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Artist's Random Studio RAW novel - Chapter (209)
외전
[9] 무와 협의 세계(1)판타지 속 인물들과 영원히 헤어지고, 미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
성인이 되면 누구나 경험하게 된다지만.
“음, 생각보다 현타가 씨게 오네.”
사실,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장 고등학교 동창들도 거의 연락이 끊겼으니까.
근데, 다시는 못 간다고 생각하니 이야기가 또 달라졌다.
고등학교 동창은 적어도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으니까.
“성녀, 걔는 마음도 약하던데 괜찮으려나.”
공수래공수거, 사필귀정이라고.
오는 인연이 있으면 가는 이년도 있는….
“진우 씨! 주은이 기저귀 좀 갈아줘요!”
“네에!!!”
그래, 마누라랑 딸래미만 있으면 그만이지.
무슨 이년이 더 필요할까.
솔직히 성녀 이름이 뭔지 기억도 잘 안 나.
오클레어였나, 오클리아였나.
“음, 진짜 까먹었네.”
“진우 씨, 한동안 글 안 쓰시네요?”
“아, 얼마 전까지 쓰던 작품 접었어요.”
“정말요?”
“네. 그렇게 됐어요.”
“….”
새롬이 얼굴을 보니 뭔가 안쓰러운 표정이었다.
남편이 쓰던 작품을 접었는데 당연한 반응이지.
“저는 괜찮….”
“그럼 접는 김에 빨래도 좀 접어줘요.”
“…. 예압.”
“천천히 해요.”
새롬이는 가지고 있던 빨랫감 일부를 내게 건네고 내 어깨를 토닥거렸다.
“모든 작품이 꼭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같을 필요는 없어요.”
“네?”
“그냥 진우 씨 작품 전부 다 좋아요. 순정마초부터 마법소녀까지.”
“…. 그런가.”
같이 빨랫감도 개고 아기 기저귀도 가는 부부.
나는 일상에서 오는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다.
쓰레기 같은 음식에, 양변기도 없는 이세계에 다녀온 감상이었다.
“새롬아, 사랑해.”
“가, 갑자기요?”
“응. 갑자기 사랑스럽네.”
“제가 둘째는 안 된다고 했죠.”
“…. 너무해.”
누가 가족끼리는 사랑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근데 아직은 뜨거운 신혼 생활이라고 생각했는데.
“…. 화났어요?”
“아니요.”
순간, 내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하는 새롬이.
“어휴, 뭘 이런 걸 다….”
“한 번만 봐줘요, 아직 업무 복귀한 지도 얼마 안 됐고….”
“흠.”
다른 생각 하고 있었을 뿐인데 내 눈치를 살피면서 변명하는 와이프.
이러니까 판타지에서 아무리 예쁜 여자를 만나도 한눈팔 겨를이 없지.
“알아요.”
“응애애.”
이내, 관심을 가져달라는 듯 우는 주은이 입에 젖병을 물렸다.
갓난아이가 크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얘도 좀만 더 크면 성녀처럼 예쁠 텐데.
객관적으로 우리 새롬이가 걔한테 안 밀리거든.
현대와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미용 기술이 달라서.
“어? 주은이가 방금 웃었어. 봤어요?”
“설마요.”
“진짜라니까.”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가끔은 존재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저 손가락만 꼼지락거려도 너무 사랑스럽다고 해야 하나.
우리 토끼 같은 주은이 대학까지 보내려면 글 열심히 써야지.
“잠깐 쉬다가 다시 새로운 글 쓰려구요.”
“알겠어요.”
“그래도 회사에는 나갈 거예요. 새롬 씨 출근할 때 태워줘야지.”
“후훗, 좋아요.”
빨랫감을 전부 개고, 리모컨을 들어서 TV를 틀었다.
“…. 또 내 얘기네.”
“성적이 압도적이니까요.”
“흠, 민망하게 시리.”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 최후의 전쟁」의 대흥행.
온 나라가 작정하고 나를 상대로 몰카를 하는 게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거적때기 누더기옷을 입는 유행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뿐인가.
