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31)
31. 건설 현장
높게 솟아있는 스톤타워가 성벽의 형태로 쭈욱 이어져 있는 듯한 모습의 거대 건물, 브릿지 마을의 동쪽 성벽.
그것은 휴먼족의 캠페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 건물이었다.
“보시다시피 성벽 자체의 복원은 끝났습니다만, 외벽 보강공사와 함정의 설치가 아직 덜 끝난 상황입니다.”
“음, 그렇군.”
나는 체체의 설명을 들으며 성문을 지나 외벽 보강공사 현장으로 이동했다.
성벽의 바깥쪽에는 밧줄과 도르래에 의존한 채 벽면에 철판을 깔고 망치질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쪽이 아니라고! 조금 더 옆으로! 그렇지…! 아니, 이런 답답한!!”
“아직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나? 더 제대로 다듬으란 말이다!”
대장간의 화로 앞에 있어야 할 대장장이들.
목공소에서 나무를 썰고 석공소에서 돌을 쪼개고 있어야 할 목공사와 석공사들.
전문가들이 일반 일꾼들과 뒤섞여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고, 한쪽에 모여서 쉬고 있는 일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더 이상 못하겠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
“똥이 굳어서 안 나온다! 우리에게도 베리를 달라!”
“공룡들은 이미 온순해졌다! 도대체 이런 성벽이 왜 필요한가!”
“무리하게 진행시키는 공사를 더 이상 따를 수 없다!”
“다 뒤집어엎고 마을을 떠나자!”
우리 마을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
이는 결국 가장 고된 노동의 현장에서 적나라하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차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체체, 공사판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원래 분위기가 이런가?”
그러자 체체는 현재 이곳 공사판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기 시작했다.
“현재 보강 공사는 절반 정도 완료되었습니다. 그러나 보유 자원이 빠듯해, 목제 지지대와 같은 안전시설은 최대한 생략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니다.
“으음… 그래서 불만이 올라가는 건가?”
“네, 게다가 최근 시작된 연장근무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피로도 또한 함께 증가하는 중입니다.”
게임 상 노동자들의 불만도는 다양한 이유로 증가했다.
건설 현장의 안전도가 낮아도 증가하고, 근무 시간이 늘어나도 증가했다.
그렇게 체체로부터 건설 현장의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던 중.
멀찍이서 누군가 파업 시위자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여러분, 파업을 멈춰 주십시오!”
그것은 성벽 보강 공사 현장에 노가다 지원을 온 조니였다.
조니는 기특하게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진정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 녀석…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혹시 내가 첩자로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나?
그러나 그의 외침에도 주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건 투쟁이다. 조니, 네가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야!”
“아니, 차라리 너도 우리에게 동참해라! 이런 성벽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냐!”
하지만 조니는 그들에게 동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외쳤다.
“데몬족의 위협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부족한 자원은 족장님께서 해결해 주신다 약속하셨습니다. 부족한 인력도 조만간 채워질 거라 말씀하셨고요. 부디 당장은 고되고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참아주십시오!”
하지만 시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적지근했다.
“데몬족이라고 해봐야 그 공벌레 같은 놈이랑 그렘린 같은 녀석들을 말하는 게 아닌가? 위험하다면 차라리 공룡들이 더 위험하지!”
“족장은 미쳐 있다! 그는 우리를 이끌 능력이 없는 게 분명해!”
“옳소!”
아무래도 조니 한 명의 외침만으로는 상황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듯했다.
내가 직접 나설 시간이었다.
크흠.
나는 목을 한 번 다듬은 후, 힘껏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내 욕을 한 자가 누구인가?”
[패시브, ‘사자의 포효’가 적용중입니다.]내 함성이 성벽 공사 현장의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일순 시끄럽던 공사현장에 적막이 감돌았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누가 이런 목소리를…!”
“나다, 족장.”
[1스킬, ‘하울 오브 테러’를 사용하였습니다.]“?!”
“…!!”
파업 시위자들은 일순 나를 보며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확인하며 다시 한 번 말했다.
“한창 마을 복구한다고 바쁜 마당에, 이렇게 꼭 시위를 했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이 새끼들아.”
“…….”
“조니는 나가 있어.”
“고… 고맙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높아진 불만도에 의해 발생한 파업.
이럴 경우, 파업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불만도를 즉시 낮춰주는 여러 가지 조치를 즉시 취하는 것.
