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91
691화 역시 형수님은 내 편이야
앞마당으로 와보니 팔짱을 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묵양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얼마 전 뒷마당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물론 진양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장정의와의 약속대로 비밀을 지켜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큰 사건도 아니니 말이다.
물론 이것 외에 한 가지 더 큰 이유도 있었다.
분명 방금전에 장정의가 죽은 것을 느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부활했다.
상당히 기괴하면서도 강력한 신통력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신통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다시 생각해 보니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전혀 모르는 신통력이었다.
이런 기괴한 느낌을 단순히 착각으로 여기진 않았다.
그저 자신은 알고 있으나 잠시 생각이 나지 않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또다시 진양이 장정의를 죽이면 그때도 지금과 같은 생각이 들지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전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숙련된 진양의 수단은 그야말로 익숙해지면 교묘한 기능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진양은 조용히 이런 묵양을 무시했다.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또 별거 아닌 걸로 고민 중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진양은 앞마당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온우백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집으로 돌아온 온우백이 며칠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유실된 오십여 개의 살신전은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고 했다.
살신전을 훔쳐 달아난 자의 혼등은 꺼졌으나 아무리 초혼 공법을 펼쳐도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영혼이 아예 흩어져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정천사에서는 꽤 큰 희생을 감내하며 은거울을 사용하여 이도 곳곳을 뒤졌고, 마침내 길상가 어딘가에서 배반자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은거울을 사용했음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죽은 공부의 수도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봐도 일부러 혼란을 주기 위해 벌인 짓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모든 이들의 관심은 오직 사라진 살신전에만 쏠려있었다.
여기까지 들은 진양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시신이라…….’
애초에 이번 사건에는 끼어들 생각도 없었고, 그 누구도 사라진 살신전을 찾아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사라진 살신전은 사실 마지막 과정을 거치지 않은 뼈대에 불과하다.
아직 살자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위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대로 아무도 찾아내지 못하기만 해도 충분히 모두를 겁을 주는 용도로는 충분하다.
그러므로 적의 앞길을 막기 위해 진양은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사건의 핵심이 되는 인물의 시신이 발견됐다니.
게다가 조사를 해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혼이 날아가 버려 아무짝에 쓸모없는 시신이 되어버렸다니.
진양은 손이 근질거렸다.
만약 시신에 습득 능력을 사용하여 오십 개의 살신전의 행방을 알아낸다면 아마 배후의 인물은 속이 뒤집힐지도 모른다.
살신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인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오십 개나 있다니.
진양마저도 생명의 엄중한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당시 겨우 하나의 살신전만으로도 진양의 흑옥신문이 파괴될 뻔했었으니 말이다.
설령 직접 손에 넣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판을 뒤집을 필요가 있었다.
어찌 되었든 배후 인물의 손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놈들은 분명 단순히 소란을 일으키려고 그것을 빼돌리려 한 건 아닐 것이다.
분명 사용할 목적이 확실했다.
기회가 찾아왔다는 생각에 진양은 곧바로 청란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란이 찾아오자 가희에게 전할 편지를 건넸고 조용히 다음 소식을 기다렸다.
청란을 통해 진양의 편지를 받은 가희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신은 어디에 쓰려는 거지?’
하지만 이상할 건 없었다.
진양은 늘 이래왔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무런 쓸모도 없는 시신이다.
정천사에서도 뭐라도 알아보려고 한참을 조사했으나 인력만 낭비했을 뿐 알아낸 건 하나도 없다.
개고생 끝에 얻어낸 결과는 죽은 수도사의 시신이 범인의 시신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대로 남겨놓은 것도 그저 형식상의 절차 때문이다.
아마 며칠 뒤면 자동으로 폐기될 것이다.
그때를 노리면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시신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순간 지난번 만났던 그 무례한 진양의 사제라는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양은 현재 그녀를 돕기 위해 몰래 사건을 조사하며 한층 더 위험한 곳을 들쑤시고 있다고 했었다.
그 얘기만 생각하면 가희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물론 함께 일을 벌이기로 한 건 하지 않으면 영제에게 두 사람 모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영제에게 지게 되는 건 가장 맞이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었다.
진양은 늘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단순히 진양이 똑똑했기 때문에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자신이 모르게 많은 일을 하고 다녔던 것이고 그녀는 단지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무례한 장정의에 대한 벌은 이쯤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며칠이나 지났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진양이 또다시 나가서 일을 하려면 사제가 대신하여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그녀는 한 장의 영부(靈符)를 꺼내 청란에게 건넸다.
“심 상서에게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시신을 빼돌려달라고 부탁하거라. 그리고 네가 직접 진양에게 넘기도록 하거라. 그리고 이것도 함께 보내도록 하거라.”
