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160
청풍표국 최강식객 160화
160화. 강호팔문의 자격(3)
‘강해지고 싶어….’
밖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전투 소리에 아버지의 집무실에 앉아 있는 두혜련의 가슴이 타들어 갔다.
지금까지는 몰랐다.
그냥 아버지 말씀 잘 들으며 표국 일에 대해서 배워나가면 되었다.
그리고 적당히 표사 아저씨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을 통제하면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소국주가 되고 나니, 아니 임요성에 의해 보다 높은 세상을 엿보게 되니 자신이 너무 무력했다.
지금도 들리는 저 전투에 참여하는 것보다 이렇게 앉아서 숨어 있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말에 두혜련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물론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런 분위기였다.
“하아.”
두혜련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두진호가 물었다.
“웬 한숨이더냐?”
“그냥요…. 제가 너무 무력한 것 같아서요.”
두진호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자신인들 저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두진호 자신도 망설여졌다.
현실에 순응하라고 말하자니 딸아이의 발전을 미리 막는 것 같고, 힘내라며 뭐든 할 수 있다고 격려하자니 넘어설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서 주저앉을까 두려웠다.
그런 두 부녀를 힐끔 쳐다본 팔선녀 중 일선이 입을 열었다.
“누군가 왔습니다.”
“음?”
두진호가 돌아보자 팔선녀들이 모두 일어섰다.
“저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았는지 대놓고 앞뜰에 나타났군요. 나가봐야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발음과 비명이 함께 터져 나왔다.
퍼버버벙!
“크아악!”
팔선녀가 급히 문을 박차고 나가자 중앙전각의 앞마당에는 호위대원들이 모두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나마 매영옥이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는 흰 무복을 입고 있는 사내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었다.
여산홍이 없는 한 호위대의 부대주인 매영옥이 그를 대신해야 했기에 호위대와 함께 전각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유히 나타난 백의 무인으로 인해 순식간에 진형이 무너졌다.
“매 부단주 고생했어. 이제 국주님과 소국주님을 지켜드려.”
말은 지키라고 했지만, 무리하지 말고 나오라는 말이었다.
“크윽!”
자존심이 상했지만 매영옥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허어, 이거 참. 무인지경 걷듯이 국주와 소국주의 목만 따오면 된다더니. 이거 쉽지 않겠는데?”
준수한 얼굴에 다부진 체격, 새하얀 무복은 백도 무림의 수호자처럼 보일 정도였다.
“누구냐. 택화림에서 왔나?”
일선이 대표로 묻자 백의 무인이 말했다.
“그렇소. 난 백위라 하오. 주로 황실과 관에 대한 정보를 취급하지. 그대들은 누구시오? 전혀 우리 정보망에 잡히지 않은 이들인데.”
백위가 너무 점잖게 나오자 팔선녀들 역시 자신들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린 팔선녀라고 한다.”
“팔선녀? 팔선녀라… 팔선녀….”
잠시 생각하던 백위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하. 환희궁주를 지키는 호법들이군. 잠깐, 그런 환희궁이 청풍표국과 동맹지간이란 말이오? 이거 놀라운데? 묵천에 환희궁까지. 도대체 청풍표국은 뭐 하는 곳이오?”
“글쎄. 우리도 객인지라 그 물음에 대답할 위치도 능력도 없군.”
“흠흠. 놀랍군, 놀라워. 괜히 강호팔문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란 말인가. 실로 파천황 그자의 힘이 놀랍구나. 일개 식객으로 들어와 이렇게 소속 가문을 키워내다니.”
“주저리주저리 말할 시간에 볼일을 보는 게 어떤가. 아니면 그냥 돌아가 준다면 고맙겠고.”
일선이 눈에 힘을 주며 차갑게 내뱉었지만 백위는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흘려보냈다.
“하하. 그럴 순 없겠소. 나도 명을 받고 움직이는 일개 부하일 뿐이라서.”
“흥. 화경의 고수가 일개 부하일 뿐이라니.”
“하하. 뭐, 그야 워낙 대단한 양반을 모시고 있으니까. 후후. 뭐 여자를 때리는 취미는 없지만 오늘은 손속에 여유를 둘 수가 없겠소. 나도 내 볼일을 봐야 해서. 좀 과격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리오.”
백위가 뒷짐을 풀자 오른손에 부채가 나왔다.
전체가 핏빛으로 된 부채를 보며 일선이 얼굴을 구겼다.
