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70
〈 70화 〉 카페베네(2)
* * *
사람을 패지 말아라.
스승님께서 그렇게 당부하셨다.
라니엘은 눈앞을 바라본다.
그녀의 앞에는 분홍 머리의 창녀가 앉아있다.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라니엘은 생각한다.
‘이 미친년은 사람이 아닌데?’
패도 되는 거 아닌가?
꿈틀.
라니엘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2.
소녀의 표정 변화를 사라는 눈치채지 못한다.
그녀는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혹시, 델로힘의 신도분이신가요?”
“무교입니다.”
그러나, 돌아온 목소리는 싸늘하다.
“···네? 뭐라고요?”
다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소녀는 표정을 구긴 채, 사라의 옆을 지나친다. 그리곤 점주에게 주문을 하기 시작한다.
‘···어라?’
사라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리에 앉은 채, 팔만을 뻗어 소녀의 소매를 붙잡았다.
“저기요? 제가 지금···.”
“으.”
휙, 소녀가 손을 휘두른다.
마치 달라붙은 벌레를 쳐내듯, 그 손길을 뿌리친다.
‘으? 방금 으? 라고 했···?’
그쯤 되면, 사라도 눈치챈다.
저건 좋아서 돌아오는 반응이 아니다. 혐오다. 역겨운 것을 보는듯한 시선이다.
“아하?”
사라가 미소짓는다.
‘이 년이 지금 무슨···?’
소녀는 사라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은 채, 주문을 계속한다. 그 모습에 사라의 입가가 파르르 떨린다.
간혹가다 있다.
델로힘을 섬기지 않는 무교자나, 불신자들이 자신에게 혐오를 드러내는 상황이.
그리고, 그런 상황마다 성녀인 사라는 가면을 벗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곤 했다.
“어머.”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실수.”
촤악!
커피잔을 휘두른다. 그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한다. 커피가 소녀의 옷에 촤악, 흩뿌려진다.
새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얼룩이 진다.
“어떡해!”
사라는 일부러 뒤늦게 호들갑을 떨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닦는 척 하며 정작 옷에는 손수건을 대지도 않는다.
“죄송해요! 손이 미끄러져서 그만···.”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소녀의 반응을 관찰한다. 아무리 무교나 불신자라 한들 성녀인 자신에게 대놓고 욕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차마 말로 하지는 못하고, 속으로 화를 식히는 모습.
사라는 바로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허.”
그 기대는 곧 배신당한다.
“이 미친년이?”
“···뭐라구요?”
사라가 눈을 휘둥그레 뜬다.
소녀는 태연히 대답한다.
“미친년이라고 했는데.”
사라는 깨닫는다.
눈앞의 소녀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는 미친년임을. 사라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이 심한 거 아니에요? 당신 지금···.”
“미친년을 미친년이라 하지, 뭐라 하게?”
“하, 나 어이가 없어서 정말!”
사라가 손을 들어 올린다.
화난 척 연기하지만, 저런 시답잖은 욕설에 사라의 강철같은 정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마법사 덕에 욕설에 대한 내성이 생긴 탓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화난 척 연기한다.
그래야, 이 폭력이 정당해 보일 테니까.
사라가 손을 휘두른다. 절묘한 스냅을 이용한 따귀가 소녀의 뺨으로 향한다.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질 미래가 훤히 그려진다.
턱.
그러나, 그 손이 소녀에게 향하는 일은 없다.
소녀가손을 뻗어 사라의 손목을 붙잡는다.
“선빵은 네가 쳤다.”
한마디.
그리곤, 휙 손을 뻗는다. 그 손이 향하는 곳은 사라의 머리다. 사라는 코웃음을 치며 주문을 읊었다.
신성 보호(DivineProtection).
빛이 사라를 감싼다.
충분히 영창을 하진 않았지만, 저런 소녀의 따귀 정도는 방어하고도 남을 방어막이다.
‘따귀를 칠 생각인 모양인데, 그래 봐야 당신 손만 아플 뿐이죠.’
사라는 느긋하게 날아드는 손아귀를 감상한다.
