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52
청풍표국 최강식객 052화
52화. 참교육 (5)
백련문도들은 전날 여산홍과 매영옥에게 흠씬 두들겨 맞아 눈두덩이며 입술이며 얻어맞은 자국이 선명했다.
말없이 단상 위로 올라간 임요성이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백도를 가장한 흑도의 무리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청풍표국의 경비무사로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임요성은 그들이 백련문이라는 백도를 사칭한 흑도라는 사실을 나윤천에게 이미 다 들은 상태였다.
“아직 삼류무사라고 불리기도 부끄러운 너희들이지만 날 잘 따라오기만 한다면 훌륭한 상승무공도 받게 될 것이고, 좋은 영약도 받게 될 것이다. 과거는 잊고 이제 청풍표국에 충성하라. 가고 싶은 사람은 돌아가도 좋다. 하지만 목은 내놓고 가도록.”
임요성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모두들 목을 움츠렸다.
어차피 자신들은 지난밤 죽었어야 했다.
자기들이라도 간밤에 습격한 이들을 살려둘 리 만무했기에 손을 내밀 때 잡아야 했다.
괜히 버티다가는 소중한 목숨을 잃을 것이다.
거칠고 악독한 자일수록 자기애가 강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임요성의 말에 반발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귀가 있다. 이 청풍표국에 들어온 눈앞의 식객이 얼마나 요즘 뜨거운 소식을 몰고 다니는지.
여기서 좀 버티면 훨씬 좋은 무공을 받아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님을 따르겠습니다! 청풍표국의 일원이 되겠습니다!”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따로 외치며 금세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나윤천. 앞으로 나오라.”
그의 말에 나윤천이 빙긋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임요성의 의도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이들의 몸을 수련에 ‘적합’한 몸과 마음이 되도록 끌어올려 놓도록. 그걸 보고 너에 대한 입장을 정하겠다.”
“흐흐흐.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들은 겨우 삼류 딱지를 뗀 이류무사거나 그도 아니면 삼류무사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이 오십이 넘는 인원이라 해도 절정고수인 자신에게는 다 덤벼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우드득. 우득.
“흐흐. 이제부터 참교육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나윤천이 손가락을 딱딱거리며 씨익 웃자 도열한 흑도의 무리들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 * *
“공자님 괜찮은 거죠?”
표국회의 자리에서 두혜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의 무공이 얼마나 높은지는 알고 있지만, 무려 오십에 이르는 한 무관의 무사들이 모두 들이닥쳤다고 들었다.
그중에는 절정고수 세 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혹시라도 상처라도 생겼나 싶어 두혜련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임요성을 훑어보았다.
물론 그들이 임요성 앞에서 얼어 찍소리도 못하고 여산홍과 매영옥에게 매타작을 당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괜찮소. 아무렇지도 않으니.”
임요성은 나윤천에게 흑도방도들을 맡겨둔 다음 회의를 소집했다.
긴급회의였기에 두혜련을 비롯, 총관 이천호와 현 총표두를 맡고 있는 홍국헌만이 참석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 백련문이라는 무관의 무리를 흡수했소. 대략 인원은 오십여 명. 나윤천이라는 무공사범을 하던 이를 붙여 교육 중에 있으니,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나면, 표국의 경비대를 만들어 그쪽으로 투입하면 좋을 것 같소.”
임요성은 굳이 그들이 흑도방이라는 사실과 나윤천이 하오문에 소속되어 있던 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아직도 많이 겪어봐야 하겠지만, 백도에서 흑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는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나윤천도 굳이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걸 보면 그 골이 상당히 깊은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흑도들이라고 해도 육체의 깊은 대화를 거치면 백도화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튼 임요성은 흑도방도들이라고 해도, 개의치 않고 청풍표국의 외양을 늘리는 데 쓸 생각이었다.
