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9
69화 설마 나는 천재인가?
노인의 태도는 매우 정중했다.
“감사합니다. 선조님. 저에게 방어할 방법이 있으니 하루는 문제없을 겁니다.”
말을 하면서 진양은 을목정기 결정을 혀 아래 머금었다. 천천히 그 안의 생기를 흡수하여 바깥의 짙은 죽음의 기운을 막았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관 마을 바깥을 보았다.
밖에서 갑자기 흑풍(黑風)이 불더니 어느새 세찬 바람이 되어 하늘에 가득했다. 흑풍이 하늘과 태양을 가리면서 작은 공간 전체를 뒤덮었다. 마을 이외의 다른 곳은 전부 흑풍에 뒤덮였다.
“우우우······.”
마치 귀신이 흐느끼는 것 같았고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날카로워서 사람의 두피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는 기이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고 파멸의 기운으로 충만했다.
천지 만물이 그 속으로 들어가면 멸망하여 사라졌다. 살아있는 것이든 죽은 것이든, 초목이든 산, 돌이든 전무 허무로 돌아갔다.
“흑풍의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매일 불어와서 그치지 않고 오직 매일 정오에 잠깐만 멈춘다네. 설령 우리라고 해도 저곳에 들어가면 허무로 돌아가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네. 그래서 자네 운이 좋고 인연이 상당하다고 한 거네. 전에도 많은 자들이 이곳을 찾았다네. 안타깝게도 그들 모두 흑풍에 빠져서 죽어버렸지. 살아있는 사람이 이곳에 들어온 건 자네가 처음이네.”
진양은 소스라치게 놀라 신혼이 떨렸다. 흑풍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이 들었다.
“기록해 놓은 책자는 내일 갈 때 자네에게 주겠네. 이제 자네는 노부를 따라오게. 자네에게 비법을 하나 전수해주겠네. 이 비법의 이름은 파망지동(破妄之瞳)이라고 하는데 허망한 것을 간파할 수 있는 비법이네. 허무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낼 수 있지.”
“일정한 경지까지 수련하게 되면 비경도 찾을 수 있다네. 노부는 이전에 운 좋게 수련하여 파괴된 비경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곳에는 이족의 혈통이 살아서 간신히 살아남았었네. 자네의 기초는 두텁고 눈에 생기가 넘치니 입문할 수 있을 거네. 입문 후에 어느 경지까지 가는지는 자네에게 달렸네.”
고령의 노인은 진양을 데리고 관 모양의 집으로 들어갔다. 진양과 마주 앉아서 입으로 진언을 내뱉자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필적이 진양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목소리는 진양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모든 글자마다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깨달음을 함축하고 있었지만, 순식간에 진양은 그곳으로 빠져들었고 스스로 헤어나오지 못했다.
다시 정신이 들어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둘째 날이었다.
고령의 노인은 맞은 편에 앉아서 유감을 표했다.
“다른 사람한테도 자네에게 무언가를 전수하라고 하려고 했는데, 자네의 깨달음이 너무 강해서 첫 깨달음에 깊은 곳까지 빠져들어 진의까지 깨달을 줄은 몰랐네. 시간이 없어서 다른 걸 배울 수 없는 게 아쉽군.”
“선조님의 후한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진양은 몸을 일으켜 예를 올렸다.
“종문의 정통을 배운 것만으로도 이미 한없이 유용한데 어찌 만족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파망지동은 입문의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노인은 수천 년을 수련했기에 파망지동이 이미 엄청난 수준까지 도달해 있었다.
허공의 숨겨놓은 흔적을 간파할 수 있었고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비경이 있는 곳을 찾아서 비경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경지까지 수련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이미 엄청난 수준이었다.
위 노인이 능허탁보로 세계의 그림자 속을 걸어 다녀도 이 고령의 노인에게는 아마 한눈에 간파당할 것이다.
단지 하룻밤의 수련이었고 심지어 아무런 도움도 안 받았지만 그래도 입문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진양은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했다.
‘설마 나는 천부적인 재능과 근골은 평범하고 깨달음은 하늘을 거스를 정도의 천재란 말인가? 아니면 이 비법이 특별히 나한테 딱 맞아서 그런 건가? 하긴, 위 노인의 허능탁보도 매우 유용했지만 그는 나에게 첫 단계만 전수해주어서 좀처럼 연마하지 못했었지. 위 노인의 말로는 경지가 너무 낮은데 강제로 배우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했었지. 그런데 내가 배운 이 파망지동은 이렇게 빠르다니. 이거 왠지 불안한데?’
불안한 마음에 진양은 한숨이 나왔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가세. 이곳은 불길하니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네. 내가 바래다주겠네.”
고령의 노인은 일어나서 옥처럼 반짝이는 골격 파편을 꺼내어 건네주었다.
“이것이 그동안 책자에 기록했던 기록들이네. 흩어져 있던 기록과 크고 작은 일 모두가 들어있네. 자네가 이것을 가지고 가서 현 종주에게 전해주게. 그가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네. 이 안에는 많은 강자의 의념이 들어있어서 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없다네. 그리고 그 속에 들어있는 의념은 매우 강력하니 자네 혼자서 살펴보려고 하지 말게.”
노인은 마치 아끼는 후손을 대하듯 말했다. 일의 대소사도 일일이 모두 부탁했다.
심지어 그의 후손이 누구인지도 알려 주었다. 일이 있으면 누구를 찾으면 되고, 전에 어떤 물건을 어디에 숨겼는지, 기회가 있다면 자신이 사용했던 걸 가지고 가라고 했다.
