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87)
생각하시다니. 정말 이공자님은 예측 불가하신 분입니다.” “지금의 나는 예측 불가한 면이 있지만, 나중의 나는 너무나도 뻔한 사람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그때라고 수하들의 목숨이 귀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 지금도 날 도와줘야 하지만, 그때도 날 도와줘야 하네.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고월이 내게 물었다.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하게.” “만약 앞으로 저보다 더 뛰어난 군사를 발견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의 부군사가 되어 나를 도와주게. 어떤가? 내 대답, 합격인가?” “합격입니다.” “섭섭하지 않겠나?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오늘부터 이 사람이 내 군사다, 이러면?” “제가 이공자님을 찾아온 것은 친분을 쌓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와 친해지실 필요 없다는 뜻이죠. 그러니 그런 상황이 오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당연한 선택도 못 한다? 그럼 군사로 있는 제가 병신이거나 나쁜 놈이겠지요. 단호하셔야 합니다. 공자님을 위해서도, 그리고 저를 위해서도요.” 고월은 확실히 통찰력이 남달랐다. 정에 사로잡히면 결국 관계를 더 크게 망치고 만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사실 이공자께서 워낙 똑똑하신 분이라, 과연 제가 필요할까 싶습니다.” “사람이 언제나 똑똑할 수는 없잖아? 나도, 자네도 실수하겠지. 그래도 둘 다 동시에 실수할 가능성은 작지 않겠나? 그러니 같이 의논하면서 가자고.” “대체 이공자께서는 어떤 인생을 살아오신 겁니까?” 그 인생을 어찌 그에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 인생 대신 사마명이 내게 했던 말을 그에게 전했다. “내가 존경하는 군사님이 그러더군. 좋은 군사란 상대방 군사보다 더 똑똑한 군사다.” “제 상대방은 무림맹 군사입니까? 아니면 그 존경하는 군사입니까?” “둘 다.” 고월은 짐작할 것이다. 내가 말한 존경하는 군사가 본교 총군사 사마명이란 사실을. 그를 능가하는 군사가 되란 의미임을. “앞으로 자네가 할 일이 있네. 정보 조직을 만들고, 중원의 모든 정보를 장악하게. 통천각보다 뛰어난 조직을 목표로 한다.” “네!” “그 일이 이렇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일인가?” 고월이 자신 있는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힘들게 절 데려오신 것 아닙니까?” * * * 며칠이 지났다. 고월은 며칠 동안 몸을 추스르는 데 집중했다. 거처는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당분간 내 거처의 객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첫날부터 쭉 그랬듯 오늘도 그는 일찍 일어나 있었다. “일어났나?”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잘 잤네.” “아침부터 어떤 일이십니까?” “자, 여기 이 돈부터 받게.” 내가 전장에서 찾은 전표 뭉치를 그에게 건넸다. “조직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할 테니 이 돈을 쓰게.” 백만 냥이나 되는 거액임을 확인했음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제가 이 돈을 들고 달아나면 어쩌시려고요?” “사람 풀어서 잡아 와야지.” “그리고는요?” “지금 만들고 있을 부채랑 비수 다시 녹여서 족쇄부터 채우고. 그리고는 가장 미운 사람에게 자넬 보여줘야지. 그때도 신비로운 느낌으로 잘 연기해야 해.” 이 농담만은 참기 어려웠는지 그가 살짝 소리 내서 웃었다. “가세, 오늘은 나가서 밥 먹자고.” 그렇게 마가촌으로 나왔는데 풍류주점 이 층에 풍천교주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풍천교주가 벌써 두 번이나 혼자 왔다고 이곳 주인장이 기별해줬다네. 자넬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어떤가? 만나보겠나?” 그렇지 않다면 풍천교주가 이곳에 두 번이나 와서 밥을 먹을 리가 없다. “네, 그러잖아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내 문제는 풀었지만, 아직 이들에게는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래, 등짐은 지고 싸워도 마음의 짐은 놓고 싸워야지. 