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내가 아는 사략초에서는 이런 맛이 안 나네. 비법이라도 있는 겐가?”
“제독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맛이 나는 성질로 가끔, 아주 가끔 변하기도 합니다.”
“그래? 그럼 자네는 가끔, 아주 가끔 변한 성질의 사략초를 내게 가져오면 되겠군.”
“끄응…”
“많이 끓였나?”
“학생들과 나눠마시려고 한 솥 끓이고 있습니다.”
“칡차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게.”
“칡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다이드제인이라는 성분이 대량 함유되어 있어 갱년기 여성들의 홍반, 울혈에 좋고, 해열, 발한, 당뇨, 고혈압, 황달 등에 좋습니다. 다만 그 성질이 차가워 몸이 찬 사람들에게는 많은 섭취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맞네. 이 칡차는 40대 이후, 남녀에게 특히 효과적인 약재지. 그럼 아직 한창때인 자네들이 먹을 차인가? 아니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마실 차인가?”
“당연히 교수님께서 드시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칡차는 아무리 잘 보관한다고 해도 1주일 이상은 보관이 어려울 것이므로 그 정도 양만 따로 담아두었습니다.”
“그랬나? 허허. 그럼 오늘, 내일이라도 많이 마셔두어야겠군.”
“네, 그렇게 하시죠.”
“허허.. 그래, 그래. 그리고 말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 너무 심려 안 하셔도 되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속은 상할 텐데.. 이 늙은 선생이라도 말을 들어줄 테니 가끔은 이야기를 해주게.”
김정학 교수가 몸을 일으키자 덕팔도 따라 일어났다.
“칡차는 많이 싸주게. 내 돌아가서 이은성 교수에게 자랑질을 좀 해야겠어. 허허허”
김정학 교수가 기분 좋은 얼굴이 되어 민박집을 떠났다. 김정학 교수가 민박집을 나서자마자 22조 방에서 눈치를 보며 찡겨 있던 23조원들이 자신의 방으로 몰려들었다.
“오빠, 차가 너무 맛있어요. 커피보다 훨 나은데요?”
“맞아, 머리도 좀 맑아지는 것 같고. 속도 편해지는 것 같고…”
“선배, 교수님이 뭐래요?”
한아름이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바를 대표로 물었다.
“속상해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시고 가시네.”
“김 교수님이요?”
학생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껏 학교생활을 하며 학생들에게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교수였다. 그런데 그런 김정학 교수가 직접 찾아와 덕팔을 위로해 주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한테만 하신 말씀은 아니고 우리 조 모두에게 하신 말씀이야. 단지 내가 지적을 받다 보니까 나에게 대표로 말씀을 해주신 거지.”
한아름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 것이라면 이해가 되었다. 자신들도 같은 생각이었으니 교수들이라고 모두 민경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궁금증이 풀렸는지 개별적인 수다 타임이 이어졌다. 술을 마셔도 좋을 시간이었지만 벌칙을 수행하러 가야 하는 조들은 금주가 선언되어 있었다. 지금 시각 9시 20분. 집합까지는 아직 40분이 남아 있었다.
**
“인범씨, 이거 꼭 해야 하는 건가요?”
이정훈이 후배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조인범에게 존대를 하며 물었다.
“선배님, 이 이벤트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걸 포기하면 저 완전 실망할 것 같습니다. 하하”
“학생들이 많이 놀랄 텐데…”
이정훈은 조인범이 준비한 이벤트가 마뜩치 않은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직접 인솔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잘하겠습니다.”
“학생회에서도 인원 지원을 할 테니까 잘 끝내주세요.”
“네, 선배님.”
조인범이 집행부가 묶는 민박을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형!”
“어…”
“23조부터 시작할 거니까.. 준비해줘요.”
“우리 4등인데?”
“4등이니까요. 하하 그보다 23조가 먼저 해야 주환이를 데려다 쓰죠.”
조인범이 온주환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웃자 온주환이 슬그머니 조인범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조인범이 팔을 꺽어 온주환을 옴쌀달싹 못하게 하며 온주환의 귓속에 작게 속삭였다.
“널 위해 특대형 소복을 준비해 놓았느니라…”
“… 저 그런 거 진짜 못해요. 한 번도 안 해봤단 말이에요.”
“괜찮아. 누구든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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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조가 마을 뒤편 야산으로 오르는 산길을 걷고 있었다. 오늘 낮, 덕팔과 온주환이 약재를 구하기 위해 올랐던 그 길이었다. 덕팔이 온주환에게 뭐라 작게 속삭이더니 먼저 앞서 걸었다.
“어? 선배 어디 가는 거야?”
뒤에서 여자 후배들을 챙기던 한아름이 덕팔이 성큼성큼 먼저 걸어 올라가자 온주환을 잡고 물었다.
“아, 낮에 와본 길이거든요. 형이 먼저 올라가서 위험한 건 없는지 살펴본대요.”
“그..그래? 그냥 같이 가지. 좀 무서운데..”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온주환이 가슴을 탕탕치며 호기롭게 대답을 하자 한아름이 온주환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뒷열로 돌아갔다.
덕팔이 빠른 걸음으로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5분쯤 올랐을 때, 산길 모퉁이에서 여자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고 많으십니다.”
16조원이 숨어 있는 장소를 정확히 바라보며 덕팔이 인사를 하자 16조원의 얼굴이 무색해졌다.
“고생이 많으시죠?”
“얼마나 남았습니까?”
총 6곳에 어설픈 분장을 하고 있는 16조원들이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 게임에서 1등을 한 탓에 한우 갈비의 대가로 강제 동원이 된 모양이었다.
“여기서 5분쯤 더 가시면 폐가가 하나 있어요. 집 안에 도장을 놓아두었으니까 명찰에 도장을 찍고 나오시면 돼요.”
