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My Mom Is an Alien?! RAW novel - chapter 60
그때 현우의 육신은 물론이고 그들의 육신까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비워진 방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안에서 벌어진 전투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멕시코 시티의 한 모텔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을 순간 지구의 궤도에 모습을 감춘 아레스의 본체로 오랜만에 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도 오랜만이군.”
〈어서 오세요. 승선하신 걸 환영합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닥과 벽 곳곳으로 무지갯빛으로 이루어진 선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이었다. 말끔한 은빛의 내부의 모습은 조금은 삭막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부를 바라보는 4명의 개조 인간들은 넋이 나간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현우가 한마디 했다.
“우주선 처음 보나?”
“여, 여기가 우주선?”
“말도 안 돼..”
“외계인이라고..?”
“세상에..”
다들 우주선이라는 말에 외계인이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이미 지구만이 지적생명체가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의 육신에 담긴 흔적만 보아도 온갖 외계 생명체의 것이었으니 우주 밖에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의미와 느낌이었다.
촤르륵- 어느새 현우의 뒤로 나노봇들이 융합하여 만들어진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인체공학적인 의자의 모습이었고 이러한 의자에 사뿐히 앉는 현우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어느새 다리를 꼬고 앉은 현우가 그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이제야 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군.”
다들 이러한 모습에 절로 침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제야 자신들 조직이 무너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도 아니고 외계인과 마주한 것이다. 물론 왜 조직이 공격당했고, 적대관계인지 몰랐다. 중요한 건 자신들이 지금 터무니없는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현우는 이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좋게 말해서 그런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반항기를 없애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 * *
[이제 곧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니, 탑승객들께서는 안전띠 착용에 유의해 주십시오.]천장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기장의 목소리와 함께 현우는 창밖으로 보이는 인천국제공항이 자리한 영종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장 2주간의 미국에서의 생활을 끝으로 드디어 한국에 도착한 셈이었다.
어느새 현우가 탑승한 여객기는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착륙과 동시에 이번에도 가장 먼저 내렸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내리는 와중에 현우는 이번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곧장 입국 신고대로 향했다.
미국인으로 갔을 때와 달리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기에 이번엔 반대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통과하여 입국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귀찮음에 역시 전용기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보니 자신을 마중 나온 한소연 비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표님, 어서 오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런대로 잘 지냈습니다. 그보다 공항 밖으로 나가죠.”
“네? 아, 얼른 나가시죠.”
한소연 비서는 처음엔 왜 그러시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주변에 모이는 시선에 그제야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역시 현우의 외모는 미국에서나 이곳 한국에서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나저나 갔을 때와 똑같이 현우는 입었던 정장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한소연 비서는 설마, 처음 입고 가셨던 정장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그럴 리가? 라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두 사람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미 밖에는 대기하고 있는 차량이 보였다. 차에 타니 김정수 운전기사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도 오랜만에 보는 셈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표님.”
“오랜만이군요. 휴가는 잘 보내셨습니까?”
“하하하, 잘 보내고 말고요. 정말 가족과 재밌게 휴가를 보내다 왔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저기, 대표님. 자택으로 갈까요?”
“예, 자택으로 가죠.”
본래는 회사에 갔을 테지만 집에는 할머니가 계셨다. 2주나 출장을 간 상황인지라 할머니가 자신을 많이 기다리고 계실 터였다. 물론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전화해서 통화했지만 직접 만나는 건 달랐다. 이때 보조석에 앉은 한소연 비서가 보고하듯 떠날 당시 말했던 제약회사 인수 건에 대해 말했다.
“일단 농소 제약에 대한 인수 문제는 이미 끝내 놓았습니다.”
“그럼, 그곳에 있는 생산설비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150명에 대한 직원 고용 승계도 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었습니다.”
“잘했습니다. 어차피 직원은 더 모집해야 합니다. 앞으로 필요한 인원수는 계속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인수하게 될 제약회사들의 모든 직원은 고용 승계하세요.”
