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87
제 87화
12. 87화
“어서 오세요. 아르센 회장님.”
살롱의 주인인 브렌타 백작 부인의 인사와 함께 아르센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마주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브렌타 백작 부인. 아! 메리안 자작 부인께서도 계셨군요. 경사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르센은 브렌타 백작 부인의 옆에 서 있는 그녀의 딸인 메리안의 손등에 키스를 하며 인사했다.
메리안의 양 볼이 살짝 붉어졌지만 이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아르센에게 마주 인사를 해 왔다.
그런 메리안의 모습에 브렌타 백작 부인은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아쉬움을 접었다.
브렌타 백작 부인에게 있어서 아르센은 생명의 은인과도 같았다.
남편이 죽고 난 뒤에 몰락한 가문을 다시 살아나게 도와준 아르센이었다.
그런 아르센이 귀족은 아니었지만 내심 브렌타 백작 부인은 자신의 딸과 아르센의 결혼을 생각했었다.
메디안도 아르센을 내심 마음에 들어 했지만 아르센이 워낙에 바쁜 몸이었기에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
결국 메디안은 다른 귀족 부인의 소개로 한 자작 가문의 장자와 결혼을 했고 이번에 작위를 승계받아 자작 부인이 될 수 있었다.
돈 많은 상인에게 팔려 가거나 귀족가의 후첩이 되어야 할 운명이었던 메디안에게 있어서는 다행인 일이었지만 아르센을 볼 때면 메리안이나 브렌타 백작 부인으로서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전쟁을 준비하던 시기에 메디안의 결혼식에 참석을 하지 못한 아르센이 사과를 하자 메디안이나 브렌타 백작 부인은 괜찮다며 아르센을 안심시켰다.
살롱에 아르센의 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르센이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았기에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 곳이었다.
더욱이 여자들만 모이는 장소다 보니 아르센도 자연히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귀족 남자들이나 기사들도 이곳만큼은 얼씬도 하지 않았기에 귀족 부인들은 아르센의 방문에 호기심을 보이다가도 아르센이 찾아온 이유를 알기에 다들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예약된 방으로.”
“예!”
아르센은 브렌타 백작 부인의 안내를 받으며 살롱의 안쪽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부분은 개방된 공간에서 소파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있는 여인들이었지만 몇몇 장소는 은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있었다.
아르센이 전선의 최전방에 갈 일은 없다지만 전쟁의 주역 중 한 명이었기에 이런 한가한 시간을 마냥 보낼 수는 없었으나, 도저히 거역을 할 수 없는 이로부터의 호출을 받아 살롱에 와야만 했다.
똑! 똑!
“들어와요.”
고급스러운 문을 두드리자 우아한 귀부인의 목소리가 들렸고 아르센은 브렌타 백작 부인이 열어 주는 문을 넘어 살롱의 객실로 들어섰다.
“아르센이라고 합니다. 보를레앙 왕비마마.”
젊은 여인이 객실의 화려한 소파에 앉아 커피가 든 커피 잔을 들고 있었다.
아르센을 호출한 것은 다름 아닌 볼테르 왕국의 왕비인 보를레앙이었다.
국왕인 반베른의 아내이자 볼테르 왕국의 국모인 보를레앙의 호출은 아르센으로서도 거역하기 힘들었고, 사실상 반베른 국왕의 의지도 함께하고 있었기에 아르센은 바쁜 와중에도 살롱에 와야만 했다.
“바쁘신 와중에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아르센 사령관님.”
반갑게 맞아 주는 보를레앙과 아르센은 첫 만남은 아니었다.
반베른이 왕세자일 때부터 반베른과 함께 아르센을 몇 번 만났던 적이 있었다.
“아닙니다. 왕비마마.”
“호호호! 브렌타 백작 부인.”
“예! 마마. 커피와 다과를 내오겠습니다.”
왠지 즐거워 보이는 브렌타 백작 부인이 아르센을 힐끔 쳐다보고서는 객실에서 나가고 아르센은 보를레앙 왕비의 건너편에 앉았다.
그러고서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인 보를레앙 왕비의 옆자리에서 수줍게 아르센을 힐끔 쳐다보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미치겠네.’
아르센의 미소가 살짝 떨리는 이유는 이 소녀 때문이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레일리 공주님.”
“예. 잘 지냈습니다. 아르센 사령관님.”
아르센을 훔쳐보다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는 소녀는 반베른 국왕과 보를레앙 왕비 사이의 딸인 레일리 공주였다.
그리고 레일리 공주는 아르센의 약혼녀이자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결혼을 하게 될 아르센의 아내였다.
문제는 그녀가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반베른 국왕이 아르센보다 나이가 많고 아르베니아 대륙인들이 지구에 비해 결혼을 빨리한다지만 아르센의 눈에 레일리 공주는 어린 소녀로만 보였다.
물론 그 어린 소녀가 아르베니아 대륙에서는 이제 결혼을 해도 충분한 나이이긴 했다.
오히려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아르센이 이상한 상태였으니 지금의 자리는 아르센과 레일리 공주의 선 자리나 다를 바 없었다.
“호호호! 공주가 아르센 사령관님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해서 말입니다.”
“어머니!”
“호호호호! 뭘 부끄러워하느냐? 곧 지아비가 되실 분이신데.”
볼테르 왕국을 넘어 대륙 전체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아르센이었으니 딸아이의 배후자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남자였다.
더욱이 이번 전쟁이 승리로 끝나고 논공행상이 이루어지면 적어도 백작 이상의 작위를 얻게 될 터였으니 흠도 되지 않는 신분이 될 것이었다.
