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화려하다 못해 아름다운
그 시각, 부마스터인 아쿠마 또한 한 마리의 애완 몬스터를 전담해서 상대하는 중이었다.
우워어어!
유난히 두 주먹이 큰 거대한 오우거가, 아쿠마를 향해 연신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쿵! 쿵! 하고 아쿠마가 피해낸 자리에 주먹이 부딪힐 때마다, 육중한 소리와 함께 주변 땅 전체가 가늘게 흔들렸다.
하지만 아쿠마는 그 모든 공격을 다 피해내면서 콧방귀를 꼈다.
“흥! 소용없다!”
이후 다시금 오우거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뻑! 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오우거의 오른쪽 정강이에 또 하나의 주먹 크기만 한 깊은 자국이 생겨났다.
동시에 오우거가 살짝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그걸 본 아쿠마는 확신했다.
‘뼈를 제대로 맞았어! 한 방만 더 때리면 부러지겠군!’
그래서 그는 다시금 오우거의 주먹 공격을 피한 뒤, 똑같은 부위를 한 번 더 가격했다.
빠각!
제대로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오우거가 이번엔 눈에 띌 정도로 크게 휘청였다.
그 기회를 아쿠마는 놓치지 않았다.
“끝이다!”
곧바로 위로 뛰어오른 아쿠마는, 오우거의 턱에 있는 힘껏 어퍼컷 공격을 꽂아 넣었다.
턱뼈가 완전히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오우거가 두 눈을 뒤집은 채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아쿠마는 바로 쓰러진 오우거 위에 올라탄 뒤, 전력을 다해 파운딩을 시전했다.
연이어 스무 번가량 주먹을 휘두른 다음에야 아쿠마는 공격을 멈췄다.
“후우….”
이내 숨을 고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쿠마.
오우거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는, 완전히 박살 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한 덩이 놓여 있었다.
“별것도 아니군. 뭐? 이딴 몬스터 한 마리도 못 처치할 거라고? 시건방진 새끼…!”
몸을 돌린 아쿠마가 다시금 아까 전 위쉬안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중얼거리던 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
그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분명 머리가 박살 났던 오우거가, 어느새 거의 멀쩡해진 모습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어떻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그의 시선은, 다시 두개골 모양으로 되돌아온 오우거의 머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터졌던 두 눈동자는 다시 멀쩡해져서 아쿠마를 노려보고 있었고, 전부 부서졌던 이빨들 역시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어 아쿠마를 향해 그 날카로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뇌가 그렇게 터졌는데도 다시 멀쩡하게 살아날 수 있다고?’
뛰어난 재생 능력을 보유한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몬스터들 중에서 신체 재생 능력이 뛰어난 종은 꽤 많은 편이니까.
하지만 뇌가 그렇게 손상되었는데도 살아남는 몬스터는 아쿠마 입장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우워어어!
경악한 아쿠마를 향해, 거의 다 회복한 오우거가 다시 괴성과 함께 달려들었다.
쿵! 쿵! 하고 다시금 주먹을 꽂아대는 오우거의 공격. 그걸 또다시 피해내는 아쿠마의 두 눈동자는 당혹감에 젖어 있었다.
‘이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는 거지?’
두뇌가 터졌는데도 안 죽으면 사실상 급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가 상대법을 찾아내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그때.
– 아쿠마님! 그쪽으로 몬스터 한 마리가 더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부하의 외침에 아쿠마는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
그의 시선이 왼쪽에 고정되었다.
미노타우로스 하나가, 주변의 헌터들을 전부 쓰러뜨린 후 가장 가까운 아쿠마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쿠마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 상황에서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위험한데….’
지금도 꽤 마나를 많이 사용한 상태인데, 두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면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기 전에 아쿠마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떡하지? 도망칠 수도 없고.’
이대로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에는, 위쉬안의 아까 전 말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여기서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흐아아아!!”
저 멀리서 갑자기 누군가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너무 커서 순간 아쿠마가 고막을 보호하기 위해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을 정도였다.
‘윽…뭐야?’
찢어질 듯한 고막의 고통에 아쿠마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릴 그때.
우워어어!
쿠워어어!
갑자기 자신에게 달려들던 두 마리의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일제히 고함이 터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이내 그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
놀란 눈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아쿠마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
두 마리뿐만 아니라,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모든 애완 몬스터들이 고함이 들린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이지?’
속으로 의아해할 그때.