“물론입니다. 아, 그리고 다른 제약회사에 대한 인수도 현재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빠르네요?”
“그만큼 다들 사정이 안 좋아서 서둘러 팔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습니다. 누아제약, 보운제약 개성제약은 무조건 이번 달 안으로 인수계약에 사인하고 싶어 합니다.”
“잘됐네요. 바로 계약하세요.”
“예, 그보다 좀 더 시간을 가졌으면 훨씬 싸게 인수할 수 있었을 테지만 대표님께서 돈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셔서 빠르게 인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소연 비서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서둘러 인수를 통해 생산설비를 많이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아마 곧 식약청에서 약에 대한 승인이 떨어질 터였다. 그리고 곧 수명연장의 약인 ‘어게인’에 대한 판매와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터였다. 그때가 되면 아마 제약회사를 인수하는 게 좀 더 힘들어질 수 있을지 몰랐다.
‘값을 더 올리려고 질질 끌다가 팔려고 하겠지.’
그럴 바에야 지금 증축 및 새롭게 건설하는 생산공장을 더욱 많이 늘리는 게 훨씬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일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기로 하고 곧 오랜만에 보는 적성타워의 모습을 창밖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해 지하주차장에 정차하는 순간 이번에도 직접 문을 열고서 차 밖으로 나왔다.
“오늘을 쉬고 내일부터 보기로 하죠.”
“예, 대표님 쉬십시오.”
“대표님,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자 현우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주지 로비로 나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우연히 마주한 건 한유라였다. 그녀도 자신을 본 건지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현우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군요.”
“아, 그러게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한동안 미국에 갔다 왔습니다. 지금 막 돌아오는 길이고요.”
“미국이라,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가보고 못 가봤네요. 미국은 좋던가요?”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래도 익숙한 여기 한국이 훨씬 더 편한 것 같더군요.”
“저도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드디어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전 지금 대학교에 가는 길이에요. 오후에 수업이 있거든요.”
“그렇군요. 수업 잘하십시오.”
“아, 네.”
대답하는 한유라는 뭔가 모르게 우물쭈물하였다. 뭔가 더 대화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던 현우는 레이나 렘버스라는 여인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우연이 3번이면 운명이라고 하였다. 그럼 한소연과 자신은 대체 몇 번이나 우연이 마주친 거지? 심지어 지금도 우연히 마주쳤다.
“저기, 11월에 학교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오실 수 있으세요?”
“대학교 축제 말입니까?”
“예, 혹시 힘드시면 안 오셔도 되시고요.”
“제가 좀 그때 많이 바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가도록 하죠.”
“정말요? 시간이 되면 꼭 방문해 주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그러죠.”
바쁘다고 할 때 잠시 실망하다가 시간이 되면 가겠다고 말하니 금방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한유라의 모습이었다. 현우는 감정표현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모습은 오로지 현우 앞에서만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이런 감정표현이 얼굴에 나오고 있던 것이다.
“그럼, 가보도록 하죠. 수업 열심히 하세요.”
“네. 다음에 학교 축제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대한 노력해 보죠. 그럼.”
현우는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이러한 모습에 한유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스스로 방금 한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던 것이다. 다짜고짜 학교 축제에 찾아달라는 말을 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어쩌자고 그런 말을 한 거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애써 아침에 정돈한 머리카락을 긁으며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현우는 집 앞에 도착해 있었고 어느새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건지 복도 저편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우왔니?”
“네. 저 왔습니다.”
아마도 내가 오늘 집으로 온다는 걸 알고서 나인 줄 아신 모양이었다. 어느새 복도에 모습을 드러내신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지신 모습으로 반갑게 나를 보시고 다가오셨다. 자신도 마주 다가갔고 어느새 마주한 순간 나를 꼭 안으시는 할머니셨다. 어느새 엉덩이를 두드리신다.
“어이구, 우리 손자. 미국엔 잘 갔다 왔니?”
“예, 잘 갔다 왔습니다.”
