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의뢰 (2)
“어, 맡으실 건가요?”
카시우스가 돌아간 뒤, 아저씨는 몇 분째 신음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스클레오스 아저씨는 결국 한숨을 쉬며 답했다.
“안타깝게도 카시우스 님의 말이 옳다. 나는 저 집안의 형제들끼리 우애가 좋다는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구나. 저 의뢰는 받는 편이 나을 게다.”
카시우스가 죽자마자 그 동생들은 서로를 향해 칼질하느라 연고도 없는 이 도시의 대장장이에게 해코지할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카시우스 님께서 우리의 지원 없이 승리한다면 우릴 가만두지 않을 테고.”
나는 방금 보았던 카시우스라는 인간에 대한 이미지를 정리해보았다.
자신의 죽음조차도 차분히 선택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사람,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기 집안에서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자신의 적과 그 동맹에게 되돌려줄 복수란··· 상상하기 싫었다.
“그럼, 카시우스 님이 주문한 암기들을 만들어야 하겠군요.”
일주일 뒤까지.
저 막대한 주문량을 빠르게 쳐내야 한다.
“직접 재보진 못했지만 카시우스 님 본인과 그분의 하인들, 그리고 형제들의 신체 치수를 받았다.”
스클레오스는 동료 대장장이들을 불러놓고 뭔가 빼곡히 적힌 진흙판을 내려놓았다. 5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하인, 그리고 세 형제와 카시우스 자기자신까지 총 9명의 명단과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일단 저택 내부에서 전투를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팔찌와 발찌를 설계하겠소. 그리고 반지는 악수를 할 때 독침이 튀어나오도록 하고, 목걸이와 귀걸이는 착용시 독극물이 새어나오게··· ”
실제로 사용자의 목숨을 살리고 적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무기들이다. 그만큼 설계와 제작은 신중히 이뤄졌다.
“스클레오스 님, 카시우스 본인이 이 팔찌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 그 나이에 여전히 여우사냥을 다닐 만큼 정정한 사람이야. 절대 무거운 금팔찌 좀 들었다고 지치지는 않을 거다.”
그러면서 무기임을 숨길 수 있을 만큼 심미적으로 뛰어나게.
“우선, 꿀벌 문양을 도드라지게 새깁시다. 카시우스 님의 조상이 양봉 사업으로 가문을 일으켰으니.”
“거기에 카시우스라는 상인은 해상 중개무역으로 이름이 드높지. 파도 무늬로 팔찌 테두리를 장식하게.”
스클레오스의 진두지휘 아래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아름다운 암살도구들이 탄생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수십 년간 그와 합을 맞췄을 장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로의 역할을 나눠 마치 하나의 몸에 달린 손발처럼 착착 움직였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부품이 마치 원래 한 몸이었다는 듯 착, 하고 맞물리며 조립되는 모습은 쾌감마저 불러일으켰다.
“잘 보거라. 단검이 빠져나오면서 착용자의 손목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여기서 구조를···”
-푸슉.
“돼지고기는 잘 잘립니다! 그런데 가죽을 뚫고 들어가지만 뼈를 자르지는···”
“어차피 급소를 위주로 노려서 일발로 죽이는 물건일세. 그 정도 강도는 필요 없어. 기한은 일주일이야. 그걸 준수할 생각이나 하게.”
돼지의 살가죽과 고기로, 또는 겹겹이 겹쳐놓은 모직물이나 삼베로, 그 칼날의 강도와 예리함을 시험한다.
“독침은?”
“악수를 너무 세게 해야 빠져나오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안 하면 평상시에 위험해져서···”
“악수 세기로 독침이 튀어나올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하책일세. 위의 보석을 누를 때 독침이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바꾸지.”
그 과정에서 무기들은 끊임없이 그 구조와 자재를 바꾸고, 바뀔 때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
일주일의 기한을 두고 봤을 때, 닷새만에 무기들 대부분이 완성되었고 엿새만에 그것들의 품질이 보증되었다. 그리고 이레가 되었을 때는···
“#$%#, 부탁한다.”
“···정말 괜찮을까요?”
완제품들을 배달할 때가 되었다.
“보통 이렇게 비밀리에 의뢰받은 물건은 직접, 아니면 사람을 보내서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 카시우스 님의 휘하에는 고작 다섯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쪽에 여유가 있을 리 없으니 우리 쪽에서 사람을 보내야 해.”
“그래도···”
“그리고 우리 작업장에서 이름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건 너뿐이다. 네가 아니라면 누구든 대문에서 얼굴을 보이자마자 무슨 목적으로 방문했는지 드러날 거다.
“하아, 알겠어요. 대신 테오 형도 데려가도 되나요?”
