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n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57)
돈지랄 네크로맨서 (57)
천라지망(1)
[경고!] [클리어 목표를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수행을 거부할 시 난이도가 크게 변경될 수 있습니다!]서예림과 함께 사도련 무사들의 품 안으로 쏙 파고들었다.
“비켜라!”
이번 시험에서 1등을 하며 레드 카펫을 걸어갈 후계자가 된 상황.
무사들이 아주 온순하게 명령을 따라 주었다. 홍해처럼 갈라진 길 사이로 그녀와 함께 달려나갔다.
서예림에게 포션 하나를 던졌다.
그녀가 바로 포션을 꿀꺽 삼켰다. 이쪽 또한 마찬가지였다.
[바람 걸이 포션을 섭취합니다!] [한 시간 동안 이동 속도가 30% 상승합니다!]하양이에게 풍 속성을 공유받은 것도 모자라, 이미 장비 또한 이속 붙은 걸로 죄다 갈아 끼운 상황이었다.
저레벨 장비들이라 그 효과가 크진 않았지만, 없는 것보단 훨씬 더 나았다.
‘통했나?’
일단 세 명의 노고수가 뒤얽힌 건 확실했다. 사도련주가 구슬을 받자마자 눈이 뒤집힌 걸 보니, 적어도 외관만으로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이 불가능한 것 같았다.
물론 언젠가는 구슬이 가짜라는 게 들통날 것이다.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니 일단 발에 불나도록 달려야 했다.
서예림과 함께 전쟁터를 빠져나왔다. 저 멀리 달아나기 시작함에도 무사들은 의아하게 여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하는 게 맞았다. 양쪽에서 무림맹과 마교의 인원들이 맹공을 가하고 있었으니까.
그때.
[사도련주 백학성이 이상을 알아챕니다!]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떻게 알아냈지?’
외관은 상당히 비슷할 거다.
거기에 본 적도 없을 테니 그걸로 구분하는 건 무리겠고.
‘손에 직접 쥐면 가짜인지 알아낼 수 있는 구조인가?’
그럴지도 몰랐다.
“뛰어요! 더 빨리!”
서예림 또한 메시지를 본 것인지 굳은 얼굴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만약 그런 구조라면…….’
사도련주는 어떻게 할까?
가짜라 고래고래 외치며, 적에게 만져 보라고 건네주지 않을까?
물론 천마와 맹주는 의도를 의심할 것이다.
여태 가짜를 바친 놈도 없었고, 심지어 이쪽은 련주의 아들이었다.
설마 아들놈이 가짜를 바칠 거라 생각하긴 어렵겠지.
오히려 자신들을 끌어들이려는 함정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부디 두 사람이 힘내 주길 바랬다.
전쟁터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후.
인벤토리에서 신발을 꺼냈다.
“갈아 신죠.”
서예림과 함께 신발을 갈아 신었다. 지금 갈아 신은 신발은 해골과 같은 종류다. 심지어 사이즈도 동일했다. 곧이어 이천에 가까운 해골 무리를 소환했다.
아공간 반지에서 준비해 뒀던 물품을 꺼냈다.
평범한 일반 등급의 가죽 가방들.
각자 번호가 적힌 가방엔 수십 킬로가 넘는 돌이나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었다.
“배정받았던 가방을 하나씩 메고, 연습했던 대로 움직인다!”
딸그락!
해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를 위해 수십 번 이상 움직임을 교육해 뒀다.
스켈레톤의 학습 능력은 데스 로드와 세드릭의 타이틀 효과로 인해 엄청나게 증가한 상황.
연습했던 대로 움직이는 건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해골들이 주변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원래 있던 발자국이 해골들의 발에 마구 밟혔다.
해골은 뼈만 있기에 순수한 몸무게 자체는 가벼웠다.
하지만 중무장과 잡동사니 가방까지 겹쳐진다면 다르다.
사람 무게와 비슷해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서예림의 몸무게와 이쪽 몸무게에 딱 맞춰지도록 가방을 준비했다.
초고수라 해도 적어도 무게와 발 모양으론 식별 못 할 거다.
“흩어진다! 실시!”
딸그락!
이천의 해골이 오십씩 마흔 무리로 나뉘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해골들.
앞서 걸어가는 해골의 발자국을, 뒤의 해골이 마구 짓밟는다.
당연히 발자국이 개판으로 변했다. 마지막 한 무리의 해골을 바라보았다.
“너흰 우리가 움직이면 뒤따라 와라. 우리 발자국 밟으면서.”
딸그락!
경례를 날리는 해골들을 뒤로한 채 서예림과 달려 나갔다.
40개의 방향에 똑같은 흔적이 남는다.
‘쫓는 데 엿 좀 먹을 거다.’
두 사람이 숲을 향해 진입하기 시작했다.
