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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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 쟁탈전
페이드는 은신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빠르게 산 정상까지 뛰어갔다.
순식간에 도착한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게 지옥이지.’
수많은 참가자들이 점점 하강하고 있는 헬기 바로 밑 착륙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살에 무기가 박히는 생생한 소리와, 귀를 울리는 발포 소리, 고함과 비명이 섞여 들려오는 착륙장 중앙을 바라보며 페이드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헬기가 다가오니 다들 흥분해서 이성을 잃어버렸어.’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생존과 죽음의 갈림길이 몇 분 남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은 몇이나 될까?
오랫동안 암살자 생활을 하면서 멘탈이 단단하게 단련된 페이드 정도가 아니면 힘들 것이다.
‘이제 슬슬 하강할 때가 됐는데···그래.’
딱 타이밍 맞게, 속도를 줄인 마법진 헬기가 천천히 착륙장으로 하강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페이드의 시야에 들어왔다.
지상까지 대략 20미터쯤 남았을 때 갑자기 헬기의 뒤쪽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밧줄을 떨어뜨리기에는 너무 높은데?’
페이드의 의아함은 곧바로 풀렸다.
열린 문 안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연이어 착륙장 밑으로 뛰어내렸기 때문이었다.
쿠워어어어!
우워어어어!
착륙하자마자 괴성과 함께 참가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거대 몬스터들.
미노타우르스 두 마리와 트윈 헤드 오우거 두 마리였다.
‘이런 변태들···!’
페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제작진을 향해 속으로 욕을 했다.
저런 거 안 떨어뜨려도 충분히 지옥 그 자체였는데, 여기서 난이도를 또 한 단계 올려버리다니.
‘소문대로 평범하게 끝내는 법이 없군.’
페이드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어느새 착륙장에서 10m 정도 위치까지 더 내려온 헬기 뒷문에서 튼튼하고 두꺼운 밧줄이 하나 던져졌다.
동시에 문 안쪽에 있던 직원이 확성기를 잡은 채로 외쳤다.
[지금부터 5분 드리겠습니다! 5분 뒤 헬기는 이륙합니다!]확성기 소리는 산 정상에 있는 모든 이의 귀에 들릴 정도로 컸다.
밧줄 근처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참가자들의 귀에는 들렸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지금이 기회다.’
페이드는 은신 상태를 유지한 채로 밧줄이 있는 장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난잡한 상황 속에서 페이드의 높은 민첩 수치는 여지없이 큰 힘을 발휘했다.
사방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스킬들과 무기 공격, 그리고 거대 몬스터들의 난동을 한 대도 맞지 않고 모조리 피하면서 밧줄 근처까지 무사히 도달한 것이다.
그가 괜히 뒷골목에서 십 년이 넘게 베테랑 암살자로 이름을 날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금 뛰어오르면 되겠군.’
페이드는 곧바로 전력으로 점프해, 밧줄 중간 부분을 붙잡았다.
이미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밧줄 제일 밑 부분과는 한참 높은 위치라, 다른 참가자들의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안전한 곳이었다.
‘이러면 내가 1등인가!’
푹!
‘······!’
그때 왼쪽 가슴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부릅뜬 눈을 내리니, 심장 부위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긴 장검의 모습이 보였다.
페이드는 바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 자신의 등 뒤에 딱 붙어서 한 손으로 밧줄을 잡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너···!”
“역시 너였어.”
김진성이 얇은 살기로 뒤덮인 두 눈동자로 바라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른 놈은 몰라도 네 능력만큼은 꼭 얻고 싶었거든.”
푹! 촤악!
동시에 검을 뽑아 든 뒤, 그대로 페이드의 목을 향해 휘두르는 김진성.
목이 절반 이상 잘린 페이드는 부릅뜬 눈을 유지한 채로 바닥에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그가 바닥에 떨어진 직후에 알림창이 김진성의 눈앞에 떠올랐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15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종합 특성인 ‘베테랑 암살자’를 획득했습니다.
▷ 베테랑 암살자 : 다음과 같은 특성과 영구 저장 스킬을 얻습니다.
– 은신 : 활성화 시 온몸이 투명 상태가 됩니다. 피해를 입으면 스킬이 중지됩니다. 활성화 시 꾸준히 마나를 소모합니다.
