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Wind Pyo Country Strongest Eater RAW novel - Chapter 82
청풍표국 최강식객 082화
82화. 시작되는 연회(1)
신성대연이 시작되는 날 아침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랬고, 이제는 제법 열기가 섞인 바람에 좀 움직이다 보면 등이 간질간질 해지는 청명한 날씨였다.
묵풍조의 장로들은 묵천군을 기다리며 자신들이 따로 키우던 이백의 무인들을 임요성의 뜻대로 써주길 원했다.
임요성은 그들을 천도로서 묵천에 넣지 않고, 바로 표국의 전력강화에 쓰기로 했다. 묵천과 표국을 따로 구분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미 그의 마음 속에는 묵천과 청풍표국 모두가 자신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요성은 그 이백의 인원에서 자원을 받아서 표사부로 가고 싶은 사람들을 추렸다.
무사대로 남는 것보다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무사들은 표사에 관심을 보였고, 그렇게 모집된 숫자가 오십 정도에 이르렀다.
어차피 따로 무사대를 두어 표행을 나갈 때는 무인들의 호위를 따로 붙일 생각이라서 인원수는 적당했다.
또한 백련문에 기거하던 천도들 중에서 심지가 굳고, 호위에 적합한 이들로 스무 명 정도 추려서 표국의 호위대로 만들었다.
이렇게 호위대에 무사대까지 비로소 표국의 모든 조직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인원이 배분이 되자 표국의 식솔들과 제대로 인사를 가지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대연무장에 모두 모였다.
표국의 시녀들, 그리고 쟁자수, 하인들 모두가 대연무장을 빙 둘러선 가운데 표국의 주축이 될 이들이 들어섰다.
박수와 환호 속에서 호위대, 경비대, 그리고 교룡각의 교룡대까지 총 삼백여 명의 인원이 청풍표국의 대연무장에 도열하기 시작했다.
단상 위에는 두진호를 비롯한 두혜련과 표국의 주요 인사들 역시 모여 있었다.
우선 기존 천도에서 빠져나와 만들어진 스물의 호위대와 호위대주 여산홍, 오십의 경비대와 경비대주 나윤천이 좌측에 도열했다.
그리고 이번에 묵풍조의 장로들이 키운 이들 중에서 따로 편성된 백오십 인의 무사단과 그리고 그들을 이끌 무사단주 일검, 그리고 이번에 표사부에 배속된 오십 명에 기존 표사들을 더한 총 육십여 명의 표사들과 대표두 홍국헌이 중앙에 도열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표국의 미래가 될 교룡대와 교룡대주 곽현, 그리고 그 옆에 선 부대주 엄충식의 늠름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정을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함이라는 명분으로 따로 자리한 기영란과 백아, 그리고 팔선녀가 있었고, 그 옆에는 오영찬과 소주의 정보를 수집할 서른 명의 천도들이 자리했다.
기영란의 일을 돕기 위해 오영찬과 천도들은 모두 소주제일루로 이동했다.
그들은 기영란이 완전히 환희궁을 장악할 때까지 그들을 돕기로 했으며, 백련문을 처분한 자금 또한 그것을 위한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그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임요성이었다.
단상에서 임요성과 함께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두진호는 가슴이 격동했다.
“허허. 거참.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자리를 잡다니.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딱 이와 같군. 고맙네. 임 공자.”
두진호는 임요성이 이렇게 자신의 표국 내에서 입지를 키워가고 있음을 전혀 아쉬워하거나 질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그에게 뭔가 해줄 게 없나 안달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임요성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가 자신의 일처럼 표국을 돌보게 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두혜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표국에서의 그의 위치가, 자신과 그의 사이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물론 그녀가 그리는 미래가 있으나 그걸 그에게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
따뜻한 눈으로 임요성을 바라보며 두혜련이 살풋 웃으며 그 조그마한 입술을 열었다.
“오라버니, 한마디 하셔야죠.”
“뭐? 오라버니? 벌써 그런 사이가 된 거냐?”
두진호가 고개가 꺾이도록 딸을 쳐다봤다.
“그, 그, 그런 사이라뇨! 그냥 좀 편하게 부르기로 한 것 뿐이예요! 제발 좀 아빠는 이상한 말 좀 하지마세요!”
어찌나 당황했던지 어릴 적 이후로는 부르지 않던 아빠라는 호칭까지 튀어나왔다
“허허. 그랬군, 그랬어. 허허. 그것 참.”
딸의 말은 전혀 들어오진 않는 듯 두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혜련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이 참!”
딸의 말은 무시하고 두진호는 임요성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임 공자.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하게. 모두 자네를 보고 모인 이들이 아닌가.”
푸근한 미소를 짓는 두진호를 보며 임요성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국주님께서 말씀하셔야지요.”
“허허. 아니래두. 자네가 해야지. 모두 자네만 보고 있지 않은가.”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마지못해 앞으로 나선 임요성이 자신을 보고 있는 이들을 천천히 훑어 보았다.
정처없이 나선 강호행. 우연히 맺게 된 두혜련과의 인연으로 식객이 된 청풍표국에서 그는 불량인 시절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표국과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일들로 위기를 겪었지만, 무사히 그 위기를 넘겼고, 그 결실이 바로 앞에 도열해 있는 이들이었다.
