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27
“좋은 아침―”
나는 아침 인사를 하다가 멈칫거렸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훅 올라오는 냄새. 퀴퀴한 것이 제대로 코를 찌른다. 당일 새벽까지 달린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다.
“입니다.”
“젊은 게 좋긴 좋나 보다. 몽두랑 막내 쌩쌩한 것 좀 봐.”
팀장이 거의 죽어 가는 얼굴로 소파에 누워 있다. 글쎄. 몸을 못 가눌 정도로 힘든 건 팀장 혼자뿐인 것 같은데. 나는 웃으며 자리에 외투를 걸쳤다.
“몸살기가 좀 있긴 해요.”
“나도 그래. 이게 숙취인지 뭔지 분간이 안 가는 게 문제지만.”
몽두가 이온음료를 들이마시며 대꾸했다. 깜장은 다른 것보다 졸린 게 문제인 것 같고. 이래서야 오늘 일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얌전히 넘어갔으면 좋겠네.”
“뭐가요?”
“사건. 이런 날 큰 게 터지면 골치 아프잖아.”
오. 통했군. 나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살짝 웃어 보인 다음 달력을 확인했다. 삼 일 후, 류세아가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두 시 경. 별일 없으면 반차를 써야겠네.
드르륵-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업무를 시작하려고 할 때, 사무실 문이 활짝 열렸다. 우중충한 우리와 달리 아주 가볍고 경쾌하게.
“좋은 아침이에요. 헉!”
이사라 프로는 활기차게 인사를 건네다가 식겁하고 만다. 술 냄새가 곤욕스럽다는 듯 코를 긁적이며.
“다들 달리셨나 보네요.”
“죄송해요. 환기 좀 할까요?”
“아침에 씻었는데 냄새가 나?”
이사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책상 위에 서류 더미를 내려놓았다. 손바닥 높이만큼 쌓여 있는 종이. 몽두가 한 부를 들어 대충 넘겨 본다.
“이게 뭔데요?”
“본청에서 요즘 수사하고 있는 사안인데요. 아무래도 사이즈가 좀 클 것 같아서요. 각 경찰서에 협조문 내리고, 정보 수집할 요령이에요.”
본청이라 하면 경찰청을 말하는 것 아닌가. 그쪽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라. 나 역시 서류를 들었다. 표지에 적힌 사건명, ‘폰지 사기’ 그녀는 누워 있는 팀장에게 종이를 주며 간단히 설명했다.
“말이 어렵지 다단계, 피라미드와 비슷해요. 앞 사람에게서 받은 돈을 뒷사람에게 수익금 형식으로 주는 거죠.”
A라는 사람이 투자금을 낸다. 그다음 들어온 B의 투자금. 주최는 B의 투자금 일부를 수익금이라는 명목으로 A에게 돌려준다. 사업상 어떤 활동도 없지만, 돈이 생기는 구조.
이런 식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사기 수법···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다. 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뒷장을 넘겼다.
“피해 신고가 꽤 되네요?”
“요즘 유행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사건 초기라 자세한 건 더 조사해 봐야 하겠지만. 그래서 이쪽 경찰서에 접수되는 사건도 본청 쪽으로 이관하면 될 것 같아요.”
폰지 사기라. 전생에서도 꽤나 큰일들이 많았지. 깜장이 읽다 말고 서류철을 덮는다. 이관하면 어쨌거나 우리 일이 아니라는 듯.
“오케이. 사건 가져가 주면 우리야 고맙다. 오늘같이 상태 안 좋은 날엔 더더욱.”
“아 참. 그리고 이거요.”
이사라는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우편 왔던데, 올라오는 김에 제가 받아왔어요. 고지훈 경장님 앞으로 왔던데요? 근데 옆에는 괄호 쳐서 깜장 형사님이라 적혀있고.”
“누가 보냈는데요?”
“음. 이전성 기자?”
아. 올 게 왔군. 나는 커터 칼로 조심스럽게 입구를 뜯었다. 깜장 역시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내 옆으로 와 앉는다. 궁금한 표정으로 내용물을 지켜보는 팀원들.
“어쭈.”
나는 봉투 안의 사진을 보자마자 감탄을 내질렀다. 몽두 역시 고개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인다.
“잘 찍혔네.”
