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489
489화 진양에게 뒤집어씌우다
오행산 내의 사람들은 태상장로가 최근에 새롭게 제자를 하나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그 제자가 어디서 왔고,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는 입문한 뒤로 줄곧 태상장로의 곁에 붙어 수련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외부로 얼굴을 비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사제지간의 연을 맺는 의식조차 치르지 않았고, 정식으로 오행산 내에 알리는 자리도 갖지 않았다.
상당히 미심쩍은 부분이 많이 있었으나 장문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누군가 장문인에게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 일은 태상장로가 정한 것이니 태상장로에게 따지라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렇게 되니 더 이상 불만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덧 수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진양은 얌전히 오행산 내에서만 머물며 묵묵히 수련을 이어나갔다.
심지어 산겸이 수련하는 곳에서도 거의 벗어나지 않았으며,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해도 조용히 나가서 최근 소식만 잠시 알아보고 다시 돌아오는 게 전부였다.
산겸으로부터 오신보경이 기록된 보책을 받은 건 벌써 수개월 전의 일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훑어본 결과 마침내 입문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진양은 다섯 개의 오행 연체 공법을 익혔고, 꾸준히 육신을 단련시키며 기반을 다져왔다.
거기에 탄탄한 도기까지 받쳐주었으니 모든 일은 순조로웠다.
새로운 신통력이 생겨난 건 아니었으나 급할 건 없었다.
차근차근 순서대로 수행해나가면 될 테니 말이다.
그래도 원래 가지고 있던 신통력의 위력은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게 진양이 조용히 휘몰아치는 폭풍을 피하고 있을 때, 밖에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 *
고계주에 위치한 어느 한 산골짜기.
이곳엔 사방에 음기와 사기가 자욱하게 깔려있었다.
과거 어느 두 문파가 이곳에서 동시에 영맥 광맥을 찾아냈었다.
상당히 가치가 있는 꽤 큼직한 광맥이었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졌다.
각자의 이익이 걸린 만큼 치열하면서도 살벌한 전투였다.
결국 이 전투로 두 문파 모두 전멸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그렇게 이곳은 아무렇게나 시신이 버려지는 음지가 되어버렸고, 지금과도 같은 사지가 되어버렸다.
산골짜기 깊은 곳.
대략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인마가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아래로는 잔뜩 쌓인 해골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인마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주변을 자욱하게 메운 사기, 원한, 음기가 하나로 뒤섞이며 인마에게 흡수되었다.
잠시 뒤.
인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멀지 않은 곳에 크기는 훨씬 더 작아졌으나 기운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요괴 늑대의 모습이 보였다.
인마가 손짓하며 말했다.
“이만 가자. 여기 있는 기운은 이제 거의 다 빨아먹었어. 다른 곳을 찾아보자.”
* * *
이도, 헌국공부.
신전후를 무너뜨리며 명성이 크게 증가한 헌국공은 이전에 비해 안색도 훨씬 더 좋아지고 살도 이전보다 많이 불어난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석에 앉아있는 그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으며,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부하들을 향해 손가락질까지 해가며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런 병신 같은 놈들!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한 게냐! 방심하다가 들킨 건 그렇다고 쳐도 한낱 신해밖에 안 되는 산수 녀석 하나 잡지 못해 쩔쩔매다니!
이미 정천사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젠 나조차도 손을 쓸 수가 없단 말이다!
정천사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겠지? 네놈들을 숨겨주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주었건만, 어째서 하필 정천사 놈들에게 꼬리를 밟힌단 말이냐!
잘 들어라. 누구든 정천사 녀석들에게 꼬리가 밟힌다면 그 즉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망쳐 스스로 모든 흔적을 지우고 자결하도록 하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정천사 놈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내가 직접 붙잡아 죽는 것만 못 한 삶을 살게 만들어줄 테니까!”
한바탕 쏟아내고 난 헌국공은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다시 진정된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젠 어떻게 할 셈이냐? 이제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가 없게 됐어. 오히려 감추려고 할수록 정천사 놈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따라붙겠지. 누구든 좋은 방도가 있다면 말해보도록 하거라.”
그러나 부하들은 전부 고개를 숙인 채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이 머저리 놈들!”
그 모습에 헌국공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때, 헌국공 뒤에 있던 여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얼굴은 면사포로 가리고 있었고, 검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었다.
“대인, 이 일은 전부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사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산수라는 자도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옵니다. 그를 쫓아간 자들은 소리소문없이 모두 재수 없는 일을 당했고, 지금까지 벌써 일곱이나 되는 자들이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니 말입니다.