“혹시… 혈뢰선(血雷扇) 아닌가?”
“오? 이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구려. 맞소. 먼 과거 사파의 맹주였던 천풍선인이 쓰던 독문병기요.”
해맑게 웃으며 흔드는 혈뢰선을 보며 일선이 전음을 보냈다.
[모두 조심하라. 평범해 보이는 부채지만 강기를 담는 순간 부챗살에 강기가 맺히면서 부채를 펼치는 순간 수많은 강기의 침이 발출되는 신병이기다.]일선의 전음에 남은 칠선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녀들의 기도가 달라지는 것을 본 백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후후후. 괜히 가르쳐줬나? 이거 잘하면 주군께 책망을 들을 수도 있겠는걸.”
백위가 자세를 고치자 팔선녀들이 동시에 창끝을 그에게 향했다.
귀혼창식으로 펼쳐내는 합격진, 귀혼쇄열진이었다.
“흐음.”
비로소 백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여인들이 창을 들고 있기에 남자인 자신이 부채를 들고 있는 것처럼 묘한 느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느껴지는 기도는 여덟 명 모두 초절정.
쉽진 않아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상성에서 우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기도를 내뿜으며 합격진을 형성하자 느껴지는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타앗!”
파라라라랑!
전광석화처럼 휘두른 부채에서 강침(罡針)이 발사되었다.
파바바바방!
“크윽!”
창끝을 휘돌리며 강침을 막아냈으나 강기로 된 침에 담긴 위력은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하압!”
하지만 반대쪽을 향해 강침을 발사하는 순간 다른 네 명의 선녀들이 사방을 점하여 창을 쑤시고 들어갔다.
마치 몸 전체를 창으로 꿰뚫겠다는 의지와 함께. 하지만,
팡! 파방! 팡!
다시 순식간에 몸을 돌린 백위의 혈뢰선이 동시에 두 개의 창을 쳐냈고, 한 동작에 두 발로 다른 두 창을 쳐내니 오히려 허점이 드러난 것은 선녀들 쪽이었다.
파바바바방!
어느새 혈뢰선에서 강침이 뻗어나갔고,
파바방!
“크윽!”
세 개의 강침은 쳐냈으나 하나의 강침이 오선의 어깨를 뚫고 나갔다.
슈슈슈슉!
다시 뒤에서 네 명의 선녀들이 내뻗는 창격을 미꾸라지가 바위틈을 빠져나가듯 유려한 움직임으로 피하더니,
파바바방!
다시 발출된 강침!
“타압!”
일선이 급히 창끝을 회전시키며 검으로 검막을 만들 듯, 창끝으로 창막을 형성했다.
“호오!”
혈뢰선이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의 혈뢰선은 쉬지 않았다.
쉬쉬쉬쉬쉭!
다시 한번 발출된 강기의 침!
이번엔 그 양이 달랐다.
혈뢰선을 쥐고 펼친 춤사위에 수많은 강침이 날아든 것이다.
후리고, 내뻗고, 펼쳐내는 그의 아름다운 손놀림에서 하나하나가 목숨을 끊어낼 섬뜩한 강침이 날아오는 모습은 묘한 이질감을 선사했다.
“크읍!”
“하아압!”
팔선녀들 역시 지지 않고 강침을 쳐냈다. 이미 주위는 떨쳐낸 강침으로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파바바방!
“이야압!”
타라라랑!
팔선녀들과 백위의 싸움은 점점 그 깊이를 더했고, 처음엔 당황하던 팔선녀들이 전열을 가다듬자 백위 또한 몇 번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흐음.’
백위는 국주와 소국주, 적어도 소국주만이라도 죽이라는 특명을 받았다.
하지만 환희궁의 팔선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바, 여기서 무리를 하다 죽느니 이 사실을 알리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앗!”
온몸의 진기를 끌어모아 다시 한번 혈뢰선을 펼치자 팔선녀들이 강침 세례를 쳐내며 거리를 벌렸다.
휘리릭!
금세 내원의 담장으로 물러선 백위가 부채를 흔들었다.
“후우. 소저들. 오늘 밤의 운우지정은 다음에 이어서 나누도록 합시다. 내가 오늘 좀 바쁘오.”
“이익! 이제 와서 도망가는 것이냐!”
일선이 분노를 담아 외치자 백위가 부채를 펼쳐 입을 가렸다.
부채 위로 보이는 그의 눈웃음이 더욱 팔선녀를 격동시켰다.
“후후. 그럼 이만.”
