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53
153. 새해 선물
손바닥에 꽉 찰 만큼 커다란 황금알.
어떻게 봐도 황금알이 분명하다.
귀금속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진짜 금인지 아닌지는 보면 대충 구분이 된다. 웬만하면 틀리지 않는다.
순금이 확실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관한 이야기야 익숙하지만, 실제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진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는 것도 모자라서 하늘에서 뚝 떨어지다니.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지율이가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우와아아아아! 빠아!”
지율이가 거위를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위 엄청 귀엽다아아아!”
“꺼우?”
날개를 활짝 펼친 거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황금알에 정신이 팔린 사이 지율이는 거위의 귀여움에 빠져 있었다.
보는 관점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새삼 나는 아직도 세속적이구나 싶기도 하고, 당연한 거라 생각되기도 한다.
“싹아! 친구야?”
지율이의 물음에 지켜보고 있던 싹이는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 본다.”
“그래?”
지율이는 거위를 따라 하듯 고개를 쭉 빼고 양팔을 넓게 벌렸다.
“거위야! 안녕?”
“꺼우우?”
거위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듯하더니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우렁차게 울었다.
“꺼꺼우! 꺼우! 꺼우우!”
경계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갑자기 여럿에게 둘러싸여 있으니 경계할 수밖에.
이는 야생동물이라서, 혹은 마수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거위라는 동물의 본능이기도 하다.
거위는 지능이 높은 편에 주인을 잘 따른다. 밤에 자다가도 낯선 사람이 오는 기척을 느끼면 일어나서 날개를 활짝 펴고 울면서 위협한다. 심지어 그 자세로 가까이 접근도 하고 물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과거 유럽 등지에서 번견 대용으로 거위를 자주 길렀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과거 로마군 기록이나 그림 동화 등을 보면 거위 사육 장면도 흔히 나오고.
기원전 390년의 알리아 전투에서, 신전에서 키우던 거위들이 갈리아인의 침입을 울음소리로 알려서 기습에 대처할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나.
결론적으로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을 지키는 동물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에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기껏해야 부리로 꼬집듯이 무는 게 전부니까.
그러고 보니 황금알을 낳은 거위인데도 특별히 큰 마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무룩이만큼 적지는 않지만.
“빠아, 거위가 화내.”
지율이가 조금 시무룩해졌다.
“확실히… 꽤 화가 나 보이는군.”
싹이는 거위를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나의 말에 싹이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어찌 그리 확신하지?”
“……보면 알아.”
“그런가? 대단하군.”
싹이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 싹이 입장에서는 신기할 수도 있긴 하지.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빠아, 어떡하지?”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거위를 바라봤다.
“꺼우우우!”
어떻게 타협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거위와 타협이 가능한가?
꼭꼭이하고는 어렵지 않게 친해졌는데, 거위는 또 다른 느낌이다.
“멍멍멍멍!”
핫도그가 나서서 거위에게 맞섰다.
“꺼우?”
“멍!”
“꺼우우우우우!”
거위가 위협을 하자 핫도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의외로 몸집이 제법 큰지라 위협적이었다. 핫도그가 인형처럼 작아진 탓도 있었고.
“삐삐!”
삐삐가 핫도그의 등을 토닥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자신에게 맡기라는 듯이 자신감이 넘치는 삐삐가 거위에게 다가섰다.
“삐삐. 삐삐삐삐.”
삐삐의 손짓을 보니 우리에게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같았다.
“꺼우우?”
“삐삐삐삐.”
거위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고, 삐삐는 우리를 향해 몸을 돌려 해결됐다는 듯이 손짓을 했다.
“삐…….”
그 순간 거위가 삐삐의 귀를 물었다.
“삐잇?”
“끄우우우우!”
“삐삐삐삐삐삐!”
삐삐가 바둥거렸고, 내가 다가가 도와주려던 찰나였다.
“고옴!”
곰곰이가 끼어들어 거위를 밀쳤다.
“꺼우?”
밀려난 거위는 날개를 몇 차례 푸드덕거리더니 노려봤다.
“고오오오오옴!”
하지만 곰곰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양 앞발을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꺼우우우우!”
거위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양 날개를 펼치고 노려봤다.
둘 사이에서 불꽃이 튀는데, 지켜보던 무룩이는 크게 하품을 했다.
“계속 애들하고 싸우는데 보고만 있을 거야?”
내가 묻자 무룩이는 입맛을 다시더니 대답했다.
“알았다냥.”
무룩이는 어슬렁어슬렁 거위에게로 다가갔다.
당연하게도 거위는 더욱 날개를 활짝 펼치고 위협했다.
