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291
1291화 알이 깨어나다
상고를 빠져나온 노조는 황천 지류를 만나게 된다.
노조는 곧바로 허공을 통해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가 발견한 황천 지류는 하류로 물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본류를 찾아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본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상고 지부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나오게 된다.
상고 지부의 가장자리가 오 대 수맥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어서 뒤로는 잡다한 기록이 한참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거요 성군과 마주했을 때의 기록이 나왔다.
거요 성군은 태호 천제가 내린 복귀 명령을 원교 노조에게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그렇게 원교 노조와 거요 성군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원교 선경을 지키고 있던 자라는 원교 선경을 보호하기 위해 끝까지 발버둥을 치지만, 결국 거요 성군에 의해 영혼과 육신이 모두 소멸되는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궁지에 몰린 원교 노조는 원교 선경에 모여있는 모든 선기(仙氣)를 소모하여 마침내 거요 성군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힘은 아무리 원교 노조라고 해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결국 원교 노조는 이름밖에 남지 않은 원교 선경에서 좌화하게 된다.
기록은 여기까지였다.
모든 기록을 확인한 진양은 오배에게 포권을 취했다.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겐 상당히 중요한 정보거든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오배는 끝까지 진양을 절세 고수를 대하는 것처럼 깍듯이 대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대신 원교 노조께도 안부 인사 전해주십시오.”
다시 한번 포권을 취한 진양은 수라와 함께 그곳을 떠났다.
일단 기록에 적힌 방향대로 가보기로 했다.
과연 이곳이 정말로 원래의 위치대로 나타나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상고 지부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하나의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선택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기회만 충분하다면 풍도대제의 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풍도대제는 겉보기엔 단순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누가 봐도 이건 연기를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분명 진양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확실하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면 이런 사람은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 * *
진양이 떠나고 난 뒤.
비석의 뒷면에 묻어있던 먹물이 흘러내리며 글씨가 모두 지워지고 다시 풍화되어 매끈하게 변해버린 모습으로 변했다.
오배는 조용히 허공에 둥둥 뜬 채 기다림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원교 선경 조각은 사방에서 날아와 그의 몸 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그의 등 위에는 수만 리에 달하는 거대한 조각이 형성되었다.
이어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한 백발노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눈을 뜨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주위를 살피며 오배의 앞으로 나아갔다.
“노조를 뵙습니다.”
오배는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그리고 그가 이곳에 나타난 이후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 주었다.
모든 얘기가 끝나자 원교 노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분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더냐? 어찌하여 그 일을 나에게 말한 것이냐?”
“제자의 불찰입니다. 벌하여 주시옵소서.”
“됐다. 그래도 그분께 은혜를 입었으니 이대로 모른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법.”
노조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비록 내게 발설하지 않겠다고 한 내용을 발설하긴 했으나, 혹여나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결코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노조는 오배의 등 위에 얹힌 비석 뒤로 향했다.
그가 자신의 미간에 손을 얹으니 이 일에 관한 기록들이 전부 글씨가 되어 나타났다.
글씨는 비석에 새겨지며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어서 모든 글씨가 떨어져 나가며 기록이 전부 소멸되었다.
* * *
대황.
왕백강은 최근 새로운 진법을 만들어냈다.
수집한 정보를 한 번에 모아 꿈속에서 진양과 만나 전달할 수 있는 진법이었다.
그동안 그는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왔다.
수집한 정보가 담긴 옥간을 그대로 꿈속으로 가져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매번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해야만 했던 것이다.
특히 최근 대황의 정세에 큰 이변이 일어나며 수많은 정보가 수집되는 바람에 그의 고통은 한층 더 커졌다.
과거에 죽었던 사람이 다시 환생을 한 것이었다.
망자의 세계에 대한 소문으로 인해 사방이 시끄러웠다.
특히 한 공법을 익힌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며 이 소문은 사실로 자리 잡아가는 듯한 형세였다.
왕백강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퍼뜨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진양이 원하는 정보를 숨기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 이들이 찾는 사람들은 환생자를 구분하는 일종의 표식이 되어버렸다.
정보가 빠르게 퍼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발 벗고 나서서 왕백강이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찾아주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이름 없는 촌구석에서 환생한 사람조차도 모두가 이 잡듯 뒤지고 다닌 것이다.
특히 대형 문파들은 더욱 큰 고통에 시달렸다.
