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395)
395화 작은 변화들. (7)
‘모험자본금고’의 신설과 운영이 결정되자, 조선 전역의 전장에서 인사이동이 진행되었다.
각 지역의 전장에서 나름 입심이 좋거나, 창업심사부에서 실적이 좋은 이들이 대거 모험자본금고로 차출된 것이었다.
금고의 운영과 영업에 관한 교육과 실무 적응 훈련을 위해 한성에 소집된 전장의 관리들은 서로를 보며 눈을 빛냈다.
“저 작자가 바로 그….”
“호오? 저이도 왔군. 역시….”
조정은 전장을 운영하면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했다. 실적이 좋은 이들은 포상금은 물론이고 인사 고과도 좋게 평가되어 승진에 유리했다.
그리고, 이렇게 포상금이나 포상이 주어질 때마다 조선 전역의 전장에는 이를 알리는 종이가 직원 게시판에 붙었다.
덕분에 야심이 있는 이들은 영업이나 창업심사부를 지원했다.
그리고, 여기 그렇게 지원했던 이들 가운데 고르고 고른 이들이 모인 것이었고, 모두들 서로에게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인원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이 진행되었다.
금고의 운영 방식에 관해 알게 된 관리들은 반쯤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 유흥장 갈 일은 없겠군.”
“국가 공인 투전판에서 노름을 하게 생겼어.”
“이러려고 성현들의 말씀을 익혔는지 자괴감이 드는군.”
* *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일이 시작되자 금고의 직원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라도 나주,
“아이고~.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진사 어른.”
“잉? 자네, 한성에 갔다더니 언제 돌아온 것인가?”
나주의 소문난 거부(巨富) 차 진사는 오랜만에 본 전장 직원을 보고는 반색을 했다.
나주 전장에 계좌를 튼 이후, 거의 그를 전담해 은행 업무를 봐 준 이였다.
차 진사가 반겨 주자, 고영구는 활짝 웃으며 말을 받았다.
“한성에 갔다가 어제 돌아왔습니다.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서 말입니다.”
“좋은 소식?”
“그러니까 말입니다아….”
그렇게 대화의 물꼬를 튼 고영구는 ‘모험자본’에 관해 주루룩 설명을 시작했다.
* * *
“흐으음….”
한참 이어진 고영구의 설명이 끝났을 때, 팔짱을 낀 채 앉은 차 진사는 심각한 얼굴로 고영구를 바라봤다.
“흐으음…. 그러니까….”
느긋이 입을 연 차 진사는 말을 이어 갔다.
“그러니까, 자네 말에 따르면 창업심사에서는 떨어졌지만, 나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업에 자금을 대 주는 거다?”
“그렇습니다, 나리.”
“가능성을 얼마로 보는 것인가?”
“평균 4할 3푼입니다.”
“4할?”
고영구의 대답에 차 진사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간단히 말해 10곳에 투자하면 4곳만이 성공한다는 것 아닌가?”
“진사 나리, 창업심사부를 통과한 이들의 성공률도 6할 8푼입니다. 그리고, 달리 모험자본이겠습니까요?”
“그렇기는 해도 거의 도박인데?”
차 진사의 말에 고영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도박에 가까운 투자가 맞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도박 아닌 일이 어디 있습니까? 요즘은 치수(治水)가 잘 되어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농사도 도박 아닙니까?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하늘님 심사가 꼬여서 가뭄이나 물난리 한 번 터지면 그해 농사는 그냥 쪽박 아닙니까?”
“그것은 그렇지….”
고영구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던 차 진사는 다른 부분을 따지고 들었다.
“그럼 모험자본에 돈을 넣으면 이자율은 얼마나 되나?”
“이자율이 아니라 투자 성공 배당금이라 부릅니다.”
“그래, 그 투자 성공 배당금은 어떻게 되나?”
차 진사의 물음에 고영구는 품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한 곳을 펼치며 설명을 이어 갔다.
“투자한 업체가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최소 2할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소 2할?”
“예.”
“그럼 내가 금 1천 냥을 넣으면 1년에 최소한 금 200냥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금 1천 냥 가운데 투자에 들어간 금액의 2할입니다.”
