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onma Wants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325)
“예?”
비검은 물론이고 월영단원들 전원이 깜짝 놀라 벽태산을 바라봤다.
현천진을 열기 위해서는 현천진 안쪽에 천마가 나타나야 한다.
현천진을 여는 방법은 새로운 천마가 나타나 현천진의 주인임을 증명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도 현천진을 중간에 없앨 수는 없다.
애초에 현천진이 사라져야 그걸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현천진을 밖에서 여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적어도 천마신교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한데 그걸 대체 어떻게 연단 말인가.
“가서 승도흥을 불러와라.”
그 말에 화옥이 밖으로 신호를 보냈고, 대기 중이던 하오문도 한 명이 부리나케 달려가 승도흥에게 알렸다.
승도흥은 하던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벽태산에게 달려갔다.
문이 벌컥 열리고 승도흥이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다.
“공자님, 부르셨습니까!”
벽태산이 다짜고짜 물었다.
“얼마나 남았느냐.”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자신 있느냐.”
벽태산의 물음에 승도흥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정확한 것은 직접 현천진을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벽태산과 승도흥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들은 벽태산이 정말로 현천진을 뚫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들 갑자기 미친 듯이 심장이 두근거렸다.
벽태산이 지나가듯 한 마디 툭 던졌다.
“환마가 현천진에 구멍을 뚫었다고 하더구나.”
“예?”
승도흥이 그 말을 듣고는 승부욕에 불타는 눈으로 대답했다.
“제가 현천진을 없애버리겠습니다.”
자신은 환마를 누르고 천마신교 제일의 진법가가 될 것이다. 아니, 천하에서 제일가는, 아니, 고금제일 진법가가 될 것이다.
‘아, 그 진법서를 쓴 사람한테는 좀 모자랄 수도······.’
승도흥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내가 넘어서면 돼. 할 수 있다.’
승도흥은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었다.
천마신교 출신인 사람들은 다들 표정이 복잡해졌다.
과연 현천진이 열리면 자신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그런 복잡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벽태산이 중얼거렸다.
“조만간 환마를 보겠구나.”
끝
혁련가주는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허허.”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천무련을 만들게 해서 그쪽과 장기전을 벌이며 무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뒤로 다른 일을 진행하는 것이 원래 계획의 골자였다.
뒤로 진행할 다른 일은 굉장히 다양했다.
천마신교와 손잡는 것 역시 그 중 하나였고, 혁련가에서 아주 특별히 신경 쓰던 일이었다.
한데 다 망가져 버렸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현천장, 아니, 벽태산과 엮인 일 중에 제대로 굴러간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초기에 전력을 집중해 현천장부터, 아니, 벽태산부터 처리를 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일이 이런 식으로 꼬이지 않았으리라.
천무련을 치는 일을 실패한 것은 의선 때문인데, 최근 의선의 행보를 보면 그 역시 벽태산과 관계되어 있음이 분명했다.
“벽태산, 벽태산······! 대체 뭐 하는 놈이지?”
그동안 그렇게 자주 엮였는데 조사를 소홀히 했을 리가 없다.
무명에서는 벽태산의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탈탈 털었다.
한데 그걸 하고 나니 더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었다.
벽태산은 심각한 절맥 때문에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한데 천추신의가 붙고, 일침괴가 붙으면서 점차 병을 이겨냈다.
사실 혁련가주는 그 부분도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천추신의나 일침괴가 대단한 의원인 것은 맞다. 절맥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원들인 것도 맞다.
하지만 벽태산의 절맥은 평범한 절맥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당시 벽태산을 진맥했던 모든 명의들이, 의선도 벽태산의 절맥을 고칠 수 없을 거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런 절맥을 천추신의와 일침괴가 저렇게 말끔히 고쳐냈다는 걸 어떻게 바로 믿는단 말인가.
게다가 천추신의나 일침괴, 그리고 하오문이 벽태산 휘하로 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마치 벽태산은 가만히 있는데 다들 알아서 다가와 알아서 납작 엎드려 벽태산 휘하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 뒤로도 그와 비슷한 광경이 종종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영입 말이다.
천마신교의 월영단이 뭐가 아쉬워서 벽태산을 찾아가 고개를 숙인단 말인가.
