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3)
23화
“오크 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요새 서쪽에 오크들이 집결하고 있어. 녹색 오크뿐만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도 같이 있다.”
파프닐이 전달한 몬스터들의 합공 사실은 요새의 기사나 장교 들에게도 들어갔다.
장교들은 곧바로 대응하려 했지만, 그러려면 정보가 더 필요했다.
“어떤 몬스터가 얼마나 있는가, 오크들은 어떤 놈들이 있나, 진영이나 군대가 어디로 움직이느냐, 식량은 몇 일치인가. 그런 정보를 알아 오는 게 제군들의 일이다.”
-새로운 퀘스트 ‘오크 진영 정찰(레어)’이 생성되었습니다.
‘레어?! 퀘스트창!’
[오크 진영 정찰]-등급 : 레어
[목표]-오크 보급 창고 3개 이상 파괴(0/3)
-오크 20마리 이상 처치(0/20)
-오크들의 작전 파악(0/1)
-설명 : 오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놈들의 기세를 꺾고 작전을 미리 파악해, 몬스터들의 기세를 꺾어야 합니다.
[보상 : 경험치, 명성, 공헌도, ???] [현재 기여도] [전투 활약]-1위 : 미정
-2위 : 미정
-3위 : 미정
[거점 방위 및 민간인 구조]-1위 : 미정
-2위 : 미정
-3위 : 미정
[적 거점 파괴 및 정보 전달]-1위 : 미정
-2위 : 미정
-3위 : 미정
*해당 퀘스트는 공헌도 레벨이 높을수록 더욱 많은 보상을 받습니다.
*퀘스트 완수 조건을 만족한 이후에도 완료.
*상위 세 명은 추가로 특별한 보상을 받습니다.
‘이건……!’
다른 사람들과 협동 및 경쟁을 해야 하는 구조.
파프닐은 곧바로 주변 유저들을 확인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은 아니고, 저기도 아니다.’
분업의 효과가 좋은 건 수백 년 전부터 증명된 일이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
문젠 누구랑 같이 움직이냐인데.
파프닐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나를 피하는군.’
네크로맨서 클래스는 비주류다. 파티를 맺기엔 애매한 역할.
게다가 개인적인 감정도 좋지 않다.
훈련을 모두 이수하며, 꿀 퀘스트를 빼 갔기 때문.
‘어쩔 수 없지, 혼자 해야 하려나.’
그 순간 파프닐의 눈에 누군가가 보였다.
‘잠깐, 저 사람은…….’
익숙한 30대 중반 남자의 얼굴.
파프닐은 그 남자의 뒤로 가 손을 뻗었다.
“베인 님.”
“헛!”
남자, 베인은 흠칫 놀라 돌아보았다.
“자네, 파프넬? 어떻게 여기에…….”
“퀘스트를 하다 보니 오게 됐습니다. 그보다 베인 님도 받으셨죠?”
긴급 퀘스트.
베인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래, 자네는 어디, 파티를 따로 구했나?”
보통 이런 퀘스트는 개인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생각한다.
그건 틀렸다.
역할을 정하고 움직이는 파티가 더욱 압도적인 효율을 내고, 더 큰 전투에서도 버틸 수 있다.
이 퀘스트는 그런 파티들 간의 경쟁이었다.
“아뇨, 아직.”
파프닐이 고갤 젓자 베인이 제안했다.
“그럼 나랑 같이하지.”
“그래도 됩니까?”
“자네라면 괜찮겠지.”
원래 베인은 혼자 퀘스트를 하려고 했다.
궁수 유저이니 탐색이나 추적도 할 수 있고, 실력에도 충분히 자신이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엔 파티에서 좋지 않은 일도 있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파프닐이라면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지난번에 말했잖나, 같이 사냥하자고. 지시만 잘 따라 주게.”
“네, 그럼 기꺼이 참가하겠습니다.”
“파티장은 자네가 해. 난 그런 거 거추장스러워서 영…….”
파티가 결성되자 조정이나 분배는 금방 끝났다.
주변을 둘러본 파프닐이 말했다.
“그럼 갈까요? 혹시 사람 더 필요하십니까?”
“우리 둘끼리도 충분할 것 같구먼. 저번에 그 몽크는 없어도 괜찮나?”
“힐데 님은 지금 일 때문에 접속을 못 하셔서요.”