“흠··· 그래. 일신상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호위를 맡기거라.”
테오 형은 군말없이 나를 따랐다. 등에 ‘물건들’을 포함한 짐을 나눠지고, 형은 허리춤에 단검을 숨겼다.
“조심해서 따라와. 혹시 모르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오 형이 앞장선 채 우리는 귀족들의 거주지구로 걸어올라갔다.
진흙 벽돌과 목재로 지은 집들이 등뒤로 사라지고, 이내 백색의 석재로 외관을 장식한 거대한 저택들이 줄지어 선다. 크지 않은 도시의, 하나의 대로를 걸었는데도 냄새와 분위기가 일변한다.
그리고 거리에서 이런저런 악취가 가시고 한결 향기로운 냄새마저 나기 시작할 때, 우리는 경계를 시작했다.
테오 형이 정해진 위치에 멈춰섰을 때, 꿀벌 문양이 새겨진 대문이 우리들 앞을 가로막았다.
카시우스의 저택이었다. 테오 형이 어깨에 올려놨던 비둘기가 날개에 붕대를 감은 채 날아올랐다.
듣던 것과 같이 안 그래도 커다란 저택을 세 개나 허물고 합친 장대한 규모.
이곳을 상관 겸 하인들의 숙소로도 활용했던 만큼 200명이 훌쩍 넘는 식솔들이 전부 거주하고 업무를 보려면 이런 크기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그러나, 지금 남은 인원 수는 듣기론 최대가 50여 명. 갑작스레 살 사람을 잃은 저택은 호화스러움 속에서 어쩐지 모르게 버려진 공간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도 풍겼다.
내가 쾅쾅 두드리자, 대문이 살짝 열렸다.
“누구이십니까? 오늘 예정된 손님은 없었습니다만.”
우리가 그 예정된 손님이었다. 테오 형은 단검이 숨겨진 허리띠를 한 번 의식하고는 답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희는 분명 주인님의 명에 따라 이곳에 왔습니다만··· 분명 이 집의 귀하신 분들 중 저희를 아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저희를 아시는 분’이 누군지는 일부러 모호하게 뭉개고 넘어가자, 하인은 살짝 열린 대문 너머로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문을 활짝 열고 우리를 맞았다.
“누가 당신네들을 부른 건지는 곧 확인하겠소. 저기 구석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시오.”
“···감사합니다.”
우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런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칼 찬 하인 둘이 양옆으로 따라붙었다. 그 모습을 보고 테오 형이 작게 속삭였다.
“팔···찌를···”
-쿠당탕!!
그리고 속삭임은 끝마쳐지지 못했다.
복도 옆으로 난 문에서 피투성이의 누군가가 문을 박차듯 뛰쳐 나왔다.
칼을 뽑아든 사내들이 방에서 따라나와 피투성이의 사내를 둘러싼다.
“바, 반역자들! 가문을 일으켜 세우신 게 누, 누군데··· 카시우스 님의 정당한 재산을 이렇게···”
“닥쳐! 네놈 주인이 저택 어디 숨었는지 말해!”
“그, 그분은 네놈들의 주인이기도 하시다, 이 개새끼들아!!”
우리를 안내하던 이들이 칼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우리를 노려보았다.
“···무시하고 계속 걸으시오.”
“저, 저건 살인이 아닙니까? 이 도시에서 정당하지 않은 살인은 사형을 구형할 죄···”
“계속 걸으라니까.”
이내 높이 들어올려진 칼날들이 번쩍이다 중력의 힘에 의해 그것들이 아래의 사람에게 떨어져내렸다. 짧은 비명, 그리고 침묵.
테오 형이 중얼거렸다.
“···이제 아군이 네 명 남았나?”
“당신, 뭐라 했는지 잘 안 들리오.”
“별 건 아닙니다.”
슬슬 우리가 안내받은 구석방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정을 끼고 ㅁ자 모양으로 생긴 저택의 한 귀퉁이, 우리의 앞에는 문 하나가 있는 것 말고는 벽으로 막혀 있었다.
“저 방은 비어 있습니까?”
“음? 아, 그렇지. ”
“확실합니까?”
“뭐, 잠깐 들르는 남의 집 하인들 머무르는 방인데 누가 있겠나?”
“그렇다면 잘 됐군요. @#$$, 준비해.”
“으, 응?”
테오 형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았다. 뭐라 제지하기도 전에, 테오 형의 옆에 있던 하인은 경동맥이 그어지며 쓰러졌다.
“이, 이 새끼가 무슨 짓을···”
“팔찌!!”
“아, 응!”
나는 끼고 있던 팔찌의 버튼을 누르고 내 옆에 있던 하인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푸슉.
