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55
355화 덮어씌운다면 못 참지
장정의는 몸을 움츠렸다.
위풍과 몽의 역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진양을 이용해 꼬리 자르기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충분한 보상을 주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진양은 전혀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두 사람이 보기에 진양은 단순히 하나라도 더 얻어먹기 위해 불만스러운 척을 하는 건 아닌 듯했다.
진양은 진심으로 불만스러웠던 것이었다.
실제로 진양 역시 전공 공법이나 보책 따위에는 일말의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위풍과 몽의가 준비한 핑곗거리는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
보책은 어느 문파든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었다.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문파 안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은밀한 곳에 보관하며, 여러 방어 장치를 더 해두기도 한다.
장해비전이 외부로 유출된 건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설령 더 많은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보책이 어디 놓여있는지 알고 있다고 해도 진양은 그것이 있는 곳에 접근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보책은 보통 하나지만, 이를 수련한 강자는 결코 한 사람이 아니었다.
장해비전도 마찬가지다.
장해도군 전에도 여러 사람들이 이를 수련했었다.
단지 이들은 전부 부도마교에 능침에 묻혔을 뿐이었다.
남은 일부는 흔적도 없이 오랜 시간 자취를 감추었다.
유일하게 장해도군에 대한 단서는 많이 있었고, 거기다 부도마교 밖에 있었기 때문에 진양은 장해도군의 능침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와 같이 앞으로 어떤 전공 공법을 익힐지, 앞으로 생각할 시간은 충분하고도 남아돌았다.
각 경전이 대략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건 큰 비밀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만 알아낸다면 진양은 이후의 전공 공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죽은 강자들 중에 이러한 공법을 익히고 이 공법을 가장 강한 수준까지 수련한 사람 중에서 가장 적당한 사람을 고른다.
그리고 그 사람의 무덤에 방문하여 무료로 관도 바꿔주고, 그 김에 악수, 그러니까 습득 능력도 사용한다.
이렇게 하면 경전이든 뭐든 얻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이토록 쉽고 간단한 것이다.
그러니 위풍과 몽의의 보상은 진양에겐 아무런 감흥도 없는 것이었다.
물론 진양도 이것이 그들의 호의인 건 알고 있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공법을 얻기 위해선 완벽한 신분으로 대황에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그사이에 섞여 들어가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보책을 만지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인 것이었다.
“다른 건 됐으니까 경전 이름이나 얘기해 주세요. 나머지는 알아서 할 테니까요. 보상으로 다른 건 필요 없고, 진짜 도문이 무엇이고 또 누가 있는지 말해 주는 걸로 충분합니다.”
“이건 도문에서 수집한 정보들일세. 모든 경전에 대한 정보라네.”
위풍은 진양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정보를 전달했다.
“도문에 관한 일이라면 네가 진정으로 전도인이 되었을 때 전부 얘기해 주도록 하마. 지금은 일부만 얘기해 주도록 하지. 종문의 정보망도 앞으로 돈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하마.”
두 사람은 마지 못 해 한다는 얼굴로 진양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고는 다시 초상화 안으로 돌아갔다.
빛이 잦아들고, 두 사람은 다시 초상화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진양은 그런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사실은 그저 기분이 안 좋았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건 도문이 다른 문파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문파 내에서 스승이 명령을 내리면 제자는 싫어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일은 이미 벌어졌다.
그러나 진양은 그다지 손실은 입지 않았다.
대황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대황으로 오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이미 피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기회를 봐서 이득도 챙기고, 하는 김에 궁금했던 비밀에 대해서도 묻고.
이것이야말로 정당한 도리였다.
도문에 대한 정보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반대로 위풍과 몽의가 가장 관심 없는 경전에 대한 소식이야말로 진양에게 가장 쓸모 있는 것이었다.
각종 경전에 대한 소식이 상당히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진양이 천천히 수집했다면 아마 수십 년은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도문은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오며 수많은 정보가 세월에 따라 조금씩 축적된 것이었다.
잠시 뒤, 진양은 자소도경과 장해비전에 대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자소도경, 전기경(奠基經)이라고도 불리는 이 경전은 모든 공법의 기초라고도 불린다.
그러므로 안정적인 도기만 가지고 있으면 어떤 공법이든 전부 수용할 수 있었다.
장해비전은 따로 길을 개척해야 하며, 상식 밖으로 튈 때도 있긴 했지만, 기맥의 길이만 놓고 본다면 이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러나 장해비전을 본 진양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자소도경의 기초를 가지고 장해비전의 두 번째 권을 수련하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세 번째 권은 본 적이 없는데, 세 번째 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이 세상에 아무 결점 없이 완벽한 물건은 없었다.
경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소도경을 예로 들어보자.
자소도경의 도기는 무서울 정도로 강력하며, 포용성 역시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위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그러므로 자소도경 하나만 배운다면 차라리 다른 걸 배우는 게 훨씬 더 나을 정도였다.
장해비전도 예로 들어보자.