비천단은 또 어떻고 말이다.
혁련가주는 벽태산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늦었어.”
혁련가주가 한탄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너무 늦어 버렸다. 조금만 더 일찍, 그러니까 벽태산이 절맥을 치료하기 전에 전력을 다해 금벽상단을 두드렸다면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혁련가주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일이 하도 꼬여서인지 두통이 밀려왔다.
그러고 있을 때, 밖으로 보냈던 자가 돌아왔다.
“가주님, 다녀왔습니다.”
사내는 혁련가주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살짝 조아렸다.
그는 환마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보냈던 자였다.
“어떻게 됐나?”
“이번에 나온 월영단원은 모두 일곱 명입니다. 그들은 따로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순간에 맞춰 서찰을 넣었습니다.”
혁련가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 계획한 대로였다.
“잘했군.”
“한데 환마가 답을 주었습니다.”
“답? 그게 가능한가?”
“작은 구멍을 여는 건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다급히 답을 쓴 듯합니다.”
사내는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공손히 내밀었다.
혁련가주는 얼른 서찰을 받아 펼쳐 읽어보았다.
“장소를 바꾸겠다는군.”
그 말에 사내가 눈을 번득였다.
이번에 현천장이 비검과 월영단원들을 전부 데려가는 바람에 더 이상 이 일을 진행하지 못하게 될 줄 알았다.
한데 장소를 바꾼다면 어느 정도 활로가 열릴 것이다.
천마신교는 굉장히 규모가 크다.
그러니 처음 자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을 벌이면 현천장의 눈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기존의 자리는 하오문이 나서서 철저히 감시할 게 분명하다.
그러니 변경된 장소를 이용하더라도 극도로 조심해야만 한다.
“앞으로는 천마신교 사람들을 모을 장소를 무한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마련하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 무한에 가까운 곳으로 위치를 정한 것은 향후 천마신교를 이용해 현천장을 견제하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벌어진 일을 통해 천마신교를 통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니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아주 멀리 떨어뜨려 놓아, 서로 접할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 낫다.
“그나저나······ 대체 언제까지 월영단만 내보낼 생각인지 모르겠군. 아무래도 월영단은 불안한데······.”
“남은 월영단도 이제 얼마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다른 무사들도 섞여서 나올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무명이 천마신교에 원하는 건 정보력이 아니라 무력이니까.
“좋아. 그럼 그쪽은 그렇게 진행하면 되겠군. 그나저나 장소를 바꾸는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은 모양이야. 환마가 최대한 서두르겠다고 하는데도 최소 열흘은 걸린다니.”
그래도 기존에 펼친 진법에 썼던 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어서 시간을 더 단축할 수도 있다고 하니, 더 일찍 끝날 수도 있었다.
“약속한 장소 근처에 사람을 풀어놓게. 현천장의 움직임도 잘 감시하고.”
“예.”
사내가 대답하고 물러갔다.
혁련가주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건 몰라도 현천장을 감시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일단 무한으로 들어가서 정보활동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현천장은 무한의 정보망 대부분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현천장을 감시하려면 인원을 훨씬 많이 써서 무한 바깥쪽을 감시해야 한다.
무한 내부로 들여보낸 자들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생활하면서 따로 정보활동을 절대 못하게 막아둬야 하고.
그저 지나가는 소문이나 대화를 엿듣고 머릿속에 담아두는 정도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나마 들키지 않으면 무한을 들락거릴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면 정보를 전달하는 건 가능했다.
아무튼 앞으로 무한을 감시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또 지끈지끈 아파왔다.
그러다가 문득, 과연 굳이 천마신교의 무사들을 밖으로 빼돌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천마신교도 아니고 수뇌부며 진짜 고수들이 전부 사라진 천마신교 아닌가.
하지만 혁련가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천마신교는 천마신교다.
무명이 왜 이렇게 숨어서 지내겠는가. 다 천마신교 때문이다.
그러니 반드시 그들의 힘을 요긴하게 쓸 날이 올 것이다.
혁련가주는 마음을 정리하고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조만간 심가와 악가의 가주들을 또 만나야 한다.
향후, 무명의 운영에 관한 논의가 필요했다.