– 넥 커터 : 스킬 사용 후 첫 공격의 데미지가 200% 상승합니다. 단검 등 짧은 무기를 사용할 시에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나를 50 소모합니다.
– 숨기 전문가 : 투명, 잠복 등등 숨기 관련 스킬을 사용할 시 마나 사용량이 1/2로 줄어듭니다.
– 영구적으로 민첩 수치가 45 증가합니다.
‘···지금까지 사람한테서 얻은 포인트 중 제일 높아.’
강민혁과 윤아람, 둘을 죽여서 얻은 포인트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얻다니.
‘대충 이유는 알 것 같다만···. 아무튼 한참을 매복한 보람이 있군.’
알림창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한 김진성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암살자 놈을 잡기 위해, 헬기 밑 그림자 안에 숨어서 계속해서 투명 상태의 강한 기운이 감지되기를 아까 전부터 기다렸던 것이다.
난잡한 상황에 몇 번 위기가 있었으나, 끝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자, 그럼 1등으로 탈출해볼까.’
김진성은 곧바로 밧줄을 타고 헬기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 *
김진성이 페이드를 처치한 그 순간,
해설진 두 명 모두 벌떡 일어나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김진철 해설자는 박수까지 치고 있었다.
채팅방은 말할 것도 없었다.
– 와!
– 김진성이다!
– 진짜 살아있었어?!
– 미쳤다! 돌았다!
– 와 소문이 사실이었구나···정말 다행이다 ㅠㅠ
– 젠장! 믿고 있었다고~!
이미 생존 사실을 알고 있던 모니터실 직원들도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시청률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곧 역대 최고점 갱신할 거 같아요!”
“콜로세움 공식 사이트가 트래픽 과다로 터졌다고 합니다!”
“빨리 해결해! 지금 공식 중계방도 렉 걸리기 시작했어! 여기도 빨리 조치 취하고!”
갑자기 시청자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더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 직원들의 모습.
뒤쪽에 서서 그 모습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백준은, 이내 장승욱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들었다.
장승욱 역시 왼손을 들었고, 둘은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제대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대박 터졌네요.”
“그래.”
둘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모니터 안 김진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헬기 뒷문 바로 근처까지 올라온 김진성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 * *
“무기 내려놔!”
“두 손 들어 올려!”
헬기에 탑승하자마자 최첨단 복장으로 무장한 직원 넷이 마나 건을 겨눈 채 김진성에게 위협적으로 외쳤다.
김진성은 순순히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헬기 내 바닥과 벽에 그려져 있는 마법진의 모습이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마나 억제 마법진인가?’
김진성이 그리 생각하는 이유는, 이 헬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체내 마나가 아예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스킬 금지 마법진인가? 두 개 그려져 있으니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직원들은 김진성의 손목에 헌터 억제용으로 제작된 특제 수갑을 채운 뒤, 몸을 더듬어 모든 물품을 빼냈다.
“제일 구석 가서 앉아.”
직원의 말에 김진성이 순순히 가리키는 곳으로 가 막 앉으려던 그때였다.
“아! 아깝다. 2등이네.”
“······!”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에 김진성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20대로 보이는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뭐야?”
“언제 들어왔어? 무기 내려놓고 두 손 들어!”
직원들은 황급히 청년을 향해 마나 건을 내밀며 다가왔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청년은 반항할 의사가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이후 김진성과 똑같은 과정을 거친 그는, 수갑을 찬 채로 바로 김진성의 옆자리에 앉았다.
“축하해요! 둘 다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살아남았네요.”
밝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청년.
얼떨결에 악수하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바로 뒤에 접근할 때까지 아예 눈치도 못 챘어. 수갑 때문이겠지?’
체내의 마나 및 스킬, 특성 활용을 원천 봉쇄해 버리는 헌터용 특제 수갑.
이걸 차고 있었기 때문에 이 청년이 접근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고 김진성은 예상하고 있었다.
“근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안 올라오지?”
청년이 헬기 뒷문 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새로운 참가자가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 쪽을 바라보던 청년은 이내 옆의 직원에게 물었다.
“몇 분 남았어요?”
직원은 청년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시계를 확인한 후 대답해주었다.
“2분.”
