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25
-띵. 띠리리리딩···.
“쓰읍··· 조율이 별로군.”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 마카온은 자기 조부 쪽 혈통의 부르심이라도 받았는지, 갑자기 리라를 꺼내들고 싶어졌다.
마치 조부 아폴론이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연주 실력이라는 두 가지 프리패스를 지녔음에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는 마카온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다.
“아, 아카이아인들은··· 이길 수가 없다!”
“도망쳐라! 도, 도망쳐! 타락한 파라오가 소환한 장발의 악마들이란 말이다!!”
“제군, 저 새끼들 전부 죽여버려라!!!!!!”
“알겠습니다, 디오메데스 님!!!!!!”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전장 한가운데라 어쩔 수 없긴 했다.
지루했다.
“마카온 님! 얘 손가락이 까졌습니다!! 피가 난단 말입니다!! 다, 당장 고쳐야···”
“···죄송합니다. 이렇게 저희 아킬레우스가 폐를 끼쳐서···”
“뭐, 뭐, 뭐해? 피가 나잖아!!!! 당장 치료 받으란 말이야, 파트로클로스!!!!!!”
이 따위로 전장 한가운데서 연애질이나 하는 머저리들 빼고는 누구도 군의관 마카온을 찾지 않았다.
일반 병사들이 가끔 헛짓거리하다가(그러니까 약탈한 보물과 미소년을 두고 서로 주먹질을 한다거나.) 부상당해 오는 건 치료하는 맛이 없었다.
그러나 영웅들이 썩은 짚단을 베듯 손쉽게 바빌로니아인들을 도살하고 나면 남는 환자는 적들 아니면 그런 모지리 등신들 밖에 없었다.
그에게도··· 영광이 필요했다.
가장 중요한 군의관이랍시고 배후에 빠져, 파트로클로스 손가락에 박힌 나무 가시 빼주는 일이나 아킬레우스의 호들갑 들어주는 일 말고 뭔가 유의미한 과업을 이루고 싶었다.
아버지는 죽은 자도 살려내고 온갖 업적을 세웠다. 지난 트로이아와의 전쟁에서도 그는 위대한 영웅들의 싸움에 끼어 그들을 죽음의 문턱으로부터 끄집어냈다.
차라리 무슨 바빌로니아의 왕중왕이니, 아시리아의 왕중왕이니 하는 인간들이 나서서 파라오 때처럼 강렬한 존재감이라도 보여주면 나으련만.
다들 혹한에 나라가 휘청이니 해적떼 좀 나오는 일에는 아예 신경을 꺼버린 모양이었다.
-띠링. 띵!
“마카온 님! 리라나 튕기지 말고 파트로클로스 좀 봐주십시오!”
“아, 제기랄··· 네 멋대로 해···. 그 정도 가지고 죽을 거였으면 이미 하투샤랑 싸울 때 죽었···”
-스륵.
“너희, 또 여기서 노닥거리나?”
“···오디세우스 님?”
아, 구세주가 와주는군. 마카온의 표정이 밝아진다.
“파트로클로스는 애 아냐. 원래 얘가 너보다 나이도 많잖아! 이거 갖고 안 죽으니까 당장 뛰쳐나와!”
“지난번에는 하투샤의 대왕들한테 피떡이 됐었는데요!”
“따지지 말고 나오기나 해!!”
“···아, 이타카의 왕이여.”
“아! 미안하오, 에피오네의 아들이여. 뛰어난 의사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곧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나 마찬가지지. 곧 나가겠···”
오디세우스의 말을 막으며 마카온은 품고 있던 파피루스를 내밀었다. 화려하게 봉인되어 둘둘 말려 있었다.
“이것부터 받으시오.”
“···이게, 뭐요?”
“파라오로부터의 전언이오.”
“이걸 왜 그대가 전달해주시오? 그대는 의사이자 위대한 장수잖소?”
그야 할 짓 없이 후방에 죽치고 있으니까.
마카온이 괜한 열패감에 입을 다물고 흐느끼는 사이, 오디세우스는 파라오가 보냈다는 서신을 펼쳐 읽어내려갔다.
-‘이타카의 왕이여, 돌아오게나. 그대의 지친한 벗이 곧 피람세스에 온다네.’
“아!! 드디어!!!! 얘들아, 너희 나 없다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들 죽이고 있어라. 마카온, 서신을 전해주어 고맙··· 왜 울고 있소?”
“···알 것 없소.”
“그렇소? 알겠소. 아무튼 내가 떠나야 한다고 동료들에게 전해주시오.”
“이제는 전령 취급이오? 하, 맙소사!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이 아니라 헤르메스의 아들이었나 보오! 아버지! 할아버님! 당신들의 자손이 이렇게도 욕을 보고 있습니다!!!!”
-띵! 띠리링!
‘뭐야···. 갑자기 리라 들고 왜 저래.’
오디세우스는 마카온의 절규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아카이아의 왕들 중에서 유일하게 범상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키고 있는 자는 자신뿐인 듯했다.
오디세우스는 서신을 척척 접어서는 걸음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그의 ‘지친한 벗’, 파리스를 만나러 갈 때였다.
흡혈 (3)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 나의 오랜 벗이여!!!!”
“그러니까··· 파라오께서 말씀하신 나의 지친한 벗이 그대였소?”
“그렇지. 뭔가 문제라도 있소?”
“···.”
아냐.
네가 그런 표정 짓지 마. 간식 먹기 전에 잠깐 장난 좀 쳐봤더니 내가 자기 몫까지 다 먹어버린 줄 알고 울먹이는 이노 같은 표정 짓지 마. 징그럽단 말이야.
“치,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우리들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던 건 알겠소. 하지만 이 정도면 우리 사이에도 미운 정이든 뭐든 쌓일 만도 하지 않소? 우리 사이가 고작 이 정도였소?”
아니, 우리 사이가 뭐가 어쨌는데.
···뭐가 어쨌냐니까.
···
···
···
···하, 진짜 신경쓰이게.
“···친구 맞소.”
“역시! 그럴 줄 알았소! 우리 이타카는 아카이아에서 트로이아에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이자 우방이고 혈맹 아니겠소?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