“30분 코스인 모양이죠?”
“네, 5분 단위로 출발을 한다고 했어요.”
덕팔이 고개를 주억이며 산길을 뛰어올랐다.
“와우, 심장이 돌로 되어 있나 보네. 우리는 세 명씩 몰려 있는데도 무서워죽겠고만.”
“그러게 말이야.”
어설픈 소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 세 명이 덕팔의 뒤를 바라보며 혀를 내눌렀다.
**
“여기군.”
덕팔이 폐가를 이리저리 둘려보았다.
“낮에는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밤에는 없다?”
덕팔이 폐가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목재로 지어진 집이 오래되다 보니 한걸음 걸을 때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어 괴기스럽기 그지없었다.
덕팔이 후래시로 이곳저곳을 비춰보았다. 분명히 오래전엔 누군가가 이 집에서 살았던 모양이었다. 나무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오래된 살림세간들이 주인을 잃고 버려져 있었다.
“오두막 생각이 나네.”
덕팔이 피식 웃으며 집안 곳곳을 둘러보곤 도장을 찾았다. 도장은 눈에 쉽게 띄는 곳에 있었다. 단지 그 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집안 구석까지 들어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였지만..
덕팔이 자신의 이름표에 도장을 찍은 후 폐가 밖으로 나왔다.
“분명히 기운이 느껴졌었는데…”
덕팔이 고개를 흔들다가 산길을 내려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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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민 교수님께서 폐가를 맡아주신다고 했는데 그냥 내려오셨어요.”
“아니, 왜?”
“모르겠어요. 형! 근데 뭔가 좀…”
“뭐가?”
“뭔가 좀…. 아휴, 모르겠어요. 피곤하시다며 먼저 주무시겠다고 하시면서 방으로 들어가셨어요.”
조인범이 후배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폐가에서 도장을 찍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도장을 가지고 나올 수도 있고, 도장을 숨겨 놓을 수도 있었기에 관리를 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학생들은 폐가가 무섭다며 다들 거절을 하였다. 본래 자신이 하려고 하였지만, 이벤트 전체를 살펴야 했기에 그러질 못했다. 그때, 민 교수가 직접 나서서 자신이 하겠다고 하지 않나? 고마운 마음에 폐가를 민 교수에게 맡겼다.
저녁 식사를 먼저 마친 민 교수가 각 코스에서 대기하며 학생들을 놀래킬 바람잡이들과 함께 산에 올랐을 때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벤트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민 교수가 먼저 내려와 버린 것이다.
“23조는 잘 올라가고 있지?”
“네, 그 누구지? 덕팔이형? 그분이 먼저 올라가며 김을 빼놓은 것 말고는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에요. 울고불고 난리가 났네요.”
후배가 씨익 웃자 조인범도 마주 웃어주었다.
“좋았어. 그럼 폐가에는 네가 올라가는 것으로 하자.”
“제가요?”
“그럼?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조인범이 입꼬리를 올리며 후배의 등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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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의 흔적은 있는데.. 정작 그 기운은 사라졌다?”
덕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낮에 분명히 그 기운을 느꼈다. 온주환의 재촉에 그냥 내려오긴 했지만, 워낙 약한 기운이었고 덕팔이 아니었다면 느끼지도 못할 기운이었기에 큰 염려 없이 그냥 두기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찝찝하였다.
“이렇게 긴 여운을 가진 기운이 그렇게 약하게 느껴진다고?”
덕팔이 폐가 앞에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중얼거리고 있을 때, 눈물, 콧물 범벅이 된 23조원들이 폐가 앞에 도착하였다. 여학생들은 덕팔을 보자마자 달려들어 통곡하였다.
“으아아아앙.. 무서웠단 말이에요.”
덕팔은 괜히 조원들에게 미안했다. 폐가에 있는 약한 기운을 품어내는 잡귀를 미리 쫓아낼 생각으로 먼저 올라왔는데 기운이 알아서 사라져 버렸으니 차라리 같이 올라오는 것만 못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미안해, 우리가 가장 먼저 올라오게 되어서 혹시나 위험한 게 있나 싶어 먼저 올라왔어. 내려갈 때는 같이 내려가자.”
덕팔이 한동안 여학생들을 다독인 후, 폐가로 들어가 도장을 가지고 나와 조원들 명찰에 일일이 도장을 찍어주곤 앞장서서 길잡이가 되었다.
이정표를 보니 올랐던 길과 내려가는 길이 달랐다. 이 이벤트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귀신이 나타나기 전에 덕팔이 먼저 인사를 하니 귀신들이 나오지도 못하고 헛기침만 하였다.
덕팔이 알아서 귀신들과 상대를 해주니 내려가는 길은 훨씬 수월하였다. 여학생들도 안정이 되었는지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23조가 먼저 이벤트를 끝내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와.. 진짜 무서웠어요.”
“진짜! 뭐 하러 이런 이벤트를 해서..”
여학생들이 약이 오른 지 투정을 부렸다.
“근데 말이야. 내려올 때 보니까 귀신 역할 하는 애들 16조 아니었어?”
“그런가?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얼굴도 못 봤어요.”
“16조 맞아. 내 동기도 있었으니까.. 근데 걔들이 지금 1등 했다고 그거하고 있는 거 맞지?”
한아름의 물음에 여학생들이 일순 굳어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자신들이 1등이었다. 한우갈비를 먹는 대신 그 컴컴한 산속에 숨죽이고 쪼그리고 앉아 밤새워 있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굳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우리 큰일 날 뻔한 거죠?”
“다행이야. 정말로..”
적어도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1등을 하지 못한 아쉬움 따위는 사라져 버린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