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220
청풍표국 최강식객 220화
220화. 건곤일척의 승부(1)
“저들의 주력 무사대가 성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더냐?”
“그들도 번왕들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아챈 게 아닐까요?”
남궁겸이 아들 남궁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금 무사대를 소집한 후에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긴 그들 자체적으로도 정보원들이 있을 테니.”
“저쪽에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궁겸이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우린 우리 할 일만 하면 된다. 너무 깊게 얽히는 건 좋지 않다. 향후 저들이 완벽하게 나라를 장악했을 때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 거리는 두는 게 맞지. 그리고 이 정도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같이 할 이유도 없다.”
사천에서 임요성이 상천십좌에 연통을 날렸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남궁겸은 답신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문의 활동을 최소화해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활동을 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일언반구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 이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과가 좋았기에 금세 강호인들에게 잊혔다.
하지만 지금 남궁세가가 왜 그랬는지 이유가 드러나고 있었다.
남궁겸은 이미 조상연과 손을 잡고 음모를 꾸미고 있던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놈을 치워버리자꾸나.”
남궁겸은 이미 조상연으로부터 임요성과 남경 황제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황제가 남경을 차지했을 때부터 면밀히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림 명숙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뒤이어 소집을 요구하는 전서가 날라왔다.
당연히 남궁겸은 무시했고, 그들의 동태를 빠짐없이 보고받았다.
그러던 중 상당수의 무사가 성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황제와 임요성과의 관계를 알고 있던 남궁겸은 임요성이 당연히 황제의 곁에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았고, 이번에야말로 그를 완전히 세상에서 지워버릴 생각이었다.
이건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남궁헌을 위해서였다.
경지를 높이기 위해 심마에 들어 고독에까지 중독되었다는 사실은 그에게도 꽤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자신이 그 악의 고리를 끊어버리려는 것이다.
자식이 누군가의 위세에 눌려 기도 못 펴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아무리 남궁겸이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이번 일로 백도 무림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새 황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남궁세가는 홀로 비상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의 대부분은 남궁헌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으로 사용될 것이다.
남궁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후우.”
망루에 서 있던 무인이 손에 입김을 불어 넣었다.
높은 곳인데다가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라 공기가 찼다.
그러던 그의 눈에 거대한 수풀이 움직이는 듯한 모습이 들어왔다.
“저게 뭐지…?”
좀 더 집중하고서야 그 모습이 남경성으로 오고 있는 수많은 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 총사님! 지금 수상한 무리가 성의 서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성 밑에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임요성이 경공을 펼쳐 망루로 올라갔다.
그리고 안력을 돋우어 살펴본 그의 눈에 비친 모습은….
“설마 했더니… 이건 실로 충격이군….”
팽원호가 어느새 옆에 붙어서 임요성이 보는 상황을 확인했다.
“남궁세가라니….”
“그 말은 남궁세가가 조상연에게 붙었다는 말이군요.”
뒤따라온 제갈홍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들의 시야에 잡힌 수상한 무리는 남궁세가의 무사대였다.
아예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행동에서는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내 경계 종이 울렸고, 성루에는 병사들이 늘어섰다.
그리고 성문을 통해 임요성과 용봉대원들이 나섰다.
“역도 무리와의 첫 전투가 설마 같은 백도 무림 아래 있는 자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군.”
팽원호가 앞에 늘어선 이들을 보며 백호대도를 고쳐 잡았다.
이제는 자신의 무기가 된 팽극환의 애병.
꾸욱.
팽원호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선으로 백호대도를 꽉 쥐었다.
그에게는 조상연과 함께하는 무리는 모두 원수로 보일 지경이었다.
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이들은 남궁세가의 총 전력이었다.
가주 남궁겸과 함께하는 제왕검대 200인, 그리고 가문의 주력 무사대인 창궁검대 300인, 더불어 가문의 수비대원들인 창천수호대 300인.
총 800에 달하는 무사들.
이때 만약 누군가 남궁세가를 친다면 허무하게 몰락할 것이다.
하지만 남궁겸은 그걸 감안하고도 모두를 끌고 왔다.
이번 일에 가문의 사활을 건 것이다.
“남궁 가주, 꼭 이렇게 해야만 했소?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뭐가 부족해서 역도의 무리에 붙은 것이오?”
자신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임요성의 태도에 남궁겸의 얼굴의 서서히 구겨지기 시작했다.
“내 아들뻘밖에 안 되는 놈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꼴 보기 싫어서라고 하면 대답이 되겠나? 공청 진인이나 법장 대사 정도 되는 연배와 배분이라면 인정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인 팽가조차도 수긍할 수 있어. 재능의 차이라도 보면 되니까. 하지만 넌 아니다.”
그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고, 전신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겨우 서른 정도 되는 젊은 놈이 나와 같은, 아니 나를 넘어서는 무위라니… 하! 세상도 불공평하지. 하지만 그 불공평한 세상을 사람의 힘으로 메울 힘을 준 것이 현 황제 폐하시다.”
“지금의 그 힘 말인가?”
임요성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광폭한 기운.
그리고 평소 남궁의 무공이라고 느끼기 힘들 정도로 악의에 가득 차 있는 기도.
하지만 그 기세만큼은 엄청났다.
바로 앞에 서 있는 임요성의 안면 피부가 그 기파에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남궁겸이 두 팔을 벌리며 자랑스럽게 으스댔다.