환생한 사람들은 비록 아무것도 기억하진 못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들이다.
때문에 설령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전생에 수련했던 공법을 다시 익히게 된다면 금세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며 대황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 * *
새로 입수한 정보를 확인한 진피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가 찾고자 하는 사람은 돼지가 되어 환생했다.
그러나 이건 그의 부하가 찾아낸 게 아니다.
게다가 문제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단 한 번도 외부에 유출시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내부에 몇 번 돈 게 전부다.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가는 바람에 누군가 미리 돼지를 찾아냈고 진피보다 먼저 나서서 그를 데려가고 말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망자의 세계가 존재하고 죽은 자가 다시 환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진피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다.
이쯤 되니 그는 두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진양은 도대체 그곳에서 어떤 세력을 가지고 있길래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누군가를 환생시키는 일조차 좌지우지할 정도라니.
게다가 망자의 세계에서부터 정보까지 전달하고 있었다.
상황이 썩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더 두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누구든 언젠간 죽게 된다.
이곳에서 본분을 다하고 나중에 죽어서 저세상으로 가게 된다면 공로를 인정받아 어느 정도 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된다면 죽어서도 분명 험한 꼴을 당할 게 뻔했다.
“낱낱이 조사하라! 누구든 정보를 흘린 자가 있다면 지금 나와서 자수하도록! 뒤늦게 잡히고 나면 그땐 죽어서도 결코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 * *
대영 신조 조상 묘지.
국운의 화신 금룡은 한참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촉룡의 가르침 덕분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비록 신조의 의지로부터 비롯된 특수한 생명체였지만, 촉룡의 가르침을 통해 알게 된 길대로 간다면 진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금룡은 단 한 순간도 가희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희를 무사하게 지켜내야만 한다.
적어도 그녀가 무사히 부활하기 전까진 절대 대영 신조에 혼란이 벌어지도록 놔둬선 안 된다.
때문에, 금룡은 수련을 하는 시간 외에는 화신의 모습으로 누워있는 가희를 대신하여 대영 신조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폈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대영 신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소가 보이면 곧바로 신조의 법보를 통해 이를 정천사에게 알렸고, 소식을 전달받은 정천사는 곧바로 그 싹을 제거했다.
국운의 화신이 이토록 신조의 안위에 협조적인 건 아마 역사상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금룡은 가희를 살폈다.
그녀의 몸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어렴풋이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하고 그 빈도도 적었으나, 조금씩 큰 북을 치는 것처럼 힘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망자의 세계.
정적이 가득한 허공 가운데 한 조각의 중심에서 돌로 만들어진 알 하나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알 표면에 문양이 드러나며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왔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알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쩌적-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돌이 깨지며 화염에 휩싸인 붉은 새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새는 날개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잠시 후.
붉게 타오르던 붉은 새는 간편한 복장을 한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몸을 둥글게 만 채 누워있었다.
망자의 세계에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가희의 몸에서 적금색의 빛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빛은 허공에서 모여들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주작의 형상을 이루었다.
주작은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가희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가희의 몸에서 흘러나온 빛이 허공에 모여들며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순간 온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이 신비로운 빛과 함께 합쳐지며 가희의 등 뒤로 무려 일만 장이나 되는 날개를 펼친 거대한 주작의 모습을 이루었다.
가희의 기운이 급격하게 솟구쳤다.
생명의 불꽃도 다시 한번 뜨겁게 타올랐다.
불안정하던 심장 소리가 다시 안정을 되찾고 나자 가희가 천천히 눈을 떴다.
“진양…….”
가희는 나지막하게 진양을 불렀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기억은 여전히 죽음을 맞이하던 그 순간에 머물러있었다.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영제가 떠올랐다.
순간 강력한 열기가 뿜어져 나와 온 하늘을 불태웠다.
가희는 괴산 주봉을 바라보았다.
눈빛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먼 곳에 있는 장면을 강제로 가까이 확대시켰다.
그러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죽음과도 같은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
* * *
같은 시각.
대영 신조에 있는 모든 강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한 위압감에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신임 대제는 등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려 수백 년 동안 정적에 빠졌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그녀가 과거 영제가 그랬던 것처럼 대영 신조를 떠나 어디론가로 갔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모두가 그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신임 대제가 한층 더 강해진 게 뚜렷하게 느껴진 것이다.
오랜 시간을 살아온 노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전성기 시절의 영제가 뿜어냈던 위압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