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43
43화 같이 가자 친구야! 9.
혼원도라니!
하북팽가의 보물이며 무림의 호사가들이 꼽는 무림 백대 신병(神兵) 중 하나.
‘팽가에 있어야 할 혼원도를 왜 녹림왕이 가지고 있어?’
빙화와 성탁 일행들의 표정에 의문이 가득했다.
석다물이 빙화와 백암을 번갈아 봤다.
당군악이 보물급의 무기를 선택했으니 비슷한 급의 무기를 들어 줘야 비무가 제대로 진행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석다물의 눈에 절대 혼원도에 뒤지지 않는 아니 혼원도를 능가하는 무기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백두신검, 청룡패도, 현무설화창과 더불어 백두문 오대신병이라 불렸고.
마교대전 이후 무림 백대 신병에 이름을 올린.
백암의 백호신력부와 빙화의 주작신검이 그것이었다.
그제서야 유화가 왜 빙화에게 주작신검을 들고 가라 했는지 깨달은 석다물이 빙긋 웃었다.
석다물이 백호신력부와 주작신검 중 어떤 무기를 택할지 잠시 고민했다.
당군악보다 부족한 내공으로는 도끼보다는 쾌와 환을 위주로 하는 검을 쓰는 것이 낫겠다 판단한 듯 빙화에게 말했다.
“어이 냉혈주작. 검 좀 빌립시다. 나도 좋은 검이 있긴 했는데 잃어버렸거든. 60년 전에.”
빙화가 석다물에게 검을 가져다주자 백암이 갸우뚱하며 말했다.
“문주님이 다 좋은데 허언증이 약간 있는 거 같아. 허풍이라고 해야 하나?”
철마부가 정색하며 백암의 말을 받았다.
“거 백채주는 웃자고 한 소릴 뭐 그렇게 허언으로까지 몰아붙이시오?”
“저 썰렁한 말이 농담이라구요? 농담은 웃겨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백채주는 항상 너무 고지식하고 진지한 게 문제야. 가끔 농담도 좀 하고 삽시다. 우리.”
석다물과 당군악이 각자의 병기를 들고 다시 산채 마당에 마주 섰다.
그렇게 대치한 채 한참을 서로를 노려보던 석다물과 당군악 두 사람 중에.
당군악이 먼저 혼원도를 들어 올리며 기수식을 취했다.
너무나도 명확한 팽가의 절학인 혼원벽력도법(混元霹靂刀法)을 위한 자세.
이제 당군악의 손에서 혼원보와 함께 혼원벽력도법이 펼쳐지는 순간.
극강의 뇌(雷)의 기운이 석다물을 덮쳐 가리라.
뇌의 기운.
극강의 화기(火氣)와 극강의 금기(金氣)가 절묘하게 합쳐지며 만들어지는 음양의 조화이면서 부조화인 오행 상생상극의 원리를 초월하는 묘리.
당군악이 석다물이 오행의 원리를 이용해 자신의 공격을 파훼했다는 걸 깨달은 건지.
자신이 알고 있는 최강의 도법이 혼원벽력도법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위력만큼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거라는 걸 쉽게 예측할 수 있어 보였다.
허나 석다물 또한 이미 팽가의 도법들을 여러 차례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마교대전 당시 팽가의 소가주 팽연묵에게 혼원벽력도법과 혼원보는 최상의 조합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소림의 금강부동신법과 조합하는 것이 도법을 훨씬 더 강하게 해 줄 거라는 충고도 해 주지 않았던가?
“문주의 말씀은 잘 알겠으나 제가 소림의 무공을 배울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음.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지금 상황이 비상상황이잖아. 무공도 문파가 보존된 다음에 보존하는 거지.”
“그게 합리적이긴 합니다만.”
“일단 천마만 잡을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내가 지공한테 부탁해 볼게.”
“그래 주시면 제가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 공짜 없지. 팽가도 뭐 줘야지. 안 그래?”
그렇게 해서 팽연묵이 소림의 무공 몇 가지를 속성으로 전수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이후 몇 번 더 일어났다.
당장 마교와 맞설 힘을 더 키우기 위해 각 문파가 후대에 전수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무공을 보완할 수 있을 만한 타 문파의 무공들을 서로 교환했다.
