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414
외전 2화
“본부장님 아침 식사는 하셨나요?”
“아니요. 바로 나오느라…. 그런데 제가 왜 본부장…?”
백야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회장님께 그렇게 전달받았습니다.”
“회장님이요?”
그 팔불출 할아버지가 기어이 사달을 낸 것이다.
백야는 빨개진 귀를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직원들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면목이 없었다.
“저, 저는 그냥 백야라고 불러 주시면….”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
백야가 두 제우스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다는 사실은 팬들 못지않게 직원들도 익히 아는 소문이었으니까.
지금은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언젠가 연예계를 은퇴하고 나면 정말 회사에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아닌가.
젊은 나이에 그룹장까지 올라간 남자는 미래를 대비해 두어도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식사 먼저 하실까요? 가면서 간단하게 회사 소개도 드리겠습니다.”
마케팅 그룹장이 자진하여 백야를 데리고 라운지로 향했다.
백야가 거절하지 않고 뒤를 따르는 모습을 본 김 비서는 조용히 컨시어지 팀에 연락했다.
[AM 10:00 아침 식사]라운지로 내려가자 마중 나와 있던 직원이 상냥한 미소로 백야를 반겨 주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미리 마련해 둔 자리로 안내받은 그들은 그곳에서 조식을 함께했다.
해당 모습은 라운지를 이용하는 투숙객과 직원들의 이목을 끌며 훗날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사무실로 돌아온 백야는 그제야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본부장님께서는 앞으로 이곳에서 업무를 보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불편하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네에….”
백야는 그룹장님의 존대에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알겠으니 제발 본인 자리로 돌아가 주셨으면 하는 얼굴이었다.
“아. 그리고 점심시간은 12시부터인데 혹시 선약이 있으실까요?”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백야가 눈을 질끈 감으며 빠르게 부정했다.
첫 출근인데 선약이 있을 리가….
“본부장님께서는 회장님, 부회장님과 점심 약속이 예정돼 있으십니다.”
있었다.
김 비서가 정정해 주자 그룹장은 예의 바른 얼굴로 순순히 물러났다.
그리고 펑! 얼굴이 터져 버린 백야는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다리를 파닥거렸다.
이따 할아버지를 만나면 아르바이트나 인턴 자리로 보내 달라고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PM 12:00 점심시간]책상에 앉아 카메라를 설치하고 영상 기획안을 읽는 사이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직원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백야의 자리를 힐끔거렸다.
출근 첫날인 만큼 저희와 점심 식사를 하지 않을까, 기대에 찬 눈빛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는 얼마 안 가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무려 부회장님의 행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부회장님…?”
입구에 앉아 있던 직원1의 공허한 외침이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
멍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직원을 향해 가볍게 웃어 준 지훈은 단정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점심시간인데 다들 식사들 안 하세요?”
부회장의 등장에 직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아이고.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제가 괜히 내려왔나 봐요. 얼른 한 명만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젊고 유능한 기업 후계자가 일개 부서에 직접 내려오다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에 모두들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액, 처, 백, 본부장님.”
애기, 처남, 백야.
세 번이나 호칭을 정정하고 나서야 본부장님이라는 제대로 된 직함을 내뱉는 지훈이었다.
애기라고 하면 백야가 싫어할 것 같았고, 처남이라고 하면 직원들에게 너무 눈치를 주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고 백야라 부르면 너무 친구같이 느껴질 테니, 직함으로 부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매형?”
물론 단순한 백야는 지훈을 매형이라고 불러 모두에게 저희의 특별한 관계를 과시했다.
지훈은 이런 게 오히려 맘에 든다는 듯 좋아했다.
“식사하셔야죠. 첫날부터 너무 열심히 하시는 거 아니에요?”
백야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는 지훈의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대리님. 사무실이 평소보다 밝은 것 같지 않아요?”
“저만 눈이 부신 줄 알았는데. 과장님도 눈부셔요?”
“내일부터 사무실에 선글라스 하나 가져다 놓을까 봐요. 매일 오셨으면 좋겠다….”
은혜로운 투 샷에 여직원들의 사기가 평소와는 달랐다.
업무 효율의 수직 상승.
얼굴이 곧 복지인 두 사람은 등장만으로 호텔업계 복지 환경의 혁신을 이루었다.
[PM 12:30 점심 식사]호텔 뷔페가 아닌 인근 한옥 식당으로 향한 백야는 그곳에서 큰 제우스를 만났다.
“어이구~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 어? 누나?”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제우스에게 다가가던 백야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백연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그렇게 놀라? 아버님께서 사랑이 맛있는 거 사 주고 싶다 하셔서 왔어.”
백연이 이제는 조금 티가 나는 배를 쓰다듬으며 예쁘게 미소 지었다.
“너 호텔로 출근한다며? 본부장님 되셨다고 들었는데. 축하해~ 내 동생 출세했네?”
백연이 놀리듯 장난치자 백야의 볼이 불만으로 부풀었다.
“그거 나 놀리는 거지!”
“어머. 너 눈치가 좀 는 것 같다?”
정식 근무는 아니더라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부회장도 모자라 회장님에 누나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출근 첫날 브이로그는 망했음을 직감했다.
대체 어느 회사원이 첫날부터 호텔 조식을 즐기고, 회장님과 점심 식사를 하며 농땡이를 피운단 말인가.
백야의 얼굴엔 삐진 티가 역력했다.