왕가는 더욱더 강력한 힘을 손에 넣게 될 것이기에 보를레앙 왕비는 국왕이자 자신의 남편의 허락을 받아 아르센과 레일리 공주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이었다.
사랑 따위는 없는 지극히 정략적인 결혼이었지만 왕가와 귀족들의 결혼이라는 것이 다 그렇기에 누구 하나 그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살 맞대고 살다 보면 사랑이든 우정이든 끈끈해지기 마련이라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르센은 잘 익은 사과처럼 얼굴이 붉어진 레일리 공주를 조금은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사랑도 없이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된다니.’
지구에서였다면 한창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일 소녀였지만 지금은 평생 한 남자만을 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귀족가의 여인들이 매일같이 살롱에 모여 커피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녀들이 할 일이라는 것이 마땅히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물론 시대적인 한계가 있었기에 아르센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가 나오고 무의미한 대화가 오갔지만 아르센은 꽤나 예의 바르게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 아르센의 모습에 뭐가 그리도 좋은지 레일리 공주는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한 듯 보이는 레일리 공주였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머! 그러네요. 시간이 이렇게 지나 버렸군요.”
“아!”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 버린 것에 아르센이 이제 돌아가 보겠다는 완곡한 말을 하자 레일리 공주는 안타깝다는 듯이 탄성을 토해 냈지만 남편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내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교육을 받아 왔던 레일리 공주는 꾸욱 참아야만 했다.
그런 레일리 공주의 모습에 보를레앙 왕비도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즐거웠습니다. 레일리 공주님.”
“예. 저도요. 몸조심하세요. 전장은 무척이나 춥고 위험하다고 들었습니다.”
곧 다시 전장으로 향해야 할 아르센이 걱정이 된 레일리 공주는 자신의 손등을 간질이는 아르센의 입술에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전쟁이 너무나도 야속하기만 한 그녀였다.
하지만 그 전쟁이 무척이나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끝이 나면 아르센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드는 레일리 공주였다.
그렇게 아르센은 자신과 결혼을 하게 될 레일리 공주를 만나고서는 수도에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향했다.
수도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전장으로 떠나야만 했다.
전투에 나서지 않는 군수 사령관인 아르센이었지만 확실한 군공을 위해 전방으로 향해야만 했다.
저택에 돌아와 갑갑한 정복을 벗는 아르센의 몸에 코를 간질이는 장미 향이 나는 여인의 손길이 닿았다.
“공주님 보고 오셨어요? 어떤가요?”
“그 장미 향수는 그만 좀 뿌리지.”
아르센은 익숙하다는 듯이 자신에게 달라붙는 여인에게 투덜대었고 아르센에게 반쯤 벌거벗은 채로 매달린 여인은 아르센의 말에 칭얼대었다.
독한 장미 향의 향수가 아르센 때문이라는 듯한 칭얼거림이었다.
“그치만 안 뿌리면 닭 냄새 난다고요.”
자신의 몸에서 닭 냄새가 난다고 칭얼거리는 여인의 말에 아르센은 레일리 공주와는 달리 풍만하며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인의 몸을 껴안은 채로 미소를 지었다.
“올리비아. 내 몸에서는 감자튀김 냄새 난다고. 그깟 닭 냄새가 대수인가.”
“호호호호! 공주님께서 그 냄새 싫어하시면 어쩌신대요.”
아르센으로부터 양계장 사업을 받은 세르코 상단의 상단주인 올리비아였다.
세르코 상단은 하림과 계약을 맺어 볼테르 왕국뿐만 아니라 타 왕국과 제국 그리고 오크들의 땅에까지 닭들을 키워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세르코 상단의 상단주인 올리비아는 닭 여왕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가지게 되어 한동안 아르센이 올리비아로부터 원망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올리비아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아르센은 왠지 슬픈 눈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지금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그런 어린애한테 질투를 왜 해요!”
올리비아는 아르센의 말에 질투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르센의 몸을 두드리는 주먹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프다고 올리비아.”
“당신이 화나게 했잖아요.”
두 사람의 모습은 흡사 연인 사이와 같아 보였다.
“그런가? 그럼 화를 풀어 줘야겠는데!”
“까아악! 뭐 하는 거예요! 간지럽게!”
아르센은 올리비아의 몸을 든 채 자신의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풍만하고 육감적인 올리비아의 몸은 아르센의 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었다.
아르센이라고 해서 성욕이 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동안 올리비아와의 첫 관계 이후로 계속 관계를 해 오고 있었다.
아르센이 여자 문제로 시끄럽지 않았던 이유는 올리비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격렬한 시간이 끝나고 올리비아의 품 안에 몸을 파묻고 있던 아르센의 입이 열렸다.
“미안해.”
아르센의 사과가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올리비아는 아르센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미안하긴요. 다시는 사과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이 잠시 쉬고 갈 수 있는 곳으로도 만족하는걸요.”
올리비아는 자신으로서는 아르센의 발목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울음을 가슴 안으로 삼켜야만 했다.
아르센의 어깨 위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도저히 그들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올리비아는 알고 있는 것이다.
아르센이 가지 않으려 한다고 해도 아르센은 가야만 했다.
아르센의 청혼을 거절했던 것은 올리비아였고 반베른 국왕의 제안에 고민을 하던 것을 설득한 것도 올리비아였다.
아르센은 이제 잃었던 가문을 다시 세울 수 있게 될 것이며 더욱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 이게 그이를 위한 길이야.’
올리비아는 자신의 품 안에서 잠든 아르센을 꼬옥 껴안으며 자신의 선택이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고 확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