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the ghost munchkin! RAW novel - Chapter 349
349화
‘이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네.’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신 후, 이연성은 잠깐 독서를 하는 듯하더니 피곤하다며 잠자리에 들었다. 지금 시각 9시. 아직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생활 패턴이 그러해서 인지 이연성은 자리에 눕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다.
진우가 이연성이 잠이든 침대 곁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번을 섰다. 물론 그의 주변에는 최상위 헌터 5명이 진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음?”
진우의 감각에 이상한 기운이 포착되었다. 진우가 주위를 돌아보며 헌터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헌터들은 이 기운을 느끼지 못한 듯 진우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지금 이거..”
진우가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켜 운을 떼었지만 오히려 헌터들은 진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못 느끼는 모양이군.”
진우가 손을 들어 이연성의 몸에 가져다 대려 하자 헌터의 검이 진우의 목에 와 닿았다.
“깨워야 합니다.”
진우가 천천히 이연성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흔들었다. 이연성이 낮은 신음성만을 낼뿐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꿈을 꾸는 것인지 인상을 찌푸렸다.
“살려다오.. 살려…”
급기야 헛소리까지 하였다. 헌터들은 이미 그러한 상황이 익숙했는지 시선을 진우에게서 사방으로 돌리며 경계를 강화했다.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지만 실체를 잡지 못했다. 분명히 어디선가 이 기운을 품어내는 자가 있을 것인데 그 시발점을 찾지 못했다.
‘젠장, 술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원’
급한 대로 방어 주술이 담이 부적을 꺼내 방 곳곳에 붙이고 이연성의 손에도 쥐어주었다.
“퇴!”
[퇴] 주술이 담긴 부적을 태워 이연성의 주변에 맴도는 사이한 기운을 향해 던졌다. 주술에 효과가 있었는지 이연성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간단한 방어 주술, 그것도 부적에 담긴 위력이 약한 주술만으로도 기운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은 기운이 은밀하나 그 위력이 터무니없이 약하다는 뜻!그 말인 즉은 이 기운을 퍼트리는 자가 가깝지 않은 곳에서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는 의미와 같았다.
진우가 생기를 풀어 사이한 기운을 보내는 자를 찾으려 하였다. 그러나 사이한 기운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오히려 강신을 한 헌터들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생기를 다루는 수련을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어’
수련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진우가 가까이에 있는 헌터들을 의식하였는지 아쉬운 탄성을 내질렀다.
“이런 이런 도망쳤네.”
신력을 운용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이한 기운을 보낸 이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력은 운용하였다면 적어도 그 꼬리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이 남았다.
‘생기를 가지고 술법을 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갈 길이 멀어..”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는 이연성을 힐끔 거린 진우가 이연성으로부터 떨어져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잠이 들었다.
**
일찍 잠이든 탓인가? 새벽 4시에 눈을 뜬 이연성이 진우를 깨웠다.
“잘 잤느냐?”
“편히 주무셨지요?”
“내가 편히 잔 것을 어찌 아는냐?”
“제가 편히 주무실 수 있도록 그 사이한 기운을 몰아냈거든요.”
“허허허, 역시 너의 힘이었군. 네 덕분에 악몽을 꾸지 않고 푸욱 잘 수 있었다.”
“다 제 덕입니다. 폐하. 하하”
새벽 4시 반에 먹는 아침 식사는 입안을 까끌거리게 했지만 워낙 음식 맛이 좋아서 배가 부를 때까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네가 요구한 사항들은 모두 오늘 중으로 처리될 것이다.”
“어제 처리된 것이 아니었군요.”
“네가 이 의뢰를 성공시킬 능력이 있는지 검증이 되지 않았지 않느냐?”
“하하, 그도 그렇네요.”
다들 황제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그러나 진우는 그러지 않았다. 과거 이연성과의 인연이 있어 그런지, 아니면 과거에 자신의 친조부였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진우는 이연성을 동네 할아버지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황제를 둘러싼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행동들이었지만 이연성은 그런 진우의 행동을 서스럼없이 받아주었다.
“어서 오너라.”
“편히 주무셨습니까? 아바마마.”
“간만에 편히 잤다.”
30대 후반의 젊은 남자가 이연성에게 아침 문안 인사를 하러 왔다. 황후에게서 자식이 없었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후궁의 배를 빌어 낳은 자식일 것이다.
“헌데 이자는 누구?”
“내가 특별히 초빙한 인사이니 손님으로 정중히 대하라.”
“예, 아바마마.”
황자가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인사를 하더니 황제의 처소를 나섰다.
그 뒤로도 줄줄이 아침 문안 인사 행렬이 이어졌다.
‘응?’
날카로운 눈빛을 한 20대 후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아바마마.”
“너도 잘 잤느냐?”
“건강이 좋아 보이셔서 소자도 기쁘옵니다.”
“허허, 다 오 선생 덕분이니라.”
진우가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남자가 고개만 까딱 거리며 진우의 인사를 받았다.
“그대가 아바마마를 평안케 하였다니 감사할 일이오. 허나…”
남자가 진우를 묘한 시선으로 살피더니 뒷말을 이었다.
“나는 그대를 믿지 않소.”
“황자, 말을 가려 하거라.”
“죄송합니다. 아바마마. 허나 선대로부터 황실에 어려움이 있을 때 간신들이 창궐한다고 하였습니다. 충간을 잘 살펴 성정을 바로 하심을 간청드리옵니다.”
“허허허허 알겠다.”
이연성이 뿌듯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진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황제의 마음속에 후계가 이미 정해진 것인가?’
