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48
사람들이 우리한테 손을 흔들어
“지금 갑자기 선수들의 기술을 향상시킬 순 없어. 그래서 멘탈을 잡기로 한 거야. 너도 알겠지만 축구 선수들은 빡쳤을 때 가장 열심히 뛰거든. 다들 프로선수인데 내가 자존심을 박박 긁어놨으니까. 내가 미워서라도 죽기 살기로 뛰겠지. 후후.”
“… 그랬군요.”
“하여튼 몸 관리 잘해라.”
“예. 형.”
전화를 끊었다.
나는 지승이에게 김승진 재활센터장을 소개해 주었다.
그에게 지금부터 케어를 받으면 원래 역사보다 더 오래 건강한 몸으로 뛸 수 있을 거다.
다음은 박항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한국에 가지 않은 건 감독님과 합의된 사항이었다.
나는 그와 독일 월드컵 개막 전까지의 스케줄을 논의했다.
그는 두 차례 평가전으로 내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팀을 운용할지 예행연습을 했다.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지만 내가 월드컵 토너먼트 끝까지 건강한 몸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유럽에 진출해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나의 몸은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다.
***
“쳇. 완전히 상전 대접이군.”
6월 1일.
독일 월드컵 개막을 9일 앞두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단이 한국을 떠나 도착한 곳은 바로.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을 환영합니다. – 뉴캐슬 시민 일동]잉글랜드 뉴캐슬이었다.
투덜대며 비행기에서 내린 한국 선수들은 공항에 크게 걸린 현수막에 깜짝 놀랐다.
“어서오세요! 뉴캐슬에 잘 오셨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최신식 버스에 깜짝 놀랐다.
버스가 출발하자 한국 선수 중 누구도 더 이상 투덜대지 못했다.
“저거 봐. 사람들이 우리한테 손을 흔들어.”
뉴캐슬 구단 버스를 타고 시내로 접어드니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 도시에서 축구단이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알 수 있었다.
끼익-
버스가 도착한 곳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클럽 하우스였다.
최신식 시설과 광대한 훈련장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한국 선수들은 시골 영감처럼 두리번대며 버스에서 내렸다.
“잘들 오셨어요.”
“건우야…”
내가 클럽하우스에서 나와 선수단을 맞이했다.
물론 모든 게 나의 연출이었다.
그들과 나의 위치가 얼마나 다른지 그들이 느껴야 나를 따를 테니까.
“이제부터 여기가 국가대표 훈련장입니다. 편하게 쓰세요.”
선수들은 클럽 하우스에 들어와서 더 놀랐다.
실내 훈련장과 식당, 회복실, 숙소까지 모든 게 쾌적했고 최첨단이었다.
우리 구단 시설은 EPL 리그 전체에서도 탑 클래스였으니까.
“건우야. 정말 고맙다. 시설이 너무 좋아.”
“감독실은 저쪽이에요. 제가 클롬 감독님한테 양해를 구했으니까. 편하게 쓰시면 돼요.”
박항선 감독도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조심스럽게 감독실에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훈련장이 한눈에 보였다.
모든 게 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월드클래스 선수를 사올 돈으로 차라리 월드클래스 선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에 투자하는 게 낫다.”
나와 손정호 회장은 의견이 같았기에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축협 간부들이 너를 벼르고 있어. 언행에 조심해라. 건우야.”
“후후. 조심할 건 그 사람들이죠.”
원래 오늘 대한민국팀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르웨이와 평가전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바로 스코틀랜드로 넘어가 3일 후 가나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는 일정이다.
“이런 일정을 짠 사람은 사형시켜야 해요. 국가 반역죄로.”
가뜩이나 피로가 쌓인 선수들을 추운 노르웨이로 보내 경기를 뛰게 하고 또 대륙을 건너 스코틀랜드에서 또 경기를 치르게 하다니.
그리고 또 독일로 넘어가서 본 게임을 한다?
이건 한국 선수들한테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정명준 축협 회장 찬스를 써서 노르웨이 평가전을 취소했다.
망할 일정을 짠 축협 간부들이 반발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위약금을 줘야 한다며 난리를 쳤다.
“그럼 니들이 사비로 내던가.”
그놈들이 개소리를 하는 건 자신들의 무능함을 인정하기 싫어서다.
한국팀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내일은 뉴캐슬 B팀과 연습경기를 할 거에요.”
한국팀은 독일 월드컵 첫 경기까지 이곳에 12일간 머물며 뉴캐슬 B팀과 연습경기를 하고 스코틀랜드가 아닌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가나와 평가전을 하기로 했다.
내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원래 역사에서 아드보카트호는 미친 일정 때문에 첫 경기를 치를 때 경기력이 정상이 아니었다.
괜히 마지막 스위스전에서 졸전을 벌인 게 아니다.
그때는 이미 선수들이 너무 지쳐서 운 좋게 토너먼트에 올라갔어도 16강에서 대패를 당했을 거다.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팀은 발상 자체를 달리해야 해.”
16강 진출 정도가 목표라면 그냥 처음부터 모든 걸 쏟아부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다.
“건우. 너 완전히 뉴캐슬의 왕이구나.”
“그런 셈이죠.”
