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62
오후 작업을 마친 재소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활동 시간을 갖고 있었다. 누군가는 공을 차고, 누군가는 팔 굽혀 펴기를 하며, 또 누군가는 이유 없이 폼을 잡으며 건들거린다.
“달곤! 이쪽으로!”
빠르게 공을 모는 남자. 단단한 체격에 범상치 않은 발놀림이다. 웃통을 깐 상대 팀을 가볍게 젖히고, 골대로 뛰어가는 순간.
“여기로 달라고오-! 달곤!”
잭슨이 손을 흔들며 신호를 주지만, 달곤은 가볍게 무시한 후 공을 발로 깐다.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올라갔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공.
투웅.
운동장 바닥과 부딪히는 순간 괴상한 소리를 내고 만다. 일반 축구공이 아닌, 고무로 만든 공이어서 그렇다. 몇 번 튕긴 공은 아이가 엄마 품에 쏙, 안기듯 상대편 골키퍼의 손으로 들어간다.
“하여간 저 개발 새끼!”
잭슨이 분통을 터트리며 발을 동동 굴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온갖 운동이란 섭렵한 것 같은데, 왜 공으로 하는 경기는 죽을 쓰는지. 잭슨이 달곤에게 달려가 멱살을 붙잡는다.
“이쪽으로 달라는 말 안 들렸냐?”
“너한테 줄 바에는 그냥 까는 게 낫다.”
“와. 새끼 뻔뻔한 거 보소. 그냥 개발이라고 인정을 해 이 새끼야아!”
평소 어눌한 외국어 따위를 섞어 쓰던 잭슨도 이럴 때면 또박또박 발음이 좋다. 누가 봐도 진정한 한국인. 그걸 지켜보고 있던 재소자들이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쟤들 또 저러네.”
“달곤이 쟤는 왜 자꾸 나오는 거야? 공도 제대로 못 차면서 꾸역꾸역.”
“사람 수가 모자라니까 그렇지.”
“이번에는 또 뭘 걸었는데?”
“담배라던가. 뭐라던가.”
교도소로 은밀하게 들어오는 담배와 생필품들. 그때그때 물량이 다르기 때문에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번 경기의 내기는 마지막 한 갑의 담배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
“더 할 거야?”
잭슨과 달곤, 박한동을 포함한 2동 라인 팀과 반대편 3동 라인 팀. 상대측 재소자 팀이 공을 던지며 묻는다.
“아직 오 분 남았잖아.”
“3대 0인데? 힘 빼기 싫거든.”
그는 벤치에 앉아 경기를 구경하던 한 남자를 쳐다본다. 일명 바퀴라 불리는 남자. 교도소 담벽을 뚫고 외부와 연결되는 놈이다 보니 더러운 별명을 얻은 것이다. 본인은 꽤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그만해도 되겠지?”
“그래. 마지막 막대 사탕은 3동이 가져가라고. 2동은 다음 기회에.”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주변을 살펴본다. 초소의 경찰들은 저 멀리 있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관리하는 교도관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자. 여기.”
바퀴는 승자 팀 중 가까운 사람에게 휴지로 돌돌 싼 담배 개비를 던진다. 갑 없이 고작 다섯 개비였지만, 금액은 십만 원을 웃돈다.
“땡큐. 하하.”
승자들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운동장 한쪽으로 돌아간다. 아마 다음 작업 후에 저 맛있는 과자를 빨아 대겠지. 잭슨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부들댄다. 그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는 박한동.
“저기 유헌수 씨.”
“잭슨이라 부르라니까!”
“네. 유잭슨 씨. 이참에 그냥 담배 끊으세요.”
위로 같지도 않은 위로를 하는 박한동. 잭슨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스윽, 뒤에 서는 달곤이.
“그래. 너 처음 왔을 때보다 피부가 훨씬 좋아졌어. 너 밖에서 여자한테 차였다며? 못생겼다고.”
“뭐? 누가 그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잭슨. 물어 놓고도 다 필요 없다는 듯 손을 휘젓는다. 윤별아와 자신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 망할 고지훈 경장뿐이지. 달곤이 히죽 웃으며 공을 주웠다.
“소문 쫙 났는데 무슨. 아무튼 그냥 끊고, 다음에 술이나 나오면 한 판 더 하자.”
“꿈 깨. 그때는 너 안 끼워 줄 거야. 뭔 놈의 발에 홍길동이 붙었나. 찼다 하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지긋지긋하다.”
“너 주기 싫어서 그냥 찬 거라니까? 그리고 씨발, 진짜 말꼬리 안 붙일래? 내가 선배고 나이도 더 많은데.”
