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참룡검결 오의
일결식(一結式)
일월참격(日月慘激)
대형 마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결식이나 삼결식과 달리 일결식은 인간형에게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콰콰콰콰!
렉스 투른의 사각을 노리고 참룡검결의 오의가 담긴 일 검이 펼쳐졌다.
“흠.”
순간 렉스 투른이 검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지크의 참룡검결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콰쾅!
아무런 기술도 담기지 않은 평범한 일자 베기였다.
하지만 그 검에 담긴 위력은 일반적인 검격을 초월했다.
후우웅!
지크의 일월참격이 렉스 투른의 일격에 그대로 파훼됐다.
“크윽!”
그는 오히려 그 반동에 의해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놀랍게도 렉스 투른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로 검을 들고 꼿꼿이 서 있는 상태였다.
“후우…….”
스킬이나 엘리멘탈 소드가 아닌 오로지 검술만으로 상대해야 했기에 본 실력을 모두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과 렉스 투른의 격차를 실감한 지크였다.
‘이게 흑색 기사와의 간극인가.’
아서 드레이커나 검왕 베르나스와는 다른 거친 위압감.
실로 투왕이라는 이름이 적절했다.
지크는 다시 검을 쥐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 보기로 했다.
‘아크 팔라딘의 무한연환결.’
지크는 그 기술로 렉스 투른의 빈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다시 지크가 검을 쥐자 렉스가 웃음을 지었다.
“아서의 아들답지 않게 승부욕이 있구나! 필히 로라를 닮은 게지!”
렉스 투른이 묵직한 검을 잡고서 자세를 잡았다.
“지크 드레이커! 너의 용맹에 나 역시 진심을 보이겠다!”
쿠구구구구!
렉스 투른의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흑색 기사만이 쓸 수 있는 무형지기. 오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힘이었다.
렉스의 무형지기가 그의 검에 집중됐다.
우우우우웅!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크는 렉스의 검에 모든 것을 파쇄해 버릴 만한 강력한 힘이 어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버티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그가 깨고 나가야 할 흑색의 장벽이 눈앞에 있었다.
지크가 바하무트를 쥐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휘이이익!
질풍기가 펼쳐지며 그의 몸이 바람처럼 휘날렸다.
동시에 지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아아앗!”
용살법 참룡검결식
3장 2절
반월 날리기
렉스 투른을 향해 휘두른 지크의 검에서 반월이 튀어 나갔다.
그때였다.
쿠구구구!
렉스 투른이 지크를 향해 역시나 아까와 같이 일 검을 내리그었다.
키이이이잉!
렉스가 내리친 일격이 지크가 날린 반월을 포함해서 공간 자체를 찢어 버렸다.
공간이 찢기면서 발생한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옆에 서 있던 레이나는 이 파동의 여파만으로도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으으윽.”
레이나는 비틀거리며 겨우 벽을 잡고 설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정면으로 공격을 받은 지크를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지크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어디 있는 거지?’
쉬이이익!
지크는 사라지고 그가 들고 있던 바하무트만이 공중에서 렉스 투른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파칭!
렉스 투른이 검을 휘둘러 바하무트를 쳐 냈다.
동시에 혼신기 ‘은의 의지’로 최대한 기척을 지우고 있던 지크가 사각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라타소에게서 익힌 강파공진을 일으켜 무한연환결을 시도했다.
웅웅웅웅웅―
지크의 몸에서 공진이 일어나며 충격파가 렉스 투른에게 스며들었다.
순간 렉스 투른이 검을 휘둘러 지크가 뿜어낸 충격파를 중화시켰다.
지크는 강파공진의 충격파를 보고 당황한 렉스 투른의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촤아아악!
지크가 강파공진의 힘을 실어 수도를 내리그었다.
콰득!
손날이 그대로 검면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무한연환결은 끊임없이 기술이 이어지는 것.
지크는 마치 이슈타르 가문의 비술가들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화려하게 공중을 돌며 비각술과 손기술을 선보였다.
쾅! 쾅! 쾅! 쾅!
강파공진이 실린 지크의 공격은 빠르면서도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렉스 투른은 검을 들고 그런 지크의 공격을 일일이 모두 막아 냈다.
공방의 와중에도 렉스 투른이 씨익 웃었다.
“훌륭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후우웅!
순간 결투장에 퍼져 있던 모든 기운이 렉스의 검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크는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공중에 떠서 비각술을 펼치려는 그 0.1초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지크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몸을 움직였다.
