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45
“그러니 준비해놓은 것들부터 다시 말하시오, 미시아의 왕자여. 이것은 스파르타의 여왕으로서 내가 우방에게 부탁하는 것이오..”
“···알겠습니다. 우선 남쪽 도시들에 나무 말뚝을 배치하는 법부터 가르쳐주겠습니다. 우선은 이렇게, 고지대에 땅을 파고···.”
-쾅! 쾅! 쾅!
그 소리에 스파르타의 여왕과 미시아의 왕자가 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시종의 말을 들으며 에우리필로스는 여왕에 대한 모든 의심을 지운다.
“큰일입니다!! 남쪽 해안에서 켄타우로스들과 트로이아인들 간의 전투가 일어났다고···!”
***
테오는 예전부터 잘 훈련된 비둘기를 여럿 데리고 있었다.
그러나 훈련된 비둘기라 해서 목적지를 자기가 알아서 찾아가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비둘기의 귀소 본능을 활용하기에, 훈련을 통해 곧장 어떤 장소를 집으로 생각하고 돌아가게 만들어야만 한다.
즉, 전서구는 한 번에, 편도로, 하나의 장소로밖에 움직일 수 없다. 이 머나먼 스파르타 땅에서 쓸 수 있는 전서구는 많지 않았고 결국 테오와 헥토르 역시 직접 달려온 전령에게서 라코니아 해변에서의 전투 소식을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망설이지 않았다.
“저는 당장 흩어져 있는 근위대원들과 철쇄대원들을 규합해 움직이겠습니다. 헥토르 님은···”
“해야 할 일을 하지. 남은 일을 부탁하지.”
헥토르는 곧장 스파르타로 달려들어갔다.
“헤, 헥토르 님? 여기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헥토르 님!!”
수천의 적들이 스파르타 왕국의 해안에 나타났다. 설령 하투샤만 한 배후가 있다 하더라도 단숨에 바다를 건너온 수천의 병력이라면 저것이 적의 본대라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었다.
즉.
-쿵!!!!
“문을··· 열어주시기를 청하나이다, 스파르타의 여왕이시여.”
더는 헥토르가 거취를 숨길 이유가 없어졌다.
그가 이곳에서 죽은 사람처럼, 없는 사람처럼 지냈던 것은 그가 있다는 사실에 적들이 전략을 수정할까 걱정해서였으니까. 철쇄대원들과 근위대원들이 수병으로 위장했던 것과 같은 이유였다.
마찬가지로, 이제 거취를 숨길 필요가 사라진 헥토르가 스파르타 주위에서 눈치를 볼 이유 또한 사라졌다.
“다들 비켜라. 스파르타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왔다. 그런 나를 막는다는 것은 곧 트로이아의 보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테니.”
“그, 그게 아니오라···여왕께서는 지금 당장 장로들을 만나고 계시니···”
“장로들이 트로이아의 왕자보다 더 고결하고 중요한가? 스파르타의 여왕께서 나를 그리 여기는가? 내가 그렇게 이해해도 무방하겠나?”
“···.”
지위로 상대를 위압하는 일은 헥토르가 반기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써야 할 순간에 권위를 쓰는 법을 모르지도 않았다.
헥토르가 눈을 부라리며 말하자 곧장 시종들과 병사들이 비켜선다. 어차피 저들 모두가 창칼을 들고 덤벼들어도 헥토르 한 사람을 당해내지 못할 테니 특별히 불충은 아니었다.
그리고, 헥토르는 드디어 헬레네가 있는 방 문앞에 섰다. 저 너머에 그녀가 있다. 홀로? 아니면 시종들이 둘러댄 바와 같이 장로들과?
“···도리아인 장로들은 우선···.”
“···당장 항복할 것들··· 일단 불충한···어느 도시를···.”
웅성이는 것을 들어보니, 일단 홀로 있는 건 아니었다.
“···여왕이시여,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가 당신을 뵙고자 합니다.”
헥토르는 자신의 목소리에 약간의 노기가 담겨 있음을 깨닫고 놀란다. 그래, 그는 화가 난 상태다.
“불사조 근위대원들이 주로 포함되어 있던 부대가 큰 피해를 입고 해안으로부터 물러났습니다. 적들은 이미 저 해안에 상륙했고, 이 땅의 왕이자 백성들의 목자 되시는 당신께서 무엇이든 조치를 취해야···”
“필요한 조치는 취해지고 있습니다.”
문 너머에서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순간 문 너머에서의 웅성임이 멎어버리고 이런저런 덜그럭대는 소리와 숨소리만 남는다.
“···그대들은 전부 나가시오. 나는 트로이아의 왕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테니.”
헬레네의 선언에 이윽고 문이 열리고, 나이가 많고 적은 장로들이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헥토르는 정말로 오랜만에 헬레네의 얼굴을 마주한···.
“···왜, 그러십니까?
“아,아니, 여왕이시여, 그···.”
“예. 제 꼴이 말이 아니겠지요.”
헬레네는 자신의 금발을 신경질적으로 베베 꼬면서 헥토르와 불안한 눈동자를 마주친다.
그 피폐함, 그 불안함, 그···고뇌.
“헬레네 님,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헥토르 님, 지금 중요한 것은 제 일신의 사정이 아니리라 믿습니다.”
헬레네가 힘없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까딱거린다.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우나 창백하고, 눈에는 핏기가 드러나있다.
갑자기 이유 모를 행동을 이어가는 헬레네를 만나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리라, 그렇게 헥토르는 생각했다.