– 무슨 일이냐?! 몬스터들이 갑자기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거야?!
이어폰을 통해 당고테가 모두에게 질문해왔다.
곧 부하 중 한 명이 대답했다.
– 그, 1호 차에 탔던 용병 한 명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러자 몬스터들이 갑자기 그 용병을 향해 몰려들었습니다!
– 뭐? 그러면 그 용병은 어떻게 됐는데?
– 현재 몰려든 모든 몬스터와 혼자 싸우는 중입니다!
– 뭐라고?!
당고테의 그 어느 때보다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충분히 놀랄 만한 상황이었다.
당장 듣고 있던 아쿠마 역시 부하의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일단 전원 몬스터 쪽에 붙어!
당고테의 지시에 곧 생존한 인원 모두가 몬스터들이 몰려든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뛰어서 그쪽으로 이동한 아쿠마의 시야에 곧 자세한 전투 장면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세상에…!”
동시에 우뚝 선 그는 충격 받아 벌어진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모든 애완 몬스터들이 몰려 있는 전투 현장.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공중을 향해 주먹이나 무기를 휘두르거나, 입에서 독을 뿜어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격하는 대상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퍽!
또 한 마리의 미노타우로스 머리를 터뜨린 사내가, 다시 거미줄을 옆에 있는 오우거의 어깨를 향해 뿜어낸 후 그걸 타고 공중 위로 날아올랐다.
맞은편의 바실리스크가 입에서 독 브레스를 뿜어냈지만, 간발의 차이로 사내가 있던 자리를 뒤덮을 뿐이었다.
거미줄을 타고 곡예하듯 날아간 그는, 오우거가 반대편 손으로 거미줄을 끊어낼 때 이미 오우거의 뒤통수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그가 손바닥을 뒤통수에 대자마자 다시 퍽! 하고 머리가 터져버렸다.
이후 다시 거미줄을 옆의 몬스터를 향해 뿜어낸 후 그걸 타고 이동하면서 다른 몬스터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묘기를 선보이며 애완 몬스터를 한 마리씩 꾸준히 처치해 나가는 사내.
손바닥 한 방에 반드시 한 마리의 머리통을 박살 내는 그는, 아쿠마가 지켜보는 내내 단 한 번도 공중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지를 않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자신이 스무 방은 넘게 때려도 멀쩡히 회복되던 애완 몬스터의 머리를 손바닥 한 방에 저렇게 쉽게 처치하다니.
그러면서 끝없이 거미줄을 이용해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화려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쿠마를 포함한 근처 부하들 모두가 전투 장면을 구경하느라 완전히 정신을 빼앗겼을 그때였다.
“…도대체 누굽니까, 저 사람?”
옆에서 들려오는 위쉬안의 목소리에 아쿠마는 흘끔 옆을 바라보았다.
위쉬안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충격받은 얼굴로 전투 장면에서 시선을 떼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아쿠마는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다시 돌렸다.
몇 초 뒤, 뒤에서 똑같은 질문이 들려왔다.
“누군가? 처음 보는 놈인데?”
당고테의 목소리임을 알아챈 아쿠마는 바로 대답했다.
“이번에 용병으로 합류한 알롭스키입니다. 마계던전 10레벨을 클리어한 강자라 처음부터 기대가 높았던 자입니다.”
“10레벨?”
당고테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되물었다.
“저게 고작 10레벨 클리어한 수준이 보여줄 수 있는 무위라고?”
당고테 입장에서는 이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당장 본인도 고작 세 마리의 애완 몬스터를 처치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롭스키라는 사내는 거진 10초당 한 마리씩 처치하고 있지 않은가.
“저 정도의 경지면… 아니, 아니야.”
머릿속에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던 당고테는 곧장 머리를 흔들어 머릿속을 비워냈다.
“이름이 알롭스키라고 했나?”
“네.”
“신대륙에 언제 넘어왔는지는 확인했나?”
“아직 자세한 신상은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전투 끝나고 자세하게 알아봐. 신대륙 넘어오기 전에 경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어디 소속이었는지, 어느 나라였는지 등등 가능한 건 다 조사하라고. 둘 다 알아들었어?”
“네!”
“네, 마스터.”
아쿠마와 위쉬안의 대답을 들은 뒤에야 당고테는 다시금 알롭스키를 바라보았다.
“알롭스키… 알롭스키라….”
당고테는 계속해서 이름을 되뇌며 눈빛을 빛냈다.