“아, 이거? 어때? 대단하지 않나? 일종의 잠력단인데, 따로 개발한 단약일세. 말 그대로 잠력을 끌어내어 주지. 정신과 육체의 잠력을 모두 끌어내어 주니 몇 번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경지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네. 자네도 원하면 줄 수 있어. 자네라면 현 황제의 경지에 필적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가 주는 고독을 먹어야 할 거야. 날 위해 개처럼 일해준다면 줄 수 있네. 으하하하하!”
아무도 웃는 사람이 없었지만, 남궁겸의 파안대소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임요성은 그런 남궁겸을 보며 저 잠력단이라는 것이 중단전을 건드려 강제적으로 경지를 높이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것이다.
그의 시선이 아비의 뒤에 선 남궁헌을 향했다.
“그날 네게서 고독을 빼내어 주었을 때는 뭔가 달라진 것 같더니, 다시 돌아간 건가?”
남궁헌이 얼굴을 구기며 이를 드러냈다.
“그때는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번엔 나의 의지로 택한 것이다.”
남궁헌은 그날 이후 엄청난 노력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 봤던 임요성의 무위에 마음이 급해진 것일까, 수련하면 할수록 진창에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심마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아버지인 남궁겸도 심마에 들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흑위가 찾아왔고, 잠력단의 효능을 느껴보고는 덥석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단의 대법인 이혼 대법을 연구하던 중에 만들어진 잠력단의 효능은 무척 뛰어났고, 그들의 관심을 단박에 끌어낼 수 있었다.
물론 이마저도 심마가 아니었다면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마가 만들어 낸 빈틈이 조상연의 제안이 비집고 들어갈 기회가 된 것이다.
당시 사천으로 모든 시선이 쏠려 있던 상태라 남궁세가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냥 세가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나 보다 하고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邪道)를 받아들였다.
그 순간 이미 백도 정파가 아닌 흑도 사파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미타불. 사특한 기운이오. 마친 흑도의 무리를 마주한 것 같은 기분. 결국 사도에 빠져들고 말았구려.”
소림의 홍천이 안타깝다는 듯 백팔염주를 돌렸다.
이번에 스승인 법장 대사에게서 받은 소림의 신물 중 하나인 금강신주(金剛神珠)였다.
천잠사의 실에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염주 알을 꿴 것으로 소림의 장문인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홍천이 이미 다음 대 방장으로 인가를 받았다는 말이다.
“과연 그렇군.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러. 백도의 천년 명가가 이렇게 사특한 기운을 내뿜다니. 원시천존이시여….”
무당의 의찬 역시 태청보검을 만지작거렸다.
그 역시 무당파 장교의 신물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각 세력의 수장들은 다가오는 세대를 이끌어 갈 후기지수들을 알리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아버지 황보웅에게서 귀문권갑을 받은 황보익, 자하신검을 받은 화산의 담명, 구천검을 받은 모용백 등등 그들은 모두 스승과 가문의 신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남궁겸은 임요성의 주위에 늘어선 후기지수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흥! 지금 그 전력으로 우리와 맞서겠다는 말인가?”
후기지수들과 함께하는 각 세력의 호위무사들과 사제들을 모두 포함해도 2백이 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열세였다.
“누가 우리만 싸운다고 했지?”
임요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강하면서도 절제된 기운이 밀려들었다.
사사삭. 타닥.
수백의 인영이 내려섰는데도 공기의 흐름조차 바뀌지 않았다.
“청풍단이 주군을 뵙습니다!”
도합 300에 달하는 청풍표국 최강이 무력대!
그들의 발하는 기파는 결코 강호 명문 세력에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신의에 의해 완성된 도검불침의 신체, 황석환에 의해 지원된 무인용 쇄자갑, 당가의 폭우이화침에 뒤지지 않을 송엽탄은 그들을 강호 최정예 무사대로 불러도 손색이 없도록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남궁겸의 얼굴에는 조소가 드러났을 뿐이다.
“뭐? 청풍단? 무사대 정도의 규모 주제에 무사단을 칭하다니 기도 안 차는군. 그리고 몇몇 조장급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별 볼 일 없군그래.”
열 명의 묵풍조가 내뿜는 기세는 남궁겸도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제왕검대와 창천검대의 조장들 역시 초절정의 고수이거나 그에 근접한 이들이었다.
그러니 그의 눈에 청풍단의 모습은 단지 그 이름만 높였을 뿐 일개 무사대에 지나지 않았다.
“겨우 그 정도라면 실망이군. 뭔가 호각지세를 겨룰 줄 알았더니. 금방 끝나겠어.”
스릉.
남궁세가의 보검인 제왕검을 빼든 남궁겸의 검첨이 임요성을 향했다.
“넌 특별히 내가 상대해주마. 나, 검왕의 손에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거라.”
콰우우우웅!
남궁겸의 제왕검에 모여드는 압도적인 기파!
푸르스름한, 하지만 다소 탁한 빛무리에 성루에 있던 병사들이 눈을 찌푸렸다.
스릉. 스르릉.
임요성 역시 천아와 천조를 빼 들었다.
고오오오오오!
그 역시 기도를 드러내자 묵빛의 영롱한 기운이 두 칼날에 맺혔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뒤에 있던 모든 이들이 병기를 꺼내 들었다.
밝지만 탁한 남궁겸의 기운과 어둡지만 맑은 임요성의 기운이 금세라도 서로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기이하게 상반되는 기운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콰앙!
그리고 강렬함 폭음과 함께 동시에 서로를 향해 짓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