각종 마케팅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
이전 시즌 때보다도 훨씬 더 성공해서 그런가, 이번엔 좀 심한 경향이 있었다.
“저번 시즌보다 기간 대비 30프로는 더 성공했네요.”
“…. 그게 가능해?”
“진우 씨니까요.”
“음, 봉 감독님 덕분이죠.”
“두 사람 다 대단해요.”
이번에 성공한 세 번째 시리즈에 대해서는 나도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시스템의 빛에 접근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구상했으니까.
‘이 정도면, 장르 소설 쓰는 게 재능 낭비지.’
물론 다른 세상에서 죽을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웹소설을 써야만 한다.
아직도 주간미션으로 소소하게 조회수나 댓글, 추천비, 골드 이벤트가 뜨니까.
‘다음 작품은 또 언제 뜨려나….’
그때, 새롬이는 무언가 떠오른 듯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진우 씨. 우리 아버지가 주말에 주은이 얼굴이나 보여달라고 하시네요.”
“그, 그래요?”
“테솔라랑 협약 맺은 에너지 사업이 잘되고 있나 봐요.”
“음, 잘됐네.”
“같이 가요.”
“그래요.”
천성 그룹 부회장님이 보자고 하시는데 어떻게 안 가요.
* * *
우울증에 걸린 듯 비탄에 잠긴 여배우.
이것도 하나의 컨셉이 아닐까.
강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친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으면 좆된다는 사실을.
“희정아, 왜 그러는데. 밥도 안 먹고….”
“너는 몰라. 신경 쓰지 마.”
“….”
계속 신경 써달라는 의미.
여자어를 마스터하면 알 수 있다.
“혹시 SNS 금지 먹어서 그래?”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고 SNS에 올리잖아. 그거 구려.”
“…. 싸우자는 거지?”
“아니, 그런 게 아니고….”
희정은 스마트폰을 들고 웹피아를 보여주었다.
“응? 이게 왜?”
“몰라서 물어? 완결 났잖아!”
“….”
그게 그렇게 슬퍼할 일이야?
“어떻게 150화 완결을 쳐? 그게 작가야? 소명 의식 어디?”
“어, 음…. 나도 너 때문에 억지로 봐서 알잖아.”
“뭐를.”
“그거 딱 6권에 맞춰서 쓰셨던데.”
“싸울래?”
“지누 작가님, 곧 다음 작품 쓰시겠지.”
“다음 작품도 재밌겠냐고.”
“…. 하긴.”
활자 고인물 김희정의 눈높이에 두 번이나 맞추기는 어렵겠지.
웹소설 취미를 갖고, 이만큼 재밌다고 난리 쳤던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좀만 더 오래 쓰면 내가 SNS에 홍보도 해주려고 했는데.”
“지누 작가가 복을 걷어찼네.”
“그치? 내가 식사도 대접하고, 입에 떠먹여주고, 손도 잡고 해주려고 했는데.”
“…. 머리도 감겨주지 그래?”
“아 그것도 나쁘지 않네.”
“….”
현재 강준과 희정의 인기는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에 비견됐다.
아니, 그들뿐만이 아니라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 출연진은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배우들이 당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안 되겠어. 내가 접촉해 봐야지.’
이러다가 진짜 웹소설 작가랑 함께 있는 모습이 디스패치에 찍히면?
템페스트와 랜덤 스튜디오도 휘청거리겠지.
김희정은 ‘그’ 김진우 작가의 친동생이니까.
‘매니지가…. 레이블 미디어랬나.’
이내, 김희정은 남친과 헤어지고 여느 때처럼 절친의 작업실에 들렀다.
“효주, 하이!”
“응, 오늘 오빠 없는데.”
“그래? 다행이네.”
“…. 둘이 싸웠어?”
“응. 너튜브에 웹소설 홍보했다고 나한테 막 뭐라고 해서.”
“뭘 그런 거로 싸우고 그래.”
“완전 치사해.”
그새 작업실에 못 보던 얼굴이 많이 늘었다.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의 그림 작가진.
