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129)
것 같은데요? ―가깝지. 검무극이 가까운 사람을 위해 준비했다는 옷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속옷과 궁장을 입고 다시 동경 앞에 섰다. 아까보다 더 아름다웠다. 이 순간을 위해서 검무극이 옷을 사줬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자신을 위한 배려가 너무 기분 좋았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위한 검무극의 마음이 부작용을 고친 것보다 더 좋았다.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사람이 마당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이안이 천천히 그를 불렀다. “도련님.” 그러자 검무극이 그녀를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검무극은 궁장을 입고 나온 그녀를 보았다. 순간 검무극의 눈이 커졌다. 신독정화술을 모두 마치고 그녀를 침상에 눕혔을 때 이미 그녀의 아름다운 변화를 보았다. 하지만 눈을 뜨고 자신 앞에 서 있는 그녀는 그때와는 또 달랐다. 너무 아름다워서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 “신독정화술은 성공했다. 축하한다, 이안.” 그녀의 눈에서 비로소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 붓는다, 오늘 같은 날은 울지 마라.” “부어도 돼요. 한평생 붓고 살았는데요.” “이젠 다르게 살아야지.” “아뇨, 제 삶은 변하지 않았어요. 신독정화술을 해주시기 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똑같은 이안이에요.” “그래, 내게도 똑같은 이안이다.” 이안이 달려가서 검무극에게 안겼다. 그녀는 검무극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로 하면 그 고마움이 퇴색될 것 같았으니까. “또 물어봐도 돼요?” “뭘?” “왜 이렇게 제게 잘해주시는 거죠?” “묻지 마. 조만간에 또 해야 할 질문이니까.” “네?”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검무극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자랑하러 가야지.” “누굴요?” “누구긴. 널 못생긴 심장이라고 놀린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부터지.” 검무극의 말에 이안이 활짝 웃었다. * * * 이안과 길을 걸었다. 마치 물이 갈라지듯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모두 넋을 잃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들도 쳐다보았다. 어린애도 보았고, 노인도 쳐다보았다. 승려도 보았고, 도사도 보았다. 짖고 있던 개도 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다 널 쳐다본다. 기분이 어떠냐? ―너무 부담스러워요. ―즐겨라. ―저렇게들 쳐다보는데 어떻게 즐겨요? ―저 시선을 즐겨. 아, 나도 저렇게 좀 봐주면 좋겠다. ―제발 가져가세요! ―익숙해지면 그런 말 안 할걸? 천화루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기녀 중에서는 소문난 미녀들도 있었지만 애초에 비교 불가였다. 같은 아름다움이지만 이안에게서는 고귀한 품격이 느껴졌다. 화장 하나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그렇게 우린 극악소마와 천화루주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극악소마는 천화루주의 무릎에 누워 있었다. “다행히 아직 계셨군요.” “올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뭐가 그리 바쁘셨습니까?” 극악소마가 힐끗 나를 보다가 옆에 있던 이안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극악소마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안의 미모는 이 말로 종결하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워 있던 극악소마조차 일으켜 세우는 미모. “누굽니까?” “제 새 심장입니다.” “옛 심장은 어쩌고요?” “버렸습니다.” “혹시 그 못생긴 심장 죽였습니까?” 진심으로 묻는 말임을 알았기에 나는 웃었다. “네,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죽이면 어떡합니까?” “왜 그러십니까? 설마 못생긴 심장이 보고 싶으신 겁니까?” “아뇨, 아직 마차 수리할 돈 다 안 갚았습니다.” 그 말에 이안이 활짝 웃었다. 그녀가 웃자 사방이 환하게 밝아지는 착각이 들었다. 그때 천화루주가 극악소마에게 넌지시 물었다. “저 젊었을 때보다 더 예쁘네요, 그죠?” 나는 다급히 극악소마를 쳐다보았다. ‘조심해! 함정이다, 소마야.’ 제118회 건방지고 예쁜 심장. “자네가 훨씬 더 예뻤지.” 극악소마가 훌쩍 함정을 뛰어넘었다. 그의 말에 천화루주는 환하게 웃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저 정도까진 아니었어요.” “아니네. 내 눈에는 훨씬 더 나았어.” 산전수전 다 겪은 극악소마는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래도 극악소마의 시선은 이안을 향해 있었다. 그래, 누구라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에게서 눈을 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때까지도 극악소마는 함께 들어온 이안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안을 알아본 것은 천화루주였다. “축하드려요, 이 무인님.” 마치 이렇게 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는 차분했다. “감사해요, 루주님.” 이안의 목소리를 듣자 극악소마가 깜짝 놀랐다. 그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설마 그 못생긴 심장? 설마?” 얼마나 놀랐으면 설마란 말이 두 번이나 나왔다. 이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못났지만 웃긴 재주가 있던 그 심장입니다.” 극악소마가 벌떡 일어나서 이안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백색 가면의 압박에 이안은 두려움에 떨었다. 극악소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좀 닮은 구석이 있어도 아닌데. 분명 아닌데?” 극악소마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 놀리려는 겁니까?” “놀리려고 온 것도 맞고, 그 심장도 맞습니다.” “맞다고요?” 극악소마가 다시 이안을 훑어보았다. “그럴 리가요. 아니에요, 절대 아닙니다!” 강력하게 부정하던 그가 뒤쪽의 천화루주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맞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극악소마가 내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원래 이 모습인데 호신공 부작용으로 그렇게 살이 쪄 있었습니다.” “애초에 이 외모인데 호위를 했다고요? 본교 최대의 재능 낭비잖습니까?” 동시에 극악소마 최대의 극찬이었다. 이안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야 도련님을 지켜드리고 싶어서죠.” 