“……이러지 말라냥. 우리는 한 식구나 다름없다냥.”
“꺼우우우웅!”
“여기서는 네가 손님이다냥. 우리 구역에 왔으면 규칙을 지켜라냥.”
순간 감동이 받아 눈물이 흐를 뻔했다.
보통 무룩이는 휴도를 ‘내 섬’, ‘나의 섬’ 등으로 표현한다. 구역으로 나눌 때도 ‘내 구역’이 기본이다.
하지만 방금은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이미 서로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지내고 있었지만, 고작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불과할 수도 있었지만, 그게 나름대로 의미가 컸다.
“꺼우우우우…….”
거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다시 위협적으론 날개를 펼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꺼우우우우우!”
그때 무룩이가 앞발을 들었다.
팡팡팡팡팡팡!
솜방망이 같은 앞발이 먼지를 털듯 거위의 머리를 연속으로 때렸다.
“그, 만, 좀, 하, 라, 옹!”
얻어맞은 거위는 아픈 것보다는 놀란 얼굴이었다.
“꺼?”
“냥!”
무룩이가 거위의 부리를 한 대 더 때렸다.
“꺼우우…….”
순식간에 시무룩해진 거위가 눈치를 살폈고, 무룩이는 잔뜩 심통이 난 얼굴을 했다.
“휴도에서 싸움은 금지다냥.”
의외로 거위는 더 이상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서열정리는 무룩이가 가장 뛰어났다.
“거위야, 반가워. 잘 지내자?”
지율이가 거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꺼우?”
지율이의 진심이 통했는지 아니면 무룩이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거위는 더 이상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지율이의 손길을 느끼고는 그 괴력이 조금이나마 전해져 겁을 먹은 걸지도 모르겠다.
* * *
“거위도 우리랑 같이 사는 거야?”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거위를 힐끗 쳐다봤다. 녀석이 네모집에서 같이 지낼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함께 어울릴 것 같기는 했다.
“응. 휴도에서 살 거야.”
“네모집에는 안 가?”
“자주 놀러 올 거야.”
지율이는 그걸로도 만족스러운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팔로 거위의 긴 목을 감았다.
“자주 놀러 와야 돼?”
“꺼우!”
거위는 부리로 황금알을 한 번 콕 가리키고는 울었다.
“꺼우꺼우!”
“이거 가지라고?”
“꺼우!”
“고마워!”
지율이는 양손으로 조심스레 황금알을 집어 들었다.
다시 봐도 황금이 확실했다.
금덩이는 귀한 것이지만, 사실 내게는 없어도 됐다. 이미 다 쓸 수 없을 만큼의 돈을 벌고 있었으니까.
그냥 예쁜 것 말고는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가 방향을 틀었다.
문자 그대로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금덩이.
이런 상황을 간절히 바랄 사람이 세상에 너무 많았다.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서 베풀어야겠다. 그러라고 받게 된 새해 선물이라고 여겼다.
“꺼우꺼우!”
거위가 울부짖자 지율이가 까르르 웃으며 따라 했다.
“꺄우꺄우!”
진짜 선물은 금덩이가 아닌 지율이의 새 친구인 거위 그 자체겠지.
“빠아!”
지율이가 내게 황금알을 내밀었다.
나는 거위를 힐끗 쳐다봤다.
“꺼우!”
내가 맡으라는 것 같았다.
“그래, 잘 보관할게.”
노란 황금알을 집어 드는데, 저 멀리 붉으스름한 옷을 입은 노란빛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 * *
아마 약 10분 정도.
모두 아무 말 없이 해가 떠오르는 걸 바라봤다.
나는 왼손에 황금알을, 오른손으로는 지율이와 손을 잡고 있었다.
아이들 모두 우리 주변에 바짝 붙어 있는 상태.
“되게 예쁘다.”
지율이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치?”
나의 물음에 지율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대답했다.
“응. 계란후라이 같아. 갑자기 계란 먹고 싶어.”
“하하하하! 이따 해줄게.”
“좋아!”
그때 거위가 지율이의 머리 위에 턱을 얹었다. 그새 친해졌다고 애교까지 부렸다.
“그런데 어떻게 위에서 떨어진 거야? 싹나무 위에서 살았나?”
지율이의 의문에 싹이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내 위에 살았다면 내가 모를 리 없다.”
일반적으로 거위가 나무 위에서 살지도 않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니 일반적이지도 않다.
가장 합리적인 답안은 차원문이 발생했을 가능성. 그것도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검은 차원문이 아닐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위에 올라가서 확인해 보자!”