“꺼져. 개발 새끼야. 교도소에서 선배 따지기는. 여기가 진짜 학교인 줄 알아?”
잭슨과 달곤은 붙었다 하면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 달곤이 공을 휙 던지며 잭슨에게 덤벼든다. 그걸 가볍게 캐치하는 박한동.
“곧 시간 끝나요.”
“기다려 봐. 내가 오늘 저 새끼 죽이고 빨간 명찰 단다.”
“얼씨구. 밤마다 엄마 찾으면서 우는 새끼가.”
“그리고 뭐, 어디? 옥하동? 너희 부모님한테 내가 편지 쓰고야 말거다. 당신네들 아들이 미국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교도소에서 다림질하고 있다고!”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래. 이 새끼야. 바라던 바다!”
박한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잘 지내면 어디가 덧나냐고. 꼭 저렇게 싸워 가면서 정을 쌓는다니까.
삐빅- 삑!
운동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 교도관이 마이크에다 대고 호루라기를 불어 댔다. 박한동은 공을 정리한 후, 둘을 내버려 두고 한 줄로 섰다.
“거기. 3220! 3590!”
교도관이 엉켜붙은 두 남자를 부르자, 그제야 떨어지는 달곤과 잭슨. 빡빡머리라 잡을 것도 없으면서 머리채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한 줄로, 이동.”
어디 갔나 보이지 않던 교도관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재소자들을 옮겼다. 필시 짧은 휴식을 이용해 섯다를 치고 왔음이 분명했다. 얼마 전 김 소장도 그렇고, 몇몇 교도관들 주머니에 화투패가 들어 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끼이익-
“왔어요?”
무슨 일인지, 작업이 끝나고 교도관은 하성이만 쏙 빼서 데려갔다. 원래대로라면, 달곤이 아니라 하성이가 팀에 끼었어야 하는데!
“졌구나?”
“개발을 데리고 어떻게 이겨.”
“킁킁. 그나저나 무슨 냄새가 나는데.”
달곤은 방으로 들어서며 코를 훌쩍였다. 그러고 보니, 진짜 평소와 달리 색다른 냄새가 났다. 끔찍하고 맛대가리 없는 교도소 밥과 다른··· 프렌차이즈의 풍미.
“짜잔!”
하성이가 뒤에 숨겨 두었던 봉투를 꺼냈다. 돈가스였다. 기본부터 시작해서 치즈 뭐시기까지. 샐러드와 음료수도 들어 있는 완벽한 사식이다.
“야! 이거 뭐야?”
달곤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봉지를 뒤적였다.
“교도관이 데려가더니, 돈가스 사 줬냐? 왜?”
“그건 아니고요. 고지훈 경장이 왔다 갔어요.”
“고지훈 경장?”
오랜만에 화두가 된 남자. 그들은 사이좋게 음식을 나누며 고 경장의 이름을 되새겼다. 여기서 박한동 빼고는 모두 그의 손에 붙잡혀 왔으니.
“얼마 전에 경적사에서 유물 도난 사건이 있었는데, 그거 자문 좀 구한다고요. 그러면서 이거 나눠 먹으래요.”
“하긴. 도둑놈 마음은 도둑놈이 잘 아니까.”
“대박 바삭바삭하다. 좋아서 지릴 것 같아.”
“밥 먹는데 그런 말을 하지 맙시다.”
“한동아. 거기 앞에 스파게티 좀.”
그들은 게걸스럽게 음식을 해치웠다. 금세 바닥을 보인 플라스틱 용기. 달곤이 이를 쑤시며 느긋하게 말을 꺼낸다.
“근데 지금 와서야 말하는 거지만, 고지훈 경장 진짜 이상하지 않냐?”
꺼억. 트림까지 빼놓지 않는군. 잭슨은 짜증 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나를 아는 것처럼 구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도와주는 것도 그래. 나랑 캘리포니아에 있을 때 만났다고 하는데, 진짜 기억에 없거든.”
“나도. 우리 엄마 아픈 건 가까운 조직 애들만 알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카센터 차리고 싶은 거. 그건 엄마도 몰라.”
“하하. 저야말로요. 우리 할아범한테 친구라고 했다지 뭐예요. 부잣집 애랑 친구를 왜 해요? 벗겨 먹기 바쁘구먼.”
잭슨, 달곤, 하성은 각자 겪었던 지훈의 인상과 일화를 공유했다. 이미 몇 번이나 나눴던 얘기지만 할 때마다 신기했다. 고지훈. 그는 대체 누구이기에 자신들에 대해 그리 잘 알고 있는 것인가.
“대기업의 힘, 역시 그런 건가.”
“음모론 또 나온다.”