“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의 허벅지를, 튀어나온 단검이 꿰뚫었다. 그리고 비명지르며 비틀거리는 그의 입에 테오 형의 칼날이 박혔다. 목 뒤로 뿔이 자라나듯 칼날이 튀어나오고, 다시 들어갔다.
그렇게 적이 둘 쓰러졌다.
그러고도 쓰러뜨릴 건···
“저 놈들 뭐야!”
“에워싸!!”
약 40명 남았다.
이제 어쩔 거냐고 묻기도 전에, 테오 형은 쓰러진 하인의 어깨에서 활과 화살을 뺏은 다음 빠르게 장전해 쏘았다.
-쉬시시시시싯!
가장 가까이 다가오던 하인의 미간에 화살이 돋아난다.
그 다음으로 다가오던 하인은 왼쪽 볼로 화살촉이 들어가, 오른쪽 볼로 튀어나왔다.
“히, 히힉!”
“어서 접근해, 이 겁쟁이 새끼들아!!”
구석으로 물러나며 테오 형은 후방에서의 습격가능성을 차단하고는 외쳤다.
“당장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가장 먼저 오는 새끼는 목이 꿰뚫려 죽는다!”
테오 형은 가까운 하인 하나의 가슴께에 화살을 한 대 더 박아넣으며 그 말을 증명했다.
이런 류의 시간 끌기는 매우 효과적이다.
모두가 ‘한 사람만 먼저 가서 희생하면’ 나머지가 이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먼저 가서 희생하는 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1분인지 10분인지 모를 대치가 이어지다가 문득 적들 사이에 깨달음이 퍼져나간다.
가장 먼저 돌격해서 희생할 한 명이 될까 두렵다면···
“다 같이 뛰어들어!!”
“으아아아아아!!!”
그 한 명이 될 가능성을 나눠지면 그만이다.
중정에 모여 있던 열댓 명의 사내가 한꺼번에 달려들자 테오 형은 침착하게 가장 빠른 세 사람을 쏘아죽인 뒤 활을 버리고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
“$#$#!”
“알았어!”
나는 즉시 자루 속에 들어가 있던 목걸이와 귀고리를 투척했다.
적들의 얼굴에 정확히 맞은 귀고리는 깨뜨려지면서 그 안의 독극물을 하인들의 눈과 코에 흩뿌렸다. 물론 착용했을 시에만 극독을 흘리게 설계된 물건들이라 큰 효과는 없었다.
“주, 죽여, 크아악!”
-서걱.
대신, 테오 형이 그들의 목을 노릴 찰나의 시간은 벌 수 있었다.
“어차피 여긴 열네 명 정도밖에 없었어. 나머지는 저택이 넓어서 흩어져 있으니까, 한 사람 한 사람 차근차근 죽여 나간다는 생각으로. 알았어?”
“···뭐?”
마치 잡초 뽑는 농부 같이 여상한 말투에 내가 얼이 빠진 목소리로 답하자, 테오 형은 앞으로 한 발짝 걸어나갔다.
“이렇게.”
테오 형이 칼날로 한 일 자를 긋자, 날아오던 칼날 두 개가 휘청이며 물러났다.
그 틈을 타, 한 하인의 가슴 가까이 파고들어 심장을 찌르고 나머지 한 사람의 왼쪽 눈과 귀를 베어버렸다.
“끄아아아악!”
그가 휘청이자 테오 형은 그의 배를 발로 차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적과 부딪히게 했다.
두 사람이 뒤엉켜 움직이지 못하는 틈에 테오 형은 빠르게 두 사람의 가슴을 꼬치처럼 꿰어 죽여버렸다.
이제 남은 건 아진까지도 돌격해오지 못한 겁쟁이들 너덧 명.
14 대 2의 절대적인 수적 우위에서도 움직이지 못하던 이들이다.
눈앞에서 열 명 가량이 죽어버리자 그들은 전의를 잃고 몸을 덜덜 떨었다.
테오 형이 바닥에서 활을 주워 한 놈의 머리통을 관통하자 그들은 도망칠 수 없단 걸 알고 뛰어들었다.
“$@@, 네가 왼쪽 한 놈의 다리를 맡아.”
“으, 응?”
“반대쪽 팔찌!”
“알았어!!”
“애새끼가!!!”
나는 나를 향해 위에서 휘둘러지는 칼날을 가까스로 피한 뒤 다리에 달라붙어 양 손목에서 튀어나온 단검으로 허벅지와 종아리를 망설임없이 베었다.
그가 휘청이는 틈을 타 테오 형은 두 사람의 목을 베어넘긴 뒤 이쪽으로 와서 그의 가슴팍을 비스듬히 그어 버렸다.
“···맙소사.”
마지막 한 사람을 베어넘긴 순간, 이 큰 집이 고요로 가득 찼다.