작게 한숨을 쉰 백야는 당연하다는 듯 할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았다.
“어때. 출근은 할 만하고?”
“저 오늘 출근해서 하루 종일 맛있는 거만 먹고 있는데요?”
큰 제우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며 덕진과 VJ를 향해서도 편하게 계시라 일렀다.
“가, 감사합니다.”
살면서 김제우 회장이랑 밥을 다 먹어 보다니. 두 사람은 부담스러워 죽겠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들뜬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PM 3:00 회사 복귀]3시가 다 돼서야 복귀한 낙하산은 그룹장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백야에게 눈치를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죄책감에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중이었다.
‘이제는 진짜 일해야지.’
백야의 업무는 회사 브이로그 촬영이었다.
회장님의 뜻에 따라 호텔 광고를 데이즈가 맡게 되면서 이벤트성으로 기획된 콘텐츠였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온 사이, 책상 위에는 못 보던 일정표가 놓여 있었다.
1일 차 : 취임식
2일 차 : 사무 부서 촬영
3일 차 : 객실 부서 촬영
4일 차 : 야유회
‘취임식? 누가 새로 오셨나?’
아방한 얼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침 마케팅 1팀의 팀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본부장님. 내일부터 하실 업무에 대해 잠시 설명을 드릴까 하는데 시간 괜찮으세요?”
“앗. 네, 네.”
백야가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자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 회의실 잡아 뒀으니까 같이 가실까요?”
“네.”
백야는 덕진이 챙겨 준 가방을 열어 다이어리와 펜을 꺼냈다.
책상에 올려놓기 무섭게 커버에 프린트된 자신의 얼굴과 아이 컨택한 복숭아는 돌처럼 굳어 버렸다.
‘아놔. 덕진이 형…. 굿즈를 챙겨 주면 어떡해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 백야는 얼른 다이어리를 뒤로 뒤집었다.
푸흡-
옆에서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팀장의 콧바람 소리가 들렸다.
“가, 가요.”
커버가 배 쪽을 향하게 든 백야는 다이어리를 앞발로 가리며 팀장의 뒤를 따라갔다.
[PM 3:30 온보딩]남의 회사 회의실에 들어와 보긴 또 처음이었다.
마치 적진에 홀로 잠입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백야가 떼구르르 눈을 굴렸다.
1팀 전체 회의인지 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편하게 들으시면 되고요. 질문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해 주시면 됩니다.”
“넹.”
온보딩은 마케팅 1팀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됐다.
1팀에서 백야가 맡게 될 일은 식음료 프로모션 기획이었으며, 관련 회의는 내일 오후에 있을 예정이었다.
“다음 달부터 호텔에서 제공할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자리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팀장의 말을 놓치지 않고 받아 적은 백야는 온몸으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PM 4:30 자리로 복귀]자리로 돌아온 백야는 앞발을 꼼지락거리며 핸드폰으로 제우스 호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최신 노트북을 놔두고 계속해서 힘든 길을 걷는 햄스터에게 옆자리 김 대리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본부장님.”
“네!”
군기가 바짝 들어간 병아리 본부장님은 ‘시키실 일이 있으면 얼마든 시켜 달라’는 얼굴로 김 대리를 바라봤다.
“혹시 장비 지급을 못 받으셨나요?”
“네?”
아방한 얼굴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물었다.
“아까부터 노트북 사용을 안 하시는 거 같길래…. 절대 강요는 아닙니다. 편하신 대로 하면 되는데… 혹시 문제가 있나 싶어서요.”
대리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구구절절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돌아온 건 뚱딴지같은 소리였다.
“죄송해요. 제가 첫날이라 노트북을 따로 안 챙겨 왔어요.”
“네?”
아무도 이 귀요미에게 회사에서 장비를 지원해 준다고 알려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로열패밀리인데 아무도 안 챙겼다고?’
김 대리는 당장 비품을 받아 올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백야의 책상 구석에 놓인 상자를 발견했다.
“어? 저거 사용하시면 되는데?”
“저거요?”
“출근하셨을 때부터 여기에 놓여 있지 않았나요?”
“맞아요. 그런데 새 거라….”
“뜯어서 사용하시면 돼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느에? 아니, 저는 일주일도 안 다니는데요?”
“어……. 좋은 게 좋은 거죠. 저희 회사는 노트북에 이름을 각인해 줘서 퇴사하실 때 그냥 들고 가시면 돼요.”
이렇게까지 퍼준다고?
제우스… 이대로 괜찮은 건가.
[PM 5:00 퇴근]5시가 되자 하나둘 책상을 정리하며 퇴근을 준비했다.
“본부장님도 얼른 퇴근 준비하세요.”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소리에 백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노트북을 덮으며 벌떡 일어나자 그룹장님과 단번에 눈이 마주쳤다.
‘너무 MZ 같았나? 아무리 촬영이라도 첫 출근인데, 야근… 뭐 그런 걸 하는 척이라도 해야….’
어색하게 미소 지은 백야가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하자, 그룹장은 1팀 팀원들에게 ‘슬슬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며 공지했다.
“대리님. 저희 어디 가요?”
“네. 취임식이요.”
“저도요?”
“네. 당연히 가셔야죠.”
백야는 ‘회사 일인데 제가 막 따라가도 되나?’라고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본 사이인 김 대리는 알지 못했다.
“하하. 누가 새로 오셨나 봐요.”
백야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일단 짐을 챙겼다. 자신의 취임식인 줄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