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71
수안 시내 한복판. 꽤 오랜 시간 공사가 이뤄지던 부지에 드디어 간판이 걸렸다. 번쩍이는 반짝이와 함께 정신없이 흔들리는 행사 풍선. 유쾌한 댄스 가요는 고막을 찢을 것처럼 둥둥 울려 댄다. 그 이름하야, ‘달곤이네 카센터’!
“달곤이네입니다. 예약 손님이세요?”
“오픈 기념, 이번 주까지 오일 교환을 반값으로 해 드립니다! 세차요? 네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노랫소리에 이끌리듯, 카센터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자동차들. 브랜드 카센터도 아니건만, 세차장을 비롯해 차량용 액세서리를 파는 부스까지 갖춰진 탓이었다.
“어이고. 사장님. 여기까지 오셨네요?”
“하하. 이전했다는 소식 듣고 왔잖아요. 여기 아니면 다른 곳은 영 믿음이 안 가.”
달곤이는 익숙한 손님을 알아보며 반갑게 악수를 건넸다. 서울 외곽에서 시작한 작은 카센터. 사업을 잘 굴려, 중심지까지 올라온 터였다.
“어우. 감사합니다. 사장님. 오일 서비스로 해 드릴게요. 저기서 커피 한잔하고 계세요.”
“그래요. 바빠 보이네. 번창하시고.”
“네. 또 뵐게요.”
그는 손님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웃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가게는 정말 혼잡스러웠다. 곧 문 닫을 시간인데 말이다.
“사장님. 저 오늘 어떡해요?”
카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 물었다. 장사가 잘되는데, 정시에 퇴근할지 말지를 뜻하는 것이다. 달곤이는 손목시계를 보며 손을 내젓는다.
“저쪽, 노란색 래그턴까지만 받자.”
“오늘 저녁에 약속 있다 하셨죠?”
“그래. 다른 애들한테도 얘기해서 빨리 정리하고, 이만하자.”
오늘 밤, 카센터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올 터였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친구들을 맞이하는 것. 예정대로 이뤄지는 퇴근에, 직원은 싱글벙글 뛰쳐나갔다.
“죄송합니다. 곧 마감이라서요.”
“네네. 다음에 또 와 주세요!”
달곤은 책상에 앉아 그날의 매출표를 확인한다. 출소 후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지금, 과거 조폭 시절의 달곤이는 사라지고 지금은 어엿한 ‘사장’ 달곤이가 있었다.
“아니, 기다렸는데 이런 게 어디 있어?”
한 손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친다. 양팔에 토시를 찬 채로 직원을 향해 삿대질하는 남자. 직원이 쩔쩔매며 죄송하다고 하지만, 그는 계속 꿍얼거리며 차 돌릴 생각을 안 한다. 사업하면서 정말 많은 진상을 만났지만··· 이런 건 그의 전문 분야였다. 점퍼를 벗고 소란스러운 쪽으로 다가가는 달곤이.
“손님.”
그는 차에 손을 올린 채 운전석을 내려다본다. 양팔 가득한 형형색색의 문신. 철없던 시절의 과오를 잊고 싶지만, 이럴 때 이만큼 도움 되는 게 또 없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오시면 잘해 드릴게요.”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창밖으로 뺐던 자신의 팔을 슬며시 집어넣는다. 감옥에서 단단하게 단련해온 달곤이의 몸과 비교하면, 그는 낙서된 멸치나 다름없었으니까. 사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명함과 물티슈를 건네준다.
“다음에 찾으시면 서비스 팍팍 드립니다. 하하.”
“크흠. 그럼 다음에···.”
손님은 창문을 다급하게 올리며 차를 돌렸다. 그렇게 하나둘씩 정리가 되는 카센터. 그래. 이 정도 진상은 귀여운 수준이지.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사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안에 차 다 빠졌어?”
“아직 2번에 래그턴 남아서요.”
“누가 하고 있는데?”
“막내요.”
직원의 말에 달곤이가 살짝 눈썹을 까딱거린다. 얼마 전에 들어온 신입이었는데···.
“실수 안 하게 조심해서.”
래그턴. 슈퍼카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드림 카로 꼽히는 자동차. 신입이 맡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것도 다 경험이니까.’
달곤이가 음악 소리를 줄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시끌시끌하던 카센터가 서서히 정리 모드에 들어갔다.
“아이씨!”
그리고 그때, 귀에 때려 박히는 누군가의 신경질적인 소리. 직원과 손님들의 시선이 한 번에 2번 트랙으로 쏠렸다.
“뭐야?”
전표를 확인하던 달곤이 마저 고개를 빼꼼 내밀 정도였으니까. 근처에 서 있던 직원들이 당황해하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세요?”
“아니. 씨벌.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아이고. 손님. 일단 진정하시고요.”
“기본이 안 되어 있네. 기본이. 그딴 옷 입고 시트에 앉으면 어떡하라고? 엉?”
