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ff Master RAW novel - Chapter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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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악! 주인 놈아 햄찌 본명도 모르냐! 캬아아악!”
햄찌는 지크가 자신의 본명을 기억하지 못하자 매우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아니 그게….”
“햄찌 본명 프로메토스 칵투스 하이드라 리바이어던 블레스 자카리아스 아나볼리카 가야르도다! 캬아아악!”
햄찌가 털을 바짝 곤두세우며 지크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프로메토스 칵투스 하이드라 리바이스? 이건 아닌데. 청바지 브랜드 이름이잖아.”
지크는 한 번에 햄찌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어지간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한두 번 듣고 기억할 만큼 쉬운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캬아아아악! 햄찌 본명 프로메토스 칵투스 하이드라 리바이어던 블레스 자카리아스 아나볼리카 가야르도다! 캬악!”
“그러니까 프로메토스 칵투스 하이드라 리바이어던 브라자…가 아닌데. 뭐라고?”
“캬아악! 그냥 햄찌라고 불러라! 햄찌! 캬아악!”
“헤헤헤….”
지크는 멋쩍은 듯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그래서 지금 적기사가 모찌 본명을 부른 거냐?”
“뀨! 아니다! 모찌 어머니 이름이다! 뀨우!”
“으응?”
“모찌 본명 테이아 이투스 카시오페아 올리브 그레이스 나시테리아 포르토피노다! 글로리아 얀센 호놀리크 테일러 엘리자베스 오드리 이자벨 아니다!”
“…….”
“먼 옛날에 모찌 어머님이 적기사 퇴치했던 모양이다! 뀨우!”
“그, 그래?”
지크는 모찌, 혹은 모찌의 어머니의 이름 따위 딱히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인가?
햄찌는 햄찌.
모찌도 그냥 모찌로 기억하는 게 편했다.
모찌 본인도 본명이 너무 기니까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일 테고.
그러는 사이.
“뀨우! 우리 엄마 기억하냐!”
모찌가 분홍색 오라를 뿜어내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글로리아 얀센 호놀리크 테일러 엘리자베스 오드리 이자벨은 우리 엄마다! 뀨우! 난 테이아 이투스 카시오페아 올리브 그레이스 나시테리아 포르토피노다! 뀨우!”
“그럼 그 빌어먹을 대정령의 딸년이란 말이냐!”
적기사는 과거 모찌의 어머니에게 당했던 게 지금 생각해도 분했는지,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했다.
“그렇다! 뀨우!”
모찌가 소리쳤다.
“넌 또다시 패배할 거다! 뀨우! 나 테이아 이투스 카시오페아 올리브 그레이스 나시테리아 포르토피노가 널 또다시 무찌를 거다! 뀨우!”
“이… 이이…!”
적기사가 분통을 터뜨렸다.
“테이아 이투스 카시오페아 올리브 그레이스 나시테리아 포르토피노! 네년은 날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네 어미인 글로리아 얀센 호놀리크 테일러 엘리자베스 오드리 이자벨에게 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그렇게 모찌와 적기사가 설전을 벌이는 사이.
“…저걸 어떻게 다 외워서 부르는 거지?”
지크는 모찌와 적기사 간의 설전을 듣던 중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우웅!
모찌가 뿜어낸 핑크색 오라 덕분에 게이머들은 적기사의 정신 지배에서 풀려나 제정신을 되찾은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 아아아- 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워어어어어어-!!!”
그랭구아르가 를 부르자 모찌가 뿜어낸 분홍색 오라가 더욱 진해졌다.
두 스킬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덕분에 적기사는 자신의 주특기인 를 아예 사용조차 할 수가 없었다.
모찌와 그랭구아르의 압박이 너무 강력해서, 스킬을 켜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이…!”
적기사가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간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던 순간.
“전원, 공격!”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크와 게이머들이 일제히 적기사를 향해 덤벼들었다.
***
적기사에게 쏟아진 공격은 그야말로 무자비했다.
특히나, 고스란은 적기사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게끔 만드는 주된 원인이었다.
쒜엑! 쒝!
고스란은 라는 냉기 속성의 화살을 끊임없이 적기사에게 쏴 강력한 슬로우 효과를 걸었다.
“크, 크윽!”
덕분에 적기사는 에 맞을 때마다 움직임이 점점 느려져서, 한 발자국조차 내딛기 힘들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교에 불과했다.
우웅!
지크가 을 걸자 적기사는 더더욱 강력한 둔화 효과에 빠져서, 마치 슬로우 모션에 걸린 것처럼 움직였다.
그야말로 슬로우 지옥.
“이… 런… 개… 같은… 것… 들이… 으윽….”
슬로우 효과를 떡칠한 적기사는 자신의 전투력을 미처 발휘하기도 전에 게이머들의 공격을 받았다.
지크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화르르르!
지크는 을 이용해 적기사의 방어력을 깎은 뒤 스킬까지 사용했다.
번쩍!
그러자 하얀색 섬광이 빗발치며 적기사를 꽁꽁 얼려버렸다.
‘가두고.’
지크는 적기사가 완벽하게 얼어붙자 스킬을 이용해 빛의 검들을 소환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퍼엉!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린 빛의 검들은, 적기사를 가두자마자 대폭발을 일으켰다.
‘죽빵으로 마무리.’
지크는 곧장 스킬을 준비했다.
속전, 속결!
적기사를 찍 소리도 못할 정도로 몰아붙였으니 빠르게 끝장을 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마침 적기사의 남은 생명력도 20퍼센트라서 스킬이면 딱 정리될 것 같았다.
쒜엑!
그렇게 휘둘러진 가 적기사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그런데.
“…으응?”
지크는 데미지가 전혀 들어가지 않자 당황했다.
