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이 정도면 랭킹이 뒤집히겠어.”
엔젤진은 거대 사마귀의 척추에 집어넣은 대검을 회수하고는 가볍게 흔들어 체액을 털어 냈다. 갑작스러운 버그 웨이브로 인해 대륙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그건 모험가, 즉 플레이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간만에 재미있는 이벤트를 생각해 냈어.”
초대형 곤충과 벌레들은 징그러운 외견과 혐오스러운 행동거지로 일부(사실은 대다수의) 유저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실패라면 실패라 할 수 있지만.
결코 대충 제작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스탬피드를 연상케하는 빅 웨이브를 제외하면 도시와 필드에 퍼진 대형 벌레들은 각각 레벨 대에 맞게 분포되어 초보자는 물론 고레벨 유저들에게 쏠쏠한 경험치와 훌륭한 소재를 제공한다.
초고도 AI, 이그드라실의 지독하리만치 완벽한 계산하에 설계된 레벨 스케일링 디자인에 처음에는 불평을 토로하던 유저들도 이제는 전부 환성을 지르고 있다. 평소라면 대형 길드의 텃세와 압력으로 인해 이런 꿀 사냥터를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팍팍 잡아서 레벨 올려 보자고.”
“오오!”
엔젤진과 파티원들은 대형 사마귀들이 포진된 필드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들은 추후에 각종 네임드인 기형 사마귀 ‘4개의 낫 크라스’, 폭탄 개미 ‘여왕 카루라’, 초대형 매미 ‘스피오스’를 처단하며 이름을 떨치게 될 터였다.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응?”
-일정 시간 이후 대형 곤충들이 사멸합니다.
-소멸되는 기간 동안 랭킹이 집계됩니다.
갑작스러운 공지와 함께 미래가 바뀌기 전까지 말이다.
***
15kg.
파프닐이 몸 안에 넣은 수은의 무게다.
다른 중금속과 살충제까지 합치면, 거의 성인 남성 한 명분의 독과 금속을 쑤셔 넣은 셈.
당연히 파브르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파사삭, 윤기 나던 갑각과 날개는 찌그러지거나 깨져 나갔고, 번득이던 겹눈은 진물을 흩뿌리며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파브르는 아직까지 서 있었다.
신시대의 신이라는 걸 보여 주려는 듯 있는 힘을 쥐어짜 내 전투를 이어 갔다.
-파브르의 HP가 감소했습니다.
-중금속 중독 증상이 발생했습니다.
-HP 회복, 재생이 봉인되었습니다.
-스킬을 13초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력이 저하됩니다.
-신경 발작이 생성됩니다.
……(후략)……
하지만 눈앞의 메시지가 사실상 전투는 끝났다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남은 건 일방적인 유린.
“딱딱…….”
“딱!”
주변의 곤충들을 쓰러뜨린 해골병들이 또다시 몰려든다.
CPU 칩을 장착해, 둘이면 소드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미친 해골병들.
품에 살충제 통을 안거나 등에 짊어진 채, 죽음을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든다.
곤충의 군대와는 달랐다. 아니,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군대와도 다르다.
아무리 신경절만 있는 곤충이라도, 삶에 대한 애착과 종으로부터 내려온 본능이 있다.
이들은 다르다. 이미 죽은 고깃덩어리가 마력과 혼의 조종을 받아, 단 하나의 지상 명령만을 따르며 달려든다.
지금 그 명령은 하나다.
파브르를 죽여라.
“파프닐……. 파프닐! 파프닐……!”
파브르는 광풍처럼 해골병들을 몰아쳤다.
광인 같은 언행.
성난 소 같은 기세.
도저히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힘.
그러나.
파프닐은 움직이지 않는다.
묵묵히 곤충의 사체를 일으켜 세운다.
쏟아지는 녹색 파도가 파브르를 집어삼킨다.
아예 등을 돌려 사체에서 무언가를 채집하고 있다.
“파프니이일!”
배후에서 들려오는 파브르의 처절한 외침도 무시.
“주인님, 여기…….”
“아, 고맙다.”
벨이 그간 모은 자루를 건네자 느긋하게 받아 든다.
“이야, 역시 보스가 직접 소환한 것들이라 그런가, 품질이 좋구만.”
만면에 띤 미소.
“나를, 나를 봐라!”
어느덧 지척까지 파브르가 다가왔다.
벨이 호위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파프닐은 목 뒤를 긁으며 태연하게 돌아선다.
“미안하지만 이미 공략한 보스에는 흥미가 없어서 말이야.”