래그턴의 차주가 열불을 내며 항의한다. 수리를 봐주던 막내 직원이 운전석에 앉았는데, 바지에 뭔가가 묻어 있었던 모양이다. 수습하려는 직원이 막내의 옷을 살펴본다. 오일 때와 먼지 등. 카센터 직원이라면 당연히 달고 있을 만한 것들이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손님에게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아직 일에 서툰 편이라.”
멀리서 그걸 듣고 있던 달곤이가 이마를 짚는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저런 인간은 더욱 달려드는 법이라고.
“뭐? 서툴러? 지금 그런 사람한테 내 차를 맡겼다는 거야?”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실력은 좋죠. 저희 카센터에서 전문가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누굴 호구로 보나. 방금은 서툰 편이라며? 이래서 못 배운 것들은 씨벌. 지능이 낮은 거야 뭐야? 방금 한 말도 까먹어?”
달곤이는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갔다. 열을 잔뜩 내던 남자가 달곤이의 우람한 풍채를 보고 잠시 멈칫거린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막말이 얼마나 심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까. 허나 자신은 할 말이 있다는 듯, 표정이 한껏 당당해졌다.
“죄송합니다. 손님. 세탁 서비스랑 기사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다, 당신이 사장이야?”
“네네. 달곤이네 카센터의 사장 달곤이입니다.”
그가 너스레를 떨며 사과하자, 남자는 잠시 주춤거리더니 턱을 가볍게 치켜든다. 건수를 잡았다는 얼굴. 흠.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달곤이의 예감이 사라지기도 전에, 손님이 운을 뗀다.
“세탁 서비스고 뭐고, 이 기사가 한 거 못 믿겠으니까, 없던 거로 해줘요.”
“네? 지금 거의 다 끝났는데요?”
“끝났는지, 빠꾸를 냈는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가겠다고.”
직원의 대꾸에 손님이 왈칵 소리쳤다. 정비를 공짜로 해 달라는 은근한 제안이었다. 달곤이가 난감해하며 미안하다고 거절한다.
“그거는 조금 어렵겠는데요. 손님.”
“뭐? 아니, 래그턴을 가라로 쳐 놓고 지금 뭐?”
“저희 가게에서는 모두 믿을 만한 기사들이 최선을 다해서 일을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만큼은 믿으셔도 됩니다.”
“초짜를 붙여 놓고 그렇게 말하면 누가 믿어?”
손님이 달곤이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까지 웅성거리며 분위기를 흐려 놓는 남자. 직원이 달곤이에게 속삭였다.
“사장님. 그냥 보내죠.”
“아니. 그렇게는 못 하지.”
이런 새끼들에게 꺾이면 안 되었다. 한번 호구 잡혔다 하면, 이상하게 그 이후로 진상이 계속 꼬이는 법이니까. 게다가 자신의 직원에게 한 폭언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달곤이가 가볍게 고개를 저으려고 하자, 카센터로 한 자동차가 들어선다.
“A-yo! Bro!”
한껏 부드러운 혀 굴림. 조수석에서 선글라스를 낀 잭슨이 금반지를 주렁주렁 끼고 손을 흔들었다. 운전석에 앉은 여자와 웃으며 짧은 키스를 나누는 녀석. 그리고 차에서 내려 카센터를 자유롭게 둘러본다.
“이야. 달곤쓰. 돈 많이 벌었네. 가게 좋다야!”
달곤이는 앞의 손님도 까먹은 채, 잭슨을 구박한다. 전에 봤을 때와 확연하게 다른 얼굴.
“뭐냐? 또 어디 했냐?”
“역시 남자의 라인은 콧대지. 잘 빠졌지? 하고 싶으면 말해라. 우리 조물주님 아주 실력 끝내줘.”
“너야말로 끝장나고 싶은 모양이지. 아까 그 여자, 저번에 그 사람 아니잖아.”
“에이. 고리타분하기는. 헤어진 지가 언제인데. 세상에 여자는 많고, 사랑은 한순간이다. 알간?”
“간통죄 폐지된 게 다행이다.”
“Yes! 아니었으면 나 진짜 뒤져쓰. 하하하하!”
잭슨의 우렁찬 웃음에, 카센터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제야 손가락을 튕기며 묻는 잭슨.
“근데 아직 영업 중이네?”
“아. 아무튼 손님. 다른 쪽으로 서비스를 드릴 테니까, 고정하시고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직원에게 하신 말도 사과해 주시죠.”
달곤이의 말에 덩달아 정신을 챙긴 손님. 그는 자신의 애마 보닛에 손을 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사장님 장사 참, 딱딱하게 하신다. 이럴 때 따악, 그냥 오케이 해 주면 내가 다음부터 팍팍 팔아 주는 건데. 응? 그리고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달곤이가 속으로 참을 인 자를 그리며 입을 다문다. 그렇게 돈 많으면, 그쪽이야말로 시원하게 내든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잭슨이 웃으며 폭탄을 터트린다.
“래그턴 모는 오너가 쫌생이네. 그냥 낼 거 내고 가요. 구걸 정신이 너무 투철하네.”
“헉!”