물론 사실관계를 바로 잡은 것은 나였다. “하고 싶어서 했겠습니까? 잘 아시잖습니까? 본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본교가 그렇게 비정하게 돌아가서 우리가 마존 노릇도 하고, 후계자 노릇도 하는 겁니다. 다만…….” 극악소마의 시선이 이안을 향했다. “이번 경우는 예외로 둬야겠군요.” 그녀를 향한 극악소마의 시선에 새로운 감탄이 더해졌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아니라, 그녀의 희생에 대한 감탄이었다. 천화루주가 이안에게 가서 두 손을 잡았다. “너무 아름다워요. 축하해요.” “감사해요.” “자, 따라와요. 제가 이 무인을 완성해드리죠.” “완성이라뇨?” “화장할 줄 모르죠?” “……네.” 호위 무인으로 살면서 평생 제대로 화장을 해본 적이 있었겠는가? “살다 보면 칼 이외의 것으로 싸워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여자에게 화장은 검보다 더 강한 무기죠.” 천화루주가 그녀의 손을 끌고 방을 나갔다. 이안도 화장을 배워보고 싶었는지, 못 이기는 척 끌려 나갔다. “답답한데 우리도 나갑시다.” “좋습니다.” 극악소마와 함께 방을 나왔다. 천화루주의 거처 주변은 잘 꾸며져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았다. “이공자와 함께 있으니 정말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군요.”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무공 부작용을 해소해준 저조차도 놀랐으니까요.” 하지만 방금 극악소마가 말한 놀라운 경험은 이안이 아니라 일전의 싸움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날 싸우면서 전 우리가 백망기에게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그렇게나 강할 줄은 나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정작 놀라운 점은 백망기의 강함이 아니었다. 지금 극악소마가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공자가 죽였지요.” “소마님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죽은 것은 저였을 겁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극악소마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 소마님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역시 섭혼마존을 죽인 것이 저놈이 확실하구나!” 극악소마가 큰소리로 웃었다. “틀렸습니다. 전에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미 그렇게 믿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백망기와 붙은 거죠. 아니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왔을 겁니다.” “절 믿으셨던 겁니까? 목숨까지 걸고요?” 잠시 사이를 두고 극악소마가 대답했다. “아마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우린 잠시 말없이 그곳을 거닐었다. 생사를 함께 넘긴 경험은 우리에게 큰 감정의 굴곡을 주었다. 극악소마의 가면이 잘릴 뻔했을 때, 나는 정말 화가 많이 났었다. 내 마음속에 극악소마에 대한 감정이 그렇게나 큰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극악소마가 문득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서 선을 쭉 그었다. “우린 이제 어디까지 왔습니까?” 난 그가 내민 나뭇가지를 받아서 예전에 우리가 생존선이라 말했던 부분에 쭉 그었다.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곳까지 와야 살려주겠다고 한 바로 그곳이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백색 가면의 눈구멍 속으로 그가 웃는 모습을. 그가 진짜로 웃는 모습을. 그는 소리 내지 않고 웃었는데, 이건 화가 나서 웃는 웃음이 아니었다. 순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는 그냥 웃었다. 회귀 전 인생에서도 저 웃음을 보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이번 여행의 끝자락에서 보게 된 것이다. “물론 소마님과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은 움직일 겁니다. 이리로 더 갈 수도 있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저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됩니까?” “우린 진짜 친구가 되겠지요. 같이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같이 즐거워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위험에 빠지면 구하러도 가고. 그러다 누군가 먼저 죽으면 무덤가에 술도 뿌려주겠지요.” “전부 불필요하고 가식적이며 부담스러운 일들이군요.”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기도 하죠.” 극악소마에게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처음 목표는 적도 아군도 아닌 지점까지 가는 것이었다. 적어도 이번 여행을 통해 충분히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그때 우리가 있는 곳으로 청면이 모습을 보였다. 그가 가져온 것을 극악소마에게 주었다. 그것은 바로 백색 가면이었다. “자, 약속대로.” 극악소마는 청면이 가져온 가면을 내게 주었다. 백망기와 싸웠던 날, 내게 새 가면을 주겠다고 말했었는데 그 약속을 잊지 않은 것이다. “감사합니다.” 새 가면을 써보았다. 확실히 더 가볍고 편했다. “좋은데요? 땀도 잘 안 찰 것 같고.” “청면이 직접 만든 겁니다. 내 가면도 청면이 만든 것이지요.” “손재주가 대단합니다.” 내 칭찬에 청면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그곳으로 두 사람이 걸어들어왔다. 화장하러 갔던 이안과 천화루주였다. 나는 물론이고 극악소마와 청면까지 깜짝 놀랐다. 화장한 이안은 완전히 다른 여인 같았다. 매혹적이었고, 관능적이었다. 강렬하고 화려했다. “이 무인이 워낙 품위가 있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봤어요.” 그야말로 또 다른 절세미녀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화장이 여자의 무기라고? 그렇다면 우린 천하제일검을 보는 중이리라. “앞으로 못생긴 심장이 아니라 예쁜 심장이라 불러주마.” 극악소마도 은근히 이안의 변신이 좋은 모양이다. 그때 천화루주가 넌지시 말했다. “역시 저 젊었을 때보다 예쁘죠?” 그러자 극악소마가 이안에게 차갑게 말했다. “마차 값은 꼭 갚도록!” 한편 이들의 대화로 눈앞의 미녀가 이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청면은 정말 깜짝 놀랐다. “이분이 이 무인이라고요?” 놀란 그에게 이안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청면님. 저예요.” “정말 이 무인입니까?”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 가면 속 표정이 짐작될 정도였다. 극악소마 앞에서는 극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