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70)
바티칸 교황청.
카톨릭을 종교로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어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을 법한 그 이름.
명실공이 카톨릭의 최고기관인 그곳은, 유럽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해 있다.
그 심처.
한 남자가 교황과 독대하고 있었다.
“아바돈은?”
“죽었습니다.”
“흠···.”
놀랍게도 존댓말을 한 사람은 남자가 아닌 교황이었다.
늙수구레한 교황 베네딕토 19세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그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아바돈이 죽을 정도라··· 어떻게 잡힌 것이지.”
남자는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아바돈은 움직임이 굉장히 빨랐기에 잡기 쉽지 않았으니까.
아바돈.
사실 그는 신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그러다 대격변을 맞이하여 능력을 각성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벌레를 소환하는 능력과 벌레로 변모하는 능력이었다.
“너는 선택받았다.”
그 벌레가 마치 성경에 등장했던 무저갱의 왕인 아바돈과, 그가 다루는 황충의 생김새와 흡사했기에, 남자는 그에게 아바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후 황충의 왕으로서, 아바돈은 바티칸 기사단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칠죄종의 주인을 탐색하러 간 임무에서 사망한 것이다.
“폭발에 의해 당한 거 같습니다.
남자는 미리 보고받았던 상우의 정보 분석 파일을 떠올렸다.
“흠, 자폭인 건가.”
아무리 자폭이라도 아바돈은 그 범위에서 쉽게 도망갈 수 있었을 거였다.
그런 아바돈이 자폭에 의해 죽도록 만들다니.
그는 상우가 생각보다 대단하다고 여겼다.
“내가 너무 쉽게 봤군. 역시 칠죄종의 주인이란 말인가. 흠, 베네딕토.”
“예, 마스터.”
“에르제베트를 보내게.”
“그녀를 말입니까?”
교황이 흠칫 놀랐다.
그녀는 그만큼 위험한 존재였으니까.
“악은 악으로. 잊었는가?”
남자가 교황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 아닙니다.”
교황은 두려움에 떨며 대답했다.
그런 교황을 보며 남자가 말했다.
“반드시 칠죄종은 회수하여야 하네. 이 세상에 악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니.”
남자는 매우 독선적이고도 위험한 발언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말과 달리, 그의 입은 즐겁다는 듯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 * * *
A급 던전에서의 사냥이 끝난 후.
상우는 강준모에게 연락했다.
-벌써 끝나셨어요?
강준모는 상우가 생각보다 빨리 던전에서 나와서 놀란 모양이었다.
상우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습격이요? 이런 미친···. 헌터님, 다친 데는 없으신가요? 피해는요?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강준모가 흥분했다.
상우가 차분히 얘기했다.
“저는 털끝 하나 안 다쳤어요. 아시잖아요. 저 이제 강해진 거.”
-아, 무사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그보단 에이전트님, 상의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제가 지금 바로 픽업하러 가겠습니다. 거기서 말씀하시죠.
“예, 기다릴게요.”
강준모는 바람처럼 도착했다.
택시를 잡아 헬기 이륙장으로 향하면서 상우는 자신의 고민을 강준모에게 얘기했다.
“습격한 녀석이, 역시 칠죄종이다라고 얘기했거든요.”
“음··· 그럼 이건 정상우 헌터님이 칠죄종을 가지고 있는 걸 알고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는 뜻인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좀 상황이 심각해진 거 같아요. 괜히 가족들이라도 휘말리면 골치 아프니까요.”
“맞습니다. 이거 대책을 세워야겠네요.”
“일단 어디서 공격했는지 전혀 모르니···. 후, 에이전트님. 우선 한국에 가족들한테 경호를 강화하고 싶어요. 경호원도 붙이고, 보안시설도 좀 늘리고요. 진행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습격한 괴물이 혼자가 아닐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어디서 습격했는지 알아봐주세요.”
“넵.”
강준모가 부지런히 스케줄을 정리했다.
그 모습을 보며 상우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점퍼··· 루카스 씨와 얘기를 해봐야 될 거 같아요.”
“루카스 씨요?”
“예.”
루카스.
상우가 아는 사람 중 칠죄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남자.
‘그에게 물어봐야겠어.’
루카스라면 왠지 뭔가 알고 있을 거 같았다.
