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뉴욕의 가을은 운치가 있다.
낙엽이 지는 센트럴 파크 공원에는 바바리 깃을 세워 멋을 한껏 부린 남성들과 그의 팔짱을 낀 여성들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이 사랑을 속삭일 때 벤치에서 핫도그를 씹으며 인터넷을 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골수를 기증했다고? 네가? 사람을 알기를 벌레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네가?”
그녀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손에 들인 휴대폰 안에는 병색이 완연한 소년과 그 소년의 손을 잡고 웃고 있는 덕팔의 사진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을 다 속여도 날 속일 순 없지. 너의 그 웃음 뒤에 숨겨진 너의… 너의…”
그녀가 목이 메는지 콜라를 벌컥거렸다.
“즐겨! 그 즐거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즐겨. 내가 돌아가면 네 얼굴에서 웃음을 빼앗을 줄 테니까…”
은혜가 핫도그를 질겅질겅 씹으며 덕팔에 대한 원한을 달래고 있었다.
**
“여, 친구!”
“경환아. 너는 공부 안 하냐?”
“하지, 하지만 공부를 하기 전에 내 라이벌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야 마음 편히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골수 좀 뺐다고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공부나 하셔.”
“괜찮은가 싶어서 와 봤더니 쓸데없는 짓을 했네. 역시 내 라이벌 오덕팔인가? 후훗”
민경환이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며 덕팔이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곤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리려다 말고 물었다.
“너, 최은혜 소식은 들었냐?”
“누구?”
“최은혜! 네가 발로 뻥 차서 그 충격에 유학 간 비련의…”
“그만…”
“못 들은 모양이구나.”
“응, 관심도 없고..”
“최은혜가 아프다고 하더라..”
덕팔의 눈이 씰룩였다. 그런 덕팔의 모습을 본 민경환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어디가 아픈지 안 물어봐?”
“관심 없다니까…”
“조만간 귀국할지도 모른데…”
“….. 그 정도로 심각한 거야?”
“훗… 아니, 감기에 걸려서 몸이 쑤신단다. 그래도 방학이니까 집에 잠깐 들린다고 하더라도..”
“…. 이놈이!!”
덕팔이 민경환을 쫓아가자 민경환이 미친 듯한 질주를 하여 덕팔을 추격을 뿌리쳤다.
“사시 합격해서 보자!”
민경환이 크게 손을 흔들었다.
**
3년 후,
“축하한다. 오덕팔!”
“너도..”
“얼굴이 왜 그러냐?”
“아무것도 아니야.”
검사 임명장을 받고 나오는 두 사람! 오덕팔과 민경환이 서로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이제 교수가 아니야. 부장님이라 불러.”
“네, 부장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부장 허도환이 덕팔과 민경환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다.
“덕팔이는 나 좀 보고.. 경환이는 꼭 중앙지검으로 발령받아라?”
“밀어주십죠. 부장님. 덕팔이만 이뻐하지 마시고.”
“지X.. 너 밀어주지 못해 안달 난 검사장님들한테나 가봐! 나 같은 말단 부장한테 징징대지 말고..”
“하하하.. 제가 어디에 그런 빽이 있다고.. 암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장님.”
민경환이 꾸뻑 인사를 하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허도환이 그런 민경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씨익 웃었다.
“너, 아직도 삐쳤냐?”
“…. 부장님. 이건 아니죠.”
“딱 3년만 도와달라니까?”
“저 공판 2년 뛰고 오면 1년 남는데.. 제가 뭘 도와드립니까?”
“훗.. 걱정하지 마. 넌 공판 면제야.”
“예? 신입검사가 공판부를 안 거친다구요?”
“어, 어차피 3년짜리 검사라서 검사장님께서 특별히 승낙하셨다. 그러니까 3년 후에는 꼭 옷을 벗어. 알았지?”
허도환이 기분이 좋은지 덕팔을 끌고 길 건너 중앙지검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잠깐만요. 이 법복 좀 반납하구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 사무실로…”
뭐가 그리 급한지 이제 막 검사가 된 덕팔을 끌고 사무실로 향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5부 부장 허도환이었다.
**
특수5부 부장실.
“너 특수부가 뭐 하는데 인지 알지?”
“알죠. 법조 비리, 경제 비리, 정경유착 비리 등등…”
“맞아, 하지만 그것은 1부에서 4부가 알아서 하는 거고, 우리 5부는 다른 일을 할 거야.”
“뭔데요?”
“재검토 사건만 처리한다.”
“재검토 사건요? 그런 사건도 있어요?”
“있어. 경찰에서 수사를 하던 중에 증거가 오염되었거나 범인 도출이 어려운 경우에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는데, 형사부나 다른 부서들이 좀 일이 많냐? 그러니까 그걸 우리가 하는 거야.”
