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대형 몬스터는 보통 소형 몬스터보다 훨씬 강하고 상대하기 어렵다.
거대한 몸에서 나오는 힘과 공격력, 그리고 그 몸이 가진 막대한 HP는 소형 몬스터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일반 공격 하나가 즉사급 대미지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몬스터는 대부분 보스나 네임드로 정해졌다.
그러나 파프닐은 그런 대형 몬스터들과의 싸움에 이골이 나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소설 속에 빙의하기 전 마스터한 게임 속에서 나오는 모든 적이 다들 거대한 덩치를 가진 괴수들이었으니까.
‘속도가 굉장히 빠르겠군. 물속인지라 여러 공격 수단도 많겠고, 운신이나 회피 기동도 자유로울 거야.’
파프닐은 상대를 분석하며 몸을 피했다.
잠시 후 그 자리로 물의 파동이 퍼져 왔다.
-와류에 맞았습니다.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뭉텅뭉텅 깎이는 HP!
포션 대신 쇳조각을 먹어 HP를 회복한 파프닐이 이를 갈았다.
‘역시나 이것도 구현되어 있군.’
물속에서 지느러미가 일으키는 파동이 그대로 물을 밀어 파도와 같은 공격을 해 오는 것.
저 정도 크기의 보스 몬스터가 쏘아 내는 것이다 보니, 한 방 한 방을 맞을 때마다 뼛속까지 얼얼함이 전해져 왔다.
‘확실히 물속에서 싸우려니 쉽지 않군.’
그야말로 잉어의 홈그라운드.
반면 파프닐과 해골병들은 전투의 난이도가 크게 올랐다.
일단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높다.
물속에서 무기를 쓰면 공격의 위력이 줄어든다는 소리다.
단순히 속도뿐만 아니라, 장비에 있는 가죽이나 천 등이 물을 빨아들여 더욱 무거워지거나, 움직임을 방해하기도 했다.
무시할 게 아니다.
평소와 달라지는 감각은 적응의 시간을 가지기도 전에 목숨을 앗아 갈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지느러미나 물갈퀴 등도 없기에 그만큼 움직이기도 까다로운 것은 덤.
공격과 이동이 제한을 받으니, 평소의 70%나 그 이하의 전투력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저놈을 물 밖으로 꺼내는 건데, 건물 자체가 물속으로 내려왔으니 그건 불가능하겠군.’
파프닐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공수 양면으로 완벽한 몬스터!
잉어라 하면 보통 가볍게 생각하지만, 막상 만나면 생각보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제일 골치 아픈 타입이지.’
작정하고 회피 불가 스킬을 쏟아붓는데, 심지어 꼬리지느러미를 움직이는 것으로 회피 기동을 하기에 공격조차도 맞히기 힘들었다.
답은 맵 전체를 뒤덮는 광범위 공격.
‘지고의 낙뢰가 있긴 하지만……. 그걸 쓰면 나까지 죽겠지.’
여러모로 곤혹스러운 상황.
파프닐은 입맛을 다셨다.
‘아마테라스의 곡옥만 있었다면 쉽게 사냥했을 텐데.’
곡옥의 스킬을 쓰면, 호수의 물 전체를 끓게 만들 수 있다.
괴물 비단잉어를 찜으로 만들거나, 그러지 못해도 최소한 바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다는 뜻.
일단 지상으로 끌어내면 그 후는 식은 죽 먹기다.
‘젠장, 별 괴상한 하이퍼나 대신 주고 말이야.’
파프닐은 이를 갈았지만 별수가 없었다.
멀리서 지느러미만 휘젓던 잉어가 머리를 앞으로 내세우더니 그대로 돌진해 왔기 때문이다.
“철옥!”
파프닐은 금속으로 몸 주변을 둘러 방어력을 높였다.
다음 순간 잉어와 금속 벽이 부딪혔다.
승자는 거대 비단잉어.
뒤로 밀려 난 파프닐의 몸이 호숫가 가장자리 벽에 그대로 내리꽂혔다.
-HP가 감소했습니다.
-기절 상태이상에 걸렸습니다.
“윽……!”
순식간에 HP가 절반 아래로 내려가자, 파프닐의 입술 사이로 핏물이 터졌다.