“좀 이해가 안 가는데?”
차 진사가 고개를 모로 꼬자, 고영구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진사 나리께서 금 1천 냥을 넣으셨는데, 투자금으로 금 200냥만 나가게 되면 그 200냥 가운데 성공한 투자금만 배당을 계산해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1천 냥 가운데 200냥이 투자되었는데, 그 200냥 전부에 대해서도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한 투자만 배당금을 지급하겠다?”
“그렇습니다.”
“뭐가 이리 복잡한가?”
차 진사의 푸념에 고영구는 여전히 미소 가득한 얼굴로 차 진사를 달랬다.
“아이고~. 투자하신 분들의 귀한 돈을 어찌 허투루 쓰겠습니까? 최대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잘게 쪼개서 다른 분들의 투자금과 합쳐서 진행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잘게 쪼개서 합친다?”
“예. 만약 투자금으로 필요한 것이 금 10냥이면 이것을 금 1냥 단위로 쪼개서 10분의 투자금에서 금 1냥씩을 빼는 것이지요. 이러면 창업이 실패하더라도 금 1냥밖에 손해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군.”
고개를 주억거리던 차 진사는 다시 인상을 구겼다.
“그래서, 성공을 해도 저 정도의 수익밖에 안 나는 것인가?”
“아쉽지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은 줄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
고영구의 말에 차 진사는 뭐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고영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찌 되든 가장 손해를 안 보는 것은 조정이지만 말입니다.’
고영구의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한 차 진사였지만, 여전히 마뜩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다 좋기는 한데…. 배당금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그게 중간에 들어가는 비용이 꽤 있습니다. 2차 심사비에, 투자 대행비, 감사 대행비 등등 꽤 많습니다.”
“심사를 또 한다고?”
“투자를 결정하신 분들의 귀한 돈을 쓰는데 어찌 허투루 하겠습니까? 한 번 더 심사해서 최대한 성공 확률이 높은 것들을 골라야지요.”
“그렇군.”
고영구의 설명에 차 진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만족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래도 배당금 비율이 낮아….”
“비율을 높이실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상당한 모험수지만 말입니다.”
고영구의 말에 차 진사가 눈을 반짝였다.
“그게 뭔가?”
“직접 결정하시는 것입니다.”
“직접?”
“예. 나주 전장 옆에 있는 금고에 직접 오셔서 투자를 희망하는 업태를 확인하신 다음 가장 괜찮다고 여기시는 것을 골라 얼마를 투자하실지 직접 정하시는 것입니다. 투자 희망자가 원하는 금액의 전부를 투자하실 수도 있고, 적당한 비율로 투자금을 내실 수도 있습니다. 단, 직접 투자에는 최소 비율이 있는데 적어도 2할 이상은 투자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비율이 얼마나 올라가는가?”
“최소 4할입니다. 최소.”
“최소 4할이라….”
“단, 직접 투자의 경우에는 창업이 실패할 경우의 손실도 감수하셔야 합니다.”
고영구의 대답에 차 진사는 입을 다물고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차 진사는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후우~. 아따, 거! 참말로 거시기하네잉!”
순간 체통도 잊고 튀어나온 말이었지만, 차 진사의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푸념이었다.
그렇게 푸념을 내뱉고 입맛을 다신 차 진사는 결국 생각을 정했다.
“자네를 믿고 한번 투자를 해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얼마나 투자하면 되는가? 설마 전 재산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주상 전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는 창업해 성공하기를 원하는 이들과 양지에서 재산을 증식하기를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득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투자를 하는 이들은 재산의 정도에 따라 투자금을 정하도록 하라’라고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역시나 전하께서는 현명하시군. 그래서 기준이 어떻게 되나?”
“전장에 있는 재산세액 납부 기록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하지만,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전 재산의 최소 3할에서 최대 절반입니다. 그리고 한 번 투자하면 1년 동안은 추가로 투자할 수 없습니다.”
“만약, 투자를 했는데 손실을 좀 봤어. 그래서 남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은데 바로 회수할 수 있나?”
“그것도 1년 후에 가능합니다.”