“나라가 바뀌면 물도 잘 마셔야 한다던데, 탈은 안 났고?”
“끄떡없습니다. 다만 할머니가 해주시는 된장찌개가 절실하더군요.”
“그러니? 배고프지? 이 할미가 얼른 가서 된장찌개 해주마.”
“맛있겠는데요. 그보다 엄마는요?”
“너 엄마는 지금 부엌이 있단다. 내가 시킨 양파 까는 걸 하고 있거든. 근데, 실력이 영 안 느는구나.”
할머니의 말에서 대충 상황이 예상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곧 할머니와 함께 부엌에 도착하니 양파를 까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셨다. 과도를 들고서 껍질을 벗기는 엄마의 모습이 뭔가 모르게 외모와 함께 고상하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보다 껍질이 왜 저렇지? 까 놓은 껍질에 붙어 있는 양파들이 더덕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너 엄마는 양파 까는 것조차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게요.”
“아들, 왔니? 갔던 일을 잘 해결했고?”
“예, 해결하고 왔습니다.”
이미 아레스를 통해 보고를 들었을 텐데도 저런 말을 하시는 것도 다 양파껍질 까는 걸 잠시 벗어나고자 하는 걸 터였다. 그보다 돌아오면 맛있는 걸 해준다고 하더니 설마 직접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할 순간 할머니가 엄마에게 양파 까는 걸 그만 시키고 있었다.
“아가, 그만하고 손이나 씻으러 가렴. 난 얼른 손자의 점심을 차려주어야겠구나.”
“현우야 배고프니? 어머님, 저도 도울게요!”
“아니다. 넌 그냥 손만 씻고 가만히 있거라.”
뭔가 포기하신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이 아닐 것 같았다. 나로서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까지 하지 말고 있으라고 하니 시무룩해지신 엄마의 모습이셨다. 그런 모습에 난 안도할 수 있었다. 결국, 엄마가 손을 씻으러 나가자 할머니께서 냄비를 꺼내며 물을 받으시며 말했다.
“정말 신기한 건 뭔지 아니?”
“뭔데요?”
“너 엄마가 옆에서 요리에 가담한 순간부터 이상하게 맛이 변한다는 거란다. 분명 평소에 하던 대로 맛을 냈는데, 이상할 정도로 맛이 다르더구나.”
“그거 신기하네요.”
〈아마도 지니신 특유의 파장 때문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아레스의 말에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아무리 요리를 못해도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맛은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맛없게 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손을 댄 요리는 맛이 정말로 없었다.
이건 엄마가 가지신 종족 특유의 파장으로 인해 요리가 엉망이 되는 것일 터였다. 다행이라면 나에게는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거다. 어쨌든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서 요리가 완성되길 기다렸고 된장찌개가 완성되는 순간까지 각종 반찬과 밥이 내 앞에 놓였다.
어느새 된장찌개까지 완성된 순간 난 간만에 할머니가 차려주신 한식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역시 먹어보니 맛있었다. 미국에서 먹었던 고급 스테이크나 다양한 고급 해산물 요리보다도 된장찌개가 내 입에 훨씬 맞는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가운데, 손을 씻고서 옷까지 갈아입은 엄마가 부엌에 돌아왔고 이내 식탁의 맞은편에 앉아서 내가 먹는 모습을 두 손으로 턱까지 괴며 구경하셨다. 물론 할머니도 한쪽에 앉으셔서 내가 먹는 모습을 살피고 계셨다. 두 분이 이렇게 보고 있으니 먹는 게 참으로 고역이긴 했다.
그나저나 큰아버지에 대한 말은 안 하시는 할머니셨다. 아마도 손자에게 집안에 대한 문제를 알리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엄마는 내가 그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셨다. 엄마에게 있어 이런 집안 문제는 가벼운 일에 불과할 뿐일 것이다.
어쨌든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일단 가장 먼저 영수 녀석에게 한국으로 귀환 소식을 알리는 한편 회사 일에 한동안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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