“얼마 안 남았네? 이러면 10명도 탑승 못 하는 거 아냐?”
“그건 아니에요.”
김진성이 대답하는 목소리에 청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밑에서 싸우는 소리가 더 들려오지 않아요. 상황이 대강 정리되었다는 뜻이니까, 이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부 올라올 거예요.”
김진성의 말을 들은 청년은 바로 앉은 자리 옆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네?”
청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그리 중얼거렸다.
어느새 전투가 끝난 착륙장.
몬스터와 참가자들의 시체들이 즐비한 가운데, 살아남은 이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차례대로 밧줄을 타고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 청년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알아서 눈치껏 타협한 생존자들의 모습을 보며 청년은 몇 명이나 남았는지 확인해보았다.
“20명···. 이 정도면 2분 안에 전부 올라오겠네.”
아마 생존자들도 시간이 충분히 남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싸우지 않는 것이리라.
그렇게 마지막 생존자까지 헬기 위에 올라왔을 때, 마침 직원의 손목에 찬 시계가 5분이 다 되었다고 알람을 울렸다.
“이륙!”
직원이 조종석 쪽을 바라보며 외치자, 곧바로 헬기가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헬기 뒷문을 닫은 직원 중 한 명이 귀에 찬 마이크를 이용해 모니터실의 PD에게 보고했다.
“이륙했습니다.”
“네.”
그렇게 30초가 지날 때까지 계속 수직으로 상승한 헬기.
창문 밖으로 확인이 가능한 착륙장이 생존자들의 눈에 아주 작게 보일 그때였다.
콰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착륙장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이는 모습이 생존자들의 눈에 들어왔다.
생존자들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휘유~! 아직 살아있던 사람들도 다 죽었겠다. 그쵸?”
휘파람까지 불면서 감탄한 청년이 옆의 김진성을 돌아봤다.
하지만 김진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화염에 휩싸인 착륙장을 말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내 김진성 등을 태운 마법진 헬기는 빠른 속도로 예선전을 치른 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섬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생존자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 * *
[드디어, 길고 긴 A조의 예선 1차 여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정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캐스터는 제작진이 전달한 서류에 적혀 있는 수치를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A조에 참가했던 인원은 총 672명. 이중 방어군 소속으로 통과한 인원은 100명, 패자부활전을 통과한 인원은 66명, 선수로 통과한 인원은 최종 22명으로 총 188명이 통과했습니다.] [역대 예선 1차 중 가장 적게 통과한 게 아닌가 싶군요. 자세한 건 찾아봐야겠지만요.] [통과하지 못한 인원 중에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들도 많았죠?]캐스터의 질문에 해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많은 시청자의 기대를 모았던 강민혁, 페이드, 윤아람 등의 선수가 최종 생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죠.] [하지만!]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다.
[예선 A조의 최고 인기 스타인 김진성과 패자부활전 이후 새로운 신진 스타로 발돋움한 설다운 선수, 이 둘은 무사히 통과했네요!] [나란히 1, 2등으로 통과했었죠? 이외에도 방어군 소속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던 7-49번 참가자도 있었고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세 명이 과연 예선 2차에서는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이내 캐스터는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멘트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장장 7일 동안 펼쳐졌던 콜로세움 시즌 12 예선 1차 A조 경기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예선 1차 B조 경기로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해설위원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희는 내일 새벽에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해설진의 인사를 끝으로, 7일 내내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던 콜로세움 생방송 송출이 중단되었다.
물론, 내일부터 또다시 7일 동안의 길고 긴 생방송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말이다.
* * *
예선 A조 여정이 마무리된 그 날 저녁.
콜로세움의 대표 백준이, 차에서 내린 후 호위 직원들과 함께 선수들 숙소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 뒤, 통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더니 이내 한 방문 앞에 멈춰섰다.
‘면담실’이라 적혀 있는 문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두 명의 직원이 그를 향해 경례했다.
백준이 물었다.
“문제 있나?”
“없습니다.”
“열어.”
백준의 지시에 면담실의 문을 여는 직원.
방 안에는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반대편 의자에는 익숙한 얼굴이 헌터용 특제 수갑을 찬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준은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양중근 씨.”
대답 없이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전 드림 골드 마스터, 양중근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