[전쟁의 적기사 : 광기의 마르스]•생명력 : ■■□□□□□□□□
분명히 스킬이 명중했는데, 적기사의 생명력이 여전히 20퍼센트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지크가 머리 위에 갈고리(?)를 띄우던 순간.
“악!”
“으악!”
“컥!”
지크의 주변에 있던 게이머들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스륵, 스르륵!
미립자의 형태가 되어 분해되기 시작했다.
마치 스킬에 맞은 것처럼 말이다.
“이, 이게 무슨….”
지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지자 매우 당황했다.
주변에 있던 거의 100여 명의 동료들이 갑자기 죽어 버렸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감히….”
그때였다.
쩌억, 쩌어억!
놀랍게도 적기사가 스스로 빙결 효과를 깨트리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웅!
그런 적기사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고대의 룬 문자들로 이루어진 붉은 고리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데미지가 안 들어가? 내 주변 동료들은 다 죽고? 설마 데미지를 반사시키는….’
지크의 뇌리에 그 생각이 스칠 무렵.
슈우우!
죽은 동료들의 시체로부터 붉은색 빛의 구슬들이 빠져나와 적기사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그 결과.
[전쟁의 적기사 : 광기의 마르스]•생명력 : ■■■■■■■■■■
적기사는 죽은 게이머들의 생명력을 흡수해 풀피를 채우는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을 선보였다.
“…이런 미친.”
지크는 어처구니가 없어 게임을 강종할 뻔했다.
다 된 밥에 고춧가루가 뿌려져도 유분수지, 막판에 데미지 반사와 흡혈 패턴이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적기사가 으르렁거렸다.
“모조리 죽여주마!”
그 순간.
촤라락!
적기사가 휘두른 검으로부터 붉은색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와 지크를 포함한 생존자들을 덮쳤다.
“악!”
지크는 를 방패 형태로 바꾸어 오러 블레이드를 막다가 수십 미터가량 날아가 건물에 처박혔다.
오러 블레이드가 방패에 닿은 순간 폭발을 일으켜 엄청난 위력의 후폭풍이 발생했던 것이다.
***
“크윽!”
지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뭔 데미지가 이렇게 세…?”
적기사가 뿜어낸 오러 블레이드는 마치 미사일과도 같은 위력을 담고 있어서, 지크조차도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죽어라!”
“크악!”
적기사는 지크가 저 멀리 밀려나는 사이 동료들을 무차별적으로 도륙내고 있었다.
449레벨의 강자답게, 그 강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순식간에 동료들을 쓸어버렸다.
“망할!”
지크는 용설화, 데이토나, 승구, 그리고 고스란을 뺀 나머지 게이머들이 모조리 몰살당하자 경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악!”
“크으윽!”
용설화와 데이토나 역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안 돼!’
지크는 동료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마치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다시 전투에 합류하려고 했다.
그러나….
슈우우우우우웅!
적기사가 뿜어낸 수백 개의 오러 블레이드 다발들이 마치 미사일처럼 날아들었다.
그래서 지크는 황급히 방패 형태의 를 들어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꺅!”
“으악!”
용설화와 데이토나는 적기사의 공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299레벨과 449레벨의 차이는 너무나도 커서, 애초에 싸움이 성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용설화와 데이토나를 처치한 적기사의 다음 표적은 다름 아닌 모찌였다.
“테이아 이투스 카시오페아 올리브 그레이스 나시테리아 포르토피노라고 했던가?”
적기사는 누구(?)와는 다르게 모찌의 본명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해 내었다.
“갈기갈기 찢어주마. 이 빌어먹을 정령이여.”
그와 동시에 적기사가 모찌를 향해 덤벼들었다.
“뀨우?!”
모찌는 분홍색 오라를 뿜어내던 중이었는데, 적기사가 덤벼들자 화들짝 놀랐다.
그렇다고 오라를 뿜어내는 걸 멈추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왜?
이 분홍색 오라는 마치 토템처럼, 사용자가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스킬이었다.
때문에 모찌가 움직이면서 분홍색 오라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캬아악!”
그때, 햄찌가 나서 적기사의 앞을 가로막았다.
“감히 어딜 노리냐! 캬아아악!”
햄찌는 몸을 거대화한 상태로 적기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대었다.
그런 햄찌의 기세는 무척이나 사나웠다.
햄찌는 모찌에게 지은 죄가 있었기에, 지금 점수를 확실히 따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더욱 전투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적기사는 강했고, 햄찌의 공격은 거의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버러지는 꺼져라.”
적기사가 햄찌를 향해 검을 힘껏 내질렀다.
푸욱!
그러자 검이 햄찌의 가슴 한복판을 꿰뚫고 등으로 빠져나왔다.
“……!”
그렇게 우뚝 멈춰선 햄찌.
“해, 햄찌야!!!”
지크는 그런 햄찌를 향해 미친 듯 달려 나갔다.
‘안 돼! 절대 안 돼!’
지크가 혼비백산해서 햄찌를 향해 달려갈 무렵이었다.
“…뀨우.”
햄찌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적기사를 바라보았다.
“너… 실수한 거다.”
그렇게 말하는 햄찌의 입가는 씰룩 올라가 있었다.
“뭣이?”
“너… 진짜 이제 X된 거다. 햄찌… 진짜로 화났다.”
그 말이 떨어지던 순간.
스으으!
햄찌의 온몸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지크는 햄찌가 환한 빛에 휩싸이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는 계속되었다.
햄스터였던 햄찌의 실루엣이 점점 달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곧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다음 순간.
번쩍!
햄찌로부터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오고.
스으으!
웬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벼, 변신?!’
지크는 햄찌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자 경악했다.
거의 2년 동안 매일같이 함께해 왔지만, 햄찌가 인간의 형태로 변신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