장해비전은 한계가 없었다.
한계가 없다는 건 분명히 좋은 점이었다.
이는 진양도 직접 몸소 체험해 본 바가 있었다.
모든 진원을 전부 소모하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일 년 넘게 계속해서 쌓아왔고, 지난번 마구잡이로 써댔을 때도 일 할도 쓰지 못했다.
진원을 소모하지 않을 때면 한계점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끝없이 한계점이 늘어나다 보면 언젠간 해안에 모여있는 힘이 자신이 견뎌낼 수 없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육신이 조금이라도 약하다면 자신의 진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육신이 폭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만약 경지에 비해 비약적으로 강한 힘이 모인 경지에 이르면 그것을 다루는 것조차도 어려워진다.
장해비전의 세 번째 권은 바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걸 조절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을 약하게 만들고 억제해야지만 평형된 결과를 유지할 수 있다.
진양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어째서 가장 위력이 약한 자소도경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말이다.
왜냐하면 자소도군이 있었기에 그는 장해비전의 세 번째 권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실력을 약하게 만들 필요가 없던 것이다.
육신이 약해지면 육신 단련 경전을 찾아 수련하면 되고, 영혼이나 이성이 약해지면 영혼과 이성을 단련시켜줄 공법을 찾으며 된다.
절세 도기를 갖게 된 이상 경전을 더 익히는 건 크게 문제가 될 것도 없다.
지금 진양이 해야 할 건 긴 것을 자르는 게 아니라, 짧은 것을 보전하는 것이었다.
현재 경지는 여전히 낮지만, 육신 자체는 강하고 기근이 튼튼하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었다.
영혼은 강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약한 편도 아니었다.
지금 단계라면 영혼을 수련할 공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육신 수련 공법이 담긴 경전은 널렸다고 할 정도로 많이 있었다.
당장 가장 가까운 여족에게도 있었다.
영혼 수련에 필요한 경전도 대영 신조에 수십 개나 있었다.
게다가 위풍이 준 정보에 의하면 가장 강력한 게 대영 신조의 금궁(禁宮)에 있다고 한다.
진양은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위풍의 원래 목적은 진양을 대영 신조 아래로 들어가게 만들려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위풍은 결코 아무런 이득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절대 이렇게 단순할 리 없었다.
진양을 대영 신조로 집어넣어 뭘 하려는 걸까?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추측이 있다.
위풍은 한때 도문이 엄청난 조직이었다며 허풍을 떨어댔었다.
당시 진양은 그것을 그저 허풍으로만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 보니 그렇지만은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탄탄한 정보망을 갖추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심지어 당장은 암암리에 숨겨둔 힘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도문은 전성기 시절에 위풍이 허풍을 떤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곳이었을 것이다.
이토록 강했던 문파가 하루아침에 개박살이 나며, 황급히 대황으로 도망을 오게 되다니.
그렇다면 그 상대는 도대체 얼마나 무시무시한 상대란 말인가?
대황에는 강력한 문파도 많고, 가볍게 산 하나쯤 날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쓰는 강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하면서도 제일 양아치 같은 곳을 한 곳 뽑으라면 단연 대영 신조를 뽑을 것이다.
문파? 가문?
그딴 건 조정 앞에선 얼굴도 내밀 수 없다.
그렇다면 도문의 최대의 적은 사실 대영 신조였단 말인가?
이전까지는 추측에 불과했기에 기껏해야 칠할 정도의 확신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은 구 할 정도의 확신이 생겼다.
대영 신조가 직접 움직였기에 도문이 이토록 빠르게 망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느 문파가 이런 힘을 낼 수 있단 말인가?
당시의 일은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도문의 최대의 적이 누구인지조차 크게 관심은 없었다.
위풍에게 낚여 도문이라는 배에 타게 되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도문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문파 안에 있을 때는 적지 않은 것들을 배웠고, 몽의와 위풍 역시 진양을 잘 챙겨주었다.
그러나 결국은 방목이었다.
도문에 대해 얼마나 동질감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도문의 숙적을 제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정도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진양은 자유Q로운 사람이면서도 은원 관계에 대해선 확실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기 살기로 반드시 일가를 멸문시켜야만 후련하고 그런 성격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도문을 위해 죽고 살고, 평생 몸을 바쳐 일할 생각은 없었다.
장정의가 자신의 모습으로 위장하여 사고를 치고 다닌 것, 한 번은 그저 작은 소동으로 생각하고 웃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은 아니었다.
내막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진양은 그를 완전히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을 것이었다.
도문 내의 다른 사람들이라면 죽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었다.
그저 같은 동문일 뿐,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였다.
설령 위풍이나 몽의가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힘닿는 곳까지만 움직이고 그 이상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의리, 헌신, 장렬한 죽음.
이딴 건 추호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위풍과 몽의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진양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건 그저 묵묵히 지지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걸 진양에게까지 덮어씌우려 한다면 당연히 과민하게 반응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