진양은 마을에서 나와서 다시 무덤들을 지나가자 내심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덤 안에는 자신이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던 성격 좋은 어르신들이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런 어르신들과 사이좋게 악수할 기회조차 없는 게 안타까웠다. 더 솔직히 말하면 습득의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거대한 괴수의 두개골로 발을 옮기자 또 천지가 돌면서 의식이 서서히 적막에 빠져들었다.
* * *
얼마 후.
다시 거대한 괴수의 두개골에서 나온 진양은 천천히 의식을 찾았고 멍하니 그곳에 서서 어지러운 머리를 주물렀다.
“난 누구지?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누가 나 때렸나?”
진양의 눈동자는 풀려 있었고 두 눈은 흐릿했다. 손을 내밀어 자신의 오른쪽 뺨을 만져보자 피부가 조금 탱탱한 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방금 누군가 자신의 뺨을 때린 거 같았다. 다시 왼쪽 뺨을 만져보자 그쪽은 괜찮았다. 정말 누군가 자신을 때린 게 분명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천천히 의식이 회복된 진양은 그제야 주변을 살펴보았다. 뒤에 있는 거대한 괴수의 두개골은 입을 벌린 채 검은 동굴의 문으로 바뀌었다. 앞에는 마치 사막처럼 온통 황폐했고 더 먼 곳을 보자 드문드문 녹색이 보였다. 더 앞을 보자 어렴풋이 건물이 보였다.
진양은 어지러운 머리를 주무르자 조금씩 생각이 났다. 자신은 거대한 괴수의 두개골로 만들어진 문으로 들어갔었고 그 후에 천지가 뒤집히더니 의식을 잃었었다.
이 거대한 괴수의 두개골은 도대체 뭐길래 동시에 두 곳의 세상이 존재하는 걸까.
여기까지 생각이 나자 진양은 손을 내밀어 거대한 괴수의 두개골을 만져보았다.
아직 만지기도 전에 가슴속에서 갑자기 엄청난 직감이 들었다.
‘시체 만지는 기능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 같은데.’
역시, 만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역시 사람은 욕심을 부리면 안 돼.”
고개를 돌려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주변의 희박하기 그지없는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진양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야. 금상은 누군가가 제어하고 있었고 과도한 연기는 내가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서였어.”
길을 따라서 걷자 관 마음 바깥에 도착했다. 길옆에 즐비하게 서 있는 무덤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비석이 보였다. 진양은 의식적으로 다가갔고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비석의 뒷면을 보자 잠깐 멍한 표정이 되었다.
‘예상대로 글자가 있네?’
‘아니, 내가 글자가 있을 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마치 이곳의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고 마치 자신이 이곳에 와 본 거 같다는 매우 이상한 기분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신출귀몰한 노인이 다시 나타났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진양을 데리고 마을로 들어갔다.
“이 비법의 이름은 파망지동이라고 한다네. 허망한 것을 간파할 수 있는 비법이고 극한까지 수련한다면 모든 허망이 자네의 눈에 보일 것이고, 보는 순간 모든 환상을 간파할 수 있을 거네.”
또 밤이 지났다.
진양은 눈을 떴고 눈동자 밑에 희뿌연 빛이 반짝이며 지나갔다.
눈에 들어온 모든 세계가 확연히 다르게 변해 있었다. 예전에는 마치 모든 것이 옅은 안개에 가려져 있는 거 같았다고 하면 지금은 이 안개가 사라져서 더욱 깊은 곳을 볼 수가 있었다.
앞에 있는 고령의 노인은 몸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왕성했고 무서울 정도로 극에 달해 있었다. 만약 폭발한다면 순식간에 그를 잿더미로 만들어 날려 버릴 수 있을 거 같았다.
“자네의 깨달음이 너무 강해서 첫 수련에 순조롭게 입문하여 노부를 기쁘게 해줄 줄은 몰랐네. 안타까운 건, 시간이 없어서 다른 자들이 자네에게 다른 걸 전수할 수 없다는 거네.”
노인은 인자한 표정으로 칭찬했다.
“이 물건은 노부가 몇 년 동안 기록한 모든 정보네. 일의 대소사가 모두 있으니 이곳을 가지고.”
노인의 간곡한 가르침은 상세하기 그지없었고 다른 것도 알려 주었다.
하지만 진양의 눈빛은 멍해 있었다. 대부분의 생각이 노인이 뭐라고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의문뿐이었고 가슴속에는 껄끄러운 기분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설마 내가 정말 천재인가?
하룻밤 만에 이렇게 입문하기 매우 어려운 비법에 순조롭게 입문하고 심지어 그중의 위능도 익힌 건가?
‘뭔가 이상해. 이렇게 될 수는 없어.’
너무 이상했다. 이런 비법은 입문이 매우 어려워서 아무런 기초도 없는 사람은 절대 한 번에 입문할 수 없었다.
비법 안에 기록된 내용에 의하면 매일 태양의 자기(紫氣)를 모아서 두 눈동자를 씻어야 했다. 그러고 백일 후, 특별 제조한 영액 눈물을 넣어야만 입문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저 가능성이었다.
자신의 도기 속에 선천의 홍몽자기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수련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가 갑자기 만 년에 한번 볼 수 있는 절세의 천재가 될 리는 만무했다.
자신이 그런 천재라면 지금 이 경지에 머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비, 무덤, 부러진 대추, 고령의 노인.
이 모든 것들이 처음 봤을 때도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어제 노인이 나타났을 때도 처음 만났을 때 나오는 놀란 느낌이 없었다.
그저 왠지 당연히 만날 거 같은 그런 이상한 감정이 들었었다.
너무 이상해. 갈수록 더 이상해.
“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