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8)
재해 (1)
추석 당일.
상우네 집은 아침부터 분주하였다.
“상우야, 홍동백서라고 해서···.”
아빠 정성현의 지시에 따라 상우와 3호는 음식을 옮겨 거실에 추석 차례상을 세팅하고는 제사를 지냈다.
향을 피우고,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가족들 모두 돌아가면서 두 번의 절을 할 무렵이었다.
“이야- 분신도 절 잘하네~”
3호에게도 절을 시키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쿠우웅- 쿠웅-
“여보, 오늘 행사 있어? 폭죽 소리가 크네.”
“아뇨? 저도 못들었는데요. 불꽃놀이라도 하나봐요.”
멀리서 들려오는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
그래도 상우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장손인 그가 제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절을 하려 할 때였다.
위이이이이이잉-
온 사방을 메아리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거대한 안내음이 도시 전체에 울려퍼졌다.
[현시간, 부천시에 도시급 재해 발생! 국민 여러분은 신속히 대피소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재해라고?”
재해 발생 소식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사태파악을 못하고 어버버할 무렵이었다.
콰아아앙-!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굉음과 함께 엄청난 압력이 휘몰아쳤다.
순식간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상우.
“으윽···.”
거실에 콘크리트 가루와 돌덩어리들이 휘날렸다.
삐이이-
귀에 들리는 이명소리.
바닥에 뒹군 상우는 골이 흔들리는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으으- 뭐야···.”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상황 파악이 안되어 극도의 혼란에 빠진 상우.
하지만 능력치가 많이 오른 탓일까.
감각이 스르르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상우는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광경.
그 광경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상우가 사는 아파트, 그 위에 천장이 사라져버린 것.
그리고, 그 위에 보이는 건 천장 대신 가을의 청명하고 푸른 하늘이었다.
“··· 이게 무슨···?”
상우가 사는 아파트 층수가 7층이고 총 21층 높이의 아파트인데, 그 위로 전부 없어진 거다.
몽땅 다.
게다가 그 하늘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질적인 검은 빛의 소용돌이.
포탈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선 검은색 점들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검은색 점들은 중소형 몬스터들.
게다가,
<>
아파트를 날려버린 게 분명해 보이는 아파트 높이의 고질라처럼 생긴 거대한 공룡이 상우의 옆동네 아파트를 또 날려버리고 있었다.
바로 A급 몬스터 메갈로사우르스.
쿠웅! 쿠웅! 쿠웅! ···
다행히 거대한 메갈로사우르스는 조금씩 상우가 있는 아파트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상우는 곧장 움직였다.
“엄마! 아빠! 지우야!”
그제야 거실을 둘러보니 바닥에는 부모님과 동생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다행히 아파트가 부서지면서 날아온 돌무더기는 어느 정도 3호가 막아낸 듯 했다.
상우가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신변 보호명령을 미리 내려뒀던 게 유효했다.
“3호야, 동생 깨워!”
급한 마음에 소리친 상우는, 자신의 엄마와 아빠를 흔들어 깨웠다.
겨우 눈을 뜨는 두 사람.
“으윽··· 어떻게 된 거지···. 엄마는?”
“엄마 괜찮아. 아빠, 그보다는 빨리 여기 피해야 돼.”
“··· 잠깐만, 집이···.”
“집이 중요한 게 아니야! 포탈이 열렸다고!”
상우가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때 하늘에서 상우의 집으로 무언가 떨어졌다.
팍!
낙하 충격으로 그대로 곤죽이 된 그것은 오크였다.
하지만 역시 몬스터라 그런지 생명력이 끈질겼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죽지 않고 꿈틀거렸던 것.
“··· 3호야, 끝내버려.”
그러자 3호가 대검을 뽑아들어 오크의 숨통을 끊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D급 몬스터라 그런지 마력이 바로 올랐다.
눈앞에서 죽는 오크의 모습에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상우의 부모님.
정성현은 안방으로 달려가더니 권총을 꺼내왔다.
상우 역시 방에 가서 금속 재질의 야구방망이 하나를 챙기고는 분신 1호를 역소환하고 재소환했다.
알몸으로 나타나는 1호.
‘에이전트님은 괜찮으려나? 아씨, 내 코가 석잔데···. 일단 2호야, 에이전트님을 지켜줘.’
상우는 1호를 재소환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강준모의 생사를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2호에게 강준모를 지키라고 생각으로 명령한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후 상우는 방에서 대충 트레이닝 복을 던져줘 1호에게 옷을 입히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지우를 업게 했다.
상우의 엄마 이애숙은 부엌에서 단단해 보이는 식칼을 챙기고 있었다.
“엄마, 1호한테도 식칼 좀 챙겨줘!”
“1호? 아, 알았어.”
그렇게 준비하기까지 30초도 채 안 걸린 상황.