미스릴과 귀금속으로 대부분의 충격을 막았는데도 이 정도.
‘역시 고레벨 보스답군.’
그사이 비단잉어가 재차 돌진의 준비를 마쳤다.
‘일단 한 번 피한 다음에 낙뢰를 써야…….’
그때였다.
막 움직이려던 파프닐의 발목에 힘이 느껴졌다.
“……이건!”
호수 밑바닥에 나 있던 해초들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 것.
급히 끊어 냈지만, 그사이 잉어가 이쪽으로 쇄도해 왔다.
‘피하기엔 늦었다.’
처음 떠올린 건 방어였다.
제아무리 강력한 공격이라 해도, 제대로 귀금속을 펼쳐 막는다면 한 번은 더 막을 테니.
하지만 파프닐은 곧 그 생각을 접었다.
막는다 해도 땅속으로 밀려 날 테고, 그렇게 고정된 상태에서 다음 돌진을 맞는다면 그땐 정말로 죽을 테니까.
그렇다면 회피하는 것이 답.
문제는 적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이미 지척까지 다가왔다는 사실이었다.
‘늦었나……!’
시야가 온통 붉은 비단잉어의 비늘로 가득 찼다.
파프닐은 창을 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조금이나마 느려지게 할 수 있다면…….
‘느려지게?’
그 순간 생각이 그 스킬에 닿았다.
보물고에서 입수한 바로 그 하이퍼 스킬.
도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하는 수 없지. 어디 얼마나 효과 좋은 스킬이길래 하이퍼가 붙었는지 볼까?’
심호흡을 한 파프닐이 외쳤다.
“슬로우!”
***
따사로운 햇살 아래.
흰색 털을 가진 진돗개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고로롱……. 고롱…….”
코에서 방울까지 만들어 내면서 자고 있는 개, 복돌이.
그런 복돌이의 머리 위로 노란 나비 한 마리가 나풀거렸다.
“고롱……. 웡?”
기척에 눈뜬 복돌이가 눈앞에 보이는 나비를 보며 짖었다.
노란색으로 예쁘게 꽃단장한 나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날갯짓을 했다.
파앗! 가볍게 손을 뻗으며 녀석을 잡으려 하는 순간 나비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멍……. 지루하다, 멍.”
복돌이는 멍하니 날아가는 나비를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파프닐이 일본 서버에 홀로 간 이후.
복돌이는 단독으로 한국 서버와 신대륙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물론 중요할 때는 펫 소환 기능을 통해 소환되어 파프닐의 싸움을 도왔다.
대표적인 게 오로치의 분령들, 뱀 요괴들과 싸울 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잠깐 불려 나와 싸우는 것.
사냥을 마친 뒤, 복돌이는 한국 서버로 곧바로 돌아갔고, 재접속을 해도 기본적으로 혼자 활동하고 있었다.
“멍……. 주인님이랑 싸우는 게 재밌었는데…….”
고레벨 몬스터나 강력한 적 플레이어, 검이 된 고양이나 곤충까지.
파프닐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 수많은 강적을 가볍게 이길 수 있었다.
그렇게 파프닐에게 도움이 될 때마다 복돌이는 가슴이 상쾌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멍…….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멍.”
실제로 복돌이가 있으면 파프닐의 사냥도 몇 배나 편해진다.
하지만 파프닐은 지금 복돌이를 부를 수 없었다.
이유? 간단하다.
복돌이는 한국 서버에 남아서, 파프닐이 여기 있다는 증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돌아.”
“멍!”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복돌이는 그대로 손짓하는 킨도르한에게 향했다.
“가서 이야기하면 된다.”
“알겠다, 멍.”
“혹시 이상한 말 같은 건 하지 말고. 멀리하는 티도 내지 말고. 알겠지?”
“걱정하지 마라, 멍. 주인님의 지시는 기억하고 있다 멍.”
“불안해서 그러지. 하긴 뭐, 너는 별말 안 해도 잘할 것 같으니까.”
킨도르한이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 가라.”
복돌이는 길드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가면을 쓰고 창을 가진, 어딜 봐도 파프닐처럼 보이는 남자가 단상에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프론티어 길드는 세력화나 통제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와 NPC들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유저 여러분들 모두가 즐기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그 뜻을 확실하게 밝혀 두는 바이며, 저희 길드를 향한 지지가 변치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남자가 손짓했다.