“그러니까 까다롭고 잡스러운 사건들만 처리를 하신다는 말씀이죠?”
“….. 정확하다. 그 사건 중에는… 그런 사건도 있겠지.”
“하아..”
덕팔이 한숨을 내쉬었다. 허도환이 말하는 그 사건이란 무엇일까?
시간을 1년 전, 그러니까 덕팔이 검사시보일 때로 돌려보자.
“시보님”
덕팔이 졸고 있었다. 실무관이 덕팔을 깨웠지만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다시 큰소리로 불렀다.
“시보님!!”
“예예, 저 안 졸았습니다. 검사님.”
“호호호..”
덕팔이 눈을 비볐다. 실무관이 커피를 한잔 내밀었다.
“드세요.”
“아우… 홍 실무관님, 저 죽을 거 같습니다.”
“오늘이 며칠 째죠?”
“이번 주에 집에 한 번도 못 갔어요. 박 검사님이 저한테 무슨 원한이 있는 게 아닐까요?”
“시보님께서 일을 잘하시니까…”
“그렇다고 시보 첫날부터 뺑이를 돌리시는 검사님이 어디에 계…”
문이 열리고 박주홍 검사가 출근을 하였다.
“아직 쌩쌩한데요. 부장님?”
박주홍 검사 뒤를 따라오던 허도환이 웃었다.
“교수님!”
“잘 지냈냐?”
“제 몰골을 보십시오. 이제 잘 지낸 얼굴입니까?”
“뭐, 그 정도면 잘 지낸 것 같고만.. 주홍아, 오늘은 내가 저놈 하루 빌린다?”
“네, 부장님.”
박주홍이 빨리 따라 나서라고 눈치를 주자 덕팔이 마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오늘은 퇴근하는거죠?”
“너 하는 거 봐서..”
“시보 생활 한 달 하는데 한 달 내내 검찰청에 짱 박히는 시보는 저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게, 누가 변호사 시보를 그 따구로 하래?”
덕팔이 뜨끔하였다. 자신이 아는 변호사라고는 향숙 밖에 없었으니 향숙에게 변호사 시보를 부탁하였다. 의례적으로 변호사 시보는 거의 출근을 하지 않거나 출근을 하여도 하루에 두어 시간 근무를 하였기에 향숙 매일 같이 밑반찬을 공수해주는 조건으로 일일 2시간 근무를 제안하였다.
그런데 불시에 덕팔의 연수원 교수인 허도환이 덕팔을 찾아 왔다.
“오덕팔 시보는 어딨습니까?”
“제가 심부름 보냈어요.”
“언제 돌아옵니까?”
“흐음.. 아마 두세 시간 쯤 후에?”
향숙이 잘 받아넘겼다. 그러나…
“변호사님, 민수 밥 잘 먹이고 왔…”
덕팔이 말아먹었다. 그 후로 덕팔은 허도환 교수의 밥이 되었다.
***
빌라가 반쯤 불에 탄 채로 버려져 있었다. 정확히는 아직 폴리스 라인이 걷어지지 않았다.
“실화로 어머니와 두 아들이 죽었네요?”
“그래, 저 가스레인지로부터 불이 붙어 집 안의 반을 태웠어. 그 여파로 세 모자도 같이 사망했지.”
바닥에는 사체 세구가 있던 그대로 흰 테이프가 붙어져 있었다.
“질식사인가요?”
“사체가 많이 훼손 되어서 알 수가 없어. 질식사 후에 사체에 불이 옮겨붙은 것 같아.”
허도환이 사체 사진 세 장을 보여주었다. 덕팔이 인상을 찌푸렸다. 사체가 너무 심하게 타버려 거의 미라 수준이었다.
“흐음.. 사체가 이렇게 심하게 훼손될 수도 있는 건가요?”
“국과수 팀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하기는 하는데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해. 발화재가 가득한 좁은 공간에서 가스가 계속 누출 되었으니 고온 상태가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렇군요. 그런데 왜 저를 여기에…”
“그게 말이야…”
허도환이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너 전에 내 수업을 들으면서 했던 말, 기억하냐?”
“현상만 보지 말라구요?”
“그래,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실화에 의한 사망이야. 그런데.. 피해자들의 아버지이자 남편이 매우 의심스러워.”
“이유는요?”
“남편이 금전적으로 매우 어려워. 그런데 몇 개월 전에 부인과 두 아들 이름으로 거의 보험을 들었어. 보험금을 다 수령하면 아마도 거의 10억 원쯤 될 거야.”
“흐음… 10억 때문에 가족을 죽일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거야 알 수 없지. 그래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전에 너랑 한번 와보고 싶었다.”