그 일은 지금 무림맹 장서각에 현존하는 무림 대부분 문파의 무공서들이 보관되는 계기가 되었다.
각설하고.
당군악의 기수식을 본 석다물의 표정이 무척이나 가벼워졌다.
이미 혼원벽력도법의 파훼법을 알고 있으니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해도 딱히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석다물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석다물 정도 되는 무인이라면 막을 수 있다 판단한 건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인지는 알 수 없으나.
피하거나 막아내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아니 죽어 나자빠지는 게 당연할 정도의 강맹한 뇌기가 석다물을 덮치기 시작했다.
혼원벽력도법의 극강의 뇌기가 혼원도를 만나 배가 되며 석다물을 향해 쏟아져 오자.
석다물 또한 예측했다는 듯 검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석다물의 첫 번째 선택은 화 대 화.
좀 더 정확하게는 빛 대 열.
주작신검 제5장 주작분광. 주작의 열기가 빛을 태운다.
혼원벽력도법의 뇌의 기운을 이루는 불의 기운과 금의 기운 두 성분 중.
불의 기운을 이루는 성질이 빛이라면 주작분광의 불의 기운은 열.
석다물은 같은 불의 기운이지만 성질은 같지 않은 음화와 양화.
즉 음화와 양화의 서로 다른 성질을 이용해 혼원벽력도의 극강의 뇌기를 제어하려 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제대로 먹힌 듯했다.
주작분광 수법에 의해 혼원도의 뇌기가 더 뻗어나가지 못하자.
급해진 당군악이 더 강한 내공을 주입해 석다물을 향해 더욱 강맹한 도강을 뿌려댔다.
동시에 혼원보의 수법으로 더 빠르게 접근해 왔다.
힘과 공력이 더 강하니 다분히 근접전을 펼치려는 의도인 듯했다.
‘걸려들었어.’
당군악의 그런 시도에 석다물이 미소를 머금었다.
석다물이 이내 검법을 도법으로 바꿨다.
청룡패도법 중 청룡이 달을 삼킨다는 청룡탄월(靑龍呑月)의 수법으로 마치 물꼬를 틀어내듯 날아오는 도강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내고는.
곧바로 다시 창법으로 바꿔 현무설화창법의 현무폭우(玄武瀑雨) 현무빙염(玄武氷焰)의 현무침세(玄武浸世)의 초식들을 연이어 펼쳐냈다.
수백 개의 창날이 마치 소나기처럼 혼원도의 빈틈을 노리고 찔러오는 듯한 환(幻).
초식의 변화가 마치 얼음의 냉기가 용암의 열기로 느껴진다는 변(變).
그리고 그 환과 변의 바탕이 되는 쾌(快).
화기를 업은 검초가 작렬하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묵직한 도법으로 바뀌어 검강을 튕겨 냈다.
이어 가늘고 날카로운 암기들이 쏟아지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 현무설화창의 절초들이 연이어 당군악을 향해 뻗어갔다
힘과 공력을 바탕으로 근접전을 펼쳐 끝을 보려던 당군악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도 공격의 기본은 베기. 베기는 곧 선.
창법의 기본은 찌르기. 찌르기는 곧 점.
아무리 빠르게 화선지 위에 수십 개의 선을 그린다 해도.
그 선들이 미처 채우지 못한 남은 흰 공간을 찾아 엄청난 속도의 환과 변으로 찍어가는 점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는 일.
당군악의 석다물을 향한 공격이 마치 달리는 들개가 나는 비둘기를 쫓는 형국으로 보였다.
물론 모든 창과 도의 대결이 이런 모양새로 전개되는 건 아니다.
모든 대결이 그렇게 전개된다면 창을 들면 무조건 도를 이길 수 있냐는 엉뚱한 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부연하자면.
이는 힘과 공력이 강한 자와 경험과 초식의 운용, 속도가 더 우월한 자의 대결에서.
그에 걸맞은 무기들이 부딪쳤을 때 나올 수 있는 그림이다.
즉 힘과 공력이 강한 당군악이.
힘과 공력을 가장 적절하게 과시할 수 있는 무거운 도를 들고.
초식과 속도 면에서 훨씬 우월한 석다물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검을 들고 운용을 창법으로 바꿨을 때나 가능한 상황이었다.
만약 둘의 무기가 바뀌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그림이며.