웹툰 쪽에서 꽤나 얼굴이 알려진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고 뇌리를 스치듯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완결 난 작가도 돌아오게 만드는 금융치료법.
웹툰화가 진행된다면 2부 연재를 하지 않을까.
“은빈아!!!”
“네. 언니.”
“그 작품, 웹툰화 진행하자.”
“네?”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음…. 그건 변 팀장님 결재가 있어야 해요.”
“그래?”
공과 사가 확실한 변혁주 팀장님을 설득하기 쉽진 않겠지만.
아들 바보로 유명했기에, 효주를 통하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효주야!?”
“으응….?”
“잠깐만 이리 와봐.”
“???”
황효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두 눈을 깜빡거렸다.
* * *
글을 안 쓰니까 생활이 이렇게 풍족할 수가 없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주은아, 아빠 해봐.”
“…. 버.”
“아니, 아빠, 해봐.”
“호애애앵.”
아내를 회사에 데려다주고 퇴근하는 게 일상.
베이비시터분들도 있어서 아기랑 놀고 싶을 때만 놀 수도 있고.
보통 이렇게 놀고먹으면 좀이 쑤신다고들 하던데.
“개좋은데?”
이런 게 행복이지.
주은이를 아주머니께 맡기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오늘 완결분이 올라갔을 테니까 댓글을 보려고 했는데.
“어? 투베에….”
고작 5화 만에 투베 1페를 뚫고 승천한 소설.
익숙한 필명의 작가가 쓴 작품이 눈에 띄었다.
‘방상구 아저씨, 좀 치네?’
요즘 글 쓰느라 바쁜지 전화도 뜸하더라고.
좀만 더 귀찮게 하면 참교육시키려고 했는데.
곧바로 작품을 눌러 프롤로그와 1화를 훑어봤다.
‘흠, 무협은 이런 느낌이구나.’
일단, 댓글 반응도 일반적인 글과 굉장히 상이했다.
드립이 난무하는 여타 댓글창과 달리, 깔끔한 단답형이 주류.
‘조회수에 비해 댓글이 적어.’
게다가 문체도 내가 쓰던 방식과 많이 차이가 났다.
한자도 많이 들어가고, 딱딱한 느낌이 주를 이뤘으니.
“…. 나랑 안 맞아.”
웹소설도 대본처럼 물 흐르듯이 쓰는 게 중요했다.
묘사할 때는 최소한의 단어로, 대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게 직관적으로 상상하기도 쉽고 술술 읽기도 편하니까.
띠리리링─
그때, 벨 소리가 울리며 매니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휴, 도 대표님. 2부 안 쓴다니까요.”
-아, 아뇨. 작가님! 그게 아니라….
살짝 다급한 말투로 내게 말을 거는 도 대표님.
무슨 일인가 싶어 잠자코 말을 듣고 있었는데.
-강준 배우님이 작가님과 통화하고 싶다고 하시거든요!?
“…. 누구요?”
-강준 배우님이요!
“걔가 왜요?”
-걔, 개라뇨! 저 지금 장난하는 게 아니라…. 한국 최고의 배우 중에 한 명! 진짜 깡준!!!
“아니, 그니까…. 걔가 왜요.”
-…. 여보세요.
순간, 아는 목소리가 들려서 심장이 철렁거렸다.
“아아, 음음. 여브세여.”
그나마 전화번호는 두 개를 쓰니까 상관이 없지만.
상대도 내 목소리를 눈치챌까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다.
-음…. 목소리가 특이하시네.
“넵. 그런데여.”
-저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식사라도 대접할 수….
“놉! 바쁩니다.”
-아, 그러시구나…. 혹시 제가 번호를 저장해도 될까요?
“흠흠, 왜지요?”
-그야, 제가 지누 작가님 팬이라서요.
“….”
강준 옆에서 도 대표가 호들갑 떠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그래요.”
도 대표랑 통화하려고 만든 임시 번호니까 상관없겠지.
그게 아니면, 방상구한테 이 번호를 알려주지도 않았지.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네에.”
깡준, 목소리 중저음으로 까는 거 킹받네.
누가 보면 2천만 국민배우님인 줄 알겠어.
