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철혈 길드 본성.
파프닐의 승전보를 받은 철혈패군은 만면에 가득 미소를 띠었다.
“아주 잘했네! 이번 승리로 파이브스타 놈들도 철혈을 물로 보면 안 된단 걸 알았겠지!”
“감사합니다.”
“으하하하, 꼴도 보기 싫은 대기업 길드 놈들에게 한 방 먹이니 속이 다 시원하군.”
철혈패군은 껄껄 웃으며 다가와 파프닐의 등을 쳤다.
“역시 그때 자네를 고용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하하.”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남다른 걸 알아봤지. 사람들을 오래 만나다 보면 그런 게 보인단 말이야. 남들이 다 뭐라 할 때 내가 억지로 밀어붙였는데, 보게. 지금 누가 유일하게 잘 싸우고 있는지를. 으하하하!”
어째 들을수록 자기 자랑이 섞여 들어가는 것 같은데.
대충 대답하며 넘기던 도중 관심을 끄는 말이 들려왔다.
“철혈일검, 이검 놈들보다 자네가 나아. 그놈들, 돈을 그렇게 받아 놓고도 할 줄 아는 거라곤 배신이나 농땡이밖에 없지.”
“철혈쌍검이 뭘 했습니까?”
“하아, 그게 말일세…….”
철혈이검은 일단 싸우긴 하는데 미적지근하고.
철혈일검은 아예 자기가 만든 세력까지 전부 내팽개치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파프닐은 살짝 놀랐다.
솔직히 그 세력이면 당장 전부 처리해도 평생 건물주는 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철혈패군에게서 독립해도 되고, 다른 걸 해도 될 텐데…….’
원작에선 묘사가 안 된 인물이다 보니 자세한 이유까지 짐작하는 건 무리였다.
“아무튼 정말 잘해 줬네. 독고 그 녀석도 말만 번드르르하지 실속은 하나도 없던데. 이렇게 보니 누가 진짜배기인지 확실히 내 눈앞에 나타났구만.”
“감사합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내가 선물을 준비했네.”
철혈패군이 손짓하자 스킬북과 검은 구슬 하나가 운반되어 왔다.
-하데스의 권역(에픽)
-사용 시 주변 지역을 검은 어둠의 땅으로 변화시킨다. 해당 땅에선 모든 아군의 어둠 속성 스킬 효과가 10% 상승하며, 소환한 언데드가 죽어도 3초 후 자동으로 다시 부활한다.
주문을 외울 것 없이 언데드가 나오고.
소환된 해골병을 부숴도 영역 안이라면 즉시 부활하는 효과를 가진 막강한 광역 필드 스킬!
“이게 있다면 파이브스타 놈들도 자네를 한층 더 무섭게 보게 될 걸?”
“……! 감사합니다.”
mp 소모가 많긴 하지만, 그만큼 지불할 대가가 충분하다.
“그리고 이건 리치의 라이프 포스 베슬일세. 장비를 만들건 다른 데 쓰건 알아서 하게.”
“알겠습니다.”
별동대를 이긴 것 치고는 과한 선물이지만, 이후 파이브스타와 여러 대형 길드들과 같이 싸워 달라는 투자의 의미라면 달라진다.
이대로 철혈에 눌러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또 문제가 생길 거다.
“흠, 그런데 파프닐 이 친구. 왜 이렇게 밥을 맛없게 먹어?”
“네?”
“자꾸 깨작깨작 손만 대고 있잖나. 기껏 유니크급 요리들로 채웠는데, 주인공이 그러면 쓰나.”
“아, 하하, 그게…….”
“아니면 뭐…… 현실 아니면 못 먹는 그런 류야? 그럼 나중에 자리를 마련하지.”
계속해서 말이 쏟아져 나오는 철혈패군.
선물은 받았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과는 가까워질 빌미를 주면 휴일이나 새벽에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나 메시지가 올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철혈패군에게 치하를 받은 파프닐은 곧바로 전방 요새로 이동했다.
필드 위에는 대교단을 비롯한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다들 어제는 잘 쉬었나?”
“잘 못 쉬었지.”
성큼, 마포대교가 걸어나왔다.
“이 새끼, 우리는 그냥 몰이만 하면 된다고 하더니 그런 사지에 밀어넣어?”
“안 죽었으니 된 거 아닌가? 이겼잖아.”
“그걸 말이라고!”
“어허, 마포야.”
그 때 올림픽대교가 걸어 나왔다.
“이해해 주게나. 마포가 솔직하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이 친구도 감사하고 있으니까.”
“림픽이 형님! 무슨…….”