살짝 설레는 심장을 기분좋게 받아들이며 임요성이 미소를 지으며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그들을 향해 담담히, 하지만 묵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모두 들으시오. 여기 계신 두진호 국주님과 두혜련 소국주님을 필두로 우리 청풍표국은 소주를 넘어 강호를 질타할 가문이 될 것이오. 나를 믿고 따라준다면 그대들 모두 그 결실을 얻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소! 자, 검을 높이 드시오! 그리고 외치시오! 우리가! 천하제일이다!”
임요성 역시 흑아를 빼들고 높이 치켜 올렸으며, 그의 격동 어린 변에 모두가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청풍표국 만세!”
“두진호 국주님 만세! 두혜련 소국주님 만세!”
“임요성 공자님 만세! 식객 만세!”
모두가 환호하는 가운데 두진호와 임요성이 손을 맞잡고 하늘로 치켜 올렸고, 둘은 밝은 미소를 지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혜련 역시 가슴이 두근거렸고, 가슴에 두 손을 꼭 모은 채 이 행복이 영원하길 기도했다.
* * *
“조금 있으면 연회장으로 가겠네요.”
곧 신성대연이 열리는 곳으로 간다는 생각에 두혜련은 가슴이 설렜다.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들만이 모인다는 자리여서만이 아니라 임요성과 단둘이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꼭 같이 안가는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두혜련이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나서부터는 임요성도 한결 그녀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불량인시절 살얼음을 걷는 듯한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한동안 기루에도 가봤던 그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세 시들해졌고, 제대로 여인과 정을 나눈 적은 없었다.
임요성에게는 뭔가 조심스럽고, 서두르면 깨질 것만 같은 이 느낌이 낯설면서도 또한 기분 좋은 설렘이었다.
“설마요. 그냥 그런 연회자리에 오라버니랑 같이 간다니 좀 설레네요.”
“큼.”
임요성이 대꾸없이 헛기침만 하자 두혜련이 소매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녀 역시 임요성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편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언제 훌쩍 떠나버릴지 모른다고 가슴 졸였던 그녀에겐 큰 안도감을 주었다.
“왜 웃는거냐.”
“그냥요. 내 입으로 웃지도 못해요?”
“그건 아니다만….”
스윽.
그런 임요성 앞에 작은 보자기가 놓였다.
“뭐지?”
“풀어봐요.”
두혜련의 말에 임요성이 찻잔을 내려두고 보자기를 풀었다.
표사들이 입는 푸른 색보다는 조금 더 짙은 남색비단으로 만들어진 무복 한 벌이 곱게 접혀 있었다.
“이건…?”
“제가 만든 거예요. 아, 옷감은 포목점에서 떼와서 짓기만 한거니 너무 감동받지 않아도 되요.”
임요성이 옷을 펼치자 깔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에 활동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어진 무복이 드러났다.
큰 기술을 요하는 건 아니었지만, 임요성의 성격에 맞게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활동하기 편하게 무복처럼 만들어봤어요. 평소 너무 허름한 것만 입고 다니니까요. 이번엔 그래도 연회잖아요. 강호 최고의 후기지수들만이 온다는. 그곳에서 꿀리면 안되잖아요.”
물론 정말로 임요성이 그런 곳에서 꿀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괜히 할 말이 없어서 뱉은 말일 뿐이었다.
임요성 역시 그런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
단지 자신이 누군가가 직접 만들어준 옷을 입는다는 게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뿐.
“…고맙다.”
“제가 고맙죠.”
두혜련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라버니가 아니었다면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죠.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우연히 말값을 흥정한 일이 이렇게 크게 돌아오다니 참 신기해요.”
두혜련은 말뿐이 아니라 이 모든 걸 가능케 해준 임요성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들 사이에서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모르게 가슴에 찌릿함이 느껴진 그녀였다.
단상에서 옆을 쳐다보니 두진호 역시 감회가 새로운 표정이었다.
이 모든 행복을 지켜준 남자. 두혜련의 따뜻한 눈빛을 받으며 임요성이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해준 두 국주님과 네게 나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임요성의 말에 두혜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간지러운 말에.
얼굴이 붉어진 두혜련이 벌떡 일어섰다.
“그거 입고 좀 있다봐요.”
두혜련이 호다닥 뛰어나갔으나 임요성의 눈은 그녀가 건네준 남색 경장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흐음…. 이제부턴 옷에 피 한 방울도 묻지 않도록 처리해야겠군.”
적이 듣기에는 실로 섬뜩한 말을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하는 임요성이었다.
스윽.
손으로 다시 쓸어보았다. 감촉이 좋다. 어딘가 좋은 향기도 나는 것 같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인가. 아니 그런 적이 있긴 있었던가.
두혜련이 놓고 간 따스함에 잠시 미소짓던 임요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황자… 혈강마검이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인가.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렇다고 확실하지도 않은데 역모라고 황제에게 알릴 순 없다.
역모라는 건 그 주변을 화마에 휩쓸리게 해서 쑥대밭을 만든다.
무고한 이가 죽어나가는 건 예사요, 한 지방이 아예 피바다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만약 자신의 선에서 막을 수 있다면 그러는 게 옳다.
일단 신성대연을 통해 청풍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그동안 최대한 전력을 키워야 했다.
자신도, 주변도.
그리고 지킬 것이다. 이 행복을, 저 여인을.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은 지키는 것이므로.
스윽.
상념을 털어낸 임요성이 두혜련이 주고 간 옷을 펼쳐 입기 시작했다.
그의 첫 공식적인 강호출도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