“…. 왜 저랑?”
“너…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잖아.”
“네?”
허도환이 피식 웃었다.
“우리 어머니는 무당이었다. 우리 외할머니도 무당이었고, 외할머니의 어머니도 무당이었다. 내 누이도 무당이 될 뻔했지. 무당은 죽기보다 싫다고 죽어버렸어. 같은 피를 이어받은 건지 나도 조금 보여. 흐릿하게.. 네 심장에 뭉쳐있는 푸른 기운도..”
“허얼…”
허도환이 덕팔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차라리 잘 보였으면 좋으련만 애매하게 보여서 이도 저도 아니다. 그러니 네 힘이 필요해. 자자, 이제 밥이 먹으러 가볼까? 설렁탕 좋아하지? 나도 좋아해.”
“전 설렁탕…”
“좋아하는 거 다 알아. 왜? 내가 좋아하니까…”
“…..허얼.”
허도환이 덕팔과 함께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설렁탕으로 배를 채우더니 덕팔을 끌고 목욕탕으로 갔다.
“너 직장인들이 틈만 나면 사우나를 가는 이유가 뭔 줄 알냐?”
“글쎄요?”
“수면실이 있기 때문이야. 자자.. 얼른 샤워하고 한 소금 때리자. 어젯밤에 술을 퍼마시느라고 잠이 부족해.”
“….허얼..”
덕팔이 턱을 떨어트렸지만,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랬는지 이내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덕팔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밤이 되었다.
“깨우시지..”
허도환은 어디를 다녀왔는지 옷을 다 챙겨 입고 있었다.
“자자.. 얼른 씻고 나와. 현장 가봐야지.”
“또요?”
“당연하지.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이러고 있었는데.. 내가 먼저 가봤는데 뭔가가 있어.”
허도환이 덕팔을 샤워실에 밀어 넣었다.
**
사건 현장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던 덕팔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느껴지고 있었다. 신력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능력을 잃었지만, 귀신은 기가 막히게 잘 감지되고 있었다.
폴리스 라인을 들어 올리고 다시 현장 안으로 들어갔다. 허도환의 말처럼 세 모자가 집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덕팔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현관문 앞에 서서 허도환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 적어도 화재로 죽지는 않았네요.”
“왜?”
“잡귀들은 자신들이 죽었을 당시의 상태로 돌아다녀요. 각인이 된 것 마냥..”
“그런데?”
“저 아이들은 얼어 죽었어요.”
“뭐?”
“애들 엄마는… 애들 엄마는…”
아이들의 몸에 엄마의 옷이 둘둘 말려 있었다. 엄마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옷을 벗어 아이들에게 입히고 얼어죽은 모양이었다.
“남편 직업이 뭐라고 했죠?”
“창고 임대업!”
“저온창고나 냉동창고도 있나요?”
허도환이 기록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온 상태로 보관이 되면 사망 추정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요. 그 점을 노린 것 같네요. 인근 CCTV를 살펴보면 분명 남편이 커다란 짐을 운반하는 모습이 찍혀 있을 거예요.”
허도환이 휴대폰을 집고 현장 밖으로 나갔다. 덕팔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남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자가 매우 슬픈 눈이 되어 고갯짓을 하였다.
“천도… 하시겠습니까?”
여자가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여자가 무릎을 굽혀 두 팔을 벌리자 집 안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엄마의 품에 안겨들었다. 여자가 두 아이를 힘껏 안고 있을 때 덕팔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여자 앞에 섰다.
“틀림없이 좋은 곳으로 가실 겁니다.”
덕팔이 천천히 여자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세 영혼이 한꺼번에 천도가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나 사실 그때 봤다. 네가 그 흐릿한 것들 위에 손을 올리는걸..”
“그러셨어요?”
“그것들이 사라지더라..”
덕팔이 고개를 주억였다. 허도환이 덕팔을 바라보았다.
“너는 좋은 놈이야. 무엇보다도 정의롭고 공정해. 그게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너는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대한민국에 그런 검사 한 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연수원 때 검사 지망하라고 하시면서 이미 한번 써먹은 작전이십니다.”
“하하.. 역시 머리 좋은 놈들은 피곤해. 잊어버리질 않는다니까? 하하하”
허도환이 크게 웃더니 본론을 꺼내 놓았다.
“대한민국에서 그런 사건들만 모을 거다.”
“검사장님께서 허락을 하시던가요?”
“표면적으로는 난제 사건을 푸는 거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건들만 풀 거다.”
“그렇게 해서 부장님이 얻으시는 게 뭔데요.”
“네가… 내 누이 사건도 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
“무당이 되기 싫어도 자살을 하신 거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