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206
1206화 도문의 선열들
허공 가운데 몽의는 도문 조상 무덤으로 다가갔다.
그는 밖에서 절을 한 뒤 황금색 영향을 하나 피웠다.
“불효자 몽의가 조상님들께 한 가지 아뢸 게 있사옵니다.
선조님들 중에 과거 상고 천정에 몸을 담고 계셨던 분이 있던 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부에 몸을 담고 계셨던 분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 있었던 일은 이미 지난 일이니 덮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중에는 이 못난 제자가 느끼지 못하는 것까지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못난 제자의 건방짐을 용서하소서.
과거는 전부 흘러가는 구름과도 같습니다. 현재 도문의 문주는 담대하게 결단을 내리며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천지개벽 이후로 전대미문의 쾌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주는 지금까지 이념의 논쟁에 대해서는 항상 비관적이었습니다. 논쟁보단 직접 무언가를 해냈을 때 가장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죠.
이미 모든 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두 여러분들께 달렸습니다.”
몽의의 힘찬 목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무덤 깊은 곳까지 울려 퍼졌다.
무덤군 가운데 죽음의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음풍은 마치 많은 이들이 고함을 내지르는 듯했다.
몽의의 말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념의 논쟁에 관한 부분에선 더더욱 그렇다.
죽음의 기운은 거대한 강이 되어 다가왔다.
그러나 몽의는 무표정으로 제자리에 선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죽음의 기운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그것은 마치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끌어당겨졌다.
“진부하군!”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무덤 뒤쪽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폭풍과 함께 다가온 죽음의 기운은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천 리에 이르는 거대한 검은 구체가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손가락 형상을 이루며 한 무덤 위를 가리켰다.
“도문의 진리를 잊고 사악한 것을 받아들인 걸로도 모자라 회개조차 하지 않다니. 이젠 감히 현임 묘지기에게까지 손을 쓴 것이냐? 죽어 마땅하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가락이 아래로 떨어졌다.
마치 개미를 눌러 죽이듯 높이 구름 위로 솟은 묘비를 찍어 내렸다.
순간 묘비는 무덤과 함께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무덤군 안에 텅 빈 자리가 생겼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무덤 깊은 곳에서 다시 한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문은 결코 우리 같은 죽은 자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어떤 결정에도 우린 그저 동의하면 될 뿐. 어찌 논쟁을 벌인단 말인가?
우리의 남은 육신을 관솔불 삼아 관철할 때가 되었다.”
무덤군에는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잠시 뒤.
모든 목소리가 사라지고 나자 무덤 깊은 곳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산발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남자였다.
그는 죽음의 기운을 잔뜩 풍기며 허공을 밟고 날아올랐다.
그는 절반 정도 왔을 때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것은 대세다. 비단 도문뿐만 아니라 인간과도 깊게 연관되어있지. 동의하지 않는 자는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놓지 못하는 건가?
우리가 속한 세계가 우리를 부르는 게 느껴진다. 생과 사의 경계선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설령 강제로 이곳에 남는다고 해도 너무 오래 머무르는 건 불가능하다.
너희 모두 한때는 도문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웠던 자들이니, 이 점을 감안하여 다시 한번 묻겠다. 나와 함께 가겠나?”
물음이 끝나기 무섭게 세 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함께 가겠습니다.”
털보는 목소리가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곤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그렇게 하기로 한 이상 더 이상 나의 결정에 아무런 이의를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떠나면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다만 도문에 해가 되는 자들을 남겨둘 수는 없는 법. 악인의 역은 내가 직접 맡도록 하겠다.”
말을 마친 털보는 손을 뻗었다.
하늘 위에서 거대한 손이 나타났다.
각각의 손가락은 지면에 있는 다섯 개의 무덤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어서 반대를 했던 자들의 무덤이 전부 박살이 나며 사라져버렸다.
몽의는 아무 말 없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많은 걸 알고 있었지만 때로는 입을 다물고 있을 때도 필요한 법이다.
잠시 뒤.
선조들이 스스로를 소멸시키며 모든 것을 매듭지으려고 하려는 순간.
몽의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선조님들이시여, 북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털보는 몽의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그리곤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의 도문은 비록 쇠퇴하긴 했지만, 현임 문주부터 묘지기까지 전부 훌륭한 녀석들뿐이구나.”
사자들이 하나씩 무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들 중에는 이미 이성을 잃고 강시가 되어버린 자들도 있었다.
다만, 일생 동안 깊게 새기고 있던 신념만은 아직 남아있었다.
이들은 털보의 물음에 그저 본능적으로 대답을 한 것뿐이다.
털보는 사자들과 함께 거점을 나서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떠나기 전에는 손을 휘둘러 거점을 멀리 날려버리기까지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걱정거리를 해결한 것이었다.