우린 천천히 이 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81회 다른 인생 한 번 살아보자. 나와 고월을 본 풍천교주는 놀라지 않았다.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우릴 기다렸으면서 괜히 한마디 쏘아붙이는 그였다. “새 사람을 들인 것 자랑이라도 하시게?” “자랑하라고 여기서 식사하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나와 고월이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풍천교주가 고월을 힐끗 쳐다보았다. 요 며칠 쉬면서 살도 붙고 몸 상태도 좋아진 그의 모습이 적응 안 되는지 자꾸 쳐다보았다. “새 주인이 잘 해주나 보네.” “잘 먹고 잘 자고 있습니다.” “잔칫날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줄은 모르겠지?” “기왕이면 큰 잔치면 좋겠네요.” 이 둘의 관계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풍천교주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거다. 그때 내가 왜 그리 집착했을까? 지금 와서 보니 별일도 아니었는데. 아니면 이 일은 잊지 못하는 상처가 되고 한이 될까? 평생을 살았던 나이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할 수가 없다. 어쨌든 그가 침울해지기 전에 나는 화제를 돌렸다. “아버지는 만나 뵈었습니까?” “만나 뵈었네.” “그 말씀은 드렸습니까? 새로운 섭혼마존을 더 강하게 키우겠다고요.” “드렸네. 자네 말처럼 흡족해하시더군.” “다른 말씀은 안 하셨고요?” “하셨네. 청선의 무공수련은 언제까지 할 거냐고 묻더군. 내가 빨리 돌아가 주기를 바라는 눈치셨네.” “그래서 뭐라 대답하셨습니까?” “아직 신물도 찾아야 하고, 가르칠 것도 많다고 말씀드렸네.” “잘하셨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 대가로 또 신물을 요구하진 않겠지?” “그 부분은 제 군사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순간 풍천교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걸 지금 내게 할 말인가?” 나는 차분하게 풍천교주에게 말했다. “교주님.” “듣고 있네.” “본교에 오셔서 한 사람을 잃었지만 다른 한 사람을 얻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뒤돌아보는 인생을 사신다면, 그 사람도 잃게 될 겁니다.” 풍천교주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지만, 화를 내지는 못했다. 섭혼마존이 된 청선은 소홀히 상대할 사람이 아니었다. “제자로 맞은 청 소저는 야망이 큰 사람입니다. 그 사람에게 집중하십시오.” 내 조언에 괜한 심술이 났는지 풍천교주는 고월에게 화풀이를 했다. “자네 말대로 여기 이공자가 불세출의 영웅이라면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주위에 모여들 거다. 더 똑똑한 사람들도 많겠지. 넌 거기서 그저 그런 사람으로 전락하게 되겠지. 누구였더라? 아, 그때 그 족쇄! 딱 이런 사람이 될 거야.” 나는 느꼈다. 이 말은 고월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한다는 것을. 고월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말라는 풍천교주의 경고라는 것을. 이 사람, 고월을 진심으로 위하고 있다. 그때 고월이 불쑥 입을 열었다. “이공자께서 백만 냥이나 주셨습니다.” 설마 그가 이런 상황에서 풍천교주에게 돈 받은 것을 자랑할 줄 몰랐기에 나는 내심 놀랐다. “이공자가 가식을 떤다고 하셨죠? 가식을 떨어도 이 정도로 크게 떨어야 합니다.” 나도 놀랐으니 풍천교주의 놀람은 당연했다. 물론 놀람은 분노로 이어졌다. “충고는 잘난 새 주인에게나 해!” 풍천교주는 자리를 박차고 그곳을 나가버렸다. 고월이 이런 경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에게 담담히 물었다. “왜 그랬나?” 과연 의도가 있는 행동이었다. “군사로서 첫 번째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뭔가?” 고월이 날 응시하며 말했다. “풍천교주를 영입하고 싶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설마 풍천교주를 우리 편으로 들이겠다는 소린가?” 내 물음에 고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를 열받게 한 건가?”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아마도 풍천교주를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포석인 모양이다. “왜 그를 끌어들이려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잠시 사이를 두고 고월이 말했다. 