그가 용병을 보며 눈빛을 빛내는 경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퍽!
또 한 번 알롭스키라는 사내가 애완 몬스터의 머리를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남은 애완 몬스터는 단 세 마리.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그제야 당고테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일행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애완 몬스터는 알롭스키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전방에 있는 제이슨을 추격한다! 모두 돌격!”
곧 당고테를 선두로 한 보코하람 클랜원 전원이 전방의 어둠 속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을 때쯤에, 김진성은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뒤통수에 손바닥을 갖다 대고 있었다.
퍽!
마지막 하나의 머리까지 날린 뒤에야 드디어 바닥에 착지하는 김진성.
“후, 좋아. 목표 달성.”
양중근을 죽여서 얻었던 도발 스킬로 모든 애완 몬스터들을 끌어모아, 한 번에 처치한다.
다른 놈들한테 나눠주지 않고 모든 몬스터를 독식하겠다는 김진성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대충 어떤 알림창이 떴나 볼까.’
그제야 그는 눈앞을 도배하다시피 뒤덮은 알림창을 확인해 보았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30포인트 얻었습니다.
▶ 이미 상대 몬스터의 특성인 ‘변이 오우거의 괴력’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 비스 크리마를 140포인트 얻었습니다.
▶ 이미 상대 몬스터의 특성인 ‘신이 내린 강인한 육체’를 획득한 상태입니다.
▶ ….
‘…전부 기존에 잡았었던 몬스터였군.’
이미 특성을 획득한 상태라고 알림창이 떠오르는 걸 보니, 기존 몬스터를 잡아 개조했다는 무사의 말이 진짜인 모양이었다.
‘그나마 이거 하나 건진 건가?’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50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 몬스터의 종합 특성인 ‘거대한 독뱀’을 획득했습니다.
▷ 거대한 독뱀 : 다음과 같은 특성과 영구 저장 스킬을 얻습니다.
– 독 브레스 : 입에서 맹독 브레스를 1초간 뿜어냅니다. 브레스에 맞은 적은 높은 확률로 중독 상태에 빠집니다. 스킬 사용 시 마나를 200 소모합니다.
– 독 이빨 : 치아에 맹독 성분을 묻힙니다. 맹독은 적을 아주 높은 확률로 중독 상태에 빠뜨립니다. 스킬 사용 시 마나를 150 소모합니다.
– 영구적으로 민첩이 70, 힘과 체력이 50, 지능이 40 증가합니다.
이 알림창은 거대한 뱀 모양의 몬스터, 바실리스크를 잡은 직후에 떠오른 것들이었다.
‘독이라…. 괜찮은데. 상태 이상 스킬은 한 번쯤은 꼭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더라고.’
새로운 독 스킬까지 얻었으니, 오늘 전투 성과는 나쁘지 않은 편에 속했다.
일단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엄청나게 수급한 것도 김진성에게는 무조건 이득이지, 손해는 아니었다.
눈앞의 알림창을 치워낸 김진성은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짐꾼 셋. 테렘, 무사. 모피.
그들이 근처 폭파한 트럭 뒤에 숨어서 김진성을 쳐다보고 있었다.
“…….”
김진성이 그들을 말없이 쳐다보자, 테렘이 괜히 찔리는지 황급히 항변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시체처리 담당으로 여기 온 거라서, 따라가 봤자 전투에 도움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여기 남아 있는 겁니다. 절대 항명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에요!”
어느새 존댓말로 바뀐 테렘이 계속해서 김진성의 눈치를 봤다.
“…정 …불편하시면, 저희도 뒤따라 갈까요…?”
그러면서 억지로 전방으로 달려 나갈 자세를 취하는 테렘 등의 모습.
“됐어.”
김진성이 한마디 대답으로 그들을 멈춰 세웠다.
“어차피 쫓아가 봤자 못 잡아. 적들은 이미 도망간 지 한참 됐거든.”
“…정말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 테렘의 반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짓은 아니었다.
김진성이 애완 몬스터들을 거의 다 잡았을 시점에, 저 멀리 대기하고 있던 적들이 순식간에 썰물처럼 도망치는 것을 느꼈었기 때문이었다.
“곧 일행들이 되돌아올 거야. 그러니 슬슬 정리해.”
말을 잇는 김진성의 예리한 기감에는, 저 멀리서 허탈한 걸음걸이로 돌아오고 있는 보코하람 일행들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