미국에서 ‘1년’ 살다 온 잭슨은 프리메이슨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고광이 사실 민간 사찰을 하는 것 아니냐는 황당한 소리까지 해 댔다.
“근데 한동이 너는, 별거 없다며?”
달곤이 입가를 닦으며 잭슨의 말을 무시한다.
“음. 처음 여기 왔을 때, 좀···.”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고지훈을 만나고, 그가 대처법까지 알려 주고 나니 교도소 생활이 한결 편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동생도 자세히는 말하지 않지만, 고지훈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무죄를 알고 있노라 유일하게 말해 준 형사 아닌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게 분명해요.”
박한동은 짤막한 결론을 내려놓고, 쓰레기를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서로 시선을 나누던 동기들도 그를 따라 주변을 정리한다.
“아니, 누가 뭐 나쁜 사람이랬나?”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좀 이상한 사람이지.”
“먹을 거 사 주면 좀 이상해도 괜찮아.”
대충 바닥까지 닦은 그들은,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자리에 누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가는구나. 다들 똘망똘망한 눈으로 시멘트 천장을 보고 있었다.
끄으으···.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 소리. 달곤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린다.
“또 시작이네. 요즘 잠잠하나 싶더니.”
“벌써 몇 번째지?”
“난 열 번까지 세다가 멈췄어.”
건너편 라인에 수감되어 있는 한 남자. 이름이 강석두였지. 세간을 뒤흔들었던 유아 납치 살인범. 첫 번째 피해자는 죽었지만, 두 번째 피해자는 특수대가 구출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저 정도면 그냥 죽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수를 셀 수 없는 자살 시도. 잭슨을 열 번까지 세었다 하지만, 달곤은 열다섯 번까지 세었었다. 정확히 목매단 것 말고 포크로 손목을 찌르거나, 락스 따위를 마신 것까지 포함해서.
“···재수가 없는 거지, 뭐.”
강석두가 자살을 시도했다 하면,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놈의 동기가 구해 낸다. 밧줄을 끊어 버리고, 심폐 소생술은 물론, 기꺼이 손가락까지 넣어 토를 유도했다. 끈질겼다. 끈질기게 죽으려 했고, 그러면 끈질기게 다시 살려 냈다.
“누굴까. 아무래도 첫 번째 아이 부모겠지?”
“사주한 사람이요?”
소문은 파다하게 돌았다. 별별 헛소문처럼 들리는 것중 그나마 제일 신빙성 있는 것. 피해자 부모의 사주로 강석두가 저렇게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
“그냥 단순한 우연 아닐까요?”
“우연? 그러면 진짜 기가 막히는 운명이다.”
강석두가 들어간 방. 그 방에는 그야 말로 ‘악마’가 살고 있었다.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성향으로 점철된 녀석. 교도소에 있는 사람 대부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한동이지만, 그 역시 그놈과는 말 한마디 섞기 싫었다.
“···적어도 우연은 아니야. 교도관도 알고 있거든.”
달곤이 낮은 음성으로 읊조린다. 끔찍한 비명은 멈췄다. 자의로 멈춘 것인지, 타의로 끊어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저번 새벽에 너희들 잘 때, 한 번 더 발작한 적이 있어. 강석두.”
“근데?”
“교도관이 그냥 지나가더라.”
새벽 순찰을 돌던 그는 분명 강석두의 비명을 들었다. 살려 달라고, 그만하라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외치는 녀석의 비명을 가볍게 무시하며 랜턴을 돌렸다. 달곤이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똑같이 감방 와 있는 주제에 이런 말도 웃기지만. 사실 난 상관없어. 강석두 쟤가 뒤지든 어떻게 되든.”
잭슨의 말에 하성이 역시 산뜻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린 아이를 유괴해서 무참하게 죽인 살인자. 교도소 안에서도 나름 금기시되는 죄목이었다.
“조용해졌다.”
“피해자 부모가 저걸 봤어야 하는데.”
잠정적으로 피해자 부모의 사주라, 그들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르는 한 남자.
‘고지훈?’
에이. 설마. 그럴 리가 따위의 단어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그런데 왜일까···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으로 왜 고지훈이 떠오르는 것일까.
“고지훈 말이야.”
묵묵히 누워 있던 하성이가 입을 열었다.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 같은 잭슨과 달곤, 박한동이 몸을 움찔거렸다.
“또 언제 돈가스 사 올까? 완전 맛있어.”
그러면 그렇지. 그들은 김빠지는 소리 하지 말라며, 괜히 핀잔을 주었다. 밤이 점점 깊어졌다.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강석두의 애타는 비명은 교도소를 울릴 것이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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