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
5화
클로버 마을에서 이어지는 중간 거점인 바이론시.
그 도시의 남쪽 숲에서 세 사람이 걷고 있었다.
“진짜 맞아요? 여기 고블린 보물 소굴이 있다고?”
“속고만 살았나, 진짜 있어요.”
뒷사람들의 투정에 앞선 전사가 투덜댔다.
비밀스러운 고블린 소굴에 대한 숨겨진 정보!
처음 관련 자료를 찾았을 때부터, 전사 유저는 뭔가 있다고 확신했다.
‘고블린들이 약탈한 보물을 모아 두는 창고!’
고블린 부락들의 움직임을 적어 놓은 자료들은 그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여러 연계 퀘스트를 끝내서 마침내 얻은 정보.
이곳만 잘 공략하면 그동안의 고생이 전부 보상받게 되는 것이다.
그때였다.
“저거 연기 피어오르는 데 맞죠?”
“아……. 저기 맞는 것 같은데.”
“근데 뭔가 심상치가 않은데. 탄 냄새도 그렇고 이미 끝이 난 거 같아요.”
“……!”
전투 중이라고?
전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른 두 사람도 급히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서둘러 도착한 고블린 소굴의 모습은.
“아니, 이게 무슨…….”
“다 털렸잖아?”
연기와 재, 그리고 고블린 사체로 가득했다.
“뭐가 어떻게 된…….”
“고, 고블린 나이트…….”
“미친, 고블린 샤먼도 죽어 있어.”
일반 고블린들은 물론, 엘리트 고블린까지 떼로 죽어 있었다.
흔적을 훑던 유저들은 곧 여기서 일어난 일을 파악했다.
“누가 그랬는지, 참 모범적으로 사냥했군.”
굴 입구에 미리 창대들을 박아 두고.
장작 연기를 넣어 고블린들을 끌어냈다.
그 후 이성을 잃은 채 달려 나오는 걸 하나씩 사냥한 것.
“사냥꾼 NPC들이 몰이사냥이라도 했나?”
“싹 다 쓸어 갔네. 이거 경험친 못 얻겠는걸요.”
기가 질린 파티원들 사이.
전사 유저의 눈이 굴 안쪽에 가 닿았다.
“아.”
고블린들의 보물 창고.
그가 몇 달간 정보를 모아 찾아낸 그곳이 텅 비어 있었다.
***
-15골드 6실버 80코퍼를 획득했습니다.
-루비 반지를 획득했습니다.
-플레이트 메일을 획득했습니다.
알림 기록을 보던 파프닐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이거지.’
고블린의 보물 창고에는 수많은 아이템이 있었다.
대부분은 잡템이었지만, 가끔 귀금속이나 골드, 장비 몇 개가 놓여 있었던 것.
‘그중 가장 좋은 게 이거고.’
[검은 아뮬렛]-등급 : 레어
-효과 : 없음.
-설명 : 어둠의 힘이 일렁이는 수호 부적
원작에서 플러시는 이것을 인벤토리 한구석에 처박아 둔다.
하지만 소설을 읽은 파프닐은 이 물건의 정체를 알았다.
‘부수면 그 자리에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소환한다.’
보스 몬스터는 보통 던전이나 필드 깊은 곳에 있다.
많은 엘리트 수하들을 거느린 건 덤.
그런 놈을 일대일로 불러내는 게 이 아이템이다.
심지어 경험치나 아이템도 실체와 똑같이 주는 건 덤.
단순히 사냥뿐만 아니라, 적진에 풀어서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장차 쓰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가진 것이다.
‘이런 조커 카드는 많을수록 좋지.’
레벨도 3이나 올랐다.
소굴에서 볼 이득은 다 본 셈.
“좋구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바이론시 남문에 도착했다.
모험가의 증표를 내밀고 자연스레 입장한 파프닐.
그가 향한 곳은 직업의 전당.
도시마다 있는 커다란 중립 신전이었다.
“처음 오시는 모험가분이시군요.”
넓은 전당 안.
화톳불 너머에서 파프닐을 본 여사제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클래스는 곧 미래의 당신. 어느 쪽을 고르실진 당신의 뜻입니다. 하나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도 없죠.”
말을 마친 여사제가 손가락을 튕겼다.
