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3598
Chapter 367화.
“2개인데 하나는 폐에 박혔고, 또 하나는 폐를 위쪽으로 훑으며 올라갔어.”
“그 뭔 개소리를……. 그렇게 장황하게, 끙. 하고 있냐?”
“이거 못 봤으면 폐렴에 패혈증까지, 심각해졌겠어.”
“끙! 빨리, 해결이나, 해.”
정민수가 중간중간 말을 끊어서 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았다고 말하기엔 세밀한 힘 조절에 애를 먹고 있을 터였다.
태수도 길게 시간 끌 생각이 없었다.
“그대로 대기.”
“끄응.”
“……하나 뺏고.”
팅!
쇳소리가 울리자 인상을 쓰던 정민수 얼굴에 안도감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래. 끙. 그렇게…….”
“위로 쓸고 올라간 게……. 이게 왜……. 후!”
“야, 너!”
“나도 심각하니까 좀 있어봐.”
척.
태수는 빈말이 아닌지 믹스터를 내려놓고 스트레이트 포셉으로 교체했다.
좀 더 깊이 파고들기 좋은 수술도구였다.
그리고 고개를 움직여 헤드랜턴의 각도를 조절했다.
곧 위치를 잡았는지 태수가 스트레이트 포셉을 천천히 틈으로 밀어넣었다.
꼼지락, 꼼지락.
태수의 손이 조금씩 움직여 수술도구를 놀렸다.
그럴수록 괴로워지는 건 정민수의 팔뚝이었다.
“끄으으응.”
정민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 넘어서 팔이 서서히 떨려왔다.
당장 놓고 싶은 마음이 굴뚝일 터였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한 번 기회를 놓지면 다시 기회를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 번에 끝내는 게 최상이었다.
그걸 잘 알기에 팔이 떨리는데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됐어.”
달그락.
태수의 낮은 외침과 쇳소리가 같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야 정민수는 당기던 디버에 힘을 풀었다.
“크으으!”
인상을 팍 찡그린 채 가만히 있었다.
태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쥐났어?”
“크으, 응.”
“자식, 고생했다.”
태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팔이라도 주물러 주고 싶었지만 수술 중이라 그럴 수 없었다.
다행히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꽉. 꽉.
정민수가 손을 쥐었다가 펴길 반복하며 밧드를 바라봤다.
1센티미터 남짓한 파편들 중 새로 더해진 두 개가 보였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애먹이기는.”
자신을 괴롭힌 파편들을 향한 눈빛이 절대 고울 수가 없었다.
그 사이 태수는 다시 메스와 디바키를 놀리며 정민수에게 말했다.
“바이탈 체크하면서 잠깐 근육 좀 풀어.”
“알았어.”
띡.
정민수는 아직 남아있는 통증에 살짝 인상을 쓰며 자동혈압계를 눌렀다.
그런데 그때였다.
수치를 확인한 정민수의 가느다랗던 눈이 돌연 휘둥그레 떠졌다.
“어? 태수야, 바이탈이 이상해.”
“수치로 말해.”
“맥박부터…….”
정민수가 순차대로 숫자를 읊었다.
다른 환부에서 파편을 빼내던 태수도 순간 멈칫했다.
“왜 맥박이 내려갔지?”
“소변이 안 나오나……. 조금씩 나와.”
“다시 체크해봐.”
“응……. 비슷해. 잠시만.”
띡, 띡.
정민수는 반복적으로 자동혈압계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수치를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표정이 굳어져갔다.
“맥박 변화는 크지 않아. 그런데 혈압이 업다운이 좀 있어.”
“수혈은…….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았어.”
태수가 먼저 확인하자 정민수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액과 수혈팩이 줄어드는 속도가 비슷했다.
그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맥박과 혈압은 분명히 이상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중 태수의 시선이 복부 쪽으로 향했다.
“간 문제일까?”
“파편이 같은 힘으로 날아왔다면 갈비뼈가 없는 간 부분에 직격했을 때…….”
“가운데까지 파고 들어갈 수는 있는데, 출혈이 그 만큼 없잖아.”
태수가 이치적으로 물었다.
그에 정민수가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
“만약 구멍이 혈전에 막혀서 내출혈만 계속 되는 중이라면?”
“그건 간단히 확인할 수 있어.”
태수는 바로 굵은 주사를 손에 쥐었다.
그걸 본 정민수도 재빨리 굵직한 주사를 붙들었다.
주사기의 굵기 만큼 주삿바늘도 굵고 길쭉했다.
두 사람은 그 바늘로 복부의 환부 곳곳을 찔러봤다.
푹, 푹.
찌르는 족족 모든 구멍에서 출혈이 일어났다.
하지만 바이탈에 변화가 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
내출혈을 막고 있는 구멍이라면 뭔가 다른 반응을 보여야 했다.
아닌 걸 확인하려면 미련 없이 손을 움직였다.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태수와 정민수는 숨도 쉬지 않을 정도로 주삿바늘을 신속히 움직였다.
곧 옆구리에 집중된 구멍들을 모두 찔러봤다.
하지만 결정적인 위치는 없었다.
간과 가까운 구멍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지만 고개가 저어졌다.
“여기하고 여기는 간 표면까지 파고들었어. 출혈은 있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야.”
“앞쪽도 그래.”
“그럼 뒤쪽?”
“등에 출혈이 있을 만한 장기가……. 어?”
정민수가 말을 하다가 뭔가 느낌이 온 거 같았다.
그건 태수도 마찬가지였다.
등 쪽과 가깝게 위치한 장기가 있다.
그건 신장이었다.
“민수!”
“응!”