옆에서 듣던 직원이 깜짝 놀라며 입을 막는다. 차주는 열을 잔뜩 내면서 잭슨에게 덤벼든다.
“뭐? 이 새끼가, 너 방금 뭐라 했어?”
“어떤 거? 쫌생이? 아니면 구걸 정신?”
“이리 와 봐. 씨발!”
“아이고. 손님! 잠시만요.”
백 스텝을 밟으며 가볍게 물러서는 잭슨. 가게 안은 한순간에 소란이 일어난다.
“여기서 이거 살 수 있는 새끼 있어? 누가 누구보고 쫌생이? 진짜 거지새끼들이 대가리가―”
부아아앙-
그때였다. 카센터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무광의 스포츠카. 황금 엠블럼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차였다. 값으로 따지자면··· 래그턴 다섯 대 값 정도 되겠군. 국내에도 별로 없는 한정판 라인인지라, 카센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죄다 입을 떡 벌려댔다.
“대박. 나 저거 실제로 처음 봐.”
“바세티 맞죠?”
“와. 라인 죽인다.”
“사장님. 저희 마감인데 어쩌죠?”
한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는 자동차. 달곤이가 턱을 슥슥 긁으며 그쪽으로 다가간다.
지이잉-
그리고 창문이 내려가며, 익숙한 사람들 얼굴이 보인다. 조수석에 앉아 있는 하성이.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뒷좌석에 앉아 있는 박한동.
“잭슨 씨 먼저 와 있었네?”
마지막으로 거만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는 고지훈. 선글라스를 벗으며 가게를 둘러본다. 중년을 넘어가는 나이인데도, 젊었을 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뭐야. 아직 안 끝났잖아?”
고지훈이 하성이를 보며 묻는다.
“아홉 시라며?”
“맞는데? 아홉 시?”
달곤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세티 쪽으로 다가갔다. 그토록 반가운 얼굴들. 잭슨을 볼 때보다 훨씬 풀어진 얼굴이다.
“영업 열 시까지인데.”
“누가 시간 전달했냐?”
“하성 씨죠.”
“엥? 난 분명 아홉 시라 들었거든?”
“난 얘가 제대로 뭘 전달하는 꼴을 못 봤어.”
“어떡해? 우리 밖에서 한 바퀴 더 돌고 올까?”
차 안에 있던 동료들이 시끌벅적 말들을 늘어놨다. 고지훈의 말에 달곤이가 고개를 젓는다.
“됐어. 그냥 마무리하지 뭐.”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고지훈만큼은 정말 귀한 손님이었다. 출소하기까지 자신의 어머니를 돌봐 준 것도 그였고, 동네의 작은 카센터를 차려 준 것도 그였다. 사업을 여기까지 끌고 온 건 자신이었지만. 어쨌거나 고지훈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 역시 없었을 것이다. ···조직 두목의 몫으로 아직까지 감옥에서 썩고 있겠지.
“야!”
달곤이가 멀뚱히 서 있는 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래그턴 거지새끼.”
“뭐, 뭐? 아주 막 나가네!”
“어. 더 막 나가기 전에 그냥 꺼져라. 돈 내고. 안 그러면 앞으로 차 운전 못 하게 될 거니까. 시트 세탁은 언제든지 해 줄 테니 찾아오고. 직원들한테 사과하고 짜져. 뒤지기 싫으면.”
달곤이가 명함을 주머니에 꽂으며 직원들에게 고갯짓했다. 그러자 직원들이 손님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쫓아낸다.
“어? 이거 놔! 안 놔?”
“야야! 돈 안 내면 그냥 경찰 불러라!”
“네. 사장님!”
“하고 다 퇴근해! 빨리!”
시원하게 손을 흔드는 달곤. 직원들은 알겠노라, 대답하며 어수선한 작업장을 정리한다. 달곤이는 자신의 감방 동료들을 이끌며 개인 사무실로 안내했다.
“술은?”
“사 왔지. 저기 트렁크에.”
“바세티 트렁크에 소주 궤짝? 미친다. 아 참. 그리고 잭슨 또 여자 바뀌었다. 지훈아. 한번 손 좀 봐 줘.”
“왜? 나 이번에는 진짜 진심이야!”
억울해하며 앞서 뛰어가는 잭슨. 그 뒤를 하성이가 바짝 뒤쫓는다. 그 모습을 보며 웃는 고지훈.
“어찌 쟤만 그대로냐. 다들 손 씻고 잘 사는구먼.”
용산 할아범의 일을 도우며 도벽을 조금씩 고치고 있는 하성이. 그리고 착실하게 카센터 사업을 하는 달곤이. 평범한 생활을 되찾은 박한동까지. 그가 고지훈을 돌아보며 말한다.
“아 참. 얘기 들었어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다음 경찰청장은 그쪽밖에 없다는 기사요. 최연소라면서요.”
그러자 고지훈이 방긋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슨, 기자들이 설레발치는 거죠.”
흐음. 글쎄다. 박한동은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가 아니면 대체 누가 하겠냐는 듯이.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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