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397
제397화
결투의 승패가 한쪽으로 기울어 마무리되어 가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는 은밀히 결투를 벌이는 이 중 패하고 있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대로 제물이 될 것인가? 내가 널 도와주겠다.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티 내지 말고 듣기만 하도록.
‘들킬 가능성은 없지.’
옥좌의 권능을 사용해 은폐했기에 아무리 교황이라도 크리스가 지금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걸 눈치챌 수 없었다.
크리스의 경지가 교황에 부족하다고는 해도 이런 꼼수적인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난 네가 제물이 되기에 아깝다고 생각한다. 널 도와주겠다.
-단, 앞으로 내 명령에 하나 따르도록.
비슷한 경지의 둘이 싸웠기에 모두 상태가 만신창이였다. 크리스가 살짝만 조력을 주어도 얼마든지 승패가 엎어지리라.
하지만 제안을 들은 추기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크리스를 믿을 수 없었던 탓이다.
-다 대업을 위해서다. 넌 고작 제물이 되는 것보다 더욱 대업을 위해 할 일이 많을 테니까. 너에게 오로지 대업을 위한 명령만 내릴 거라고 맹세하겠다.
[…….]-싫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군. 제물로 순교해서 대업을 이루겠다는 네 마음에 경의를 표하마.
그 말이 상대의 마음을 움직였다.
‘…놈의 말처럼 난 고작 제물이 될 이가 아니야. 다 대업을 위해서다.’
놈이 승낙의 뜻을 보이자, 크리스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넌 앞으로 내 명령을 하나 들어야 한다.
‘좋았어!’
놈은 상상도 못 하리라.
크리스가 어떤 명령을 내릴지.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믿을 사람이 없어서 날 믿다니.’
목숨줄을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그건 조금 뒤의 일.
크리스는 결투에 개입하였다.
어려울 것 없었다.
-내가 이야기한 대로 악기를 움직이도록.
직접 힘을 전달하는 건 당연히 안 되었다. 교황이 당장 눈치챌 거다.
대신, 크리스는 ‘조언’을 하였다.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게.
‘어차피 서로 거의 백지장이나 다름없는 실력 차였으니까. 조금만 계기를 주어도 충분히 상황을 뒤집을 수 있지.’
실컷 싸우는 걸 구경했기에 각자의 강약은 샅샅이 파악한 상태였다.
크리스의 조언 덕에 극적인 역전이 이루어졌고, 상대는 제물로 전락하였다.
[이, 이런… 이럴 수는?!]패한 상대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비명을 질렀지만, 크리스는 차갑게 읊조렸다.
“악을 향한 네놈의 마음이 부족한 탓이다. 영혼을 바쳐 대업을 위한 제물이 되도록.”
파아아아앗!!
손가락을 튕기자 제단에서 악기가 튀어나와 패배한 상대를 덮쳤다.
옥좌의 권능을 통해 제단을 활성화해 영혼을 봉인한 거다.
‘좋아. 한 마리 처리했고.’
크리스는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아니, 아까 계약한 놈까지 하면 두 마리였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결투를 이어서 진행하도록.”
다른 고위 사제들이 주춤 제단에 올라왔고, 크리스는 같은 일을 반복하였다.
결투의 마지막 순간, 패자를 꾀어 사기 계약을 하게 하였다.
결투에 나선 이는 신비 마가의 고위 사제단 다섯 중 둘.
즉, 무려 4할에 달하는 이가 크리스의 함정에 빠져 제거되었다.
* * *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이드린느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교황이 입을 다물었다.
[네놈이 직접 이드린느를 데리고 오겠다고?]“네. 이드린느는 제 권속이니, 제가 가면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따라올 겁니다.”
하지만 교황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아니, 네놈에게 맡길 수 없다.]크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절 아직도 의심하는 겁니까? 위대한 대악마들께서 절 인정하는 걸 직접 들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네놈을 믿을 수 없다.]크리스는 피식 웃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의도대로야.’
하지만 티 내지 않고 짐짓 사나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인정할 수 없군요. 전 오로지 위대한 대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인데. 지금껏 제가 한 행동 중 대업을 위하지 않은 게 티끌만큼이라도 있습니까?”
교황은 마땅한 반박을 하지 못했다.
아무리 크리스가 의심스럽다고 해도 모두 심증일 뿐이니까.
객관적으로 트집을 잡을 증거는 어떤 것도 없었다.
실제로 크리스가 지금 보이는 행보는 모두 대업을 위한 게 맞기도 했고.
[…그래도 이드린느는 대업에 가장 중요한 열쇠 중 하나. 절대 네놈에게 맡길 수는 없다.]크리스는 팔짱을 꼈다.
“정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대신 의식을 위한 대제단은 제가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대업을 위해 지금껏 준비한 제물들을 게헨나에 바치는 제단이었다.
[그건….]“잊고 있으신가 본데. 전 교리에 따라 정해진 대제사장입니다. 대악마분들도 제 직분을 인정했고요. 제단을 준비하는 건 당연히 제 몫입니다.”
크리스는 비웃음을 지었다.
“아니면, 성하께서는 교리와 대악마들의 권위 우위에 있다는 겁니까?”
[…이놈.]교황은 분노한 듯 눈빛에 섬뜩한 기운을 일렁였으나, 역시나 반박할 수 없었다.
[…좋다. 대신, 대제단을 준비하는 건 네놈 혼자에게 맡기지 않겠다. 모두 내가 직접 확인토록 하겠다.]‘좋았어!’
크리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애초에 그의 목적은 이드린느를 잡으러 가는 게 아닌, 제단 쪽이었다.