사삭.
정민수가 가까운 등 쪽을 살폈다.
그 사이 태수는 재빨리 수술대를 돌아 정민수 옆에 나란히 섰다.
척.
태수가 도착하자 정민수가 오른쪽에 위치한 2개의 구멍을 가리켰다.
“여기하고 여기.”
“위치가 확실히 애매해.”
“찔러보면 알겠지.”
스윽.
정민수가 조심히 바늘을 가까운 구멍에 밀어 넣었다.
예상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 싶었다.
그때 정민수가 멈칫했다.
“뚫었어.”
“그럼?”
주르륵.
구멍에서 출혈이 밀려나왔다.
그 양이 다른 구멍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태수와 정민수는 찾았단 기쁨보다 의아함이 더 깊게 자리했다.
“이 정도 출혈이면.”
“다른 구멍에서도 더 출혈이 심해야 해.”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신장 위치로 추측되는 구멍에서만 출혈이 계속 됐다.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태수가 아차한 얼굴로 말했다.
“nephromegaly!”
“신장비대증?”
“순환이 안 돼서 신장이 커지는 현상이잖아.”
“그럼 그 만큼 혈압이 불안정할 거고……. 심장도 영향을 받을 거고……. 맞아!”
정민수가 대번에 목소리를 키웠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신장을 건드려야해.”
“지금 응급수술 중 아니야?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병변만 빠르게 해결하는 한정적 수술 아니냐고.”
“지금은 신장비대증도 응급이야.”
“그걸 우리 둘이 진행하자고. 수혈팩도 O형 하나 밖에 없는데?”
정민수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현재 수술시설로 신장비대증을 응급수술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태수도 마찬가지였다.
신장에 담긴 혈액은 상당했다.
또 하루에 신장을 통과하는 혈액의 양은 엄청나게 많았다.
건드리면 대형출혈이 터지는 건 백퍼센트였다.
그런데 썩션 하나 없는 곳에서, 수혈팩도 없는 상황에서 진행한다는 건 무모했다.
태수와 정민수의 입이 꽉 다물어졌다.
“…….”
“…….”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이 침묵은 길게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처음에는 폐의 문제가 원활하게 마무리 되어 기뻤다.
그 기쁨이 경망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둘 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이었다.
태수가 난데없이 숨을 짧고 강하게 내뱉었다.
“푸!”
“뭐, 생각났어?”
“아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그런데 왜?”
정민수가 미간을 좁히며 불만을 보였다.
태수는 그런 그에게 현 상황부터 다시 일깨워줬다.
“더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방법을 찾자는 거잖아.”
“그때까지 다른 데는 놔둘 거야?”
태수의 질문이 날카로웠다.
그런데 그 지적은 반박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확했다.
이대로 하염없이 시간만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정민수의 바짝 올라간 눈꼬리가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왔다.
“아니지. 수술이 끝나려면 다른 환부도 해결이 되어야지.”
“시간 없으니까 나눠서 하자.”
“어떻게?”
정민수가 질문하는 사이였다.
타닥.
태수는 수술대를 크게 돌아 다시 제자리에 섰다.
소독약으로 마른 수술 장갑을 재차 소독하고 물기를 더하며 답했다.
“난 옆구리 쪽에 집중할게.”
“괜찮겠어?”
“출혈이 많지 않잖아. 그리고 자주 다뤄본 경험도 있고.”
태수가 답을 하자 정민수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물었다.
“남은 파편들은 내가 빼라고?”
“근이완제가 제법 퍼져서 할 수 있을 거야.”
“잠만 기둘.”
정민수는 얼른 후크를 들고 확인에 들어갔다.
스윽.
확실히 구멍을 넓히는데 힘이 덜 들어갔다.
응급수술 시작 직후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 정도면 가능해.”
“그럼 바로 이어가자.”
“응.”
두 사람은 바로 합의를 끝마쳤다.
그리고 각자 수술도구를 들고 따로따로 손을 움직였다.
태수는 깊게 패인 옆구리를 눈에 담았다.
골절된 갈비뼈들이 휜히 보일 정도로 환부 상황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외부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신속한 응급처치가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기도 했다.
콸콸.
식염수를 부어 수분부터 보충했다.
당연한 응급처치였다.
출혈을 쓸어내는 효과도 있었고, 괴사한 조직(sphacelus)을 더 선명하게 도드라지게 하는 역할도 겸한 행동이었다.
확실히 표면이 깨끗해지자 멀쩡한 조직과 괴사한 조직의 구분이 쉬워졌다.
곧바로 수술도구를 교체해 괴사가 진행 중인 조직 정리를 시작했다.
마구잡이 진행이 아니라 엄연히 의학적 가이드가 존재했다.
necrectomy.
한국에선 괴사조직절제술이라고 불리는 방법이었다.
‘우선 이쪽.’
서걱, 서걱.
믹스터로 괴사한 조직을 잡고 메젠바움으로 과감하게 잘라냈다.
절제한 조직의 크기가 괴사 부위보다 더 넓었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괴사까지 모두 절제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잘라내야 수술 후 괴사 재발 확률을 낮출 수 있었다.
그게 괴사조직절제술의 기본이었다.
그렇게 태수는 괴사조직을 보이는 족족 절제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손을 움직이는 사이사이 머릿속으로는 신장을 어떻게 수술해야 할지 생각했다.
‘관건은 출혈인데…….’
서걱. 서격.
생각하면서도 태수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괴사조직절제술을 우습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생각의 한계가 10이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처치에 8 이상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머지 2가 신장 수술 생각이었다.
그런 균형도 잡지 못할 정도라면 메스를 버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