팡!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뒤로 몸을 날리는 순간!
화아악!
“헛!”
갑자기 날아든 커다란 천에 백위가 깜짝 놀라며 혈뢰선을 내뻗었다.
파아앙!
강침 세례가 천으로 날아갔지만, 웬일인지 그 천은 멀쩡하기만 했다.
‘이 무슨…?’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쐐애애액!
어느새 날아든 도강이 자신의 목을 날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흐읍!”
철판교의 수법으로 몸을 눕히며 도강을 피했지만 몸을 일으킨 그의 얼굴은 밀랍처럼 굳었다.
“…파천황…?”
“그렇다. 내가 파천황이다.”
“…좀 빨리 끝났군. 벌써 이곳에 오다니.”
“가끔 듣는 말이지.”
“하… 하하. 이거 참.”
백위가 부채 끝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왠지 이곳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목숨을 내주어서라도 둘 중 하나는 죽여야 지옥에 가서라도 대학사의 낯을 볼 면목이 있으리라.
“너의 존재가 오히려 정인의 목숨을 빨리 앗아간 이유가 됨을 한탄하라.”
“뭐?”
임요성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자 백위의 몸이 길쭉한 호선을 그리며 뒤에 있는 중앙전각으로 향했다.
실로 엄청난 신법이자 경공술이었다.
순간 임요성조차 반응을 못 할 정도였으니 팔선녀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쳇!”
임요성이 급히 몸을 날렸으나 이미 백위의 몸은 집무실 문을 부수고 있었다.
콰아아앙!
들어서는 순간 부채를 내뻗으면 끝이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은 두 사람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순간 마치 하늘의 태양이 바로 눈앞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크윽!”
미리 준비했다면 달랐겠지만, 창졸간에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에 백위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날아오는 비수 세례.
휘리리릭!
그러나 아무리 순간적으로 시야가 가려졌다고는 하나 까마득한 하수가 던진 비수에 죽을 백위가 아니었다.
따라라랑!
맑은소리와 함께 비수들을 쳐냈지만, 순간적인 밝은 빛에 멈칫하고,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날아든 비수를 쳐내느라 생긴 아주 잠깐의 시간이 그의 생사를 갈랐다.
어느새 날아든 임요성의 흑아가 백위의 등을 쑤시며 들어갔고, 이내 심장을 터트리며 가슴을 뚫고 나왔기 때문이다.
백위의 얼굴에 허탈한 표정이 드리웠다.
“크륵… 젠장…. 차라리 시원하게 싸워보기라도 할 것을….”
백위의 신형이 힘없이 무너졌다.
“후우.”
임요성이 짧은 숨을 내쉬며 두혜련을 쳐다봤다.
“괜찮으냐?”
“하아, 하아. 네! 전 괜찮아요!”
팔선녀가 나간 이후 혹시 몰라 온 주의를 집중시키던 두혜련은 문이 부서지자마자 가락지에 내공을 불어넣어 백위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기영란에게 배운 비도술을 펼쳐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아주 잠깐 번 시간이 자신과 아비의 생명을 살렸다.
“다행이구나.”
자신이 발전해나가는 사이, 두혜련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휘리릭.
팔선녀들이 내려섰다.
“파천황을 뵙습니다.”
그녀들의 인사를 받으며 임요성이 말했다.
“여긴 제가 있을 테니 팔선녀분들께서는 흩어지셔서 잔당들을 처리해주시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팔선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는 길에 스치듯 본 표국의 상황은 매우 좋았다.
개방주와 취팔선이 두 사내를 막아내는 동안, 교룡각이 합류한 수비대가 낭인대를 훌륭하게 막아서고 있었다.
그리고 임요성의 부탁으로 합류한 개방도들이 퇴로를 막어서며 합세하니 마적단의 손발이 금세 어지러워졌다.
물론 그 이면에는 백운학과 위현보 두 사제의 뒷받침이 큰 힘이 되었다.
팔선녀가 합류한다면 큰 인명 피해 없이 저들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강호팔문.
강호의 가장 강한 여덟 개의 문파.
표국이 문파에 해당하냐는 문제로 무림맹 회의 당시 많은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파천황이라는 시대의 기린아를 품고 있었고, 어차피 무사대를 품고 있기에 문제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었다.
청풍표국은 중원에서 가장 강하다는 마적단과 택화림이라는 역모 단체의 습격을 훌륭히 막아내었고, 강호팔문의 자격을 증명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