* * *
이틀 뒤.
진양은 시신과 함께 영부를 전달받았다.
일단 시신보다는 영부에 먼저 눈길이 갔다.
‘뭐야? 이건 왜 보낸 거지?’
진양은 영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새겨진 도문과 부문으로 보아 무언가를 회복하는 데 사용하는 물건인 건 확실했다.
그러나 그렇게 가치가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담겨있는 힘은 그다지 강한 힘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전을 보낸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일단은 잘 챙겨놓기로 했다.
비록 강한 힘을 가진 영부는 아니었지만, 외부에서는 그래도 꽤 값나가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히 좋은 재질로 만들어진 영부였기 때문에 본래 가진 힘보다 이 할이나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신통력이든 법보든 이 할이나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건 본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에 올랐다는 뜻이다.
진양은 최근 몇 년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법보들 중 장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법보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연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중 하나가 호양보종이다.
그러나 경지와 실력, 그리고 각 방면으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습득 능력은 순간적으로 연화를 시켜 크게 시간을 줄여주긴 하지만 그렇다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연화의 과정은 일종의 수련 과정이다.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법보 내에 담겨있는 모든 것들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이해한다.
하나의 강력한 법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공법, 신통력, 혹은 비술이 구상화되어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무에서 유로, 일에서 백으로.
천천히 연화시켜나가는 과정은 마찬가지로 학습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겐 지름길은 없다.
그저 하나하나 직접 연화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완벽히 연화시키는 순간 법보와의 궁합이 극한에 도달하게 된다.
이 단계를 초월하여 더 이상 이해할 것이 없는 수준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법보가 발휘하는 힘이 조금씩 상승하게 된다.
본래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을 뛰어넘어 십이 할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영기가 보기(寶器)의 위력을 내뿜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물론 이 경우 보통 영기는 보기로 진급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진양은 애초에 일련의 과정을 모두 무시하고 단숨에 십 할의 위력을 내뿜는 경지에 이른다.
그러므로 한계를 돌파할 수가 없었다.
진양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시도한 이후로는 포기해버렸다.
당장은 굳이 개고생해서 십 할 이상의 위력을 내야 할 법보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은 이 정도에 만족하기로 했다.
생각을 마친 진양은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영부를 잘 챙겨놓았다.
목숨을 건질 때 쓸 수도 있는 물건은 절대로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이상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담벼락 너머로 장정의가 몰래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게 보였다.
“너, 거기서 수상하게 뭐 하고 있는 거야? 볼일이 있으면 당당하게 와서 얘기하라고.”
진양은 사형으로서 몽의 대신 장정의를 가르쳐야 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혹여나 녀석이 잘못된 길로 빠져 대형 사고라도 친다면 그때는 구해낼 방법도 없다.
“아, 아닙니다. 전하께서 선물을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어떤 선물인지 궁금해서요…….”
장정의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쏙- 머리를 담벼락 아래로 집어넣었다.
영부를 보는 순간 그는 ‘역시 형수님은 내 편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날은 아마도 자신의 부주의한 언행을 벌주기 위해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게 확실했다.
그게 아니라면 며칠 만에 회복에 쓰라며 영부를 보내올 리 없다.
그녀가 장정의에게 보내온 건 한눈에 봐도 상당한 위력을 지닌 귀한 물건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진양의 주머니 안으로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장정의가 사라지자 진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몽의는 장정의를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
적어도 그 녀석이 죽지 않게 잘 돌봐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실 부활 신통력이 있는 녀석인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보물만 보면 욕심을 내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무래도 어느 정도는 걱정을 해야 할 듯했다.
‘어쩔 수 없지. 사숙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녀석을 잘 가르치는 수밖에. 저 빌어먹을 손버릇이랑 욕심은 어떻게든 고쳐놔야겠어. 이대로 방치하다간 분명 큰일을 치를 거라고. 사형 노릇 한번 해 먹기 힘들군.’
이어서 진양의 시선이 시신이 담긴 관으로 추정되는 상자로 향했다.
장정의가 몰래 자신을 훔쳐본 건 아마도 이 상자 때문일 것이다.
누가 봐도 엄청난 보물을 담은 것처럼 생긴 상자였기 때문이다.
물론 충분히 오해할 만도 했다.
아무리 봐도 사람을 담을 수 있는 상자처럼 생긴 상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상자를 열어본 진양은 어째서 이런 상자에 담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천사 놈들, 정말 지독하군.’
일말의 단서라도 찾아내야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시신을 전부 토막 내놨던 것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뭔가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는 편이 낫다.
게다가 토막 난 시신을 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고 마음이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