유혈(流血)은 고요 속에서 정원의 흙 아래로 스몄다.
나는 소름이 끼쳤다.
조용히 테오 형을 돌아보자 테오 형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냉정한 얼굴로 시체들을 주시하며 돌아다녔다.
-푹.
-푸슉.
···확인 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한 명 한 명의 시체에 칼을 꽂아 넣으면서. 실제로 몇몇 죽은 척 숨어 있던 이들이 바람빠지는 소릴 내며 버둥거리다 죽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생애 첫 살인이다. 테오 형이 물리쳐준 것도, 멀리서 활로 깔짝댄 것도 아니다.
아직도 손이 떨린다. 손목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살 속을 파고들 때의 감각이 여전히 불쾌하게 꿈틀거렸다.
하지만 테오 형은 태연했다.
“다 죽인 게 아냐. 해봐야 3분의 1?”
“이, 이런 짓을 두 번이나 더 해야 한다고?”
“그건 아닐 거야. 뭐, 그래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적들이 사라지자 테오 형은 바닥에서 신중히 새로운 무기를 골라 손에 쥐었다. 여기서 본 것 중 가장 날카롭게 제련된 칼날이었다.
“창고 쪽으로 가자, 카시우스 님이 이 저택 안에 있다면 거기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놓겠지.”
테오 형과 나는 빠르게 달려 창고로 향했다. 그 가는 길에 지키고 있던 한두 명씩 선 병사들은 테오 형이 빠르게 베어버리며 지나쳤다.
“죽여버려!!”
“카시우스를 잡아!!”
-쾅!!
“···카시우스 님?”
“아, 자네들 왔군.”
카시우스는 여전히 품위 있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창을 꼬나쥔 채 가까이 다가오는 적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주위에 선 폴래몬과 다른 하인 한 명 외에는 아군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일단 저새끼들 죽이고 마저 죽여!
“네!”
“우와아아아아!!”
적들은 합리적인 판단을 했는지 10여 명의 병사들 중 반 정도가 우리에게 달려왔다. 형은 가까이 다가오는 세 명을 붙들어 시간을 끌었다.
“@#$#$, 뒤로 물러나 있어!”
“아, 알았어!!”
내가 아까 던지지 못한 목걸이를 던져 엄호하자, 형은 그새 세 명을 베어 죽이고 나머지 이들을 향해 돌진해들어갔다. 혼자서 몇 명씩이나 상대하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이 열댓 명을 감당한다는 건 무리다. 심지어 테오 형도 방금의 전투로 지친 상황이다.
심지어 아까 형이 말한 대로라면···
-타타타타타탁.
아직 수십 명의 적들이 더 남아있다.
“뭐지?”
“못 보던 어린애입니다. 어떡할까요?”
“목격자가 남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나?”
내가 선 창고 입구 쪽으로 걸어오던 세 명의 남자가 서로에게 말했다. 그 중 한 사람은 내가 만나보았던 카시우스의 형제 중 한 사람이었다.
“죽여야지.”
-스르릉.
어린아이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주저없이 칼날들이 뽑힌다. 세 명의 건장한 성인 남성이 걸어온다.
“아··· 망할···.”
어떡하지? 이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후우웅.
손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소리가 난다.
오른손에 익숙한 감촉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움켜 쥐니 내 팔힘에 꼭 맞는 무게감이 오른팔을 당긴다.
헤파이스토스의 선물.
허공에서 망치가 나타나는 이적에 남자들이 놀라서 움찔거린다.
“저게 무슨···”
“신성한 기운이 느껴집, 니다.”
그러나 딱 그뿐.
순간의 놀람은 곧, ‘무슨 일이 더 일어나기 전에 치워야 한다’라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어지고.
“당장 죽여버려!!”
“넵!”
더 빠른 발걸음, 더 강하게 휘둘러지는 칼날이 내 몸을 향해 다가온다.
아까와 크게 달라진 듯하지 않은 상황. 실제로 달라진 건 내 손에 쥐어진 망치 하나뿐이다.
-후우우우우웅!
-쾅!!
그리고 그 하나가 모든 걸 바꾼다.
“뭐, 뭐야?”
갑자기 망치가 알아서 위로 치솟더니 바닥에 내리 꽂힌다. 대리석 타일들이 쪼개져 그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올라 가까이 다가오던 남자 둘의 정강이를 할퀸다.
“끄아아악!”
“애새끼가 건방지게!”
망치가 그 묵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스스로 공중에 떠오른다. 나는 아홉 살의 악력으로 겨우 손잡이를 쥐고 있을 뿐이다.
적들은 다가오고, 망치는
“콰드드득!”
앞서오는 적의 두개골을 부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