생각지 못한 이유였다. “풍천교주를 살려주고 싶어서입니다.” “나와 손을 잡지 않으면 그가 죽나?” “네, 저는 그렇게 되리라 예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천마신교 교주님 때문입니다.” “우리 아버지 때문에? 왜?” 천마를 언급하고 있기에 고월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두 교주분 간의 그릇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납니다. 공자님 아버님께서는 역대 천마 중 손에 꼽히는 무재를 지니신 분이죠. 야망도 크신 분이고요. 결국 풍천교는 천마신교에게 잡아먹히고 말 겁니다.” 나는 고월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제 고월조차 없는 풍천교가 새로운 군사를 제대로 들이지 못한다면 어떤 화를 겪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풍천교주를 살려주고 싶다?” “네, 그렇습니다. 공자님의 사람이 되면 그 화를 면할 수 있겠지요.” 풍천교주를 얻는다? 그 결과 여러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실만큼이나 득도 있는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내 군사의 첫 제안인데 받아들여야지. 좋아, 풍천교주를 우리 쪽으로 끌어 들여보세.” “감사합니다.” 고월이 정중히 고개를 숙여 예를 취했다. 나는 그에게 제대로 군사 취급을 해줄 작정이다. 아버지가 사마명을 대하듯 말이다. “제가 망쳐버릴까 봐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뭘?” “풍천교주와 제가 감정적으로 깊이 얽혀 있다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까닥 잘못 그를 다루다가 풍천교가 적이 돼버릴 수도 있고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한데 왜 허락하신 겁니까?” “서로 외면한다고 괜찮아질까? 오히려 보지 않으면 미움과 증오는 더 커진다고 생각하는데? 차라리 풍천교주와 지지고 볶아서 결판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 우리 편을 만들든 원수가 되든, 어떻게든 결론을 내보자고.” 혈천도마와 일화검존처럼 말이다. 내 말에 고월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악수 한 번 하세.” 고월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족쇄보다 더 단단한 손입니다.” “만년한철을 부술 손이란 말인가? 자넬 붙잡아 둘 족쇄 같은 손이란 말인가?” “어느 쪽이십니까?” “난 둘 다 같은데?” “전 둘 다 좋습니다.” 우린 힘차게 손을 맞잡았다. 드디어 내게 군사가 생겼다. * * * 다음 날 나는 풍천교주를 찾아갔다. “중원에서 나는 좋은 차입니다.” 풍천교주는 고맙다는 말 대신 코웃음부터 쳤다. “자네 군사에게 백만 냥 준 것 자랑하러 왔나? 돈 많아서 좋겠군.” “그냥 뵙고 싶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그리고 돈은 교주님이 저보다 백 배는 더 많지 않습니까?” “백 배는 무슨! 천 배는 더 되겠지.” “그럼요. 저도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 사람입니다. 교주님 앞에서 돈 자랑 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왜 왔나?” “차 한잔하면서 담소나 나눌까 해서 왔지요.” 풍천교주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부터 보냈다. 나 때문에 쌓인 피해의식이 뒤에 놓인 신물보다도 더 쌓인 그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사실 고월과 관련해서 고민이 있습니다.” “무슨 고민?” “어제 보셨지요? 교주님 앞에서 경망스럽게 돈 자랑 하는 것.” “실망이라도 했다는 건가?” 나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약간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물론 고월이 시킨 일이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어제 고월이 돈 자랑을 한 것이다. “저는 고월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지극정성을 보인 건가?”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해봤는데?” “어쩌면 교주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