강준모도 상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모든 칠죄종의 위치를 다 알고 있다고 하신 분이니 뭔가 아시겠죠. 제 생각에도 연락하시는 건 좋을 거 같습니다.”
“좋아요.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지금 바로 물어볼게요.”
상우는 예전에 받은 명함을 꺼냈다.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고급스러운 명함.
그곳에 적힌 번호로 통화를 연결했다.
뚜우우우-
일반 가정집에 전화를 하는 것처럼 벨소리가 평범했다.
그렇게 신호음이 1번 울렸을 때.
-인라이튼 그룹 회장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청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비서일 터.
상우는 루카스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렇게 잠시 후.
통화음이 넘어가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상우의 홀로그램 화면에 떠오른 루카스의 얼굴.
-상우 씨, 하루만에 다시 뵙군요. 무슨 일이시죠?
빙글빙글 웃는 루카스.
뭔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내라 자주 얽히긴 싫었지만, 상우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루카스 씨. 부탁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부탁이요? 어떤 겁니까.
루카스가 재밌겠다는 듯 책상에 두 팔을 올리며 손을 깍지 꼈다.
“제가 방금 습격을 당했습니다.”
-습격이요?
놀랍다는 반응.
상우의 말이 이어졌다.
“예. 제가 칠죄종을 갖고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는 남자, 아니 괴물이 저를 공격했습니다.”
-저런··· 그래도 무사하시군요.
“뭐, 그 괴물은 제가 끝장내버렸죠.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전 저를 공격한 그들이 누군지 궁금합니다. 왠지 칠죄종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루카스 씨라면 알고 계실 거 같아서 연락드린 거예요.”
-아하.
루카스가 피식 웃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듣자마자 어딘지 알 거 같군요.
“어디입니까?”
상우가 반색하며 물었다.
루카스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바티칸.
“예? 바티칸이요?”
어리둥절한 상우.
허나, 이내 깨달았다.
“카톨릭의 7대 죄악인 칠죄종···. 그래서 교황청에서 저를 잡으려하는 건가요?”
-맞습니다. 눈치가 빠르시군요.
“아니, 그게 무슨···.”
상우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칠죄종을 얻긴 했지만,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멀쩡한 사람을 공격한단 말인가.
루카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의 바티칸 교황청은 상우 씨가 생각하는 카톨릭이 아닙니다.
“그럼 어떻다는 겁니까?”
-아주··· 아주 썩어문드러졌죠.
루카스가 표정을 굳혔다.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묻힌 꽉 막힌 집단이 바로 바티칸 교황청, 그리고 그들이 이끄는 성전기사단입니다.
이어진 루카스의 설명.
그의 말은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대격변 이후 세계인들은 몬스터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사실 초창기만 해도 오히려 카톨릭의 위세는 강해졌다.
“종말의 때가 도래했다. 회개하라!”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라!”
수많은 종말론자들이 득세하여 우후죽순처럼 사이비종교들이 생겨났고, 공포에 질린 많은 사람들이 종교에 귀의했다.
그들은 카톨릭을 믿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하지만 각성자들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달라졌다.
“몬스터들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싸웁시다!”
각성자들을 필두로 사람들은 몬스터들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사람들은 희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교황청은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설교를 통하여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줬을 뿐.
그러나 그게 지속되면서 카톨릭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종말이 온다더니, 잘 막고 있구만. 우리도 기도를 할 게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느님은 없어. 있다면 우리도 각성을 시켜줘야지. 왜 하느님을 믿지도 않는 사람들이 각성하냐고.”
“카톨릭은 구라가 틀림없어.”
카톨릭 신자들의 다수가 각성을 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졌고, 오히려 카톨릭을 믿지 않으면서 각성했다는 사례도 등장하여 신자의 이탈이 가속되었다.
그런 민심이 심화되자 종교의 근간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때 등장한 게 바로 교황청 직속의 성전기사단이었죠. 그 이후는 상우 씨도 아시다시피 대격변 말기에 성전기사단이 상당히 활약했고, 덕분에 지금의 카톨릭이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보면 성전기사단이 나쁜 건 아니네요.”
-아주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매우 편협하니 문제죠. 카톨릭에 위해가 되는 것들이라면 가차 없이 처단하는 녀석들이니까. 로마 교황청에게 살인 면죄부를 받아서, 살인도 거리끼지 않죠. 무엇보다···.
“무엇보다 뭐요?”