당장은 그 산수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태를 뒤덮는 것도 불가능하니 차라리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 보시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여심 소저, 그 말씀은 혹시 좋은 방도라도 생각나셨다는 뜻입니까?”
헌국공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급히 물었다.
목여심이 미소를 머금은 채 한걸음 나아오며 말했다.
“떠오르는 방도가 있긴 합니다만. 좋은 방법일지는 저도 장담할 수가 없겠군요.”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뭐든 말씀해보시지요.”
헌국공은 그녀를 재촉했다.
“대인,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혹시 일전에 진양이라는 이름과 유덕이라는 자를 가진 사람을 찾으라는 명을 받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있긴 있습니다. 과거 대제희께서 하사하신 비난령을 들고 있던 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디로 간 것인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순천사들도 못 찾고 있다고 합니다. 한데, 갑자기 그자 얘기는 왜 하시는 겁니까? 이번 일과는 별다른 관련도 없을 텐데.”
“물론 관련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만. 현재 대인께서 하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번 일을 전부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를 이 일에 끌어들이면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그를 찾을 수도 있고 모든 화를 뒤집어씌울 수도 있으니까요.”
“응? 소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보시지요.”
헌국공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목여심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헌국공을 바라보기만 했다.
헌국공은 주위를 살펴보고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여기선 무슨 말을 해도 다른 이의 귀에 들어갈 일은 절대 없으니까요.”
목여심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대제희님께서 아직 살아계신다는 소식은 모두들 들어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대제희님께선 지금 어디 계신단 말입니까? 아무도 모르죠. 진양이라는 자는 별안간 비난령을 가지고 나타나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마치 일부러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으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목적을 달성한 그는 현재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태자부터 수많은 친왕까지 모두가 목이 빠져라 대제희님을 찾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정천사와 순천사까지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다소 불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면 대제희님께서 여전히 살아계실 확률은 매우 희박합니다. 설령 백 보 양보한다 치고 살아 계신다 해도 썩 좋지 못한 상태이실 확률이 높습니다.
이전에 본 자료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대제희님께선 어떤 장소에 갇혀계실 확률이 높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제희님께서 사라지실 당시의 경지와 그로부터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대제희님의 수명은 아마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목여심이 한층 더 진지해진 눈으로 말했다.
“대인께선 제게 수하들을 보내 진행 중이신 일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생명체로부터 뽑아낸 선천생기(先天生機)를 녹여 사람의 수명을 늘려주는 영약을 만들기 위함이 아닙니까?
잘 생각해 보시지요. 이 일을 대제희님의 경우에 적용시킨다고 해도 그다지 이상할 건 없지 않습니까?
진양이라는 자가 신조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런 소문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허나 진양이 나타난 이후로 돌연듯 이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죠. 게다가 비난령까지 나타났는데 지금까지도 아무도 대제희님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대제희님께선 이미 수명을 다하셨으나 진양은 대제희님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른 게 틀림없는 것이지요.”
“아니, 그게 무슨…….”
헌국공의 얼굴에 놀라움, 기쁨, 그리고 근심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이를 읽은 목여심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혹여나 대제희님께서 진짜로 돌아오실까 봐 걱정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제희님이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반대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지금의 사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뒷일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맞는 말입니다.”
헌국공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이내 주먹을 꽉 쥐며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여심 소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자세히 계획을 세운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습니다. 적당한 명분만 찾으면 됩니다. 가서 사람을 보내 여기까지의 추측을 소문으로 퍼트리도록 하시죠. 어차피 위에 계신 분들은 범인들이야 죽어 나가건 말건 크게 신경 쓰시지도 않을 겁니다. 반대로 대제희님과 관련된 일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죠.
심지어 본인의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도 찔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오히려 신이 나서 일을 키우려고 들 겁니다.”
“알겠습니다!”
헌국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잘 들었지? 이번이 너희들의 마지막 기회다!”
그렇게 방향이 정해지자 곧바로 계획은 실행되었다.
크게 주목받지 않는 누군가 많은 사람들이 몰린 곳에서 배후의 인물이 진양일 가능성에 대해 주장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곧장 고위층들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인 듯했다.
물론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잡아놓고 조사를 해보고,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사과 한마디 던지면 그만일 터였다.
어쨌든 일은 순조롭게 풀려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심스러운 단서가 발견되었다.
그렇게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은 진양에게도 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