내가 뒤로 넘어가려는 순간, 깜장이 왼손으로 내 옷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최육헌을 제압하는 모습. 고개가 젖혀져 있어 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인상을 팍 찡그린 깜장은 마치 로마 시대의 전사 같다. 산을 타고 오르느라 흠뻑 젖은 티셔츠 덕분에 그의 엄청난 근육이 도드라져 보인다.
“대박.”
깜장이 사진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생생한 긴박함 속에서 깜장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힘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균형과 희생을 떠올리게 했다.
“이거 나 가져가도 되냐?”
“그렇게 하세요. 전 얼굴도 안 보이는데.”
“그러게. 이건 완전 내 인생 사진이야. 대박. 거실에 걸어 둬야지. 가는 길에 액자 사야겠다.”
“테이블에 올려두는 게 아니라요?”
“너무 작나? 사진관 가면 확대 안 해 주려나?”
나는 잘 모르겠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작은 사진 한 장. 깜장은 자신의 멋진 모습에 홀린 것처럼 보인다. 그나저나, 진짜 사진 잘 나와서 보내 준다는 그의 말이 맞았네. 워낙 음흉한 사람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맥이 탁하고 풀리는 것 같다.
“근데 그거 원본이랑 저작권은 이전성 기자가 갖겠대요.”
내 말에 이사라가 손가락을 튕긴다.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맞다. 연말에 그거 있잖아요. 대한기자상. 이번에 사진 부문도 추가한다 하더니, 거기 낼 생각인 것 같네요.”
“대한기자상이요?”
“한국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상이에요. 원래는 기사 위주였는데, 대중성도 키운다는 명목으로 심사 부문이 추가됐어요. 첫 시행 연도니 기대해 보세요. 사진 진짜 잘 나왔다.”
이사라 역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만하면 노려 볼 만하다는 표정.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니 이전성이 저작권이며 원본 따위를 운운하지.
짜악-
“어쨌거나! 다시 돌아와서!”
이사라는 숨을 깊게 들이쉰 다음 손뼉을 친다. 한순간에 흐트러졌던 팀원들의 집중이 모인다. 그녀는 바쁜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마무리로 말을 이었다.
“수배 내려진 용의자들 있으니까 얼굴 잘 확인하시고.”
차락-
“그 밖의 정보 있으면 빠른 공유 부탁드립니다.”
덩달아 보고서를 넘기는 손이 다급해진다. 우리는 알겠노라, 고개를 끄덕이고 이사라는 만족스럽게 사무실 문손잡이를 잡는다.
“아침부터 바쁘네.”
“그런가요? 평소보단 널널한데.”
드르륵-
그 말만 남기고 사라지는 이사라. 선천적으로 체력이 타고 난 건가? 나는 이런저런 잡생각을 지우며 보고서를 서랍에 밀어 넣었다. 우리 관할이 아니라는 생각 하나로. 제대로, 빗나간 생각이었지.
***
그리고 삼 일 후, 인천공항. 세계 제일의 공항답게 넓고 깨끗하며 정신없이 바쁘다. 여행을 떠나는 누군가의 설렘. 도착한 누군가의 혼란. 아무튼, 정적이지 않은 감정들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준다.
“커피 하시겠습니까?”
공항 경찰이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차를 권한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많이 긴장하신 것 같아요.”
“그래 보이나요?”
“네. 여자 한 명이라 해서 별로 크게 생각 안 했는데. 꽤나 중요한 인물인가 보죠?”
나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공항의 협조를 받아 류세아가 타고 올 비행기를 기다린 지 한 시간째. Z20885. 마닐라에서 출발한 비행기의 도착 시간이 붉은색으로 깜빡인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약 30분.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그러게요.”
사무실의 넓은 창으로 공항에 대기 중인 비행기들이 보였다. 끝없이 넓은 공간. 가끔 들려오는 이착륙 소음이 내 마음을 간질였다.
‘곧 있으면 류세아를 만난다.’
그 말인즉, 해수를 죽인 범인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자그마치 20년이다. 20년 동안 너무 궁금했고, 알고 싶었던 사실. 나는 초조하게 손을 꼼지락거리며 창밖을 지켜봤다.
우우우웅-
그때 작은 전광판의 Z20885이란 글자가 깜빡거리면서 멀리 착륙하는 비행기가 보인다.
“저건가요?”
“네. 그런 것 같은데요. 슬슬 준비하시죠.”
“어이고. 잠깐만. 나 이것만 다 마시고.”
경찰들은 남은 커피를 단번에 들이마시며 손을 들어 보였다. 비행기는 웅장한 소리를 내며 활주로를 내달렸다. 그리고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며, 완전히 멈춘다.
