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다시 시도해 보자
진양의 손가락은 붓처럼 현란하게 움직였고 순식간에 장검에 한 개의 부문을 새겨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은은한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별한 기운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파동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진양은 황급히 장검을 내던지며 뒤로 수십 장 물러섰다.
그러자 장검은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세찬 바람이 검을 휘감기 시작했다.
바람은 점차 맹렬하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검 주위로 돌과 모래가 튀어 오르며 마치 예리하고 날카로운 검날과 같이 허공을 찢어 놓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새겨졌던 부문이 장검에서 튀어나왔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파동이 일어나는 듯싶더니 부문은 박살이 나며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어서 빛으로 만들어진 도문(道紋)이 장검에서 튀어나와 부문과 교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문과 도문은 하나로 얽히며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쇠사슬을 이루었다.
그러나 쇠사슬은 장검을 둘러싸며 날아가는 듯싶더니 이내 완전히 파괴되어 작은 빛 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진양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놀랍게도 부문은 강제로 장검 내에 걸려 있는 금제를 검 밖으로 밀어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파괴시켜버리기까지 했다.
겨우 고대의 부문을 하나 새겨 넣은 것이 전부일 뿐인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는 곧 영기인 장검을 파괴시켜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완전히 연화시킨 법보가 파괴되는 순간 엄청난 힘의 역류를 겪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진양 역시 완전히 영기를 연화시키긴 했으나 습득 능력으로 장검을 습득한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 힘의 역류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진양은 예전에 하급 법기들을 가지고 힘의 역류에 대한 실험을 했었던 적이 있다.
습득 능력을 사용하여 법보를 습득하게 되면 자동으로 귀속이 되며 완벽하게 연화가 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습득한 법보는 파괴된다 하더라도 진양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한참 동안 실험해 보았으나 진양은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단지 습득 능력으로 연화시키는 것과 현재 사람들이 연화시키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만 알게 되었을 뿐이다.
습득 능력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법보를 연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힘을 아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런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습득 능력으로 연화시킨 법보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연화시키는 건 매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수많은 법보를 손에 넣긴 했으나 아직까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연화시킨 법보는 단 한 개도 없었다.
때문에 진양은 만약 장기간 사용하며 더욱 높은 수준으로 연화시킬만한 법보를 발견하면 습득 능력 대신 직접 천천히 연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경 써서 법보를 연화시키면 이 할 이상의 위력을 더 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우 이 할로 보일 수도 있었으나 이 정도로도 법보의 위력을 한 단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주기엔 충분했다.
만약 실력이 비슷한 두 수도사가 싸움을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당연히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때문에 이 할이라는 수치는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한편 진양은 부문이 품고 있는 강력한 힘에 크게 놀랐다.
부문을 새길 때 매우 집중하여 새기긴 했지만 사용한 진원은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
즉, 부문에서 뿜어져 나온 힘은 진양이 쏟아부은 힘과는 관련 없이 순전히 부문 본연이 가진 힘이라는 뜻이다.
검 안에 있던 금제가 완전히 파괴되고 나자 돌풍은 잦아들기 시작했고 주위를 밝히던 빛도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공에 떠 있는 검 안에 서려 있는 파동도 마침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빛줄기까지 완벽하게 소멸되고 나자 장검은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지면으로 떨어졌다.
진양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장검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장검은 본래 녹이 슬어 푸른색을 띠고 있었으나 지금은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전체적인 모양은 그대로였으나 아까와는 달리 검신에 기괴한 부문이 새겨져 있었다.
진양이 새겨 넣었던 것과는 다르게 생긴 부문이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검을 뒤집어 보니 반대편에도 새겨 넣었던 것과 다르게 생긴 부문이 새겨져 있었다.
양쪽에 새겨진 부문을 대조해 본 진양은 그제야 이 부문이 자신이 새겨넣은 부문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지 검의 양면으로 나눠져 새겨진 것뿐이었다.
진양은 장검에 습득 능력을 발동했다.
그때, 진양의 손이 멈칫했다.
진양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조금씩 번져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워진 장검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진양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비, 비보(秘寶)다!”
비보란 고대 시대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온 모든 법보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법보들은 법보마다 다른 힘을 품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연화할 필요 없이 누구든 손에 잡히는 대로 바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물론 누가 사용하냐에 따라 조금씩 위력이 다르긴 했지만.