* * *
백학성이 분통을 터뜨렸다.
아무리 가짜라 외쳐도 두 노괴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었다.
‘제기랄!’
물론 가장 쉬운 건 이 구슬을 어디 멀리 던져 버리는 것이었다.
근데 그렇게 못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전부터 내려오던 말이 사실은 거짓이었다면?
아니면 대대로 내려오며 내용이 좀 변경된 것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정작 귀물을 얻고도 놓치게 되는 셈이다. 그 약간의 가능성을 경시할 수 없었다.
승천의 실마리는 그만큼 귀중했다.
그때.
백소천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보낸 장로 하나가 다급히 달려왔다.
“련주님! 오공자가 전장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으득!
그가 입술을 짓씹었다.
본대 뒤에 숨어 있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걸 아예 벗어났다는 건…….
이걸로 이것이 가짜가 아닐 마지막 가능성마저 사라진 셈이었다.
진짜를 바쳤다면 왜 도망가겠는가?
부귀영화가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데.
“빌어먹을!”
사도련주가 보자기에 담긴 구슬을 홱 던졌다. 그걸 본 두 고수가 눈이 뒤집힌 채 구슬을 향해 달려들었다.
운 좋게도 천마 쪽에 가까웠기에, 그가 구슬을 손에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구슬을 쥔 순간.
천마 구양천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가짜다!”
“……뭐?”
무림맹주가 멈칫했다.
사도련주가 구슬을 던질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근데 천마까지 저런다?
정말로 가짜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받아 봐라!”
보자기에서 구슬을 꺼낸 구양천이 씩씩거린 채 구슬을 맹주에게 던졌다. 그걸 쥔 맹주의 얼굴도 흉신악살처럼 구겨졌다.
곧이어 그가 바닥에 구슬을 내리쳤다.
콰직!
힘없이 부서지는 구슬.
이건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만든 쓰레기였다.
둘의 시선이 백학성을 향해 몰려들었다.
대체 얼마나 교육을 개판으로 해댔기에 아들이 아비를 엿 먹인 것이란 말인가?
조롱기 어린 시선이 백학성의 온몸을 훑었다.
침묵도 잠시.
―그만! 다들 싸움을 멈춰라!
구양천의 외침에 전장이 한순간 침묵으로 물들었다.
무기를 든 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세 노인을 바라보는 무사들.
그러거나 말거나, 세 노인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일단 백소천을 쫓아야 하는 건 명확했다. 문제는 협력 유무였다.
세 단체가 힘을 합치면 금세 놈을 잡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천의 소유권 문제가 불거질 터.
반면 따로 행동한다면?
효율은 낮을지언정 대박을 노릴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의 눈앞에 이상한 광경이 떠올랐다.
[경고!] [‘백소천’과 ‘최앵앵’이 탈출을 시도합니다!] [일정 구간 이상 진입하면 두 사람은 이 무대를 탈출하게 됩니다!]셋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이 문구, 많이 익숙했다.
그도 그럴 게 각 단체의 장에게 계속해서 전해지는 내용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승천의 실마리를 얻으면 이와 비슷한 신비한 문구가 눈앞에 떠오른다고.
“소유권은 나중에 따지도록 하지. 일단 힘을 합쳐야 할 것 같군.”
“……동의한다. 연놈들을 탈출하게 두면 안 되겠지.”
“……좋다.”
곧이어 세 단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소천과 최앵앵.
반드시 두 놈을 잡아들여야 했다.
* * *
[천마 구양천이 이상을 알아챕니다!] [무림맹주 양정학이 이상을 알아챕니다!] [게이트의 난이도가 A+, ‘천라지망’으로 변경됩니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세요!]눈앞에 지도가 떠올랐다.
저 멀리 초록색 점이 찍혀 있었다.
‘저게 목적지인가?’
거리로 보면 대충 5일은 죽어라 뛰어야 할 것 같았다.
서예림을 바라보았다.
클리어 메시지가 떴다고 들었는데 결국 안 나가고 함께하고 있었다.
이제 난이도가 바뀌었다.
새로운 클리어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못 나간다는 뜻이다.
왜 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생존 확률이 높아졌다는 건 분명했다.
“감사 인사는 나가서 하죠.”
“됐어요. 저도 클리어 보상 노리고 남은 거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천라지망.
딱 봐도 빡셀 것 같다.
아껴뒀던 영약을 바로 삼켰다.
[검영단을 섭취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가죠. 쫓아오기 전에.”
거리를 좀 벌리긴 했지만 유의미한 수준까진 아니었다. 지금은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였다.
* * *
김민우와 서예림.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각성자였다.
거기에 이번에 터진 사건 또한 대단히 자극적이었다.