어차피 저 손이 자신에게 닿을 일은 없을 테니까.
파삭!
“어?”
다시 한번, 예상이 깨진다.
그녀의 손이 너무나도 쉽게 보호막을 깬다. 그 손에서 번뜩이는 마력이 그를 가능케 한다.
사라가 당황하여 뒷걸음질을 친다.
그러나, 애당초 소녀의 손아귀는 따귀를 칠 생각이 없었다.
콰직.
그 손아귀는 사라의 머리칼을 움켜쥔다.
“꺅!”
그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소녀는 손을 뻗는다. 그 손은 이제 막 서빙된 커피잔을 쥔다.
“이거 놔요! 지금, 당신 뭐 하는···!”
머리칼을 움켜쥔 소녀의 손목을 붙잡은 채, 사라가 소녀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소녀의 반대 손에 잡힌 커피잔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이다.
“잠, 잠깐만. 당신 지금?”
“어머.”
소녀가 무표정이 중얼거린다.
머리칼을 확 잡아당긴다. 사라가 끌려간다. 사라의 목덜미가 훤히 드러난다.
“실수.”
졸졸졸.
한번에 확 쏟지도 않는다.
소녀는 적당한 기울기를 유지한 채,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사라의 목덜미로 흘려보냈다.
“꺄아아악! 미친년! 이 미친년이!”
사라는 비명을 지른다.
방방 뛰지만, 소녀의 손아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꺄악! 꺄아아아악!”
물론, 화상은 입지 않는다.
성녀의 육체는 용사에 비할 것은 못 되지만, 충분히 강하다. 그 치유력은 말할 것도 없다.
펄펄 끓는 커피를 들이붓지만, 화상의 흉터가 남지는 않는다. 곧장 회복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아무리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뜨거운 건 매한가지다.
“꺅!!!!”
새하얀 살결이 붉게 달아오른다.
뜨겁다. 뭣보다, 옷이 검게 물든다. 새로 산 흑색 마탑표 사제복에 커피 얼룩이 진다.
‘신상이!’
사라는 울상을 지은 채 소녀를 노려본다.
소녀는 여전히 커피를 들이붓고 있다. 힘으로 저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있으나···.
‘그랬다간 머리칼이 엉망이 될 텐데.’
옷과 머리칼.
둘 중 하나는 버려야 한다.
그렇게 사라가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딸랑.
“사라, 왜 늦는···.”
누군가 들어온다.
사라는 머리칼이 붙잡힌 채 문을 돌아본다. 그곳에는 자신의 연인, 용사 카일이 서 있다.
“카일!”
사라가 카일을 보며 소리친다.
“이 미친년 좀 떼줘요!”
3.
카일은 눈을 깜빡인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사라가 웬 소녀한테 머리칼이 붙잡혀있다.
그 소녀의 모습은 눈에 익다. 얼마 전 숲속에서 만났던, 라니엘을 닮은 소녀다.
그 소녀는 사라의 머리칼을 붙잡은 채, 그 목덜미에 커피를 흘려보내고 있다.
“넌 또 뭐야, 씨발아.”
“꺅! 카일, 꺄아아악!”
괜히 욕을 얻어먹은 카일은 눈을 깜빡인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용사인 카일마저 잠시 얼어붙는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카일은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사라의 한쪽 팔을 붙잡는다.
차마 소녀에게 손을 대진 못한다.
“그만 놔라.”
“내가 왜?”
“···부탁하지.”
“그러니까, 내가 왜 씨발아.”
카일이 머뭇거린다.
그 모습에, 머리칼은 소녀에게 붙잡히고 한쪽 팔은 카일에게 붙잡힌 사라가 눈을 부라린다.
“카일,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봐라.”
“아니, 지금 그게 할 말···!”
사라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라가 어이없음에 눈을 깜빡이는 와중에도··· 카일의 대처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카일은 미적미적 움직이더니, 조심스레 손을 내뻗는다. 소녀의 손을 막으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손대지 마.”
찰싹!
소녀가 카일의 손등을 때린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라의 머리칼을 놓치고 만다.