준이랑 통화를 마치고, 도 대표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강준 갔어요?”
-네. 저 진짜 심장이 아직도 벌렁거려서 죽는 줄 알았네요.
“음….”
-와, 국민배우를 이렇게 다 보다니….!
“그렇구나.”
내 동생 남친인데요.
걔도 그냥 사람이에요.
-지누 작가님, 이거 보세요. 작가님 작품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요!?
“그러게요. 귀찮게.”
-아휴, 그런 말 마세요. 지금 독자분들이 2부 써달라고 난리 났는데….
“저 당분간 글 쉽니다.”
-으으, 진짜…. 이런 기회는 진짜 다시는 안 온다니까요.
“네네. 끊을게요.”
뚝.
나도 당황해서 번호를 줘버렸다.
나중에 귀찮아지는 거 아닌지 몰라.
‘그냥 번호 다시 만들까?’
방상구도 그렇고, 쓸데없는 친구들만 꼬이잖아.
설마, 이게 진짜 끝이겠지.
여기서 더 누구랑 엮이는 건 아니겠지.
* * *
변혁주는 효주에게 추천받은 소설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사실 밀린 업무가 너무 많아서 최대한 미루려고 했는데.
딱 한 편만 읽어보고 접으라는 아내의 권유에 못 이겨서.
“왜 이렇게…. 익숙하지?”
효주가 왜 그렇게까지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뭔가 익숙하게 술술 읽히는 게 대본처럼 편안했으니.
“실장님께 보여드리면…. 아니다.”
웹툰 사업부는 분명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
이렇게 하나씩 일이 쌓여서 실적이 되는 건데.
“나한테 맡기셨으니까. 알아서 해야지.”
정새롬은 ‘지누’ 작가의 작품을 보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까?
확실한 건, 변혁주 팀장은 아쉽게도 김진우를 떠올리지 못했다는 점.
상식적으로, 헐리웃 시나리오 각본가가 웹소설을 쓰는 게 말이 안 됐으니.
뚜루루루─
변 팀장은 랜덤 스튜디오의 강철중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웹툰 하나만 추진하시죠.”
-아, 그럴까요?
“최근에 웹피아에서 완결 난 작품인데요.”
-네. 작품 이름이….?
보통 사람들은 항마력이 딸려서 견디기 어려운 작품명.
“절대자는 힘을 숨기고 싶다.”
-…. 제목 좋네요.
“저는 밍쁨 작가님께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와, 누군진 모르겠지만 그 웹소 작가는 대박 났네요.
“그렇겠죠.”
랜덤 스튜디오의 웹툰 사업부는 순식간에 덩치를 키웠다.
「마법소녀」와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를 탄생시킨 작업실.
사내 복지가 워낙 좋아서, 유명한 그림 작가들도 입사를 희망했다.
그 중에서도 자타공인 최고의 그림 작가는 밍쁨이 아닐까.
똑, 똑─
그때, 마침 민은빈은 변 팀장에게 보고할 서류를 들고 사무실에 노크했다.
“팀장님, 여기 오늘치 웹툰 작업 보고서예요.”
“저기, 밍쁨 작가님.”
“네?”
“작가님만 괜찮으시면….”
스윽─
변혁주는 웹피아에 접속한 채로 태블릿을 내밀었다.
“이 작품, 웹툰 작업을 맡아주실 수 있겠어요?”
“네? 아, 음…. 저는 좋은데.”
“그런데요?”
“그쪽에서 원할까 싶어서요.”
“하하. 당연히 원하겠죠.”
「레전드 오브 더 트라이브」라는 대작도 후배들에게 양보하는 훌륭한 인성까지 완─벽.
무려 마법소녀의 그림 작가 밍쁨이 맡아준다고 하면 그 어떤 웹소설 작가가 마다할까.
띠링─
변 팀장은 철중의 톡을 받고 미소를 지었다.
“벌써 접촉했다고 하네요.”
“그래요?”
“네. 레이블 미디어 측에.”
같은 시각.
도준배 대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래, 랜덤 스튜디오?”
“네.”