몽의는 털보와 그를 뒤따르는 사자들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완전히 다른 곳이 느껴졌다.
묘지기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전설이 떠올랐다.
대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죽음을 통해 판국 안으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홀로 도문의 거대한 대들보를 지고 있다.
그러므로 죽어선 안 된다.
아니, 죽을 수 없다.
진양은 자신의 죽음을 대가로 모든 이들을 살렸다.
이런 식으로 죽게 놔둘 순 없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단 한 가지.
도문의 조사들을 전부 보내는 것이다.
* * *
사해황막.
윤전사 허공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짙은 죽음의 기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윤전사에서 흘러나온 황금빛은 그것을 막아내려 했으나 죽음의 기운은 순식간에 그것을 압도해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승려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시골맥 놈들이 전부 덤벼든다 해도 이 정도로 강한 죽음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대지가 갈라졌다.
이어서 한 털보가 사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들이 나타나자 죽음의 기운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솟구쳤다.
하늘로 날아오른 털보는 고개를 돌려 승려들을 바라보았다.
승려들은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영혼과 이성이 심하게 떨려왔다.
“비록 외도(外道)이긴 하나 결국은 같은 인간이니. 너희들도 인간의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말을 마친 털보가 손을 휘두르자 두 동강이 났던 윤전사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이어서 다시 한번 손을 휘두르니 모든 죽음의 기운이 걷어졌다.
승려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 서로의 눈치만 봤다.
살면서 이토록 많은 사자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전부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진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들이 어느 정도는 말이 통하는 자들이라는 것.
보통 사자들은 윤전사의 기운을 느끼자마자 곧바로 윤전사를 향해 달려든다.
기상의 변화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강력한 사자들이 나타나자 그 누구도 감히 당당히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잔뜩 겁먹은 자라처럼 목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털보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극북 쪽으로 가버렸다.
이어서 털보는 영야의 땅 깊은 곳에 도착했다.
그는 포권과 함께 예를 갖추었다.
“도문에서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곧장 시선을 돌렸다.
그는 몽의가 왜 자신에게 이곳으로 가라고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죽음의 기운에 이끌려 나타난 불길한 존재에게 향해있었다.
사방 가득 들어찬 죽음의 기운은 전부 불길한 존재 안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털보는 사자들을 데리고 안쪽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사후 세계.
온전한 명황의 권력을 얻으며 명황이 된 장정의는 홀로 황무지를 거닐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멀리 석벽 위로 피골이 상접한 누군가 나타난 것이다.
“사, 사람이다! 드디어 사람이 나타났어!”
장정의는 빠르게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는 마치 절벽에 걸려있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등 뒤로 나타난 거대한 부문이 그를 위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를 본 장정의는 곧바로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장정의는 예전에 무덤군 사이를 꽤 오랜 시간 돌아다녔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문 제 칠십육 대 묘지기다!”
장정의는 놀라 굳어버렸다.
그러나 그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연달아 다섯 명의 사자가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강시가 되기 일보 직전, 아니, 이미 강시가 된 모습이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부문으로 인해 절벽에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하늘 너머로 죽음의 기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거대한 장막을 이룬 채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자 무리를 이끌고 털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털보는 위아래로 장정의를 훑어보곤 크게 기뻐했다.
“그랬던 거군. 도문 현임 묘지기, 참으로 놀랍구나.”
“어, 어르신…….”
장정의는 너무 놀라 다리가 풀려버렸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린 도문의 선열들이다. 이곳을 지키는 동안 절대 그 누구도 안으로 들여선 안 된다. 하지만 적대적인 자가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네?”
“이들의 마음은 이미 변절하였기에 내가 몸과 마음을 소멸시켰다. 스스로 사후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다.
난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 이들을 이곳에 영원히 봉인시킬 것이다.
이 진령부(鎮靈符)는 도문 제 백삼십 대 전도인이 만든 것이다. 부군의 신통력을 억제할 수 있는 신통력을 만들려다가 나오게 되었다더군.
이것에 맞은 자는 성불할 수도 없고, 환생도 불가능하다. 이제 이것을 네게 전수해 주마.”
털보의 일념과 함께 수많은 것들이 장정의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었다.
장정의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해버렸다.
“쯔쯧, 아직은 어려서 그런 건가…….”
털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사자들을 데리고 검은 바다로 향했다.
장정의는 한참이 지나서야 깨어났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그나마 다행히 그가 불사의 몸이라 살아남은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죽었을지도 모른다.
털보는 그에게 공법 하나를 전수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엄청난 고수가 공법을 준다고 해서 덥썩 손을 내밀 수는 없는 법.
한 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온 탓일까?
정리가 되지 않아 아직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들 중 가장 위에 ‘진령부’라고 적힌 것이 떠올라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간단한 설명이 적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