“짜식이! 건방져!”
나는 오랜만에 안정민 형이랑 수다를 떨었다.
이 양반도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찬스였다.
여기서 활약해야 마지막으로 빅클럽 진출을 노릴 수 있었다.
“형. 나도 여기서 뛰고 싶어요.”
“에이전트와 상의해봐.”
“형이 구단에 말 좀 해주면 안 돼요?”
“그건 단장이 할 일인데? 나도 그건 못해.”
이춘수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여기서 뛰고 싶다고 난리였다.
미안하지만 절대 안 된다.
뉴캐슬에 동양 선수는 나 하나여야 한다.
그래야 상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녀석도 월드컵 끝나면 다시 유럽 진출할 수 있게 신경은 써 줘야겠다.
“자연스럽게 팀이 하나로 뭉치고 있어요.”
“올 때는 다들 불만이라 걱정했는데… 역시 건우는 건우네요. 괜히 월드클래스가 아니에요.”
한국 코치진도 마음을 놓았다.
이동하며 대놓고 김건우를 욕하던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건우는 클래스를 보여주었고 선수들은 차원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대립하기보다는 그를 중심으로 뭉치는 걸 택했다.
“참 예쁜 도시다.”
“김건! 사인 좀 해주세요~!”
오전 훈련이 끝나면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놀았다.
선수들이 유럽의 공기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다.
월드컵에 대한 부담감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장하고 있던 한국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관광을 했다.
아무것도 아닌 거 같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것 역시 우승까지 긴 일정을 생각한 프로그램이다.
시내를 조금만 걸어도 시민들이 나를 둘러싸고 친근하게 인사하는 걸 보고 다들 놀랐다.
내가 이 도시에서 어떤 존재인지 느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나는 선수들을 데리고 [케이 명란 바케트]를 찾았다.
케이코가 상냥하게 맞이하자 선수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김건우. 넌 진짜 다 가졌구나…”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서 갓 구운 명란 바케트에 뉴캐슬 생맥주를 마셨다.
“우와~~ 맛이 진짜 끝내준다.”
“한국에서 마시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데? 역시 현지에서 마셔서 그런가?”
“야. 너무 마시지 마. 마실 때마다 건우 녀석한테 몇백 원씩 주는 거잖아.”
안정민이 까칠한 농담을 했다.
뉴캐슬의 상쾌한 6월 하늘 아래서 우리는 관광객처럼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독일로 떠나기 전 마지막 평가전을 벌였다.
[대한민국 대표팀 대 가나 평가전]경기 당일.
한국 선수들은 또 한 번 놀랐다.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가득 채운 관중들 때문이다.
“김건! 김건! 김건!”
“대~~ 한 민국!”
5만 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국인이었다.
영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각지에서 많이 찾아왔지만 대부분 뉴캐슬 시민이었다.
그들은 나의 이름과 어설픈 한국어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한국 선수들은 나에 대한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까지 갖게 되었다.
특히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본인들의 처지와 비교해 더욱 감탄했다.
동양인 선수가 유럽의 한 도시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으니까.
[대한민국 선수들! 오늘 몸이 정말 가볍네요! 다들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오랜만에 가세한 한국팀은 가나를 경기 내내 압도하며 3대0으로 물리쳤다.
축구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가세한 대표팀은 조직력에 문제가 생기기는커녕 완벽하게 움직였다.
“그러니까. 좆문가라고 욕을 먹지. 쯧쯧.”
우리는 뉴캐슬 훈련장에서 매일 B팀과 비공개 경기를 치렀다.
조직력이 급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월드컵 선전을 기원합니다! – 뉴캐슬 주민 일동]드디어 출정의 날이 밝았다.
나는 한국팀을 이끌고 뉴캐슬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했다.
뉴캐슬 구단 전용기였다.
한국 선수들은 마지막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전용기도 당연히 나의 아이디어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실력이 떨어지면 컨디션이라도 좋아야지.”
선수들의 객관적인 수준을 비교하면 한국은 13위 안에도 못 든다.
게다가 독일에서 벌어지는 대회라 유럽 팀들의 경기력은 최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했다.
“어라. 이건 뭐야.”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유럽 대륙으로 넘어가는데 일본 신문에 재밌는 기사가 떴다.
[손정호 회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그의 매국 행위를 고발한다.]뉴캐슬 구단이 한국 대표팀에게 특혜를 제공한 일을 일본 우익들이 비판하는 내용이다.
한국대표팀이 아니라 일본대표팀을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손정호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지금 신문 기사를 봤습니다.”
“그래요? 하하하. 참 어이없는 기사죠?”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히 논란을 일으켜서.”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건우 군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거에요. 제가 알아서 대응할 거니까. 월드컵에만 집중하세요.”
“그래도 제가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후후. 제가 재일교포로 살아오면서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겠어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건우 군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건 구단주로서의 명령입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전화를 끊고 나도 모르게 웃었다.
하긴 걱정할 사람을 걱정해야지.
손정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이게 논란이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겠지.
분명히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 놨을 거다.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는 논란이 벌어질 걸 알면서 나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준 거다.
“이제 우리 비행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상공에 진입합니다…”
드디어 독일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