“누가 내 욕을 하였느냐 이말이야!”
그러자 파업 시위자들 중 두 사람이 쭈뼛쭈뼛 내 앞으로 걸어왔다.
한 사람은 석공사 조합장, 메이슨.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목공사 조합장, 팀버였다.
“조… 족장님?
“어째서 이런 곳에…”
“참으로 딱하구나. 시국이 어느 때인데, 감히 파업 따위를 일으키다니.”
그리고 나는 파업을 진정시키는 두 번째 방법에 대해 떠올렸다.
“여봐라.”
그것은 바로, 협상을 시도하는 것.
“지금부터 일하기 싫은 새끼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내 앞으로 헤쳐 모여라!!”
***
건설 현장의 파업.
게임 상에서는 그저 유저 인터페이스로 떠오른 선택지인 ‘시위자들과 협상을 진행한다.’를 클릭하면 해결이 되는 일이었다.
이 경우, 플레이어는 시위자들이 요구하는 사항 몇 가지를 일정 기간 안에 들어준다는 약속을 하게 되는데.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마을 주민들의 불만도가 크게 증가한다.
반면 약속을 지켜준다면 불만도가 감소하며 파업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고.
“너희들.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지?”
나는 석공사 조합장 메이슨과 목공사 조합장 팀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둘의 뒤쪽으로 오와 열을 맞춰 서 있는 파업 시위자들의 면면이 보였다.
“…….”
“쫄지 말고 차근차근 말해 봐라. 어지간하면 들어줄 테니까. 이런 기회가 두 번 있을 것 같냐?”
“그 말씀이, 정말이십니까?”
“그래,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것 본 적 있나?”
“그… 그것은…….”
그런데 그때였다.
끼이이이익!
한쪽 성벽에 매달려있던 기계 장치, ‘가시지옥 함정’.
덜커덕!
“…!!”
얇은 죽창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거대한 나무판이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자원이 부족해 안전장치는 거의 배제한 채 공사하고 있다더니…!’
사람 여럿 잡을 위험한 공사 시설!
여기서 주민들이 시위하는 이유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위험…!!”
내 옆에 있던 체체가 급히 Q스킬, ‘서펜트 워드’를 사용했다.
《캬아아아-!》
제사용 지팡이로부터 생성된 황금빛 뱀이 아가리를 쫙 벌린 채 시위자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낙하물의 추락 범위에 포함되어있던 이들이 단체로 빛의 뱀에 휘감겨 날아갔다.
쿠당탕!
“커흑!”
“쿨럭!”
콰아아앙!
추락한 낙하물, 가시지옥함정이 그대로 산산조각났다.
만약 그 아래에 있었다면, 단체로 즉사했겠지.
“모두 괜찮은가!”
체체는 큰 충격에 휩싸여 있는 시위자들에게 달려갔다.
“치료를 해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
체체의 Q 스킬에는 원래부터 공격과 치료 두 가지 기능이 있었다.
그중 이번에는 치료의 기능이 발현되고 있던 참.
그렇게 치료의 시간을 가지던 때였다.
쿠구구구궁!
일순 사람들이 부딪쳤던 벽면을 기준으로, 쩌적 쩌적 균열이 번져 나갔다.
“설마… 또?”
이번에는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휘청휘청 흔들리는 성벽.
삽시간에 다음 페이즈가 이어졌다.
쿠구구구구구궁!!
체체와 주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성벽의 파편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 것이다.
“무너진다아아!!”
“으… 으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난무했다.
이런 미친… 대체 공사를 어떻게 한 거야?
그러나 잠깐 생각해보니, 그 공사는 내가 지시한 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주먹구구식으로.
‘게임에서는 아무리 빡세게 시켜도 잘만 해내더니!’
나는 다급히 쏟아지는 파편 아래에 있는 모두를 향해 외쳤다.
“모두 피해라!!”
[패시브 ‘사자의 포효’가 적용중입니다.] [패시브 ‘긴급 명령 – 위험의 명령’이 적용중입니다.]핑! 핑! 핑!
파편이 쏟아져 내리는 중심에 연달아 찍히는 빨간 느낌표 모양의 빛무리!
그것이 발현되자마자 시위자들이 그 지점으로부터 멀어지는 속도가 한결 빨라졌다.