지율이가 발랄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라니까.”
싹이가 단호하게 말했지만, 지율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도 올라가고 싶어.”
“어째서지?”
“햇님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기도 해.”
지율이가 노랗게 떠오르고 있는 해를 가리켰다.
“새해 일출이니 제대로 보는 게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말하면서 싹이의 눈치를 살폈다.
“그야 어렵지 않다. 너희들이야 얼마든지 올라가도 된다.”
그렇게 새해 첫날 아침은 싹나무 등반을 하게 됐다.
* * *
“다들 여기서 대기하세요. 일단 하나로 보이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고성우가 한 빌딩 옥상으로 향하며 말했다.
“웬만하면 제 선에서 처리하겠지만요.”
빌딩 옥상에 흰색 차원문이 발생한 상태였다.
차원문이 늘어나 옥상에 발을 내디디고 있는 마수는 마치 목각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자리를 잡은 고성우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준비했다.
목각인형 같은 모습의 마수는 곧 두 눈을 노랗게 빛냈고, 전신과 이어져 있던 흰색 차원문이 점차 모습을 감췄다.
‘이번에도…….’
화블 때와 같았다.
차원문에서 나온 목각인형 같은 것은 스스로가 치오키노라는 이름을 가졌음을 전했다.
‘마수가 아니다.’
고성우가 미간을 찡그렸다. 단순히 이종족이라 보기는 애매했다. 화블과 치오키노가 같은 종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마수로 볼 수도 없었고.
“후우우우우…….”
빌딩 옥상에 냉기가 내려앉았다.
평범한 숨결조차 엄청나게 뜨거워 보일 정도로 하얀 김이 났다.
눈꺼풀조차 얼어붙어 눈을 깜빡거릴 수도 없었다.
뿌득, 뿌드드득.
몸이 꽁꽁 얼어붙어 잘 움직이지 않자 치오키노가 고성우를 주시했다.
“금방 끝내주마.”
고성우가 바닥을 빠르게 미끄러졌다.
치오키노는 곧바로 반응해 손을 뻗었지만, 고성우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고성우는 순식간에 치오키노의 뒤로 가서 뒤통수를 갈겼다.
쩡!
치오키노는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을 기세로 몸이 앞으로 쏠렸다.
고성우가 곧장 치오키노의 얼굴을 차올렸다.
쩍!
치오키노는 강타를 허용하면서도 양손을 뻗어 고성우의 목을 노렸다.
쩌저저저저적.
고성우가 손에서 냉기를 뿜어내 치오키노의 양팔을 얼린 뒤 가격해 부쉈다.
쿵, 쿠쿵.
양팔을 잃은 치오키노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성우는 양손에 얼음도끼를 만들어내며 씩 웃었다.
“나무 좀 베어볼까.”
그때 빌딩 옥상에서 약 10미터 위로 흰색 차원문이 생겨났다.
‘……또? 쉴 틈이 없구만.’
* * *
나와 지율이, 무룩이 셋이서만 싹나무를 올라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아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싹나무는 나선형으로 굵은 덩굴들을 휘감아 계단처럼 길을 텄다.
무룩이가 앞장서서 걸었고, 나와 지율이는 싹나무를 오르는 자체를 즐겼다.
하지만 구름보다 높게 솟은 싹나무를 걸어서 올라가려면 너무 오래 걸릴 듯했다.
날아서 올라갈까 고민할 때였다.
―내가 돕겠다.
싹나무의 덩굴들이 움직여서 우리를 밀어 올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에스컬레이터처럼 움직였다.
“아하하핫! 재밌다! 마트에 있는 움직이는 계단 같아!”
“에스컬레이터?”
“응! 그거!”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던 중 위로 구름이 보였다.
“우와! 구름!”
지율이가 눈을 반짝이더니 입을 크게 벌렸다.
“응? 뭐 하는 거야?”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활짝 웃었다.
“구름 먹으려고?”
“뭐?”
“솜사탕 맛이 날 것 같아!”
지율이는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들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는데, 지율이가 위를 가리켰다.
“얼른! 아빠도 같이 구름 먹자!”
“하하하, 그래.”
“무룩이도!”
지율이의 재촉에 나와 무룩이도 고개를 들고 입을 벌렸다.
싹나무가 우리를 밀어올렸고, 구름이 가까워졌다.
그 와중에 옆으로 따뜻한 노란 햇살이 우리를 감쌌다.
곁눈질로 하늘의 노른자처럼 뜬 해를 쳐다봤다.
올해는 새해 시작부터 선물을 많이 받는 기분이었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5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