복돌이는 신호에 맞춰 그 옆으로 다가간 뒤, 남자에게 몸을 비볐다.
“멍멍! 주인님 사냥 가자!”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남자는 그 말과 함께 복돌이를 데리고 퇴장했다.
“잠깐만요, 파프닐 님!”
“그렇다면 이번 켈리스 개척지 경쟁에는 참가하시지 않으시겠다는?”
“네크로맨서의 오버 파워화, 너프 의견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타임지에서 선별한 영향력 100위 안의 인물에 들었는데요, 혹시 그것에 대해서…….”
각종 질문을 뒤로하고 내려온 남자와 복돌이.
문이 닫히자마자 남자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허어어어억……!”
“멍, 다 끝냈다, 멍.”
“그래, 잘하던데.”
앞으로 다가온 킨도르한이 씩 웃었다.
“파프닐 녀석을 잘 흉내 냈어. 한 80% 정도? 그래도 좀 더 정진하도록.”
“가, 감사합니다…….”
가짜 파프닐은 고개를 숙이며 땀을 닦았다.
10분 정도 나가 있던 것만으로도 온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모습.
그야 당연했다.
단순히 개척지에서 파프닐을 사칭해 이득을 갈취하다가, 진짜로 가짜 파프닐 역할을 맡아 공식 석상에서 연기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컹……. 주인님의 명령만 아니었다면 이런 녀석 바로 물어 죽였을 거다. 멍.”
“히익…….”
가짜 파프닐이 흠칫 놀라 물러섰다.
“멍. 공식 석상에서는 안 물 테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멍.”
파프닐이 일본 서버에 있는 동안 자연히 한국 서버에서 파프닐의 빈자리가 눈에 띄게 된다.
굶주린 늑대 같은 다른 명문 길드들, 그리고 경쟁 중인 파이브스타에서 그 상황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 여정이 끝날 때까지, 한국 서버에서 빈자리를 메울 대역이 필요했다.
여기서 파프닐이 주목한 게 바로 이 가짜 파프닐.
공식 석상에 모습만 보이게 하고, 발표나 내용은 진짜 파프닐에게 받아서 말하게 시키면 어떻게든 시간 벌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항상 파프닐의 옆에 붙어 있던 복돌이까지 연기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진짜 복돌이가 남아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것이 복돌이가 파프닐을 따라가지 못하고 하루하루 한숨을 내쉬는 이유였다.
“멍, 볼일 끝났으면 난 가겠다. 멍.”
“그래, 수고하고. 나중에 일정 생기면 부르마.”
“알겠다, 멍.”
킨도르한의 배웅을 받으며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 복돌이.
‘저 녀석, 요새 부쩍 힘이 없는데…….’
하긴, 항상 같이 지내던 파프닐과 갑자기 떨어져 있어야 하니, 바뀐 환경에 적응이 안 되는 것도 당연하리라.
특히 진돗개는 주인에게 더욱 충성스러우니, 그 주인이 사라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테고.
저 때 가장 좋은 건 다른 취미거리를 찾는 건데, 킨도르한은 딱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뭔가 좋은 제안이……. 아!’
그때 갑자기 킨도르한의 머릿속에 전구가 떠올랐다.
“복돌아.”
“멍?”
“너 도그 타운에 가 보는 건 어떻겠냐?”
“멍? 도그 타운?”
“단독 행동을 하는 개들 용도로 패치된 덴데, 개도 인간 플레이어처럼 퀘스트를 받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더라.”
“끄으응…….”
“혼자 사냥하는 것보다 퀘스트를 받아서 해결하고, 그곳에서 도그 포인트 얻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원한다면 우리 길드원들이 키우는 특견대원들을 붙여서…….”
“필요 없다, 멍.”
복돌이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특견대는 과하다, 멍. 혼자 가겠다, 멍.”
어차피 가짜 파프닐과 굳이 24시간 붙어 다닐 이유는 없다.
주인, 파프닐처럼 숨겨진 콘텐츠를 찾아보는 게,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대신 장비만 빌려주면 좋겠다, 멍. 적당한 초보견용 장비로.”
복돌이가 말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