“그럼 됐네, 가지.”
시간을 더 끌어 봤자 다른 파티와 격차만 벌어질 뿐이다.
막 출발하려 할 때였다.
“야, 거기 너희들!”
요새 한쪽에서 유저 한 명이 다가왔다.
150cm쯤 되어 보이는 연한 금발에 붉은 눈을 한.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나이대의 소녀였다.
“두 자리 비는 것 같은데, 우리랑 같이 가자.”
“뭔…….”
“어차피 너희도 같이 갈 사람 없잖아. 척 보니까 칙칙해 가지고…….”
“…….”
당혹감에 얼이 빠진 베인 대신 파프닐이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만, 저희 파티는 2인승입니다.”
“2인이라……. 그렇단 말이지.”
순간 금발 유저의 얼굴에 피식하는 웃음이 어렸다.
“진짜 멍청이야?”
“…….”
“요거는 애초에 4인 파티용인데 너희 두 명이서 가면 잘도 사냥이 되겠다. 꼴등 되기 싫으면 우리 넣어.”
어처구니없는 대화.
그러나 파프닐의 귀엔 그중 한 부분만이 들어왔다.
‘네 명이 최대 효율이란 걸 알고 있다니, 보통은 아닌걸.’
최대한의 포인트를 얻으려면 적절한 분업과 경쟁이 필수.
가장 이상적인 구도가 바로 4인 파티였던 것이다.
그때였다.
“언니! 거기서 뭐 해!”
“뭐 해, 굼벵아!”
멀리서 또 한 명의 유저가 달려왔다.
키는 파프닐과 비슷하고, 이리저리 흐트러진 흑색 머리를 한 여인이었다.
“죄송해요, 저희 언니가 말을 좀 함부로 해서…….”
“함부로는 뭐가 함부로야, 다 맞는 말이구만.”
“아무튼 저희도 파티가 없어서……. 혹시 자리 남으시면……. 언니만이라도 들여보내 주시면 제대로 보상해 드릴게요.”
금발 여인을 뒤로 밀쳐 낸 흑발 여인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잠시 얘기할 시간을 주시죠.”
파프닐은 베인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받지 말게.”
베인이 말했다.
냉정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파프닐의 실력은 믿더라도, 이들 둘은 그렇지도 않다.
게다가…….
“저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 받아 봤자 큰 도움은 안 될 거야.”
“도움이 안 된다고요?”
“시현이랑 시연이라고 하는데, 언니 쪽은 대장장이고 동생 쪽은 문신사일세.”
대장장이.
메이저한 직업이긴 하지만, 전투 계열과는 거리가 멀다.
문신사는 그나마 낫다.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지만, 적어도 문신을 통한 버프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현이랑 시연……?”
“그래, 셋을 셀 테니 도망칠 준비를 하게. 이따 귓말 보내지.”
베인이 말했다.
그러나 파프닐은 대답 대신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장장이 시현이라…….’
뭔가를 생각하던 그의 눈동자가 순간 빛이 났다.
“두 분, 같이 가죠. 파티장은 제가 한다는 조건으로.”
“정말요? 감사합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깐.”
얼굴에 화색이 깃든 두 명.
옆에서 베인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쳤지만, 파프닐은 요지부동이었다.
“이봐……!”
“괜찮습니다. 이대로 가죠.”
이렇게 된 이상 낙장불입이다.
결국 한숨을 쉰 베인이 앞장섰다.
“출발하지, 이쪽으로.”
요새를 나선 일행은 남서쪽으로 향했다.
오크 추적의 시작이었다.
***
“오크들과의 전투라!”
“어디 한번 해보자고.”
요새 밖으로 나온 유저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
‘여기서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다음에 올 기회가 달라진단 말이지.’
‘무조건 1등 해야 해.’
처음엔 다들 기세가 등등했다.
공헌도에 따른 보상 차등 지급?
보통 단체 퀘스트에서는 이런 조항이 없다.
거대한 퀘스트.
최소 레어급 이상 대규모 퀘스트의 전조다.
‘이 특전이란 건 그 퀘스트에서 쓸 수 있는 뭔가겠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의욕은 순식간에 사라져 갔다.
“아이고, 다리야.”
“으윽…….”
오크들은 다른 몬스터들처럼 나 잡아 줍쇼 하고 나오는 놈들이 아니다.