같은 재벌가 자제가 악의를 품고 게이트 안으로 밀어 버리고, 그걸 검봉이 구하러 뛰어들었다.
언론에 불이 붙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두 사람이 게이트에 진입한 지 3주 차.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관심은 점점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관련 방송을 내보내고 있을 지경이었다.
―이틀만 지나도 싹 다 죽을 거라 했던 놈들 어디 감? ㅋㅋ 벌써 3주나 버티고 있는데?
―응 그래 봤자 중간 지대 빤스런행 ㅋㅋ
―근데 3주면 진작 중간 지대 찾고도 남는 시간 아닌가? 무대가 그렇게 넓진 않을 텐데. 왜 안 나오냐……?
―모르지. 그냥 구석에 숨어서 식량만 축내고 있을 가능성도 있음.
―근데 게이트 첫 트라이면 뭐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임? 정해진 형식 같은 것도 없음?
―지금 방송에서도 나오잖아 ㅋㅋ 죄다 랜덤이라니까? 스토리 진행해야 하는 게이트일 수도 있고 몹이나 때려잡는 게이트일 수도 있음. 모르니까 권장 공략 인원수가 높은 거임 ㅋㅋㅋ
―ㅇㅇ. 그냥 히든 게이트 같은 거라 생각하면 됨. 무대 구성도 클리어 목표도 기믹도 죄다 랜덤임.
―언제까지 버틸 것 같음?
―모르지. 김민우는 이미 죽었을 수도 있음. 일단 검봉은 버티고 있는 듯?
―그러게 그걸 왜 구하러 가서 개고생이냐; 솔직히 나만 이해 안 됨?
―둘이 썸이라도 타나 보지 ㅋㅋㅋ
―ㄴㄴ. 검봉 걔 김민우 ㅈㄴ 싫어했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걸?
―근데 왜 구하러 가냐고 ㅋㅋ
―검선 때문이겠지. 할배 이번에 S급 신기록 세운 거 전부 김민우 때문이라고 립 서비스 오지게 하시더만 ㅋㅋㅋ
―ㅇㅇ. 내 생각도 그럼. 검봉이 자기 할아버지 엄청 좋아함. 좀 중증임. 그래서 구하러 간 것 같은데.
―솔직히 이런 말 하면 안 되긴 하는데, 못 버틸 거면 그냥 빨리 좀 죽으면 안 되는 거냐? 저렇게 시간 끌리면 게이트 터질 텐데.
―B급 두 달 안에만 깨면 되는 거 아님?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뭔; 사이코 ㅅㄲ네
―검봉 못 잃어 ㅠㅠ검봉 못 잃어 ㅠㅠ검봉 못 잃어 ㅠㅠ
―호들갑 ㄴㄴ. 클리어도 아니고 중간 지대까지만 닿으면 되는데 검봉이 못할 것 같음? 나온 다음 길드 공략대 보내면 금방 깰 듯.
대부분의 여론이 비슷했다.
김민우는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봉이 버티고 있을 것이다.
3주 정도 됐으면 게이트에 익숙해졌을 터.
명색이 탈 A급 각성자인 만큼 탈출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방송의 전문가들 또한 그런 의견을 내비쳤었는데.
―어? 잠깐. 저거 뭐야? 설마…….
실시간으로 게이트 앞에서 중계하고 있던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아무런 반응 없이 잠잠하던 게이트 위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클리어 이후 나올 때 빛나는 것과는 아예 다른 반응이었다.
곧이어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기자가 말했다.
―바, 방금 관측 부서에서 온 연락에 따르면, 게이트의 난이도가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재측정 결과 A급 게이트가 되었다고…….
―?
―??
―???
―????
―뭐임? 설마 관측 잘못함?
―ㄴㄴ. 저렇게 난이도 변경되는 경우 가끔 있긴 함. 안에서 뭐 잘못한 듯?
―그럼 A+ 난이도로 바뀐 거임?
―그런 듯?
―보통 저러면 어케 됨?
―난이도 변경되는게 자기가 선택해서일수도 있고, 아니면 재수없게 똥밟아서일 수도 있는데…… 아마 후자일 듯?
―ㅇㅇ. 보니까 똥 밟은 듯. 둘이 들어가서 난이도 바꿨을 리가 없잖아. 망했다;
―님들, 탈출 가능성 진짜 사라짐?
―A+ 게이트 권장 공략 인원 30인이야 ㅋㅋㅋㅋ B+보다 두배로 튐 ㅋㅋㅋ 이게 가능성이 있을 것 같냐? 뇌 깨짐? ㅋㅋㅋㅋ
―(정보) A+급 게이트에선 심심찮게 S급 몬스터가 튀어나온다.
―길드 공략대도 저런 상황 오면 중간 지대도 못 가고 다 죽어 나감; 답 없음;;
―ㅈ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