그런데 다음 순간, 체체의 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져내리는 묵직한 석재 파편.
쉬이익!
“이런 젠장! 날아라, 도끼!”
나는 곧바로 자루 없는 도끼를 쏘아보내, 그 파편을 부숴 버렸다.
파식!
덕분에 그 아래에 있던 체체는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쏟아지는 파편의 수가 너무 많았다.
마치 호미로 홍수를 막는 격.
당장 석재 파편 하나를 쳐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체체의 몸에서 신성한 빛이 터져나왔다.
“빛의 전령이여!!”
지팡이를 높이 들어올린 체체.
그리고 그녀의 주변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눈부신 빛의 돔.
“모두 이리로!”
몸통이 눈에 띄게 두꺼운 황금빛 뱀.
《캬하아아아아아악!!》
아니, 그 굵기로 보아 이제는 황금빛 용이라 불러야 할듯한 한 마리가 주위의 모든 이들을 휘감아 제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일순 눈을 의심했다.
‘저건, 체체의 패시브?’
후두둑!
파편들이 빛의 돔에 부딪쳐 산화했다.
패시브에 의해 일시적으로 강화되어 ‘환희의 서펜트 워드’로 바뀐 체체의 Q스킬은 돔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을 지키며 쉼없이 파편을 쳐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소동이 진정된 후. 나는 곧장 체체에게 달려갔다.
“체체, 괜찮냐?”
“네, 족장님 덕분에 곧바로 반응할 수 있었습니다…!”
뭘 또 내 덕분이라고… 어차피 4성급 영웅인 체체가 고작 이 정도 돌 부스러기에 휩쓸렸다고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체체가 아니었으면 이번에야 말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할 뻔 했으니, 감사는 내가 백번 해도 모자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방금의 상황을 통해 의문점이 한 가지 생겼다.
그것은 바로 어째서 체체의 패시브가 발동되었는가 하는 것.
체체 브릿지 (★★★★)
레벨 : 15
칭호 : 브릿지 마을의 제사장
직업 : 제사장
근력 8 체력 21 민첩성 15 지력 35
[스킬]패시브 : 내면의 불꽃
1스킬 : 서펜트 워드
2스킬 : ???
3스킬 : ???
4스킬 : ???
체체의 강화 Q는 패시브가 터져야 사용할 수 있는 스킬.
그리고 체체의 패시브 ‘내면의 불꽃’은 빈사 상태.
즉, HP가 10% 이하일 때 발동되는 스킬이었다.
발동 시 약간의 HP가 회복되고 보호막이 생성되며,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이 일시적으로 강화 버전으로 바뀌게 되는….
스킬 자체는 워낙 훌륭하고 좋다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왜 멀쩡히 서있다가 딸피가 됐냐, 넌…?’
아까 패시브 스킬이 켜질 무렵.
체체는 빈사 상태였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런데 오늘 체체는 줄곧 나와 마을 시찰을 다닌 터라, HP가 깎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뭐가 이상해도 단단히 이상한 일.
나는 손을 휘휘 저어 상태 돌판의 페이지를 넘겼다.
체체 브릿지(★★★★)
HP : 26/120
MP : 31/350
OP : 12 (둔기)
DP : 0 (비무장)
최초에 체체를 향해 직격으로 떨어지던 석재는 내가 쳐냈다.
그 이후에도 체체가 직접적으로 파편에 적중당한 적은 없었고.
‘그런데 어째서 HP가 이 모양인 거지?’
심지어 정보 돌판을 바라보고 있던 그 잠깐의 사이. 체체의 HP는 1이 추가로 깎여 나갔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자연적으로 HP가 서서히 차올라야 정상인 상황.
하지만 그렇지는 못할망정, 체체의 HP는 오히려 감소중인 것이다.
‘독에 걸렸나?’
하지만 독에 걸렸으면 독에 걸렸다고 표시가 되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체체를 데리고 다니며 마을 상태를 파악하고 다녔건만, 정작 체체의 상태는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되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문득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됐는지, 체체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족장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체체. 이번 일이 끝난 뒤에. 나랑 잠깐 좀 보자.”
“네?”
“아무래도 네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 같군.”
“…….”
어디로 가야 할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으니.
제사장이라고는 해도, 스스로의 병세는 케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이럴 때는 사이비 건강원 같은 느낌이라도 초리조의 힘을 빌려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