파브르는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찢어 내며 해골병들의 파도를 꿰뚫고 파프닐에게 닿았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순간 이제는 곤충인지 인간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동화된 육체가 허공에 멈춰 선다.
파브르의 날갯죽지에 돋아난 겹날개가 진동한다. 사지를 마구 흔들며 발작한다.
영문을 모르겠다.
어째서지.
대미지가 축적된 건 알고 있었다.
근데 왜.
눈앞에 저자만 해치우면 될 터인데.
그 순간 파브르의 몸을 해골병이란 이름의 파도가 잔인하게 눌러 온다.
‘혹시 몰라 이중 삼중으로 조제한 게 정답인가.’
무기성 살충제와 유기성 살충제. 현실에서의 자문을 받아 질산과 수은 같은 구하기 쉬운 것부터 플루발리네이트, 사이퍼메스린 같은 유기 화합물을 실용화해 놨다. 언젠가 벌어질 빅 웨이브를 대비해 투자해 둔 게 정답이었다.
그 모든 걸 집어삼킨 파브르는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게 된 거다.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호흡계통을 방해한다. 제아무리 강한 곤충이라 할지라도 세대를 거쳐 내성을 지닌 현대의 벌레만도 못하다. 절독이다.
그뿐인가.
약물 외에도 수많은 흑마법이 걸려 있다. 곤충의 사체를 매개로 한 질병들.
부식, 열병, 약화, 암, 신경부식, 골육종, 위염, 장염, 대상포진.
수많은 질병과 저주들에, 중금속 입자들까지 파브르를 찌르고, 쑤시고, 때려눕힌다.
하지만 가장 지독한 건 역시 직접 금속 지배를 통해 침투시킨 중금속들.
기존의 질병과 반응해 더 지독한 독을 만들어 내는 건 물론, 곤충의 비정상적인 회복력을 가진 파브르의 몸이 재생이나 항독 작용을 할 때마다 그 부위를 통째로 찢어 더욱 상처를 깊게 만들었다.
“나는…… 쓰러질 수 없다! 새로운 시대가……! 자연의 질서가……!”
쓰러진 파브르가 최후의 저항을 하는 사이.
파프닐은 자루 속에서 꺼낸 신경절들을 이어 보기 시작했다.
몇 차례 이어지던 신경절 덩어리들이 치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쯧, 파프닐은 혀를 찼다.
“역시 실험실 없이는 안 되나.”
그동안은 계속 미뤄 왔지만 제대로 된 연구, 실험실을 만들 때가 된 것 같았다.
“이번 건에 보수도 많이 줄 테니, 그걸로 적당한 장소를 장만해야지.”
더 이상 남의 집, 연구실을 빌리는 건 사양이다.
‘하우징 시스템이 업데이트될 때까지는 참으려고 했는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겠어.’
그때였다.
마침내 기다림을 끝낼 알림이 들려왔다.
-파브르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곤충왕 파브르]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 ‘곤충의 침략(하이퍼)’을 클리어했습니다.
-최소 경험치 100,000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공적치 100,000을 획득했습니다.
-현재까지 쌓인 총 공적치는 ‘1,323,512,155’입니다.
-신들의 축복으로 인해 공적치를 1포인트당 경험치 1, 또는 10코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칭호 ‘인류종의 수호자(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5 상승했습니다.
-파브르를 직접 쓰러뜨렸습니다.
-‘인류종의 수호자(레전더리)’가 ‘인류종의 대수호자(하이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세력전에서 승리했습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2 상승했습니다.
-괴충, 곤충 계열 모든 몬스터들의 숫자, 난이도가 하락했습니다.
-루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헤스티아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토르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하데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디오니소스의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중략)……
-네크로맨서 파프닐의 명성이 퍼집니다.
-명성치 +50,000을 획득했습니다.
-고위 흑마법사들이 파프닐이란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바란왕국의 귀족으로서 가진 영향력이 커집니다.
-파프닐령의 영지 크기가 확장됩니다.
-신들에게 퍼진 명성으로 인해, 각 교단의 최고위 퀘스트를 제한적으로나마 수주할 수 있습니다.
-보유한 모든 영지, 시설, 건축물, 길드 및 단체에 추가 버프가 부여됩니다.
-세계는 이계신의 위협을 무찌른 영웅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액세서리 ‘영광의 훈장(임모탈)’을 획득했습니다.
전 대륙, 게임 세계를 뒤덮으려 하던 곤충과 이계신의 마수가 마침내 저지되었다는 내용.
수많은 유저가 고대하거나, 혹은 바라지 않던 소식이 도착했다.
그러나 얻어야 할 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아이템을 챙겨야지.’