쿠구구구!
그의 비각술이 렉스가 아닌 바닥을 향했다.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바하무트가 그 반탄력으로 렉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렉스 투른이 압축한 기운을 한꺼번에 개방하며 검을 휘둘렀다.
콰콰콰콰쾅!
댐을 개방해 급류가 쏟아지듯 렉스의 검에서 강력한 기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지크를 덮쳤다.
콰콰콰콰!
지크 역시 그 기운을 이겨 내지 못하고 밀려서 결투장 벽에 처박혔다.
콰콰쾅!
렉스 투른이 개방한 기운이 어찌나 강했는지 힐링 팩터를 지닌 지크조차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크윽!”
지크는 겨우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쓰러진 지크를 바라보는 렉스 투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놈…… 아서의 아들이 맞기는 하구나.”
놀랍게도 렉스 투른의 옷 소매에 아주 작은 생채기 하나가 나 있었다.
기운에 휩쓸리기 전 지크가 발로 차서 날린 바하무트에 베인 것이었다.
그는 렉스 투른이 바하무트를 피하려는 찰나 미묘하게 검날의 길이를 바꿔서 그의 감각을 속였다.
흑색 기사의 방심을 유도하고 그 틈을 찌른 한 수.
앞선 지크의 화려한 공격들은 모두 이 한 수를 위한 준비였던 셈이다.
지크는 겨우 호흡을 되찾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주님, 제가…… 이겼습니다.”
렉스 투른은 찝찝한 표정으로 지크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콧김을 훅 뿜으며 말했다.
“쳇. 뭔가 속은 것 같지만…… 그래. 약속은 약속이지.”
렉스 투른이 품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 지크에게 던졌다.
“마셔라. 렉스 특제 포션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될 터였지만 지크는 렉스 투른이 준 포션을 곧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호오?’
그의 말대로 특제 포션이라 그런지 효과가 좋았다.
회복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이상하리만치 힘이 솟아올랐다.
지크가 렉스 투른에게 물었다.
“정말 효과가 좋군요. 무엇으로 만들어진 겁니까.”
“뻔뻔한 것도 아서랑 닮았구나. 뭐, 내가 직접 제작한 거니까 말해도 상관없지. 최상급 포션에다가 바실리스크의 피랑 데빌 베어의 웅담이랑 만드라고라의 뿌리랑 기타 등등 해서 몸에 좋은 건 다 넣고 푹 고았지.”
“…….”
포션의 정체를 알고 나니 괜히 먹었다 싶은 지크였다.
렉스 투른이 지크에게 다가왔다.
“뭐, 어쨌든. 시험은 통과다. 지크 드레이커, 네게 투쟁의 시련에 들어갈 자격을 부여하겠다.”
“감사합니다, 가주님.”
“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지금 들을 테냐?”
성격도 시원시원한 렉스 투른이었다. 그러나 지크는 고개를 저었다.
“투쟁의 시련을 끝내고 돌아와서 듣겠습니다.”
지크의 말에 렉스 투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투쟁의 시련에는 언제 들어갈 테냐.”
“내일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성미 급한 건 로라를 닮았구나. 알았다. 관리자에게 얘기를 해 두마.”
“감사합니다.”
렉스 투른은 뒤쪽에서 기운이 빠진 채 멍한 눈으로 지크를 바라보고 있는 레이나를 힐끔 봤다.
아끼는 딸이 힘없이 처져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아팠다.
‘이 역시 레이나에게 쓴 약이 되겠지.’
레이나도 용맹한 투른의 피를 이은 투사였다. 렉스는 따로 레이나를 위로하거나 하지 않았다.
때로는 멀리서 성장을 지켜봐 주는 것.
그 또한 아버지의 의무이자 권리였다.
‘레이나, 힘내거라. 이 아빠는 언제나 너를 믿는다.’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렉스였다.
그때 지크가 입을 열었다.
“가주님, 제 검을 어떻게 보셨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흑색 기사와 직접 검을 맞대 볼 기회는 손에 꼽는다.
지크의 스승인 듀크 드레이커 역시 과거 흑색 기사이기는 했지만, 현재는 모종의 이유로 흑색 기사의 경지를 잃고 말았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듀크였지만 유독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다.
지크의 친부인 아서 드레이커는 검을 맞댈 수 없는 자였고, 설령 그런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뭐라 말을 해 줄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렉스 투른은 새삼스럽게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뻔뻔한 건지 솔직한 건지 모를 놈이구나.”