결국, 석다물의 무한에 가까운 엄청난 경험과 빠른 판단이 만들어 낸 상황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미 혼원보의 움직임은 모두 파악하고 있는 석다물.
당군악이 어떻게 피하고 어떻게 몸을 움직일지는 이미 꿰차고 있으니.
이제 끝내기 초식을 어떤 걸로 할지 결정하는 일만 남은 듯했다.
허나 당군악 역시 백전노장이자 소림과 팽가라는 명가의 무공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초고수.
점차 급소를 방어하기도 급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역공을 시도해 볼만큼 석다물의 창법이 눈에 익어가기 시작했고.
창법의 변화와 공격의 형식이 눈에 익어가자.
상황의 반전을 노리며 최소한 동귀어진이 가능한 회심의 한 수를 던져보기로 했다.
석다물 역시 그런 당군악의 생각을 읽었는지 또 한 번의 변화를 일으켰다.
이번엔 창법을 부법으로 바꾸었다.
창이 찌르기라면 도는 베기, 검은 그 중간쯤 어디인 찌르기와 베기의 혼용.
허나 도끼의 주된 공격 방법은 그와는 또 다른 성격의 철퇴와 비슷한 타격의 개념에 가까운 무기였다.
가벼운 검으로 부법을 펼친다는 건 형태와 무게로 볼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편법이었다.
자칫하면 그 가벼운 무게로 인해 머릿속으로 그렸던 타격의 범위를 벗어나 빈틈을 허용할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이기도 했다.
석다물은 검에 내공을 실어 검강을 발출하는 대신.
내공만큼 검에 무게를 더하는 방법을 택하며 비무를 끝내기로 작정한 듯했다.
백호신부공의 백호추명(白虎追命) 백호탈명(白虎奪命) 백호추혼(白虎追魂) 백호탈혼(白虎奪魂)의 초식들을 연이어 펼쳐냈다.
언제나 가장 단순하고 빠르고 짧은 변화를 추구하던 석다물이.
이번 비무에서는 가진 모든 걸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이건 분명 언제나 해 오던 석다물의 방식은 분명 아니었다.
‘이 비무는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니 최대한 많은 걸 보여주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승복을 받아내자’
이것이 석다물의 계산인 듯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몰아쳐 오는 석다물의 검에 맞선 당군악의 표정에 짜증과 감탄이 동시에 엿보였다.
검을 가지고 도법, 창법, 부법을 동시에 펼쳐내는 재주도 놀라웠지만.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일격을 모두 피해내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역공까지 해내는 석다물이 얄밉고 놀라워 보이는 듯했다.
당군악이 갑자기 도를 어깨에 걸치며 마보의 자세로 합장을 했다.
순간 검을 뉘어 날이 아닌 면으로 당군악의 목을 베어가던 석다물의 검이 멈칫했다.
환영(幻影)!
움직이지 않으나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며
보이는 모든 것은 환영이라는 금강부동보(金剛不動步)!!!
대나이신법과 더불어 소림 최상승의 신법이라는 금강부동보(金剛不動步)가 당군악에게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면에 환영을 남기고 사라진 당군악의 도가 석다물의 뒷목을 베어올 터!
몸을 돌려막을 시간도 검을 돌려 반격할 여유도 피할 공간도 없다.
순간 산채가 정적에 휩싸였다.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가 반쯤 넋이 나간 채.
마치 혈도를 찍힌 듯 입만 벌리고는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침조차 삼키지 못했다.
오직 두 사람의 신기에 감탄하고 위기에 긴장하고 결과가 어찌 될 것인가?
궁금함만이 산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녹림 이왕인 이괄과 오왕인 상관가인의 안색이 이상하리만치 파리해졌다.
녹림왕의 무공이 높은 건 알았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당군악이 녹림을 온전히 장악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이괄과 상관가인의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이 깊은 깨달음이 되어 두 사람에게 알려주는 듯했다.
‘이제 까불지 말아야지’
이괄과 상관가인의 결심이 들리는 듯했다.
정적에 휩싸인 산채에 석다물과 당군악 오직 두 사람만이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
석다물의 등 뒤에서 마지막 일격이란 듯 내질러진 당군악의 도.
당군악의 도가 석다물의 목덜미에 다다르기 직전 갑자기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