그 사실에 만족하고 카일이 사라를 잡아당기려는 순간, 이번에는 다른 것이 붙잡힌다.
“·····.”
소녀는 사라의 옷깃을 붙잡았다.
조금 전까지 커피를 들이붓고 있던 사제복의 목깃을.
“데려가던가.”
그리곤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라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카일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리곤 입술의 움직임으로 말한다.
‘어떻게 좀 해봐요, 빨리!’
카일은 잠시 눈을 감는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저 소녀에게 손을 대는가.
아니면 옷이 찢어지더라도, 사라를 잡아당기는 게 맞는가. 속으로 그 가치를 저울질한다.
‘···자동 수복 능력이 있던 거 같은데.’
옷을 살 때 그런 기능도 있던 걸로 기억한다.
용사는 결단을 내린다.
“미안하다 사라.”
“···예?”
“좀만 참아.”
부우욱!
옷이 찢어진다. 사라가 경악한다. 카일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케이프를 벗어 사라에게 둘러준다.
“푸흡.”
그리고, 소녀는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커피에 얼룩진 부분을 손등으로 탁, 하고 턴다. 옷에 내장된 주문이 옷을 곧장 수복한다.
얼룩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깔끔해진 상태로, 소녀는 고개를 돌려 점주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알렌씨, 미안해요. 커피 한 잔만 다시 줄래요?”
“어··· 어어···.”
“아, 거기 있네. 그거 가지고 가면 되겠다.”
본래 사라가 포장해갈 목적으로 주문해 놓은 것.
소녀가 그것을 휙, 챙긴다.
점주인 알렌이 말릴 틈도 없이, 그것을 자신의 몫과 함께 챙긴 소녀가 손을 흔든다.
“그럼 담에 또 봐요, 알렌.”
그리곤 유유히 카페 밖으로 빠져나간다.
카일은 소녀를 막지 않는다.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카일과 소녀를 번갈아 바라봤다.
“카일?”
배신감에 젖은 눈동자로 카일을 본다.
“카일, 뭐해요 지금?”
“···아플리아의 교수에게 잘못 손을 댔다간···.”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라가 눈을 부릅떴다.
카일의 손길을 휙 쳐내고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은 따로 자요. 실망이에요.”
삐진 듯이 사라가 등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카일은 생각했다.
‘···오늘은 레미아와 자면 되겠군.’
썩 나쁜 일은 아니었다.
4.
레스티 엘레노아.
그녀는 아까부터 방실방실 웃으며 커피를 홀짝이는 라니아 교수를 흘겨봤다.
꼭 웃음꽃이라도 피는듯하다.
그 티 없이 맑은 미소를 보며 레스티는 생각한다.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
카페를 들렀다 온 뒤로 유난히도 기뻐 보이는 모습이다. 카페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응? 뭐, 속이 시원하긴 하네.”
그리 말하며 라니아 교수가 커피잔을 흔든다.
그 각도가 몹시 절묘하다. 레스티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 맞아.”
그러다, 이 기쁨을 공유라도 해야겠는 양 그녀가 환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레스티, 혹시 주문 회로가 새겨진 의복 알아?”
“아, 흑색 마탑에서 진행 중인···.”
“그래, 그거에 비밀이 하나 있는데.”
라니아 교수가 손을 쫙 펼쳐 보였다. 그곳엔 옷의 목깃처럼 보이는 천 쪼가리가 들려 있었다.
“그 의복은 보통 ‘목깃’에 회로가 뭉쳐있거든. 거기서부터 경추 부분을 감싸는 옷감에 회로를 새기는 게 효율이 가장 높으니까.”
“음··· 그 부분이 마력을 빼내기 좋으니까요?”
“그래, 그거지.”
라니아 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손에 쥔 천 쪼가리를 흔든다.
“한마디로, 이것만 뜯어버리면 옷에 붙은 회로가 작동을 안 한단 거지.”
“···그런가요?”
“응, 너도 나중에 써먹어 봐.”
···그런 걸 어디에 써먹지?
레스티는 문득 든 의문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홀짝일 뿐이었다.
오늘따라 커피가 좀 뜨거운 것 같기도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