게다가 현재 진양의 눈앞에 있는 법보는 사용자 최소 요구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법보 중에서도 가장 하급에 속하는 법기는 신해 수도사조차 간신히 운용하는 수준이다.
그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의 수도사가 운용한다고 하더라도 극히 일부의 위력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진양은 검을 쥐었다.
연화된 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어딘가 달랐다.
보통의 법보는 연화하고 난 뒤에도 내면에 남아있는 금제의 남아있었으나 현재 쥐고 있는 검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느낌은 오직 비보를 만질 때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럼 설마 내가 비보를 만들어냈단 말이야?”
진양은 스스로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검에 서려 있는 신통력에 대해 깨우치게 되었다.
진양은 약간의 진원을 장검에 흘려 넣으며 장검을 휘둘렀다.
검기도 보이지 않았고 검광도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한줄기의 물이 흐르는 듯한 파동이 흘러나왔을 뿐이다.
영혼 깊숙한 곳까지 스며 들어가는 차가운 기운이 섞여 있는 파동이었다.
이것은 영혼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힘이 분명했다.
진양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검을 쥔 채 눈을 감으니 검의 대략적인 위력이 느껴졌다.
이 정도 수준의 검이라면 가볍게 휘두르는 정도로 영혼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축기 수도사의 영혼을 완전히 흩어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동급의 수도사를 상대할 때도 가히 압도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진양은 마침내 마음에 드는 법보를 손에 넣게 되었다.
비록 서려 있는 신통력은 단순했으나 그래도 그 위력만큼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게다가 다소 뜻밖이긴 했으나 진양은 이름 모를 고대의 부문으로 비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곧 앞으로도 원하는 만큼 비보를 찍어낼 수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쓰면 좋을까나?’
용도는 매우 무궁무진하다.
팔아서 돈을 버는 건 매우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이전에 위풍에게 배웠던 것들을 생각해보니 진양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수많은 용도가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검으로 아까 봤던 그 봉인된 소년을 죽일 순 없을까?’
여기까지 생각한 진양은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하마터면 놈의 계략에 골로 갈 뻔했으니 복수를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성공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으나 어찌 됐든 실험을 해볼 필요는 있었다.
그렇게 진양은 다시 구덩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까 보았던 소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진양이 계속해서 구덩이의 중심을 바라보고 있자 아까 보았던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고개를 들며 순진무구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진양을 바라보았다.
웃고는 있었지만 풍겨오는 분위기는 매우 음침하고 오싹했다.
“결정하셨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제안드린 조건에 동의하신다면 제가 알고 있는 공법을 성심껏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난 그저 널 죽일 수 있을지 실험해 보려고 돌아온 것뿐이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양의 검 안으로 진원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어서 진양은 검을 휘둘렀다.
단순히 검을 휘둘러 허공을 베는 것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순간 미세한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동은 물결치듯 퍼져나가며 구덩이 중심에 있는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이미 말씀드렸지만, 당신의 힘으로는 절 건드릴 수……”
평온하던 소년의 얼굴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급격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두 눈은 깊은 심연과 같이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고 기괴한 파동이 소년의 몸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음산한 기운이 소년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옅은 안개처럼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영혼을 향한 힘의 파동은 소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안개와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물결치는 힘의 파동은 안개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안개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물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진양의 공격에도 소년은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진양을 바라보는 그는 반쯤 넋이 나간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진양은 후련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물었다.
“소용없다면서 왜 막은 거지?”
아까 진양이 사용했던 번개는 이곳의 음기를 모아 만들어낸 음뇌(陰雷)였다. 때문에 피할 것도 없이 그대로 받아내고도 멀쩡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진양은 크게 놀라며 상대가 필히 엄청난 실력을 보유한 고수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간 볼 것도 없이 곧장 뒤돌아서며 자리를 뜬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상대가 부문 장검의 공격에 반응하며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진양의 한 가지 추측이 맞아떨어지게 된다.
바로 상대가 강한 것이 아니라 음뇌 자체에 면역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공격까지 전부 면역이라는 건 아니다.
현재 진양이 휘두른 검에서 뿜어진 공격은 영혼을 흩어버리는 파동이다.
녀석이 막았다는 건 곧 녀석에게 먹히는 공격이라는 뜻!
심지어 녀석을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직접적으로 영혼에 타격을 주는 공격에 대해선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틀림없었다.
만약 공격을 맞고도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아까와 같이 아무렇지 않게 공격을 받아냈을 것이다.
그래야 진양에게 자신의 강력함을 계속해서 과시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