산속에 요새를 만들고, 주변에 수하들을 푼 대규모 세력이다.
그런 놈들을 잡으려면 숙련된 궁수나 도적이 필요했다.
이를 모른 채 뛰쳐나간 플레이어들은 오크 사냥은커녕 전혀 엉뚱한 곳을 헤매기 일쑤였다.
“여기가 어디야?”
“지도, 지도 볼 줄 아는 사람?”
산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
그렇게 많은 유저가 혼란에 빠진 사이.
파프닐 일행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놀랍군.”
베인이 말했다.
“나만큼이나 추적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네. 젊은 친구가 대단하구먼.”
그 대상은 다름 아닌 파프닐.
파프닐의 추적술은 베인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파프닐은 네크로맨서다.
별다른 추적 스킬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저 정도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좀 꼼꼼한 성격이라서요.”
파프닐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사실 추적은 성격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비결은 드래곤 헌터.
야생에 존재하는 수많은 드래곤을 찾고, 쫓아 사냥하는 VR 게임이었다.
배설물이나 발자국, 주변 풀이 흐트러진 것까지 염두에 두고 하는 추적.
실제 동물을 쫓는 사냥보다 더한 추적을 하고 온 파프닐에게,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었다.
“뭐야, 네크로맨서 맞아?”
“우와……. 어떻게 찾으셨어요?”
한번 같이 사냥했던 베인도 놀랄 정도였다.
당연히 파프닐을 처음 보는 두 사람은 파프닐의 모습에 경악했다.
“이쪽으로.”
파프닐은 태연히 일행을 안내했다.
스킬이 필요할 땐 베인이 정찰을 하고, 그사이 파프닐은 포션이나 약초를 캤다.
몇 번은 다른 유저들의 파티를 만났다.
“야야, 저기 봐, 저 파티.”
“미친놈, 진짜……. 선 넘네.”
“와, 근데 진짜 저런 직업들이 같이 사냥한답시고 파티를 하는구나.”
“진짜 떨거지 파티 그 자체네.”
네크로맨서와 궁수, 대장장이와 문신사로 이루어진 근본 없는 파티.
전위와 후방, 보조직이 갖춰진 파티가 보기엔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뭐? 야! 너 몇 살이야! 어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깃덩이가……!”
“언니, 언니! 그만!”
그때마다 시현이 악을 쓰고 시연이 붙드는 게 이어졌다.
파프닐은 딱히 항변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말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추적에 집중했다.
그렇게 움직이길 세 시간째.
마침내 적들을 만났다.
췩!
취익!
몸에 나뭇잎을 붙인 녹색 오크 전사 여섯.
파프닐을 본 전사들이 일제히 돌진해 왔다.
취이익!
오크의 돌진은 강하다.
정면에서 막으면 보통은 밀려 나거나 차에 치인 것처럼 뜨기 마련이다.
파프닐은 그 돌진을 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파프닐! 피하게!”
베인이 쏜 화살이 한 놈의 머리를 맞혔다.
그러나 나머지 다섯은 멈추지 않았다.
“취익! 대전사의 냄새가 난다!”
“저놈은 무조건 죽인다!”
오크 대전사와 샤먼들을 죽이며 쌓은 명성.
도시에선 혜택을 보지만, 사실상 오크 사이에선 현상금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휘익, 거리를 좁힌 오크 둘이 공중으로 뜨고, 아래로는 세 마리가 돌진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파프닐과 오크 사이로 작은 키의 신형 하나가 끼어들었다.
“하!”
아이언 가드.
기사가 가진 보호 스킬이 펼쳐지고, 시현이 입은 갑옷과 망치에서도 문양들이 붉고 푸른 빛을 낸다.
거의 동시에 오크들의 몸이 갑옷과 부딪혔다.
깡!
둔중한 충돌음과 함께 오크 다섯은 서로를 보았다.
‘왜?’
‘어째서.’
분명 온 힘을 실어 달렸는데.
떠 있는 건 인간 여자가 아니라 자신들이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저 인간 여자의 힘과 방어력이.
오크 다섯 마리보다 압도적이라는 것.
대단한 일이었다.
오크의 돌진은 멧돼지 수준.
거의 자동차 다섯 대가 연달아 오는 걸 막아 냈다는 뜻이니까.
‘……역시나.’
후방에 있던 파프닐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저 사람이 내가 아는 그 시현이 맞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