황실의 후계 문제는 진우와 무관한 일이었다. 이 남자가 다음 대 보위를 잇든, 가장 먼저 들어왔던 황자가 황위를 잇든 그것은 이 세상에 사는 이들의 문제였다. 다만, 진우가 황궁에서 은밀히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다. 남자가 나가고도 한동안 문안 인사를 받던 황제가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바마마?”
깜찍한 20대 초반의 아가씨가 다른 이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문안 인사를 했다.
“예린공주로구나. 평소에는 아침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웬일이더냐?”
이연성이 농을 하였다. 아마도 아침 잠이 많은 막내딸은 수시로 아침 인사를 빼먹은 모양이다.
“에이, 저는 피부관리를 위해서 8시까지는 자야 한다니까요? 아바마마께서 너무 일찍 일어나시는 거라구요.”
“허허허, 누가 뭐라고 하더냐? 그래,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리 일찍 일어났누?”
예린 공주라고 불린 아가씨가 슬쩍 진우를 바라보았다.
“오호라, 네 귀에도 오 선생의 이야기가 들린 모양이지?”
“피이, 그런 거 아니에요.”
이연성의 농에 예린이 얼굴을 붉혔다.
“허허허, 우리 예린 공주가 시집갈 때가 다 된 모양이군. 여기 이 오진우 군은 어떠냐? 네가 다니는 한국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재원이다. 그것뿐이더냐 아주 신기한 기술로 이 아비를 감쪽같이 치료하였다. 나이도 너와 동갑이니 딱 좋지 않으냐?”
“아바마마도 참.. 몰라요.”
예린 공주가 뛰듯 나가버리자 이연성이 그저 즐거운지 웃기만 하였다.
“진우야!”
“네, 폐하”
“저 아이가 예쁘지 않느냐?”
“아름다우시네요.”
“허허허, 그렇지? 어떠냐? 내가 자리를 마련해 볼까?”
“…. 인연이 된다면 알아서 만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렇겠지?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는데 어른이 끼어들어 좋을게 없겠지. 허허허.”
진우가 박자를 맞추느라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예린의 출현으로 이연성의 속내가 짐작되었다.
‘어쩐지 아침 문안 인사를 두 시간에 걸쳐 받더라니..’
예린에게 치장할 시간을 벌어준 아비의 마음. 지극정성이었다.
**
이연성으로서도 낮시간 동안에는 국정을 돌보느라 진우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진우가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이연성의 마수가 걷어지자 1번으로 아침 문안을 온 황자가 진우를 불렀다.
“너를 보고 싶어 이리 청했다.”
“영광입니다. 황태자.. 아니 황자 전하.”
“하하, 말 조심하거라. 나는 아직 태자위를 받지 못했다.”
“예, 황태자, 아니 황자 전하.”
반복된 가벼운 말실수로 황자 이상훈의 호감을 산 진우가 이상훈으로부터 거한 점심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너의 능력이 특출하다고 하던데 내게도 보여 줄 수 있겠느냐?”
“사실 저의 능력은 황자님의 능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의 능력?”
“신속의 능력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다른 이들의 눈에는 3황자의 능력이 우수해 보일 수 있을 것이나 제 눈에는 황자님의 능력이 독보적입니다.”
이상훈의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이 황궁에서 폐하의 능력을 이은 이는 황자 전하뿐이지 않사옵니까?”
“네가 그걸 어찌 아느냐?”
“저는 단지 타인의 능력을 알아보는 재주가 있을 뿐입니다.”
“그것 참, 대단한 능력이구나.”
“하지만, 황자 전하의 능력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지요.”
이상훈도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의 3제 이진훈에 대한 세간의 평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진훈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대한제국의 황제가 된다는 것은 그저 국정을 잘 운영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황제와 자신은 그 누구도 공유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 능력이 있었기에 이상훈의 눈에도 이 방을 둘러싸고 있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보였다.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는 듯하군.”
“아닙니다. 이것은 그저 학습에 의해 얻는 술법에 불과하죠. 황자님께서도 충분히 익히실 수 있는 술법입니다.”
“내가?”
“네, 이 황실에서 폐하와 황자님만 익히실 수 있는 술법이지요.”
이상훈이 진우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크게 웃었다.
“하하하.. 너, 진짜 대단한 아이로구나. 아바마마께서 너에게 예린이를 보이셨다고 하여 호기심이 일었는데 진짜를 만났어.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나에게도 그 술법을 가르쳐 줄 수 있겠느냐?”
“가르쳐드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단지..”
“이야기는 들었다. 아바마마와 거래를 하였다고? 황궁이 아주 난리가 났었다.”
“하하하, 원래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건강한 세상이지요.”
“좋다, 나는 너에게 무엇을 주면 되겠느냐?”
“무엇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진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
도대체 머리카락을 얼마나 자르지 않았는지 백발이 허리에 닿아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 단단한 쇠창살에 갇혀있었다. 그럼에도 그 기세는 여전하여 백발 도인이 연상되는 풍모를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오진우라고 합니다.”
“네 녀석이 이곳에는 무슨 일이더냐?”
인사는 진우가 하였지만 김상필의 시선은 이상훈에게 닿아 있었다.
“이 친구가 외조부님을 보고 싶어하여 함께 왔지요.”
말은 외조부였지만 외조부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김상필의 시선이 그제야 진우에게 이르렀다.
“넌 누구냐?”
“오진우라고 인사드렸습니다.”
“네 이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왜 날 만나러 온 것이냐?”
“얼마 전에 인신 우병진 선생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에 선생님의 이름이 언급되어서요. 사실 확인을 위해 찾아뵈었습니다.”
“인신? 그자가 자신의 책에 내 이름을 언급했다고?”
“그렇습니다. 제 연구의 실마리를 주실 수 있을까 싶어 이렇게 찾아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