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허튼짓을 하다 누명을 쓰다
도시 밖으로 나온 장정의는 꽤 먼 곳까지 걸어왔다.
그때, 갑자기 머리 위에서 빛이 반짝이는 듯싶더니 한 개의 별이 땅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긴 꼬리를 남기며 땅으로 떨어던 유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장정의와 멀지 않은 곳 앞으로 곤두박질쳤다.
장정의의 표정이 재빠르게 변했다. 그는 곧장 몸을 돌려 도망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멀리 보이던 도시는 어느새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뒤쪽으로 펼쳐진 건 황량한 평야였고, 그곳에는 유성이 긴 꼬리를 남기며 지면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마치 유성우가 내리는 듯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장정의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로 돌았다.
별똥별이 떨어진 곳에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이 생긴 노인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노인은 장정의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며 포권을 취했다.
“자소도군의 후계자를 뵙습니다.”
“어르신,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장정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진 공자님, 그렇게 숨기실 것 없습니다. 이미 종일 당신을 따라다니며 모두 보았으니까요. 공자께서 행방이 묘연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역형술을 이용해 외모를 감추고 계셨었던 것이었군요. 아마 이전에 보여주셨던 모습도 진짜 모습은 아니겠죠? 절 포함한 호량의 모든 사람들이 공자님의 역형술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것 같군요. 참으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 늙은이는 바로 우수였다. 우수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장정의는 주위에서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고 있는 유성우를 살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장정의는 현재 커다란 진법 안에 갇힌 것이 분명했다.
뿐만 아니라 땅 위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유성우 하나하나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한 위력이 서려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단 한 개만으로도 자신을 골로 가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위력이었다.
그러한 무시무시한 유성우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망했다!’
장정의는 입안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당장 자기 자신의 뺨을 힘껏 갈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단지 진양의 신분을 이용하려던 것뿐인데, 이 사달이 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어르신, 사람 잘못 보셨다니깐요. 제 이름은 장정의입니다. 당신이 말한 진유덕은 누군지도 모른다고요.”
장정의는 진지한 얼굴로 우수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 말이다.
“허허……”
우수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 공자, 계속해서 부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마 지금 이 모습이 진 공자의 진짜 모습이겠죠? 유덕, 정의. 허허허, 그래도 꽤 일관성 있는 가명을 지으셨군요. 보아하니 신분을 한두 개 가지고 계신 건 아닌 듯하군요. 그래도 이렇게 틈을 보이신 걸 보니 본인 스스로도 얼마나 많은 자들이 진유덕을 찾고 있는지 모르시나 봅니다?”
“어르신, 진짜 사람 잘못 보셨다니깐요. 전 그냥 무덤을 파헤치려고 아무 사람의 얼굴로 바꿨던 것뿐입니다. 전 당신이 말하는 진유덕이라는 사람도 아니고,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요!”
장정의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우수는 털끝만큼도 믿지 않는 듯한 기색이었다.
우수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하늘에 별빛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떠오른 별들은 언제라도 땅 위로 떨어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진 공자, 이만 함께 가시죠. 저희 소주님께서 당신을 만나 뵙고 싶어 하십니다. 공자께서 똑똑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습니다만 괜히 난처한 상황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자중하지 않으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손을 쓸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참고로 저희 소주님께선 반드시 산 채로 데려오라는 말씀은 한 적이 없으십니다.”
말을 마친 우수가 검은빛을 띠고 있는 황금색 밧줄을 내던지자 밧줄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날아가 장정의를 꽁꽁 묶었다.
육체뿐만 아니라 체내의 진원까지도 보이지 않는 힘에 완전하게 속박해버렸다.
장정의는 잔뜩 울상이 되었다.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으나 지금와서 별다른 수가 있겠는가?
멀리 보이는 유성에 맞는다면 작은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져버리는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어르신, 전 정말로 진유덕이 아니라니깐 그러네요. 제발 믿어줘요. 거짓말이 아니라고요.”
그러나 우수는 못 들은 척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이상 발버둥 치실 필요 없습니다.”
우수는 진법을 물린 뒤 진판을 꺼내 살펴보았다. 그리곤 장정의와 함께 한 줄기의 빛이 되어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렇게 우수는 장정의를 데리고 무량도원으로 돌아왔다.
우수는 장정의를 양범의 앞으로 끌고 갔다.
“소주님, 붙잡아왔습니다.”
“글쎄 정말로 사람 잘못 찾아오셨다니깐요. 전 진짜 진유덕이 아니라고요.”
장정의는 잔뜩 울상이 된 채 끝까지 완강하게 자신이 진유덕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차가운 눈빛으로 장정의를 쏘아보던 양범이 성큼성큼 장정의의 앞으로 걸어왔다.
양범이 장정의의 가슴에 손을 대자 붉은빛이 일어나며 장정의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뒤, 양범은 얼굴을 잔뜩 구기며 우수를 쏘아보았다.
“이 자는 아니다. 이 자는 자소도경을 익힌 적이 없어.”
우수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진짜 아니었어?’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처리하거라.”
양범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판을 꺼냈다. 장정의를 집어넣으려고 한 것이다.
장정의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이대로 진판 안으로 들어간다면 시체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살아남는 것은커녕 부활조차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자, 잠깐!”
장정의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장정의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전 진유덕과 아는 사이입니다!”
장정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진 사형! 만약 여기서 살아나간다면 앞으로 다시는 사형의 신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하겠소! 앞으로 얻는 모든 것 중에 오 할은, 아니, 삼 할을 전부 넘기겠습니다!’