준비가 어느 정도 되자 상우의 가족은 3호를 필두로 현관문을 나서려했다.
허나 시작부터 문제에 직면했다.
쾅! 쾅!
“아, 진짜! 이거 왜 안 열려!”
아파트가 날아가면서 현관문이 찌그러진 상태였는데, 그 때문인지 문이 꼼짝달싹도 안했다.
아무리 힘을 써도 요지부동.
“상우야, 그만해. 베란다! 베란다로 가자!”
“아빠, 잠깐만!”
그때 상우의 머리를 스친 하나의 스킬이 있었다.
───────────────
[강타/시전형(Lv.1)]: 타격에 전력을 실을 수 있습니다. 무기 착용 이후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최대의 힘으로 일격을 가합니다.
-시전 시간: 5초
-대상 기절, 경직 확률 소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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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 아침 알게 된 강타 스킬.
‘전력을 다 한다라···. 분신의 힘은 내 절반이니까 강타 스킬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
상우는 현관이 좁았기 때문에 가족들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혼자서 야구방망이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심호흡을 하며 강타 스킬을 사용하였다.
발, 종아리, 허벅지, 엉덩이, 등, 어깨, 팔까지 온몸의 근육이 절로 수축되며 팽팽해졌다.
그리고.
마치 기를 모으듯이 잔뜩 뒤로 젖혀진 상우의 두 팔이 앞으로 힘차게 내리쳐졌다.
꽝!
폭음과 함께 현관문이 삐거덕거리며 힘겹게 열렸다.
“열렸어! 가자··· 상우야, 괜찮니?”
“으윽- 괜찮아. 빨리 나가자, 엄마.”
다만 그 반발력 때문에 상우의 손이 삐끗한 점이 문제.
손이 덜덜 떨려왔다.
하지만 상우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가족들과 함께 아파트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 내려와서 본 아파트 단지 내의 풍경은 처참했다.
곳곳에 부서진 아파트 잔해들이 널려있었고, 그 사이로 패닉 상태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있었다.
“으아아악-! 살려줘!”
끼이익- 쾅!
거기에 차를 급하게 몰고 가다가 건물 잔해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돌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도로 위가 온통 아수라장이라 도저히 운전할 여건이 보이지 않았다.
헐레벌떡 차가 주차된 아파트 뒤편으로 향한 일행은 망연자실했다.
설상가상으로, 상우네 승용차는 이미 건물잔해에 깔려서 형상도 찾아볼 수 없게 된 상태였으니까.
“젠장, 대피소까지 1km는 족히 될 텐데···.”
“··· 아빠, 대피소 대신 지하실로 가자! 빨리!”
아파트에는 지하실이 있다.
몬스터 침입에 대비하여 벙커처럼 튼튼하게 만들어진 곳.
상우는 절망하는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아파트 입구를 향해 뛰었다.
아파트를 돌아가는데, 건물 잔해들 사이로 곤죽이 된 몬스터 사체들이 보였다.
분명 하늘에 열린 포탈에서 떨어진 몬스터들이리라.
아마도 낙하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을 터.
키야아악-!
까아악-!
허나 그 와중에도 살아남은 개체들이 있었다.
트롤이나 리자드맨과 같이 생명력이 질긴 녀석들.
하피, 밴시와 같은 비행형 몬스터들.
그리고, 슬라임이나 스켈레톤과 같은 물리 피해에 강한 녀석들이었다.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패닉상태로 도망 다니는 사람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뛰어!”
상우네 일행은 그 속에서 뛰기 시작했다.
최선두에서 상우의 옆에 바짝 붙어서 뛰고 있던 3호는 가까이 오는 몬스터들을 권총으로 마무리하면서 길을 텄다.
그때 달리고 있는 상우의 눈앞에 들어온 스켈레톤.
녀석은 정강이뼈가 어디로 날아가 버린 반쪽짜리였지만, 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다.
상우는 달리는 기세를 이용하여 야구방망이에 힘을 실어 두개골을 내리쳤다.
콰직-
스켈레톤의 두개골이 함몰되며 뼈무더기로 산화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수월하게 몬스터를 잡은 상우.
그는 긴박한 와중에도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이거 막타만 쳐도 쏠쏠하겠는데?’
그래도 상우는 지금은 생존이 우선이기에 서둘러 지하실로 향했다.
몬스터들을 하나둘 처리하며 움직이던 상우네 가족.
그들은 무사히 아파트 입구를 통해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에 섰을 때였다.
쿠워어어어어-
건물 잔해 위에서 3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형상이 뛰어올랐다.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팔과 다리를 가진 이족보행형 괴물.
D급 몬스터, 트롤이었다.
녀석은 지우를 업고 있는 1호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피해!”
트롤을 발견한 상우가 소리쳤다.
화들짝 놀라 사방으로 흩어지는 상우네 가족.