“게이트 넘어서 인계하실 거죠?”
“네. 아무래도 승객들이 있다 보니. 수하물 따로 받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치직.
“아. 여기 대기 중인 경비 팀인데요. 심사대 쪽으로 내려가겠습니다. 비행기 문 열리면 바로 무전 주세요.”
우리가 류세아를 체포할 곳은 여권 심사대 앞. 내국인인지라 빠르게 심사를 마치게 될 것이다. 나와 경찰들은 대기실에서 나와 출입국심사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무슨 일 있나?”
한참이 지나도 승객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이전에 먼저 도착한 다른 비행기의 승객들이었다.
치직.
“Z20885편 게이트 열렸습니까?”
공항 경찰이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
-지금 비행기 내부에서 서비스적인 문제가 있는 모양입니다. 탑승구 연결은 되었는데, 비행기 문이 안 열리고 있습니다.
서비스적인 문제? 어차피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서비스로 불거질 문제가 뭐가 있단 말인가. 나는 무슨 일이냐는 듯 경찰을 돌아봤지만, 그들이 알 리가 없지. 나와 계속 함께 있었으니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요?”
내 물음에 경찰이 기다려보라는 듯 무전기를 다시 들었다.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타닥- 타닥-
그때, 무전기의 대답 대신 들리는 발소리. 승무원들이 다급하게 뛰어가는 게 보인다. 유니폼을 봐서는 Z20885편을 운항 중인 한국항공 직원들인데. 나는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저기요!”
그리고 재빨리 그들의 뒤로 따라붙었다. 바쁜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직원. 동료들에게 먼저 가라는 듯 손짓한다.
“네. 손님. 왜 그러시죠?”
나는 주머니에서 경찰신분증을 꺼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승무원은 다급한지 발을 가볍게 동동거린다. 무의식적인 것 같지만.
“Z20885편에 체포해야 할 용의자가 타고 있어서요. 대기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이 안 열린다면서요?”
“아.”
직원은 전달받은 사항이 기억난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손님이 아닌 관계자임을 알고, 재빨리 게이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제가 좀···.”
“무슨 문제요?”
“오늘 비행 편에 한국공항 부사장님이 타고 계시거든요. 근데 출국할 때부터 잡음이 좀 있었나 봐요.”
한국공항 부사장이라.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전생의 기억. 열리지 않는 게이트 앞에 직원들이 모여 있다. 다들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이다. 승객들이 밟고 건너야 할 탑승 통로는 텅 비어 있는 상태군.
“부장님. 경찰 불러야 하는 것 아닐까요?”
“쓸데없는 소리!”
“벌써 20분이나 지체됐는데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이만하면 됐다 싶어서 그만할 것 같으니까. 여기서 괜히 건드렸다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야.”
“하지만···.”
“네가 책임질 거 아니면 가만히 있어.”
상사의 말에 승무원은 입을 앙다물고 게이트를 쳐다본다. 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모양이군.
“수안경찰서 특수대 고지훈 경장입니다.”
누가 콜했냐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남자. 허나 자초지종을 듣자 헛기침을 시선을 피한다.
“안에서 문제 있는 것 같은데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죠. 이게 회사 내부적인 문제라. 금방 해결될 겁니다.”
“왜요. 사장이 라면 흘렸다고 지랄하덥니까?”
남자가 깜짝 놀라며 나를 돌아본다.
“아니면 승무원이 와인을 안 따라 줬다고 쥐어팼나요? 서비스가 엉망이라면서 줄줄이 호출하고. 아무도 못 내린다고 행패 부리고. 문 열면 죄다 모가지라고 뒤집고.”
“야! 내가 외부로 누설하지 말라 했잖아!”
당황스러운 남자의 일갈에 같이 왔던 승무원이 기겁하며 손을 내젓는다.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암요. 다 제가 관심법으로 안 내용입니다.”
“관··· 뭐요?”
나는 째깍째깍 넘어가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게이트 쪽으로 고갯짓했다.
“일단 문부터 엽시다. 전달해요.”
승무원들도 자신의 상사를 돌아봤다. 아무리 부사장의 지시라지만, 승객들의 안전 역시 그들이 따라야 할 지침이었다. 계속 고민하며 멈칫거리는 남자.
“나 저쪽 안에 볼일 있거든요.”
“하지만···.”
그리고 직원의 가슴팍에 달린 무전기를 톡톡 건드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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