“가주님의 솔직한 평을 듣고 싶습니다.”
습득한 스킬들은 늘어났지만 정작 경지는 적색 기사에서 정체된 지크였다.
흑색 기사의 경지로 발돋움할 계기가 필요했다.
비록 힘을 감추고 결투에 임했기는 했지만, 흑색 기사인 렉스 투른이라면 지크 자신이 놓친 부분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렉스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지크에게 말했다.
“어디 휴가라도 좀 다녀와라.”
“네?”
뜬금없는 렉스의 말에 지크가 되물었다.
그가 팔짱을 낀 채 콧김을 훅 내뿜으며 말했다.
“뭐가 그리 급하냐. 너 레이나랑 동갑이면 이제 열여덟, 곧 열아홉이 이다. 몸에 힘을 좀 빼라.”
순간 지크는 카이시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안식처에서 그에게 엘리멘탈 소드를 배우는 동안 그가 카이시르에게 가장 들었던 말이 그거였다.
‘이 멍청아! 몸에 힘 좀 빼!’
수력의 장을 통해 탈력을 익힌 뒤로 나름 여유를 두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몸에 힘을 뺀다. 아니, 이런 생각 자체에 갇히면 안 된다. 매몰되면 또 다른 벽을 만들 뿐이야.’
렉스는 자신이 한 말 한마디에 맹렬하게 고민하는 지크를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확실히 아서보다는 로라를 더 닮았구나.”
렉스는 시종들을 불러 지크에게 머무를 곳을 안내해 주라고 시켰다.
그때 레이나가 지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번에는 다를 것이다.”
레이나는 이 말을 남기고 먼저 결투장에서 나갔다.
가주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 여간 분한 모양이었다.
지크는 투른 가문에서 준비해 준 방으로 가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곧바로 투쟁의 시련에 들어갈 채비를 했다.
밖을 나가니 이미 투쟁의 시련으로 갈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지크가 마차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놀랍게도 그 안에는 렉스 투른이 팔짱을 낀 채 엄숙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었다.
“가주님?”
“앉아라. 지크 드레이커.”
마차는 지크와 렉스 투른을 태운 채 출발했다.
지크는 왜 렉스 투른이 이 마차에 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온 거지. 설마 나한테 경고를 하기 위해? 그럴 거면 어제 나를 더 짓밟았어도 됐을 텐데. 아니면 레이나가 좌절한 것 때문에 화가 났나?’
온갖 상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렉스 투른이 입을 열었다.
“투쟁의 시련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다. 일단 일 층에 가면…….”
놀랍게도 렉스 투른은 지크에게 투쟁의 시련에 대해 조언을 해 주려고 미리 마차에 타 있던 것이었다.
‘이럴 수가.’
계산적이고 냉정해서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드레이커 가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호의였다.
‘투른 가문은 거칠기만 한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군.’
그렇게 마차로 이동하는 내내 렉스 투른의 조언이 이어졌다.
한참이나 이야기를 듣던 지크는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근데 이제 더 안 들어도 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렉스 투른은 말이 많았다.
아까 한 얘기를 한 번 더 하고, 또 하고. 별로 필요 없는 내용도 얘기해 주다가 의식에 흐름에 따라 갑자기 다른 얘기를 했다.
지크는 순간적으로 렉스 투른이 자신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기 위한 고차원적인 언변술을 사용하는 것인지 의심할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다시 중요한 정보를 말해 주는 걸 보면 그건 아닌 듯싶었다.
‘렉스 투른…… 아서 드레이커와는 다르게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군.’
어느새 마차가 투쟁의 시련 앞에 도착했다.
쿵!
던전을 지키던 투른의 기사들이 마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렉스 투른과 지크가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방금까지는 말하기 좋아하는 덩치 큰 아저씨 같았는데, 이렇게 보니 또 사람이 달라 보였다.
렉스 투른이 지크에게 말했다.
“저곳이 투쟁의 시련이다.”
지크는 그가 가리킨 곳을 봤다.
움푹 들어가 있는 절벽 아래에 단단한 철로 만들어진 문이 버티고 있었다.
지크는 렉스 투른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망설임 없이 문 쪽으로 다가섰다.
‘전생에서 레이나가 도달했던 50층. 그 정도라면 투른 가문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투른 가문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뒤 티르의 방패에 대한 단서를 찾을 계획이었다.
지크가 마음을 다잡으며 투쟁의 시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투신(鬪神) 티르의 시험장. ‘뒤집힌 탑’을 감지합니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