표사와 쟁자수는 오직 표행에만 집중토록 하고, 경비와 호위, 그리고 집안의 잡일 등의 문제는 따로 인원을 뽑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표사들이 번갈아 가며 표국의 경비를 섰고, 하인들이 하는 일을 일 없는 쟁자수들이 돌아가면서 했다.
하지만 그리하면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이제 표사들은 표행을 다녀와서는 오직 무술 수련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만들 셈이다.
또한 쟁자수들 역시 무술과 말 타는 법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무술을 익히는 이는 그에 따른 보상과 복지도 늘려줄 것이고 표사로서의 길도 열어줄 것이다.
조금이라도 무술을 알고 말을 탈 줄 알면, 표행에서 위급한 상황 시에 목숨이라도 부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것은 표국에 가장 중요한 인력을 보존하는 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수준이 높아진 표사와 쟁자수들을 활용해서 소주에 있는 여러 사업체들의 호위나 개인 보표 등의 일에도 손을 뻗칠 계획이다.
이런 문제들은 이미 두혜련과 상의를 마친 상태였다.
그의 생각을 들은 이천호가 활짝 핀 얼굴로 말했다.
“하하하. 거참. 임 공자께서 아예 표국을 먹여 살리는군요. 이제는 그렇게 골치를 썩이던 인력난을 해결하고 말이오.”
이천호의 말에 홍국헌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허허. 앓던 이가 빠진 듯 속이 다 시원합니다.”
그의 말처럼 현재 표국은 제대로 된 경비가 없어 구용식이 급히 구한 묵천의 천도들이 번갈아 가며 밤을 새우다시피 강행군을 하는 실정이었다.
표국의 식구들에게는 전장의 특급 고객이라 이런 지원을 받는다고 둘러대긴 했지만, 이들이 도와주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인원이 보충되니 홍국헌의 얼굴은 그야말로 모든 근심이 사라진 얼굴이었다.
소주검문에서 가져온 막대한 돈으로 인해 당분간 표행은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경비를 설 인원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속을 썩이던 일이 해결됨으로써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
그리고 팽원호 일행이 돌아와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너희들만 재미를 봤다고! 크악! 이런 재밌는 건수를 놓치다니!”
팽원호의 절규가 표국을 뒤흔들었다.
* * *
“루주,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뭐지?”
동경 앞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던 호상희가 계속 동경을 보며 물었다.
“이번 청풍표국의 습격에 지원했던 세 명의 무사 모두 죽고, 문도들 역시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뭐?”
호상희의 눈 끝이 가늘게 떨렸다.
“팽원호도 없고, 제대로 된 전력은 그 식객 하나뿐이라고 했잖아. 그런데 절정 고수 세 명과 아니, 방주까지 하면 네 명이 절정 고수에다가 백 명의 방도들까지 가세했는데 졌단 말야?”
“예. 뿐만 아니라 이미 무림맹 강소지단에서 백련문의 도의를 저버린 습격 소식에 그 재산 전부를 청풍표국의 재산으로 인정해버렸습니다. 지부에서도 별말이 없구요.”
쾅!
화장대를 내려친 호상희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그 백웅이 겁이 나서 도망쳤다는 사실이 정말인가.’
처음엔 그냥 단목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전을 기하고자 피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위험했을 거란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단 말이다.
사실 백웅과의 관련이나 이번 백련문의 습격 등의 이런 사소한 말은 림주에게 굳이 하지 않았다.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여차하면 하오문의 고수를 시켜 죽이면 그뿐이라 생각했다.
단목란이 겁에 질려 식객이 백웅을 죽였다고 했을 때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모종의 연수 관계에 있는 누군가의 조력을 받았거나 다수의 습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아. 이건 그 식객에 대한 무공 수준을 상향시켜야겠군. 믿기진 않지만… 초절정의 고수로 잡아야겠어. 쳇, 괜히 절정 고수 세 명만 잃었네. 언제 한번 이 수모는 배로 갚아야겠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호상희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중원 3대 살수 조직인 흑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목 공자님은?”