“어제 한숨도 못 잤다며? 나한테 전화해서 화상으로 술이나 한잔하자던 건 마포가 아니라 울산이었나?”
“크헉……!”
단숨에 침몰하는 마포대교.
올림픽대교가 주변으로 손짓했다.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실적이 있으니 우리들도 할 말이 없지.”
“맞습니다.”
“어제는 진짜…… 오랜만에 게임 제대로 하는 느낌이던데.”
“짜릿했지, 오크 전선 때 이후로 처음 다시 느껴 보는데. 그냥 아찔아찔한게…….”
별동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자 대교단원들도 각자 1~2레벨씩 레벨이 올랐다.
평소 얻기 힘든 공헌도와 실전 명성을 크게 번 것은 덤.
그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플레이어 집단과 싸우며, 파프닐의 말이 효과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거다.
-이게 되네……?
-여기서 이렇게 피하면…… 오?
몸으로 배우고 체득하며 효과가 있단 걸 자각했고, 그걸로 실적을 크게 냈다.
이제 대교단원들은 더 이상 파프닐의 지휘에 이견이 없었다.
“뭐, 그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만.”
“음?”
“패군 길마님이 추가로 병사들을 붙여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아, 그거 거절했는데.”
“뭣.”
올림픽대교는 순간 숨이 막혔다.
“자네 미쳤나? 우리들 고작 백오십여 명인데, 이걸로 수천 수만 대군을 어떻게 하겠다고!”
“이번에 잘 해냈잖아.”
“매일 이번처럼 된단 보장이 없잖나. 파이브스타가 바보도 아니고, 또 우리들만으로 어떻게……!”
“가능해,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 판타지 게임 속이니까.”
스테이터스만 있고, 스킬만 갖춰진다면 누구나 초인이 될 수 있다.
고레벨 유저는 수백수천 명을 이기고, 말도 안 되는 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 줄 수 있는 거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했다.
“그래도 대신 사람들을 좀 데려오긴 했지.”
“사람들?”
“들어와.”
파프닐의 말에 문이 열리고 일단의 인원이 들어왔다.
대교단 사람들 사이에서 ‘오’ 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저 녀석들, 요툰 전장 팀인가?”
“맞아. 요새 전선에서도 한가락 하는 놈들이었는데, 저 친구들이 왜 여기에?”
낚시왕비룡을 비롯한 기존 철혈에서 붙여 줬던 파프닐의 수하들.
파프닐이 떠났지만, 계속 듀라한을 사냥하며 강해진 이들은 충분히 보조를 맞출 만한 전력으로 성장했다.
“파프닐 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다들 게임 안 접고 잘 큰 걸 보니 기쁘군.”
파프닐은 씩 웃고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어차피 대규모로 움직이면 파이브스타도 그에 맞춰 대처를 한다.
전선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면서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숫자.
대교단과 낚시왕비룡의 팀이면 충분했다.
“올림픽대교.”
“음?”
“내가 대장이니 부대를 이끄는 동안에는 호칭을 통일하지. 존댓말로 하도록.”
“아……그렇군. 알겠습니다. 파프닐 부대장.”
“바로 움직입니까?”
“스톤헤드 요새를 지켜도 되고, 아니면 다른 필드에서 파이브스타의 군대를 쳐도 되는군.”
부대가 편성되었으니 이제 행동에 들어갈 차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파프닐이 순간 예상 외의 말을 꺼냈다.
“오늘은 일단 재정비를 하고, 이틀 후 여기 다시 모이도록 하지.”
“바로 안 간다고?”
“바로 안 갑니까?”
아니, 여기서 휴식을?
“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 갈까?”
“그럴 리가요!”
“헉, 저도 괜찮습니다.”
대교단과 낚시왕비룡 모두 고개를 저었다.
파프닐의 스케줄에 엮인 경험은 둘 모두 공통.
말 한번 잘못 했다가 그 지옥같은 일정을 더 빨리 하는 건 사양이었다.
“좋아, 그럼 이틀 후 다시 모이지. 그동안 자유행동 하도록.”
부대를 해산시킨 뒤.
홀로 남은 파프닐은 메시지 창을 켰다.
“이제 슬슬 그 일을 해결할 때군.”
***
아덴 시 교외의 숲.
파프닐은 그곳에서 존스 박사와 재회했다.
“그 후 어떻게 잘 나오셔서 다행입니다.”
“자네도 잘 탈출했군.”
다시 만난 존스 박사는 날이 잔뜩 서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등에 칼을 맞았는데 경계를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인사를 하고 싶지만 그 전에 물어야 할 게 있군. 왜 나를 죽인 겐가?”