그러자 1호는 지우를 업은 채로 재빨리 몸을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급이 달라서일까.
1호는 트롤의 빠른 움직임과 속도에 전혀 반응하지 못했다.
트롤이 휘두르는 손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는 1호.
다행히 1호는 보호대상이 최우선인 듯 지우가 맞지 않게끔 최후의 순간 몸을 비틀었다.
퍽!
그러나 충격탓인지 멀리 날아가 떨어지며 지하실 계단 아래로 처박히는 1호와 지우.
지하실 바닥에 쓰러진 1호는 이내 벌떡 일어났지만, 지우는 미동이 없었다.
상우는 놀라서 소리쳤다.
“지우야!”
“이 괴물자식아! 죽어!”
탕! 탕! 탕! ···
3호와 정성현은 아파트 입구에 선 트롤을 향해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총알에 맞아 몸 이곳저곳에 핏물이 튀어오르는 트롤.
크아악-!
녀석은 고통스러운 지 뒤로 훌쩍 뛰어올라 아파트 밖으로 내려섰다.
트롤은 이후 이어진 사격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덩치에 비해 굉장히 재빠른 움직임.
게다가 총알이 맞더라도 녀석의 재생력 때문에 그다지 효과도 없어보였다.
총알을 피해 멀찌감치 건물 잔해더미 위로 올라선 트롤.
상우는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다.
“아빠, 지하실로 와! 빨리!”
그 말에 총을 쏘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정성현은 이내 몸을 돌려 지하실로 향했다.
그러자, 트롤이 다시 아파트 입구를 향해 쇄도해왔다.
그 속도가 워낙 빨라서 이를 무시하고 지하실로 향하려 했다간 무조건 피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빠가··· 가족들이 지하실로 들어설 동안 막아야 해!’
상우는 본능적으로 아빠의 곁을 지나 아파트 입구를 막아서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 상우를 호위하듯 양옆으로 서는 분신.
“상우야!”
“아빠, 지하실에 먼저 가 있어!”
그 말 직후 도착한 트롤.
트롤은 상우와 분신들에게 동시에 팔을 휘둘렀다.
가까스로 옆으로 구르며 피한 상우.
분신들도 피한 상태였다.
허나 재차 휘둘러진 트롤의 팔 공격을 상우는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막아!’
분신이 동시에 상우의 앞을 틀어막았다.
트롤의 날카로운 손톱에 복부가 꿰뚫린 3호.
다행히 1호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복부가 꿰뚫린 상태에서도 고통을 모르는 듯 총을 쏘고 대검을 휘두르며 반항하는 3호.
1호도 트롤의 다리에 매달려서 식칼을 휘둘러댔다.
촤악- ?-
트롤의 팔과 다리에서 핏물이 뿜어졌다.
그러나 트롤은 역시 트롤.
뛰어난 재생력 때문에 눈에 띄는 속도로 아무는 트롤의 상처들.
오히려 고통 때문에 트롤의 분노만 키웠을 뿐이다.
키야아악-!
3호의 복부에서 팔을 빼내려고 미친 듯이 팔을 흔들어대는 트롤.
트롤의 반대쪽 손은 자신의 다리를 감싼 1호의 등을 내리치고 있었다.
허나 3호는 탄약이 떨어진 권총을 던져버리고는 그 손으로 트롤의 팔을 꽉 잡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3호의 대검을 든 반대쪽 손은 뒤로 크게 젖혀진 상태.
거기에 1호는 등이 갈기갈기 난도질되어도 상관없다는 듯, 트롤의 다리를 레슬링하듯 온몸으로 감싼 채 식칼을 꽂아넣었다.
그런 두 분신의 전신 근육은 무언가를 준비하려는 듯 터질 듯이 부풀어있었다.
그리고.
5, 4, 3, 2, 1초.
5초라면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다.
촤아악-!
트롤의 두꺼운 팔뚝을 절반가량 갈라낸 3호의 대검.
트롤의 질긴 근육을 가르고 오금을 썰어버리는 1호의 식칼까지.
두 분신이 강타 스킬을 사용한 거였다.
쿠아아아아-
오금이 잘려나가 무릎을 꿇은 트롤은 고통스러운지 울부짖었다.
허나 급속도로 재생되어가는 트롤의 육체.
그러나 그때.
트롤의 앞으로 다가서는 한 그림자.
그는 두 분신이 트롤을 붙들고 있던 그 순간에도 뒤에서 ‘강타’의 힘을 모으던 상우였다.
그의 광배근은 이미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뒤로 젖혀진 야구방망이는 금방이라도 쏘아질 거 같은 활 같았다.
그리고,
“뒤져!”
무릎을 꿇어 눈높이가 비슷해진 트롤의 머리를 향해 상우의 야구방망이가 내리꽂혔다.
콰직!
두개골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D급 몬스터 트롤의 뇌수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