-범죄자들, 그리고 괴물들을 성전기사단원들로 활용하는 게 문제입니다.
“예?”
-대격변 당시 누구나 다 좋은 쪽으로 각성하지 않은 건 알고 계실 겁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괴물처럼 변해버린 이들도 있었죠. 그리고 각성의 힘에 취해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던 범죄자들도 있고요. 각성자들이 부족했던 바티칸에서는 그들을 거둬들여 자신들
의 힘을 집행할 직속단체를 만들었고, 그게 지금의 성전기사단입니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근데 이이제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범죄자들이나 괴물들을 모아두었다고 해도, 그들로 몬스터들을 격멸하고 좋은 쪽으로 활동하게 한다면 괜찮은 거 같은데요?”
-아시잖아요. 아니라는 것을요. 당장 상우 씨도 공격당했잖습니까.
상우는 말문이 막혔다.
사실이었으니까.
-원래의 취지가 어찌됐든, 지금의 성전기사단과 그들을 이끄는 수뇌부는 편협하고 독선적인 괴물들입니다.
“이런 젠장···.”
상우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칠죄종을 얻은 이상 이제 카톨릭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
그는 루카스에게 물었다.
“혹시 중재를 요청할 수 없을까요?”
그런 상우를 보며 루카스가 화면에서 사라졌다.
팟!
상우와 강준모의 앞에 나타난 루카스.
“중재라··· 상우 씨가 원하신다면 얘기를 해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에는 중재가 먹힐 거 같지는 않군요.”
루카스가 아는 그 ‘남자’라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가 말을 이었다.
“어차피 상우는 칠죄종을 얻었고, 이를 떼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교황청에서는 이를 반드시 회수하려 들 것이구요. 회수를 하는 방법은 단 하나, 상우 씨가 죽는 방법뿐입니다.”
“끙··· 그렇죠.”
“이제 길은 하나입니다. 교황청과 맞서는 것이죠. 동양에는 기호지세라는 말이 있다지요? 상우 씨도 호랑이에 등에 올라탄 형국입니다. 교황청과 맞서는 것···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흠···.”
맞서야 한다라.
상우는 가만히 자신의 상황을 떠올렸다.
자신은 홀로 A급 몬스터를 쉽게 썰고 다닐 만큼 강자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S급 강자들에 비하면 살짝 모자람이 있었다.
‘만약 사부님과 함께 직접 교황청에 가서 중재를 요청한다면?’
그가 아는 강자 중에 가장 강한 남자, 레이븐.
가끔 유튜브 영상에 올라오는 S급들을 보더라도 그만큼 강하진 않았다. 그런 레이븐의 비호를 받아 교황청을 방문하여 수뇌부와 대면해서 얘기를 하고, 자신이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여 납득시킨다면?
‘그런데 지금 교황청은 매우 편협하다니까, 왠지 안 먹힐 거 같고···. 어렵다. 어려워.’
도저히 이 난감한 상황을 타개할 방책이 보이지 않았다.
‘대비를 하는 것··· 그게 최선인가.’
언제 자신에게 칠죄종을 회수하려고 성전기사단들이 들이닥칠지 모르기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게 최선으로 보였다.
“하··· 난감하네요. 아무튼 루카스 씨 직접 여기까지 와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미래의 파트너를 위해 이 정도는 수고도 아니지요. 그럼 이만.”
루카스가 싱긋 웃었더니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상우가 한숨을 쉬었다.
강준모도 마찬가지였다.
“바티칸이 그렇게 미친놈들이었다니··· 충격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후, 에이전트님. 일단 습격이 또 올지도 모르니 어떻게든 대비를 해야겠습니다.”
상우는 곧장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여 집에 있을 것을 당부했다.
강준모는 경호업체에 연락하여 곧바로 경호원들을 한국의 집으로 급파했다.
그리곤 강준모는 성전기사단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정보업체로 향했다.
“정보를 좀 얻은 이후에 국제분쟁위원회에 분쟁 조정 신청을 하겠습니다. 교황청에도 정식으로 항의를 넣을 거구요.”
그렇게 강준모가 떠난 뒤, 이제 남은 건 상우와 10호.
상우의 눈이 진지해졌다.
‘이거 빨리 강해져야겠네.’
그리고 강해지는 데는 스킬만한 게 없었다.
상우는 곧장 헤리티지 본사로 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