“오늘 새벽에 단목세가의 분가로 향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신성대연을 준비해야겠다고 하시면서요.”
“인사라도 좀 하고 가시지….”
호상희가 빨갛게 칠한 입술을 살짝 만지작거리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폭발하는 염기에 뒤에 서 있던 호위무사가 가슴이 진탕되는 것 같아 숨을 참으며 버텼다.
“후우. 알았어, 나가봐.”
호위무사가 나가고 호상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림주. 택화림(澤火臨)의 수장을 만나고 온 뒤로 가슴이 진정되질 않는다.
자신이 이런 큰 판에 끼었다는 것 자체가 흥분이 되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우연히 알게 된 림주, 조상연(曺象硯). 그는 이번 황자의 난에서 반대파에 섰다가 밀려난 내각대학사였다.
황태자의 스승이자 실질적인 재상의 역할을 하던 무소불위의 권력자.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삼 황자에게 밀려 실각했고, 그동안의 치적을 인정해 유배는 면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새로운 꿈을 꾸었고, 정말 우연히 찾은 이 기루에서 그녀와 만나며 이 판에 들어온 것이다.
‘흥. 조금만 기다려라. 기녀라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던 것들 전부 죽여버릴 테니.’
호상희는 하오문을 강호제일문으로 키울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단목룡에 대한 태도 또한 연기일 뿐이었다.
그에게 마음이 있는 척 단목룡뿐만 아니라 그 주위까지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신을 받아 주고 안 받아 주고는 큰 의미가 없다.
단지 그렇게 의심을 누그러뜨려 놓고, 결정적일 때 그를 가차 없이 이용하고 버리면 그뿐이다.
가슴에서 불타오르는 야망의 불길에 호상희의 눈빛이 기이하게 일렁였다.
* * *
“잠깐 저잣거리에 나갔다 와야겠소.”
임요성이 꺼낸 말에 두혜련이 의문을 담은 눈으로 쳐다봤다.
“언젠가 말한 적이 있을 것이오. 여기 소주에 과거 내 친우의 어머님이 계신다고, 풍림개 분타주가 찾았다고 하니 한번 가보려고 하오.”
“그분께서 기녀… 출신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렇소. 지금도 기루에 계신다고 들었소.”
“그, 그럼 저도 같이 가요!”
갑자기 의지를 불태우는 그녀를 보며 임요성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볼을 긁으며 말했다.
“뭐… 그리합시다.”
둘의 대화를 옆에 듣고 있던 팽원호도 나섰다.
“이보게! 나도 같이 가세! 며칠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더니 좀이 쑤셔 안 되겠군.”
그동안 임요성에게 비무를 신청해서 얻어터진 그에게서 나올 말인가 싶은 눈으로 임요성이 쳐다보자 팽원호가 게슴츠레 웃었다.
“흐흐흐. 비무랑 바깥바람 쐬는 거랑은 다르지 않나.”
하지만 임요성이 미안한 듯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네만 자네는 표국에 좀 머물러주면 안 되겠나?”
“음?”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팽원호 그의 뜻을 짐작하고는 흔쾌히 수락했다.
“표국이 걱정되는 건가? 하하하! 걱정 말게! 이 형님이 잘 지키고 있겠네! 집 잘 지키는 개처럼! 멍멍! 주인님 잘 다녀오세요!”
팽원호의 장난에 백련문의 습격에 무겁던 분위기가 확 풀렸다.
그의 말처럼 임요성은 자신이 자리를 비우고 있을 때의 표국이 걱정되었다.
아직 정식 표사도 오지 않았고, 겨우 오합지졸인 흑도 출신의 날건달만 있을 뿐이었다.
나윤천도 금제를 걸어두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믿을 수가 없었다.
팽원호가 자신의 마음을 짐작하고 승낙하자 임요성이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임요성과 두혜련, 그들의 호위인 여산홍과 매영옥 네 명이 가기로 하고 표국을 나서려 할 때였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멀리서 나윤천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