랜덤 스튜디오를 대표래서 나온 강철중 팀장.
하루 만에, 탑스타도 보고 유면 엔터의 간부도 만나고.
‘진짜 별일이 다 있네.’
150화 칼 완결친 작품에 다들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지, 진짜로?”
마침, 바로 옆에서 무용담을 늘어놓던 방상구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은 지금 5화 만에 투베 1페를 뚫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진짜 지누 작가랑 계약하시는 거 맞아요?”
“네. 근데 누구신지….”
“방상구 작가라고, 웹피아에선 꽤 유명합니다. 하하.”
“그런데요?”
“저기, 차리리 제 작품을 보세요! 제 작품이 나을 텐데!?”
“글쎄요. 저는 시키는 일을 하러 온 사람이라….”
도 대표는 난생 처음으로 방 작가에게 짜증을 냈다.
“저기요. 방 작가님, 저희 지금 업무 중입니다.”
“아니, 지금 중요한 게 그거 아니잖….”
“작가님!!!”
“…. 그래, 잘 먹고 잘살라고!”
도준배는 사라지는 방 씨에게 신경을 끄고 철중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제가 지금 당장 지누 작가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예쁘게 포장된 서류 봉투에서 계약서를 꺼내는 상대.
도준배는 수화기를 든 채 침을 꿀꺽 삼키고 철중을 바라봤다.
뚜루루루─
억겁과도 같은 통화 연결음 끝에 전화를 받는 지누 작가.
“아이고, 우리 작가님!”
-제가 지금 좀 바쁜데….
“네?”
-아기 봐야 해요.
“아…. 그래요. 아이도 중요하지만 지금 훨씬 중요한 일이 있어요!”
-아뇨.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해요. 아내한테 맞아 죽어요.”
“그, 그쵸.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 대표는 침을 튀겨가며 웹툰화의 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웹툰을 통해 유입되고 수입을 늘려주는지.
-별로 안 끌리는데요.
“네?”
-저는 제 작품이 유명해지는 거 원치 않아요.
“지금 장난…. 음, 작가님.”
-네.
“어디서 제작하는지 알면 절대 그런 소리 못 하실걸요?”
-어딘데요.
과연, 랜덤 스튜디오의 힘은 대단했다.
그 시니컬한 지누 작가가 이런 리액션을 보여주다니.
-진짜 미치겠네.
“그쵸? 이건 미친 기회예요!”
-우리 주으니 똥따떠염? 아빠가 치워줄게염.
“저기…. 작가님?”
-방금 뭐라고 하셨죠?
“아, 랜덤 스튜디오에서 웹툰화를 진행한다니까요!!!”
-…. 왜죠.
“왜라뇨! 이런 기회가 일생에 다시 올 것 같으세요!?”
도준배는 암 걸릴 것 같은 상대의 반응에 울화통이 터졌다.
어쩌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것보다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으아, 답답해.’
웹소설 작가 데뷔작, 그 어떤 작가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절호의 찬스.
심지어 스토리를 이어갈 실력이 안 돼서 150화 칼완결을 친 신인작가가 아닌가.
-별로 안 끌리는데….?
“…. 억.”
대화 내용을 살피는 강철중 팀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도 대표는 대화 내용을 들킬까 두려운 마음에 자리를 피했다.
“저기, 잠시 통화 좀….”
“네. 편하게 하고 오시죠.”
* * *
강준과 강철중.
조카 삼촌 사이의 그들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김희정….’
우리집 최종보스가 결국 각성해서 내 발모가지를 붙잡았다.
제 딴에는 작가를 위한답시고 한 행동이겠지만, 나는 전혀 필요 없다고.
“대표님, 저는요.”
두근─
그 순간, 시스템은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예고했다.
“…. 어라.”
“자까님!”
“그냥 새 작품이나 쓸래요.”
“네?”
쓰기 싫어도 쓰게 될 것 같네.
【내용 : 화산협객 1권】
【장르 : 무협, 정도, 모험, 기연, 성장물】
【장소 : 화산파 장문인의 집무실】
【제한 시간 : 10일】
우려했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후반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