파프닐은 그제야 파브르의 눈앞에 섰다.
차마 눈 뜨고는 보지 못할 몰골이지만, 감상은 없었다.
대신 파프닐은 무감각하게 놈의 몸을 뒤집고, 각 부위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파브르가 강한 건 이계신의 힘 때문이지, 본체는 그다지 좋은 소체는 아니지.”
베이디르 때처럼 본체가 강하다면 시체를 보존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차라리 재료들을 뜯어내는 게 훨씬 나은 선택.
그렇게 뜯어낸 재료들의 면면은 이러했다.
[파브르의 후면 갑각 갑주(하이퍼)] [파브르의 심장(하이퍼)] [파브르의 손톱 칼날(레전더리)]‘엄청난 재료들이군.’
수많은 곤충의 갑각을 하나하나 뜯어내고 재료를 얻는 만큼, 파브르의 시체는 점차 곤충 인간의 형태를 잃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그곳에 남은 것은 보잘것없는 한 인간의 시체뿐이었다.
“곤충학자이자 신세계의 신, 하지만 마지막엔 한낱 인간이군.”
시체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파프닐은 어깨를 으쓱한 뒤 칼을 꺼냈다.
“한 곳이 더 남아 있지.”
슥슥, 머리를 가르고 뇌를 꺼낸다. 곤충의 신경절과 인간의 뇌가 섞여 마력에 의해 진화된 뇌는 마치 보석이나 고치처럼 변해 있었다.
-파브르의 뇌(노말)를 획득했습니다.
다른 부위와 달리 평범한 등급. 파프닐은 그것을 자루에 넣어 인벤토리 깊은 곳에 봉인했다.
쓰일 때가 온다면 빛을 볼 아이템.
하지만 아직은 바깥에 드러나서는 안 되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수인 놈들에게 내줄 징표 같은 것도 하나 필요하겠군.”
파프닐은 내친김에 더듬이도 알뜰하게 챙겼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
“다들 잘 들어라. 이 싸움에선 절대로 패배해선 안 된다.”
한국 서버로 돌아오는 바닷길.
수많은 배가 물 위를 가로지르는 가운데, 여러 인원이 갑판에서 일장 연설을 하고 있었다.
“우리 파이브스타 길드의 기반, 나아가선 한국 서버 신규 유저들 전체의 명운이 걸린 큰일이다. 그런 일 없길 바라지만, 혹 개인적인 일정이나 욕심 때문에 전력을 내지 않는 인원이 있다면, 길드 내 규율대로 처벌할 것이니 다들 명심하도록!”
“네!”
오고 있는 건 파이브스타의 정예 인력들이었다.
파브르의 곤충 웨이브의 규모가 파악되고.
한국 서버 전체를 집어삼킬 수도 있는 스케일이라 판단된 순간.
이시우는 곧바로 이들에게 지원 명령을 내렸다.
단순히 레벨이나 스펙의 성장만을 생각하면 굳이 올 이유가 없다.
한국 서버는 이미 졸업한 사냥터이니까.
그럼에도 여기에 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대륙에는 파이브스타 길드의 자금 수입원과 재료 수집처가 많고, 그 외에도 수많은 신규 초보자들이 성장할 무대이기 때문이다.
-신규 플레이어가 없는 서버는 뇌사한 서버나 다름없습니다.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싸우려면, 새로운 피의 수혈은 필수. 무슨 일이 있어도 곤충들에게 한국 서버를 빼앗기게 두지 마십시오.
이시우의 명령 한 번에 수만 명의 최상위 랭킹 플레이어들이 배를 탔다.
누가 감히 그를 거역하랴.
인게임에서는 한국 서버의 사실상 절대자고.
바깥에서는 오성 그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 아니, 호라이즌 분야를 통해 오성 그룹 본체보다 더 커지려 하는 초거대 세력의 수장이 그였다.
“저기 보인다!”
“코레 대륙이다! 한국 서버가 보인다!”
배의 선두에서 선원들이 외쳤다. 전투원들은 각자 챙겨 온 무기와 인챈트, 물자를 점검했다.
대륙을 뒤덮는 수많은 벌레와 싸울 차례.
그때였다.
“어? 응, 나야. 뭐? 뉴스 보라고? 소식? 무슨…….”
“어…….”
“뭐라고? 그게 말이 돼? 어떻게……!”
“미친!”
갑자기 배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갑판은 물론, 배 안쪽에서도 서로 화면을 보거나 웹 사이트,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지휘관이나 간부들이 소란을 통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그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파이브스타 길드의 간부 남자가 외쳤다.
“이제 도착인데 벌써 이벤트가 끝났다고??”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