우수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분명 방금 모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장정의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런 겁니다. 전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는 어디 있습니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벌써 못 본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장정의는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지껄인 것이었으나 양범과 우수의 표정이 급격하게 구겨지는 것을 발견하곤 황급히 한 마디 더했다.
“하지만 그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알고 있습니다. 죽은 게 아닌 이상 분명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말해 보거라.”
“금종이를 널리 퍼뜨리면 됩니다. 이걸 보고 찾아올 테니까요. 정말입니다. 절 믿어주십시오.”
장정의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진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수는 양범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양범은 생각에 빠졌다.
아무리 봐도 썩 믿을 만한 뚱보는 아니었지만, 지금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단서는 뚱보의 말뿐이었으니 말이다.
탁-!
양범이 손을 휘젓자 우수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금종이를 꺼내 장정의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장정의의 한쪽 손만 풀어주며 말했다.
“적어 보거라.”
장정의는 잔뜩 쫄아 있었기에 군말 없이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형! 저 장정의입니다. 저 기억하시죠? 사형이 사형의 사부님과 함께 방문했을 때 사부님인 위 노인의 장서각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가 갇혀서 제가 구해드렸지 않습니까? 다름 아니라 지금 몽 사숙께서 많이 위독하십니다. 사형의 사부 말입니다. 기억하시죠? 그분께서 죽기 전에 사형께 남은 것을 사형께 모두 전수해 주고 싶다고 하셔서 이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전 지금 진창주에 있습니다. 만약 이 소식을 듣는다면 곧장 돌아오셔야합니다. 만약 사형께서 오지 않으신다면 사숙께선 제게 물건을 물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어서 돌아오셔야 합니다.”
글을 다 쓴 장정의는 우수에게 건네주었다.
금종이를 건네받은 우수는 유심히 글을 살폈으나 별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이러면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걸로도 충분합니다.”
장정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모르시겠지만, 사형의 사부님과 제 사부님은 오랜 사이시거든요. 몽 사숙께선 스스로 동굴을 만들어 특별한 영액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보를 가지고 계십니다. 더러운 몸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수련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영액이죠. 장기적으로 복용한다면 특수한 체질을 형성할 수도 있답니다. 다만 사숙께선 아직 사형께 이 물건을 물려주지 않으셨죠. 그러니 사숙께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장 돌아오게 될 겁니다!”
“당신의 사부는요?”
“제 사부님인 위 노인은 죽었습니다. 그 사람이 죽지만 않았더라면 저 역시 이렇게 억울한 오해를 받을 일은 없었겠죠.”
장정의는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떨구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은 이곳에서 얌전히 있도록 하십시오.”
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금종이를 갖고 자리를 떠났다.
장정의는 얌전히 방안에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그는 온몸이 꽁꽁 묶인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 사형, 이래도 못 알아본다면 난 이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요.’
* * *
한편 진양은 어느덧 진창주에 도착했다.
나귀를 잡고 수련을 시키느라 며칠을 허비하긴 했으나 원래 계획했던 날보다 겨우 하루 정도 늦게 도착했다.
나귀의 속도는 신광(神光)이 되어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며칠 달리는 동안 나귀는 어느덧 요괴 장군의 단계에 도달해있었다. 게다가 경지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고 그만큼 실력도 쌓여가고 있었다.
진창주에 도착한 진양은 곧바로 휴식을 취하러 가기로 했다.
그때, 성문에 붙여진 금종이가 진양의 눈에 들어왔다.
금종이에는 장정의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장정의가 밖으로 나온 건가? 근데 녀석의 사부는 몽 사숙이잖아? 언제 위 노인이 녀석의 사부가 된 거지? 어딘가 이상한데……”
글을 모두 읽은 진양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겉보기엔 뒤죽박죽 뒤섞인 듯한 내용이었으나 금종이에 적힌 내용은 오직 장정의만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여러 가지가 뒤바뀐 느낌이었다.
진양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혹시 무슨 사고를 쳐서 누군가에게 붙잡힌 게 아닐까? 아니면 종문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진양은 우선 금종이를 뜯어 따로 챙기곤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진양은 곧장 만영상호로 가지 않았다. 우선 적당한 객잔을 찾아 들어가 쉬기로 한 것이다.
방안으로 온 진양은 다시 금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한 권의 두툼한 삼류 소설책을 꺼내 한 글자씩 대조하며 금종이에 쓰인 내용을 해독하기 시작했다.
도문에는 도문 만의 연락법이 따로 있다.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에 일정한 규칙을 더해 자신이 진짜로 전하고자 하는 말을 숨기는 방법이었다.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바로 서로 간에 미리 약속해둔 책에 적힌 글씨에서 열 글자씩 뒤로 밀어서 해독하면 진짜로 전달하고자 하는 뜻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장정의가 매우 좋아하던 삼류 소설이었다. 예전에 진양에게 몇 번이나 권했을 뿐만 아니라 한 권을 선물로 주기까지 했었다.
당시 진양은 한사코 거절했으나 ‘앞으로 서로 연락할 때 필요할 거요’라는 장정의의 말에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진양은 금종이에 적힌 내용을 하얀 종이에 새롭게 해독하여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독이 완료된 문장을 본 진양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원문은 난해할 정도로 내용이 뒤죽박죽이었는데 새롭게 해독하고 나니 완전히 다른 뜻의 문장이 완성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