다.
“수안 특수대로 인계할 거거든? 얌전히 기다려. 그사이 개지랄 떨었다는 소리 들리면 그대로 죽는다.”
서승조는 알 수 없는 말을 꿍얼거리며 경찰들 손에 끌려갔다. 한바탕 소란이 휩쓸고 지나간 일등칸. 직원들이 바닥에 떨어진 유리를 줍고, 손님이었던 두 남녀 역시 발걸음을 옮긴다.
“잠깐. 기다리시라니까.”
나는 손으로 벽을 짚으며 그들을 막아섰다. 선글라스 낀 여자가 안경을 살짝 벗는다. 긴 빨간색 매니큐어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손가락.
“류세아 씨, 맞죠?”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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