나왔군. 파프닐은 심호흡을 한 후 대답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어?”
“활빈당 놈들, 특히 전우치에게서 탈출하는 방법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군. 결국 자네가 우리들을 속이고 혼자 살아 나간 건 변하지 않는데.”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쪽도 마냥 숙여야 할 건 아니지.
“대신 유물들을 더 많이 지키지 않았습니까.”
“어?”
“제가 가기 전 마지막으로 전우치랑 크라켄을 싸움 붙였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뒀으면 놈이 유물들을 다 부쉈을 텐데, 그건 박사님께도 좋지 않은 일 아니겠습니까.”
“끄으음…….”
존스 박사의 표정이 괴이하게 변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사가 중얼거렸다.
“……나?”
“네?”
“죽거나 도망쳤냐는 말일세, 그 활빈당의 전우치란 놈.”
“아.”
죽었나?
“확실하진 않은데, 아마 도망쳤을 겁니다. 놈도 샌드 크라켄을 사냥하기엔 준비가 부족했으니까요.”
“후…… 알겠네.”
철컥.
홀스터에 총을 집어넣은 박사가 말을 이었다.
“이번엔 특별히 용서해 줌세, 하지만 두 번 다시 나를 속이지 말아 줬으면 하네.”
“알겠습니다.”
“의뢰도 완수한 셈 치고…… 그런데 그 쫄쫄이 아가씨는?”
아, 칠흑의 사신을 말하는 건가.
“암살자인데 딱히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내버려 뒀습니다.”
“흠…… 따로 알고 있었던 게 아니었군.”
암살자들은 보복을 피하기 위해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먼저 서신이라도 오지 않은 이상 약속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나도 성의를 보여야지.
그때였다.
막 파프닐과 존스 박사가 이야기를 나누려는 순간.
쉬쉭, 단검 대여섯 개가 파프닐을 노리고 쇄도했다.
“무슨!”
“왔군.”
단검을 걷어 낸 파프닐이 거리를 벌렸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 개 같은 새X…… 드디어 찾았다. 뒤질 준비는 됐냐?”
“칠흑의 사신. 설명을 들어 봐라.”
“설명은 무슨. 이제 네 차례다. 영감은 빠져!”
“어, 어억!”
존스 박사가 다가오려는 순간 눈앞에서 칼이 솟구쳤다.
철저히 파프닐 하나만을 노리겠다는 뜻.
‘이거 위험한데.’
애초에 설명을 듣겠다면 칼을 휘두르지 않았을 거다.
해골병을 소환하고 카라미트의 사령철을 몸에 둘러 몇 겹의 방벽을 둘렀지만, 안심하기엔 일렀다.
“3호!”
“딸그락!”
“너무 슬퍼하지 마. 얘네 다 죽으면 그다음은 네 차례야.”
어둠 속에서 날아온 단검이나 표창이 착실히 데미지를 누적시킨다.
‘칠흑의 사신…… 진짜 암살왕이라 할 만하군.’
최고의 암살자란 말이 허명은 아닌지.
작정하고 숨어서 공격하자 아예 위치나 스킬 자체를 감지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 꽤나 성가셨다.
-대단하군, 저 나이에 벌써 저 정도의 무위라니.
‘어느 정도길래 그럽니까?’
-내 시대에서도 일류, 아니 절정급 실력이라고 평가될 만하지.
‘그게 대단한 겁니까?
-물론! 전란의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평화롭기 짝이 없는 때야.
카라미트의 말을 들으니 더욱 실감이 갔다.
그래도 나중에 나오는 공간 은신술 같은 기술은 아직 안 보여 다행이었다.
‘이거 진짜 답 없네.’
물론 지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공격을 못 하니 이길 수도 없다.
그뿐인가, 칠흑의 사신이 항상 목을 노린다는 중압감은 결코 쉽게 여길 수 없는 것이었다.
‘하, 진짜…… 이건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다음 순간.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칠흑의 사신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군단으로 앞을 막던 파프닐이 갑자기 해골병을 해제하더니, 몸에 두른 철까지 전부 스스로 벗었기 때문이다.
‘포기한 건가? 그렇다고 안 죽일 줄 알면 오산이야!’
지난번에도 가까이 들어가다가 역습당해서 충격적인 패배를 한 바가 있다.
칠흑의 사신은 침착하게 일격을 준비한 뒤 온 힘을 실어 쇄도했다.
그 때였다.
“차원 가르기의 비전 스킬북! 그거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
뚜둑! 퍽!
급히 방향을 트느라 미처 중심을 못 잡은 칠흑의 사신이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