“이것이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 당신의 모습입니다.”
[클래스 정하기]-클래스는 이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번 선택한 뒤에는 바꿀 수 없으니 신중하게 결정해 주세요.
[선택 가능한 클래스 목록] [전투 계열]-전사
-투사
-마법사
……중략……
[생산 계열]-대장장이
-농부
-조각가
수많은 직업이 늘어져 있는 상태창.
항목마다 해당 클래스를 선택했을 때의 모습이 비쳤다.
-공격!
-나를 따르라!
전사 항목에선 검을 휘두르며 전장을 압도하는 위대한 검사가.
-커헉!
-사, 사신이다! 사신이……. 악!
도적 항목에선 왕에게 죽음을 내리는 암살자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제작했습니다.
-이, 이럴 수가…….
-졌소……!
대장장이에선 드워프를 이기는 대장장이가 보였다.
그사이 여사제가 파프닐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당신은……. 몸이 꽤 탄탄하시네요. 그런데 지능과 지혜도 꽤 높고…….”
후드 속 여사제의 표정에 혼란이 떠올랐다.
스테이터스에 맞는 추천 직업이 없어 혼란이 온 것이다.
“으음……. 당신은 어느 쪽으로 가도 적성이 있군요.”
여사제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프닐은 알림창 쪽을 움직였다.
‘마법사 쪽을 생각했었으니, 이제 뜻대로 골라 볼까.’
대규모 전투와 보스전 모두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클래스.
큰 업적을 위해선 역시 이쪽이 제일이다.
그때였다.
‘저건…….’
막 마법사를 고르려던 순간.
한 개의 클래스가 파프닐을 멈추게 했다.
-흑마법사
파괴적인 어둠의 마법을 쓰는 클래스.
손을 갖다 대자 화면이 보였다.
-심연의 늪.
-악마의 덫.
-암흑 물질.
수십 명의 성기사.
레벨이 수백은 되어 보이는 그들이 검은 늪에 빠져 한데로 모이더니, 폭발에 휩쓸려 육편이 되었다.
‘엄청나군.’
파프닐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어둠의 마나로 부릴 수 있는 흑마법의 달인.
여러 제한 조건이 붙지만…….
프리 딜.
아무 방해 없이 힘을 내면 마법사 이상의 대미지를 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원작 오진환도 저 클래스였지.’
캐릭터의 적성을 따지면 저 클래스가 맞는 셈이다.
‘나쁘지 않긴 한데…….’
오진환은 초중반 악역이다.
하지만 포텐셜이나 스킬만큼은 확실히 강력했다.
후반부의 악당들이 큰 조직을 거느렸다면, 오진환은 개인의 힘으로 플러시를 위협한 마지막 악당인 셈.
그런 그의 직업이 바로 흑마법사였다.
그러나…….
‘내가 노리는 건 정점이다.’
파프닐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분석 결과, 내 컨트롤은 여기서도 충분히 먹힌다.’
물론 얼마 안 되는 경험만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다.
유명한 네임드들의 동영상을 봐도 자신보다 한 수 아래!
‘어떤 클래스를 하건 일대일에서는 지지 않는다.’
무적이나 불사 치트를 두르지 않는 이상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다대일의 전투에서 유리한 클래스를 선택해야 한다.
‘거기에 사냥과 성장 속도까지 갖춘 클래스라면…….’
그럼 바로 이 클래스밖에 없다.
파프닐은 목록 창에서 한 개의 클래스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이걸 하겠습니다.”
“이건…….”
여사제는 파프닐이 내민 클래스를 보고 놀랐다.
“생각지도 못했네요. 정말로 이 클래스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여사제가 손짓하자 파프닐의 주변에 검은 오라가 휘몰아쳤다.
사방이 어두워지는 가운데.
여사제의 말과 함께 알림창 하나가 나타났다.
“당신은 이제부터…….”
***
“신참이군. 어디 골라 봐.”
바이론시 뒷골목의 네크로맨서 길드.
생쥐 뼈를 조립하던 중늙은이 NPC가 여러 가지 책들을 내밀었다.
“세 개는 서비스로 공짜. 나머진 돈 내고 사 가.”