혁련가주는 이내 집중하며 서탁 위에 있는 문서 꾸러미를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 * *
승도흥이 진법 연구에 매진하는 동안, 비검과 새 월영단원들은 현천장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단 가장 먼저 한 것은 현천장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친해지는 것이었다.
천추신의나 일침괴 등과는 금세 친해졌다. 특유의 친화력을 한껏 발휘한 천추신의 덕분에 비검 일행은 백화루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보통 그런 과정을 겪고 나면 더욱 친밀해지는 법이다.
비검이 현천장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벽태산을 만난 일이고,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의선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놀란 것은 벽태산의 시비들, 그리고 연하린을 만났을 때였다.
벽태산의 시비가 어디 보통 사람이던가. 무공은 물론이고 각자 나름의 특별한 재능을 갖춘 여인들이었다. 게다가 미모 또한 대단하니 비검이고 월영단원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흑심을 가지고 그녀들을 본 것은 아니었다.
비검이 진짜 놀란 부분은 이 시비들이 강해진 기간이 지극히 짧다는 점이었다.
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저런 고수를 양산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연하린을 만났을 때는 굉장히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연하린을 보고 있으니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이건 벽태산을 만났을 때 느끼던 것과 굉장히 흡사했다.
한데 벽태산 때와는 달리 얼른 그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몇 번 반복해서 만나다보니 슬슬 감이 잡혔다.
‘선하령을 보는 것 같았어.’
외모는 전혀 달랐다. 당연히 연하린이 훨씬 아름다웠다.
하지만 기질이나 성격은 정말로 선하령을 보는 것 같았다.
오늘은 천경완과 유서연을 만나기로 했다.
비검은 월영단원들과 함께 두 사람이 있다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오늘이 제일 기대되는 날이었다.
천경완과 유서연은 벽태산과 연하린의 호위무사였다.
비검 자신이 호위무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그 두 사람이 또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천장에서 누굴 만나든 전부 놀라운 자들이었다.
그러니 벽태산의 호위무사인 천경완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이내 연무장에 도착했다.
마침 천경완과 유서연은 대련을 진행 중이었다.
둘이 어찌나 흉험하게 싸우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철천지원수가 대결하고 있는 줄 알 것이다.
대련을 지켜보던 비검의 표정이 조금씩 굳어갔다.
분명히 호위무사라 들었다. 한데 왜 저런 식으로 싸운단 말인가.
호위 대상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세상 어느 호위무사가 저렇게 화려한 기술을 쓴단 말인가.
물론 효율적인 공방을 주고받긴 한다.
하지만 호위무사는, 특히 벽태산의 호위무사는 목숨을 걸고 적의 치명적인 공격 한 방을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저 둘의 대련 어디에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모습만 보인다.
강한 건 알겠다. 저 둘은 정말 대단한 강자였다. 그리고 그 강함의 바탕에는 영력이 있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위무사가 저러면 안 된다.
비검은 현천장에 온 첫 날 죽음을 경험했다.
벽태산이 자신을 가장 오랫동안 모신 호위를 그냥 내버려 둘 리 있겠는가.
비검 역시 한 번의 임사체험으로 영력을 깨우쳤다.
아직 그 영력을 무공에 자유자재로 섞어서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극적인 순간 날카롭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정도는 충분했다.
이내 대련이 끝났다.
천경완과 유서연은 비검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두 사람도 비검이 과거 천마의 호위무사라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비검은 다짜고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자네들, 나한테 호위에 대해 배워볼 생각 있나?”
“예?”
천경완과 유서연은 놀란 눈으로 비검을 바라봤다.
자그마치 천마의 호위무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요즘 두 사람은 자신들이 원래 호위무사였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있었다.
한데 비검이 그 부분을 자극한 것이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포권을 취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비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정말 훌륭한 호위무사가 될 자질이 있었다.
물론 이들이 아무리 호위에 대해 제대로 배운다고 해도 벽태산을 보호할 일은 없겠지만.
* * *
아침부터 현천장이 분주해졌다.
오늘은 벽태산이 천마신교를 향해 떠나는 날이었다.
벽태산이 나서자 그 뒤에 천경완과 유서연이 약간 떨어져서 따라갔다.
“뭐냐?”
평소와 좀 다른 듯한 분위기에 벽태산이 두 사람을 힐끗 보며 물었다.
천경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