물론, 교황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할 것이니 대놓고 큰 수작을 부리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괜찮았다. 다 생각이 있으니.
“그리고 이드린느를 잡아 오는 것도 도움을 주겠습니다.”
[필요 없다.]“정말 괜찮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암흑 연맹과 정면충돌이 일어날 텐데, 아무리 고위 사제단이라도 적지 않은 피해가 일어날 텐데요?”
교황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암흑 연맹의 힘은 확실히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물론, 정면으로 싸우면 당연히 신비 마가의 승리겠지만, 대업 전에 괜히 쓸데없는 피를 흘려서 좋을 게 없었다.
“그냥 제가 직접 가면 지배의 권능으로 정신을 제압해 쉽게 데려올 수 있겠지만, 그건 바라지 않으시죠?”
[절대 용납할 수 없다.]“그러면 이드린느의 행적 정도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주종 관계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대충 행적을 알 수 있어서요. 빈틈을 노려 기습하면 큰 피해 없이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게 크리스티앙만 아니라면 말이다.
여전히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교황을 향해 크리스티앙은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소심한 것 아닙니까? 기껏 도움을 드리려고 해도 벌벌 떨기만 하다니. 눈알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함정이 걱정되면 알아서 잘 확인하면 될 것 아닙니까? 밥을 다 떠먹여 드리려고 해도 겁나서 드시지도 못하다니.”
이죽거림에 교황은 인상을 찌푸렸다.
크리스티앙의 말이 옳긴 했다.
무엇보다 신비 마가의 고위 사제들은 함정 따위로 막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좋다. 단,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일이 생길 시, 네놈은 절대 무사하지 못하리라.]“내 마음을 알아 달라니까요? 성하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라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닥쳐라.]이후 시간이 흘렀다.
크리스티앙은 대제단의 건설에 착수했고, 신비 마가는 이드린느를 데려오기 위해 고위 사제단을 파견했다.
제사장과 사도가 포함된 무려 열에 가까운 숫자였다.
크리스가 지목한 장소에 도착한 고위 사제들은 경계심 가득한 얼굴을 했다.
[특별히 수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 것 같군요.] [너무 과한 걱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이 정도의 고위 사제 숫자면 암흑 연맹과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는 전력이었다.
함정이 있다 해도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그래도 대업을 앞두고 있으니, 괜한 충돌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조용히 처리하도록.] [알겠습니다, 사도여.]홀로 사왕성 주위를 배회하던 이드린느는 순식간에 제압당해 끌려갔다.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적막이 내려앉았는데, 시간이 흐른 후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낙인은 제대로 새겨진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법왕 전하.”
골든 크로스의 수장 올리비아였다!
이전 삶 크리스의 동생이자, 성혈(星血)의 계승자.
“정말 눈치채지 못하다니. 마휘는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올리비아는 크리스에게 하나의 서신을 받았다.
자신이 이야기한 대로 성혈의 권능을 운용해 신비 마가의 고위 사제들에게 ‘낙인’을 새겨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말대로 따르면 신비 마가의 고위 사제들은 낙인이 새겨지는 걸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도대체 마휘는 어떻게 이런 성혈의 운용법을?’
물론, 대단한 위력의 낙인은 아니었다.
아무리 정교하게 성혈을 운용해도 큰 위력을 지니고 있으면 저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으니까.
무슨 의도인지 의문일 정도로 사소한 효과의 낙인이었다.
‘…아니, 진짜 궁금한 건 이런 것들이 아니야.’
올리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알고 싶은 건 바로 마휘의 정체였다.
‘…오라버니.’
그녀는 마휘가 자신의 오라버니인 크리스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물론 어떤 근거도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직감이었다.
‘직접 만나면 알 수 있을 텐데.’
지금껏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마인이고, 그녀는 연합의 대표 중 하나였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크리스가 그녀를 피한 탓이다.
‘…반드시 만나야 해.’
올리비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휘는 괜찮을까요?”
“무슨 말입니까?”
“마휘는 방금 나타났던 괴물들과 싸울 예정이잖아요. 만약 잘못되기라도 하면….”
마휘가 만약 크리스가 맞다면.
그런데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올리비아의 머리가 하얘졌다.
‘안 돼!’
그때, 삐뚜름한 음성이 들렸다.
“걱정도 팔자군. 아무리 신비 마가의 놈들이라도 킹 엠페러 마제스티 형님의 상대가 될 리가 없다.”
“…테른 경.”
올리비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테른은 이번 일의 조력자로 크리스가 보냈다.
저주의 적성자인 테른의 도움으로 완벽히 놈들을 속일 수 있었다.
“…당신이 마휘의 동생이라고요?”
“그래, 내가 위대한 형님의 유일한 동생이다.”
크리스티앙을 향한 자부심이 뚝뚝 묻어나오는 음성이었다.
올리비아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유일한, 이란 표현이 거슬렸던 거다.
마휘가 정말 그녀의 오라비인 ‘크리스’라면.
그의 유일한 동생은 자신이어야만 했다.
“…가짜 주제에.”
“…지금 뭐라고 했나?”
“신경 쓰지 마세요. 당신 따위와 더 할 이야기 없으니.”
“…싸우자는 건가?”
냉랭한 태도에 테른은 당황했지만, 올리비아는 듣지 않고 등을 돌렸다.
‘오라버니, 제발 무사하길.’
올리비아는 하늘을 보며 기원했다.
그렇게.
크리스의 계획이 하나하나 모였고.
세상의 운명을 가를 결전의 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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