[해골병 소환] [어둠의 의식] [엘리트 해골병 사역] [다크 에너지 볼] [저주] [다크 힐]……중략……
[머드 골렘 소환] [몬스터 사역] [스켈레톤 마스터리] [골렘 마스터리]파프닐은 생각했다.
‘이게 네크로맨서의 기본 스킬이군.’
파프닐이 선택한 직업은 바로 네크로맨서!
수많은 해골병을 부리는 마법사형 클래스였다.
‘흠.’
목록을 살피던 파프닐이 생각했다.
‘……역시 비주류 클래스라 불릴 만한걸.’
호라이즌 속에서 네크로맨서는 비주류 직업이었다.
2군, 3군 수준이 아니다.
파티에 끼기만 하면 곧바로 강퇴당하는, 사실상 불가촉천민 수준!
‘네크로맨서는 해골만 지휘하지, 직접 싸우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네크로맨서의 주력은 다름 아닌 해골병.
그런데 그 해골병을 소환하려면 매번 사체를 찾아야 했다.
소환된 해골병이 강한 것도 아니다.
레벨은 네크로맨서와 같지만, 지능이 없기에 복잡한 지시나 연계는 포기하는 게 편하다.
컴퓨터게임의 AI를 생각하면 편하다.
이 때문에 네크로맨서들은 어쩔 수 없이 해골병을 방패 삼고, 저주를 씌우는 식으로 싸우게 되었다.
각종 스킬과 아이템으로 무장한.
심지어 머리까지 쌩쌩 돌아가는 1티어 유저들을 상대로 말이다.
‘그러니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파프닐의 생각은 달랐다.
‘그 때문에 오직 네크로맨서만이 정점이 될 수 있다.’
호라이즌의 세계는 비정하다.
현실에 한없이 가깝기에, 쪽수의 무게도 그만큼 무거워진다.
랭킹 1위를 데려다 놓아도, 랭커 20명은커녕 10명도 이길락 말락 하는 정도.
단신으로 전열을 돌파하거나, 여포처럼 무쌍을 찍는 건 어떤 직업이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가 전장에 들어가면 어떨까?
‘머릿수가 많을수록 강해지는 직업은 모든 클래스를 통틀어 단 하나뿐이다.’
김강한이 드래곤 월드에서부터 가진 분석력!
일단 결심을 하자, 망설이지 않고 네크로맨서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나?”
파프닐이 고민하는 사이.
쥐 모양 뼈를 사방에 늘어놓은 중년 NPC가 물었다.
“그럼 스켈레톤 소환, 어둠의 의식, 다크 에너지 볼을 써 봐.”
직업 NPC의 스킬 추천.
수많은 데이터를 종합해 제안하는 최선의 추천이었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 유저들의 방식 그대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들로 하겠습니다.”
파프닐이 고른 스킬을 본 중늙은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로?”
“네.”
“…….”
잠시 파프닐의 얼굴을 살핀 그가 말했다.
“보아하니 미친 건 아닌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떤가?”
“괜찮습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엘리트 해골병은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생각해 둔 게 없다면…….”
몇 번의 설득에도 파프닐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중늙은이는 혀를 차며 스킬 북을 내주었다.
“아쉽구먼. 오랜만의 후배가 금방 사라질 걸 생각하니…….”
“그럼 내기 하나 하죠.”
“내기?”
쥐 해골병을 풀어 주던 중늙은이 네크로맨서가 씩 웃었다.
“예, 제가 한 달 동안 잘 성장하면 쓸 만한 스킬을 하나 주십시오. 대신 제가 시원찮으면…….”
“내 도제나 되라고. 안 그래도 도굴할 때 망을 봐 줄 일꾼이 부족했거든.”
“뭐……. 그렇게 하죠.”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싹수 증명
-목표 : 15일 동안 레벨 30 달성(17/30)
-남은 기한 : 15일
-보상 : 경험치, 무작위의 매직급 네크로맨서 스킬 1개
*실패 시 게임 시간 6달 동안 네크로맨서 굴드의 노역꾼이 됨.
“삽은 내가 주지, 쿠흐흐흐.”
중늙은이, 굴드는 그렇게 말하며 웃다가 멈칫했다.
스킬을 얻은 파프닐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스킬들은 얼추 갖췄군.’
도시 광장으로 나온 파프닐은 생각했다.
‘그럼 이제 엘리트 해골병부터 만들어 볼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