심지어 트로이아에 대한 배신도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트로이아를 꺾고, 오이노네를 죽이고, 자신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존재를 얻기 위해서 말이다. 어처구니 없는 상상이지만, 그만큼 그때의 상황도 어처구니 없었으니.
하지만 이렇게 수척해진 헬레네는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면, 다르게 여쭙겠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해야겠습니까?”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헥토르 님? 뭘 이해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당신의 상태가 지금의 전투와 연관이 있습니까?”
헬레네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헥토르는 그것을 긍정의 표현이라 여기고 연달아 화살을 쏘아내듯 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도 모르게 무언가를 이어가셨지요. 또, 전쟁을 대비하라 말씀드렸더니 그를 무시하듯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무시한 건 아니었습니다. 남쪽의 시민들 중 많은 이들이 여왕의 명에 따라 무장하였지요.”
“···.”
헬레네의 얼굴에 기이한 침묵이 감돈다. 헥토르는 왠지 모를 불안에 말을 이어간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무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시에 모든 도시가 대비되지도 않았습니다. 저희가 군사적으로 당신을 위협하였음에도 당신은 가만히 계셨습니다.
아니. 가만히 계시는 것 이상이었습니다. 저희 병사들에게 저항하지 말라고 휘하 군주들에게 전달하였다고요? 저는 들었습니다.
대체 왜 그러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설혹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왜 진작 제게 전달하지 않았는지···”
“프리아모스의 아들 헥토르, 당신은···”
헬레네의 말이 헥토르의 말을 끊는다.
“당신은··· 명예로운 분이시죠. 그래서 제 생각에 반대하시리라 여겼습니다. 미안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모르시겠어요? 무장하지 않은 이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 잘 못 들으셨나 봐요?”
헥토르는 잠시 스파르타의 위성도시 몇 곳을 떠올린다. 무장하지 않은 채 남아있던 부족들 몇몇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몇 가지 발견한다.
“···해안도시, 메넬라오스에게 협력한 이들, 도리아인.”
“고향으로 돌아온 제게 소극적으로 협력한 이들.”
단지 정치적인 숙청일 뿐이었는가? 이 시급한 상황에?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들도 있었는데.”
헬레네는 쓰게 웃었다.
“미끼입니다. 괴물들에게 던져줄 미끼.”
“···.”
“제게는 펜테실레이아 님 같은 무략이니 오이노네 님 같은 지략은 없으니까요.
그만한 값을 치러야죠. 우방들이 구하러와줄 때까지.”
헬레네가 불충한 이들을 제물 삼았다.
헥토르의 얼굴이 굳는다.
라케다이몬 (3)
[아카이아인들에게 죽음을!!] [반역자들에게 파멸을!!!!] [우리가 이 남쪽 땅의 주인이 될 것이다!!!!!!]클레이다이오스의 병사들은 짐승과 같이 포효하며 기뻐한다. 그들의 몸이 얼어죽은 시체처럼 딱딱하고 창백하게 변했어도, 그들의 왕이 그들 모두를 희생시켰어도 그들의 사기는 드높았다.
어차피, 가만 있었으면 얼어죽었으리라는 사실을 모두 알았으니까.
그들은 영혼 없는 시체 따위가 아니었다. 또한 그들은 클레이다이오스의 명령에만 따르는 기계나 노예도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었다. 단지 영하의 체온을 지니고, 자기 보호 본능에서 오는 한계까지 근육을 가동시켜 제 몸을 혹사시킬지라도 그들은 인간이었다. 아직까지는.
그들은 분명 클레이다이오스에게 공언받았다.
그들의 왕이 아카이아 땅을 지배하게 되고, 저 수많은 족속들을 무릎 꿇리는 날 그들 역시 원래대로 되돌아오리라고.
원래대로 되돌아온 도리아인 백성들과 그들의 왕이 이 따뜻하고 풍요로운 땅의 주인이 되고, 그들 앞에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한 저들은 그들의 노예가 될 것이다.
도리아인들은, 그들의 정당한 군주에게 충성을 다 바친 이들은, 살아서는 그 노예들의 주인이자 고결한 귀족이 되리라. 죽어서는 엉킨 운명의 실타래를 되돌린 공적으로 엘리시온에 가리라.
그들은 그렇게 약속받았다.
그렇기에 첫 전투가 다소 좋지 않게 끝났을지언정 그들은 환호할 수 있었다.
“위대한 분이시여! 우리는 준비되었습니다! 우리는 적들을 짓부수고 적들의 도시를 지배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막 라코니아 지방의 한자락 해안을 지배하게 되었을 분이지만, 곧 아카이아 전역이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리라. 이날의 초라한 승리는 훗날의 장대한 영광을 위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메세(Μέσση), 아우게이아이(Αὐγειαί), 오이틸로스(Οἴτυλος)까지. 틴다레오스의 딸 헬레네가 차지한 모든 도시가 곧 그들의 것이 되리라.
그렇게 그들은 곧장 인근의 마을들로 진격해 그 초라한 진지를 거침없이 무너뜨렸다.최소한의 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으니 다들 쉬이 항복하고 학살당했다.
그들에게는 무려 이 시대에 두 번째로 등장한 ‘기병대’가 존재했다. 켄타우로스들 역시 위대한 새 왕의 지도 아래 군대로 조직되었다. 그렇게 최초의 켄타우로스 군단이 여러 아카이아 족속들을 말발굽 아래 뭉개버렸다.
그리고 최초로 이 지역의 대도시, 메세에 다다랐을 때.
“준비··· 다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