“1년은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
“예. 창업의 성패가 바로 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흐음….”
고영구의 말에 다시 손익을 따져 본 차 진사는 결국 고영구의 말에 넘어갔다.
“내일 방문하겠네.”
“감사합니다! 아! 내일 오실 때에는 전장의 계좌 장부와 도장을 꼭 지참하셔야 합니다. 그게 있어야 계약이 가능합니다.”
“꼭 지참하지.”
그날 저녁, 차 진사의 내자인 안씨 부인은 차 진사를 찾았다.
“낮에 전장의 고 행원이 왔다 갔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아! 그것이….”
차 진사의 설명을 들은 안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차 진사를 돌아봤다.
“내일 전장에 가실 때 저도 같이 가겠사옵니다.”
“부인도요? 왜요?”
“제가 분재(分財) 받은 재산이 좀 있지 않습니까? 기왕이면 덩치를 좀 불려 자식들에게 나눠 줘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차 진사는 안씨의 부탁을 들어줬다.
* * *
다음 날 차 진사 부부가 금고를 찾자 고영구는 반가운 얼굴로 부부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나는 물론이고 내자도 투자를 하고 싶다 해서 같이 왔네.”
“감사합니다! 좋은 선택이 되실 것입니다!”
차 진사 부부를 금고의 별실로 안내한 고영구는 다른 직원 한 명과 함께 여러 종류의 서류를 들고 왔다.
“다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같이 있는 것인가?”
“아! 저 친구는 제가 내외분이 오해하시지 않게 정확하게 설명을 하는지, 빼먹는 것은 없는지 확인해 주는 친구입니다.”
“꽤 주의 깊군.”
“귀한 투자금을 받는 자리인데 허투루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고영구의 대답에 차 진사 내외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믿음이 가는군!”
* * *
그렇게 다시 한번 설명이 끝나고 고영구는 차 진사 내외에게 물었다.
“다시 여쭙겠습니다. 계약하시겠습니까?”
“하겠네. 얼마까지 가능한가?”
“부인께서는?”
“계약하겠소.”
“그러면….”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갖고 온 기록을 통해 최대 가능 금액이 정해졌다. 차 진사 부부가 최대 한도로 투자금을 결정하자, 곧이어 전장에서 사람이 와 차 진사 내외의 계좌에서 금액을 빼 금고에 만들어진 계좌로 옮겼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문서에 도장을 찍으며 차 진사 내외는 지친 한숨을 쉬었다.
“후우~. 드디어 끝난 것인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시기를 원하시는지요? 직접 투자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가 할까요?”
고영구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차 진사가 물었다.
“반반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네.”
“알겠습니다. 부인은 어떻게 하시려는지요?”
“저도 반반으로 하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고영구는 차 진사 부부를 금고에서 가장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는 상황실입니다. 보시다시피 저 벽에 걸린 게시판에는 이곳 나주에서 투자가 필요한 이들의 업체명이 걸려 있고, 그다음 칸은 그 업체의 투자 현황입니다.”
“다들 절반 정도는 차 있군?”
“조정의 지원금입니다.”
“아….”
“우선은 여기 잠깐 앉으시지요.”
부부에게 자리를 권한 고영구는 맞은편에 앉아 설명을 이어 갔다.
“여기 상위에 놓인 종이들은 순서대로 5일보, 순보(旬報), 월보(月報)입니다. 5일보는 이곳 나주를 중심으로 사방 50리 이내에서 투자가 필요한 이들에 관한 사항을 5일 단위로 갱신해 기록한 것입니다. 순보는 전라도 전역에서 진행되는 투자에 관해 열흘 단위로 갱신한 것이고, 월보는 조선 전역입니다.”
“그런가?”
고영구의 설명을 들으며 차 진사 내외는 종이를 살폈다. 종이에는 온갖 종류의 분야에서 새로 창업하는 이들에 관한 기록과 성공 가능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날, 차 진사 부부는 나주에서 창업하려는 업체들과 전라도에서 창업하려는 업체들을 적당히 섞어 투자를 결정했다. 물론, 투자 금액은 자신들의 투자금 전부가 아니라 일부였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